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27화 한 게임이 끝나고 로레인과는 헤어졌다. 그녀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통신 수정구의 연락을 받더니,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달려 나갔다. 시몬에게는 더 같이 못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수정구에서 흘려들은 단어 몇 개를 조합해 보자면, '세르네'와 '문제'라는 말이 연이어 들린 걸 보니 어디서 또 세르네가 말썽을 피워서 수습하러 간 것 같았다. 두 사람의 물고 물리는 이런 관계는 아마 졸업할 때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네프티스 님의 딸로 사는 것도 고생이구나.' 시몬은 안경을 쓰고 바로 다음 카드를 찾아 떠났다. 두 번째 카드는 금방 발견했다. 건물 뒤편의 공터, 배수로에 들어가 있는 카드. 이번에는 노란색이었다. '노란색이 소환학이었지?' 시몬은 내심 소환학 관련 테마가 나오길 기대하며 카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새로운 게임에 진입합니다.] 시몬이 눈을 떴다. 배수로에 떨어져 있던 카드에 들어왔더니, 눈앞에 커다란 배수로가 보였다. 아니, 배수로라고 부르기에는 길이 좀 넓어서 골목길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시몬은 그 골목길 위의 언덕에 올라가 있었다. '으음.' 내려가 보려고 슬쩍 발을 떼어보았는데, 마치 접근을 막으려는 듯 결계가 쳐져 있었다. 저 좁은 길로 직접 내려갈 수는 없었다. '무슨 테마인지 감이 안 잡히네.' 일단 소환학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테마 같았다. 시몬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 그때. [1명 입장 - 시몬 폴렌티아] [시작정원 (8/8)] "시, 시몬 폴렌티아다!" "살았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일곱 명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시몬을 둘러쌌다. "시몬 맞지? 동명이인 아니지?" "맞잖아! 그 특례 1번 맞다니까!" "데이모스 쓴 경기 잘 봤어!" 사방에서 동시에 이야기를 쏟아내니 시몬은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부, 부탁이니까 한 명씩 말해." 시몬은 그렇게 말하며 학생들의 얼굴을 살폈다. 일단, 이 중에서 아는 얼굴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특례 입학생 같은 유명한 학생들도 없다. 여기 있는 전원이 평범하디 평범한 학생들뿐이었다. "그럼 내가 먼저 물어볼래!" 머리에 달 모양 머리띠를 쓴 여학생이 불쑥 다가왔다. "너 정말 특례 1번 시몬 폴렌티아 맞니?" "마, 맞는데." "맞대 맞대!" "와아아!" 자기들끼리 하이파이브하고 콩콩 뛰고 난리 났다. 그들은 이제 환대를 넘어서 시몬을 구세주 보듯 하고 있었다. "그, 근데 얘들아. 이거 무슨 테마야?" "소환학 테마!" 여학생이 바로 대답했다. "소환수를 써서 여기 아래에 지나가는 몬스터를 잡는 게임! 오로지 소환수로만 몬스터를 공격할 수 있대." 소환학 테마였구나! 룰을 듣자마자 감을 잡은 시몬의 눈이 반짝였다. 빨리 해보고 싶었다. "진짜 큰일 날 뻔했어." 여학생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대기하면서 이야기 나누고 있었는데, 우리 중에 소환학 지망생이 한 명도 없었거든!" "뭐......?" 시몬의 눈이 커졌다. "그런 때에 바로 네가 딱 온 거야! 그것도 특례 1번 소환학 지망생이! 하하!" "아니, 잠깐만!" 드디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시몬이 다급히 되물었다. "진짜 한 명도 없어?" "응!" "너희들 다 노란색 카드에 들어온 거 아냐? 그래서 소환학에 어느 정도는 자신 있는 거 아니고?" 그 물음에 갑자기 일곱 명 모두 민망한 표정으로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머리띠를 쓴 여학생이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게...... 우리 다 7장 다른 색 카드 모으는 조합을 도전하고 있었거든." ......맙소사. 시몬의 기억 속에 메이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빨주노초파남보 조합을 다 모으려는 애들이 확 늘어날 거야. 시몬 너처럼. 메이린의 예상대로 정확히 들어맞았다. 첫 번째 시험을 치른 후, 과목과 관련된 테마가 나올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 쫙 퍼졌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최고 점수인 '빨주노초파남보' 조합을 목표로 하는 게 유행이 됐다. 자신이 들고 있는 카드와 다른 색의 카드만 무작정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 사달이 난 것이다. "그래도 시몬! 소환학의 최고봉인 네가 와줘서 다행이야!" 전혀 안 다행이다. 이 얘들, 거의 이쪽만 믿고 있는 눈치다. 정신을 차리니 시몬은 누군가가 아공간에서 꺼낸 의자에 앉혀져 있었다. 뒤에서 학생들이 어깨를 주물주물, 팔다리도 주물러 주고 있었다. 시몬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이, 일단 구체적인 룰부터 설명해 줘." "알았어!" 그들에게 들은 룰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악한 네크로맨서가 몬스터들을 보내 마을을 황폐화하려고 한다. 마을에는 선량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학생들은 자경단이 되어 몬스터들을 단 한 마리도 남김없이 처치하고 마을의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대충 그런 뻔한 스토리다. 몬스터들은 시작점에 있는 마법진에서 나타나고, 오로지 저 좁은 길목으로만 통과한다. 이들은 언덕 위에 있는 학생들에게 반격하지도 않고 그저 마을을 향해 곧바로 돌진한다. 그 대신, 학생들에게도 제약이 있다. 오로지 소환수로만 몬스터를 공격할 수 있다. 저주도, 다른 흑마법도 안 된다. '......소환학 지망생이 한 명도 없다면 좀 힘들겠네.' 시몬이 슬쩍 한숨을 쉬었다. 그의 반응에 학생들이 움찔한 표정을 지으며 시몬의 눈치를 보았다. "여, 역시 클리어는 불가능하겠지?" "그냥 다음 게임 준비해야 하나." "......아니, 그게 아니라." 시몬이 억지웃음을 흘리며 이마를 쓸었다.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단 뜻이야." 학생들이 그 즉시 '와아!!'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멋져!" "짜식! 남자네!" "해보자!!" 시몬 광신도들의 탄생이었다. * * * 전장은 심플했다. 시작점에서 마을까지 일 열로 쭉 그어진 골목. 이제 곧 몬스터들이 나와서 이곳을 지나갈 것이다. 우선 여덟 명이 각자 담당 구역을 선택해야 했다. 시몬은 가장 중요한 마지막 지점, 출구 앞 구간을 떠밀리듯 맡았다. 나머지 구역은 학생들이 알아서 마음에 드는 곳으로 골라잡았다. 뒤를 돌아보면 진짜 마을이 있었는데, 주민들이 집에 콕 틀어박혀서 문을 닫고 벌벌 떠는 모습이 보였다. "자! 준비하자!" 시몬의 외침에 학생들이 주섬주섬 언데드를 꺼냈다. '......개, 개판이네.'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대부분이 그냥 스켈레톤이나 좀비였고, 최대 컨트롤 숫자가 세 기밖에 안 되는 학생도 있었다. "마투학 지망이라서 미안하다!" 그 세 기밖에 안 되는 학생이 자진해서 사과했다. '그럼 나는.......' 다른 학생들이 꺼내는 언데드를 보며, 시몬은 고민에 잠겼다. 어떤 소환수로 싸우는 게 좋을까? 쓸 수 있는 칠흑은 한정되어 있다. 가장 효율적인 소환수를 선택해서 화력을 한 번에 쏟아부어야 한다. 일직선 루트는 데이모스의 해류포가 가장 활약할 수 있는 지형이지만, 물이 있는 지형이 아니라 데이모스를 꺼내는 건 불가능하다. 오버로드를 쓰는 것도 살짝 애매하다. 아공간 여섯 개를 연 채로 유지하면 아공간 반지가 금방 뜨거워진다. "얘, 애들아! 몬스터가 와!" 제일 앞에 서 있는 학생이 외쳤다. 시작점에서 무장한 고블린들이 좁은 골목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린 고블린. 2급 위험도 몬스터였지만 숫자는 엄청나게 많았다. 시몬은 허공에 떠오른 숫자를 확인했다. [200/200] '200마리?' 무지막지하게 많다. 사실 소환학 전공자 여덟 명이 있다면 쉽게 클리어 가능한 숫자였지만, 믿을 만한 건 시몬과 한두 명의 학생들뿐이었다. "후우! 긴장돼!" 제일 첫 타자는 달 모양 머리띠를 쓴 여학생이었다. 그녀는 좁은 골목을 방패를 든 스켈레톤 두 기로 틀어막고, 그 뒤에 창을 든 스켈레톤을 놓았다. 나름 효율 좋고 영리한 배치였다. -키시시시싯! 고블린들이 홍수처럼 쏟아져나와 방패를 든 스켈레톤과 충돌했다. 쾅! 쾅! 쾅! 언데드로 길목을 막아버리니 몬스터들을 무기를 휘두르며 적극적으로 방해물을 공격했다. 방패 뒤에 숨은 스켈레톤들이 열심히 창을 내지르고는 있었지만. '정면에서 막는 건 무리야.' 결국 숫자에 밀려 뚫리고 말았다. 방패병들이 무너지고 나머지 스켈레톤들도 와르르 박살이 났다. [191/200] 200마리 중에 겨우 아홉 마리 줄였다. "다음 차례 준비해!" 하지만 이어지는 학생들의 방어도 시원치 않았다. 문제의 그 마투학 지망생은 몇 초 만에 입구가 뚫려 버리고, 그다음에 구울을 쓰는 학생도 언데드 컨트롤이 아쉬웠다. "얘들아! 길목을 틀어막지 말고 측면에서 공격해!" 보다 못한 시몬이 소리쳤다. 몇몇 학생들이 의아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 그럼 일직선으로 쭉 뚫려 버리지 않아?" "그건 내가 어떻게든 할게! 지금은 하나라도 수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해!" 학생들도 앞선 실패에 전략을 빠르게 수정했다. 스켈레톤에게 창을 쥐여준 다음 언덕 위에서 공격하게 하거나, 짧은 무기를 가진 스켈레톤들은 돌을 던지게 했다. 이렇게 하면 몬스터들을 그냥 보내는 격이었지만, 죽이는 숫자는 훨씬 더 많이 늘어난다. 그리고. -쿠워어어어! 키젠 학생이라는 클래스 자체가 어디 가는 게 아니었다. 소환학 지망도 아닌데 4급 몬스터 크림슨 베어를 좀비로 만들어 다루는 학생도 있었다. 홀로 고블린들을 다 때려 부수는 모습에 모두가 열렬히 환호했다. "잘 버틴다!" "화이팅!" 확실히 그의 크림슨 베어 좀비는 좋았지만, 역시나 컨트롤이 문제였다. 통제가 어려운 크림슨 베어 좀비는 술사가 사념에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두통을 호소하던 학생이 결국 자리에 쓰러졌고, 크림슨 베어도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멈춰 있는 언데드는 고블린에게 둘러싸여 난도질당할 뿐이었다. [103/200] "크윽!" "이제 시몬만 남았어!" 일곱 명 모두 당하고 전체 수는 반절이나 남았다. 모두의 시선이 최후의 희망이자 마지막 퇴로를 막고 있는 시몬에게로 향했다. '뭘 쓰려나?' '데이모스는 안 되잖아.' '그 칼날 소환수 아닐까?' 학생들은 이런저런 예상을 하며 시몬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가 꺼낸건 다름 아닌. "스켈레톤 아처다!" 여덟 기의 스켈레톤 아처였다. 활을 든 스켈레톤이 자리를 잡고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근데 저걸로 되겠어?" "화살통의 화살 수가 몬스터보다 적은 것 같은데." 학생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지만, 시몬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그리며 오른손을 세웠다. '물론 그냥 스켈레톤 아처는 아냐.' 그의 오른손에는 클라우드에 뒤덮인 골렘의 핵이 있었다. <서먼 블러드 골렘>는 이미 완성됐다. 화아아아아악! 핵을 감싸고 있던 클라우드가 솟구쳐 올라 공중의 마법진을 통과하더니, 이내 스켈레톤 아처에게로 내려와 깃들기 시작했다. 스켈레톤 아처들의 눈이 청록빛 안광으로 번뜩였다. 활과 활시위가 에메랄드빛으로 바뀌고 등 뒤에는 클라우드로 이루어진 무형의 망토가 펄럭였다. 시전자인 시몬이 마지막으로 클라우드의 관을 머리에 눌러 쓰는 것으로 흑마법은 완성됐다. <시몬 오리지널 - 친위 사격대> 오로지 스켈레톤 아처로만 구성된 시몬의 친위대였다. "와! 저 기술 그거 맞지?" 시몬의 BMAT 경기를 본 학생들은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장전." 시몬의 지시에 스켈레톤 아처들이 에메랄드빛 망토를 펄럭이며 화살통에서 화살을 가져왔다. 그들이 화살에 손을 대자 화살이 청록빛으로 물들었다. 그것을 시위에 메기며 쏟아지듯 몰려드는 고블린들에게 겨누었다. "발사!" 촤아아아아아악! 한 발의 화살이 에메랄드빛 꼬리를 남기며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최전방 고블린의 가슴을 가볍게 꿰뚫었다. 그러고는 힘이 유지된 채 날아가 일렬로 들어오는 적들의 몸을 모조리 헤집어 버렸다. "과, 관통 효과!!" 청록색의 화살이 날아갈 때마다 몬스터들이 떼로 몰살당했다. 화살 한 발에 7~8기의 고블린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촤아아악! 촤아아아아아악! 화살이 날아갈 때마다 한 무리의 몬스터 떼가 일제히 시체로 변해 드러눕는 건 대단한 장관이었다. '흐읍!' 시몬의 이마에 땀이 맺혀간다. 이를 악물며 팔을 휘두르자, 아처들이 다음 화살에 클라우드를 입히며 시위에 메겼다. "날려!" 청록색의 화살이 순차적으로 날아가 고블린들을 쓸어버렸다. 전체 9할이나 남았던 고블린들이 시몬의 손에서 싹쓸이 당하고 있다. [남은 몬스터 : 48/200] "미......." 지켜보던 한 남학생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미쳤다." "진짜로 해내겠어!" 지켜보는 학생들은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벌써 몬스터의 숫자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모두의 아우성 같은 응원을 들으며 시몬도 더더욱 힘을 쥐어 짜냈다. '으하아.' 하지만 역시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검을 든 친위대와는 달리, '친위 사격대'는 화살을 강화해서 날리기 때문에 클라우드를 직접 소모한다. 스켈레톤들도 조금씩 몸에 청록빛이 옅어지고 있었다. 제일 먼저 망토가 사라지고, 안광과 몸을 이루는 청록빛도 희미해진다. '다른 건 상관없어.' 시몬이 숨을 헐떡이며 두 팔을 세워 들었다. '어떻게든 화살에 클라우드만 입혀서 날려!' 다시 한번 에메랄드빛 화살들이 고블린들을 줄줄이 관통으로 쓰러트렸다. [남은 몬스터 : 7/200] "거의 다 됐어!" "마지막 보스 몬스터가 와!" 고블린 본대와는 한발 늦게, 덩치가 상당히 큰 고블린 하나가 달려오고 있었다. 학생들이 언덕에서 싸우던 소환수를 내려보내 막으려 했지만, 그 커다란 도끼에 차례차례 소환수들이 쓰러져 갔다. "후우!" 이때 시몬도 졸개들은 다 쓰러뜨렸다. 스켈레톤 아처들은 화살통의 화살을 모두 날렸다. 고장 난 기계처럼 화살통에 헛손질을 반복하고 있었다. [1/200] 남은 건 길목으로 오고 있는 덩치 큰 고블린 보스뿐. 한 마리라도 마을로 보내면 패배다. 시몬이 팔을 휘둘렀다. "돌아와." 스켈레톤 아처들에 남아 있던 모든 클라우드가 시몬의 마법진으로 들어갔다. 클라우드가 빠져나가고 친위대에서 일반 스켈레톤 아처들로 돌아온 언데들이 전원이 꺼진 것처럼 작동을 멈췄다. '마지막은 이거!' 시몬은 마법진의 클라우드 비율을 무너뜨렸다. 에메랄드 빛깔의 마법진이 검푸른 칠흑의 색깔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유일하게 사념 접속을 끊지 않은, 아직 '친위대' 상태를 유지하는 스켈레톤 아처 한 기가 시몬의 옆에 대기하고 있었다. "너만 믿는다!" <시몬 리메이크 - 블러드 에로우> 시몬이 마법진에서 칠흑의 활과 화살을 만들어 건넸다. 스켈레톤 아처가 즉시 그것을 받아들고 골목으로 뛰어 내려갔다. 쿵! 쿵! 쿵! 쿵! 쿵! 정면에서는 보스 고블린이 달려오고 있다. 홀로 남은 스켈레톤 아처가 골목을 당당히 가로막고 섰다. "이제 보스 하나만 남았어!!" "제발!" 지켜보던 학생들도 한마음으로 소리쳤다. 시몬이 손을 세웠다. '장전.' 스켈레톤 아처가 신중하게 칠흑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완벽한 일체감. 시몬은 자신이 저 스켈레톤 아처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쏴!" 터어어어어어어엉! 아처가 시위를 놓는 즉시 굉음과 함께 바람이 몰아치며 아처의 몸이 산산조각 났다. 그대로 정면으로 날아간 화살이 고블린의 가슴에 정통으로 틀어박혔다. -꾸루룩! 보스 고블린이 뒤로 주루룩 밀려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아!" "위력이 살짝 약해!" 가슴에 박힌 화살을 보스 고블린이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니." 시몬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잡았어." 투콰아아아악! 보스 고블린의 체내에서 화살이 폭발했다. 칠흑이 부채꼴 형상으로 뻗어 나갔다. 고블린의 몸이 폭사하며 살점과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후두두둑. 무너져내린 몬스터 시체 너머로, 남은 건 희뿌연 칠흑의 잔해뿐이었다. 모두가 입을 딱 벌리며 눈알을 굴리고 있는 가운데. [0/200] [모든 몬스터를 제거했습니다.]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메시지가 떠오르는 순간 모두가 하늘이 떠나가라 함성을 지르며 시몬에게 달려왔다. 시몬이 헛웃음을 흘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게임 세 판 했다간 진짜 죽겠다.' 곧 시몬의 몸이 환호하는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보이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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