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12화 우우웅! 몸에 신성이 닿는 순간, 새끼 고양이는 그 느낌을 만끽하듯 몸을 가늘게 떨었다. 하얗던 털에 윤기가 생기고, 이내 빛이 일기 시작했다. "이 아이에게도 중요한 각성의 순간이로군." 파라한이 접선을 흔들며 말했다. "그래, 드디어 자신이 '신수'임을 자각하는 순간인 게야." 시몬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모든 신성이 갑자기 하양이를 향해 쭈우욱 빨려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화아아아아악! 새끼 고양이가 공중에 두둥실 떠오르며 눈부신 빛무리에 휩싸였다. '과연!' 시몬이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이내 고양이의 형태가 일그러지며 모습이 바뀌는 듯하더니. 팟! 빛이 사라지며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바닥에 툭 떨어졌다. "응?" 시몬이 당황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전혀 바뀐 게 없었다. 하양이는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더니 시몬에게 다가와 얼굴을 비비며 야옹야옹거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한 거야? 신나! 또 해줘!' 하양이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교, 교수님." 시몬이 고개를 들어 파라한을 바라보았다. "신수가 변하지 않아요. 제가 뭔가 잘못한 걸까요?" 그런데 파라한의 입가에는 오히려 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더 잘됐군!" "네?" 파라한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이 고양이는 그저 그런 신수가 아닌 모양이야! 이 늙은이의 생각에는 사물, 혹은 미지의 개체로 변할 가능성이 있네." "......사물이요? 동물인데 그럴 수도 있어요?" 파라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 최고의 아크 팔라딘이라는 '아칸'에 대해 들어봤나? 그는 자신의 드레이크를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선의 형태로 변신시켜 몰고 다니지. 이런 사물화는 신수 스스로에게도 상당한 깨달음이 필요해. 이 고양이가 변신에 실패한 이유는 아마,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하네." 시몬은 바로 옆에 있는 까망이에게도 시도해 보았지만 마찬가지로 실패였다. 빛무리가 일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바닥에 툭 떨어졌다. "끙, 쉽지 않네요. 아칼리온은 한 번에 됐는데." 내친김에 시몬은 이번엔 아칼리온의 몸에도 신성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작은 곰돌이 인형 같던 아칼리온의 덩치가 몇 배나 커지며, 근육질의 곰으로 변했다. -야옹! 아칼리온을 괴롭히려 다가가던 새끼 고양이들이, 커진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도망쳤다. 이내 시몬의 다리 뒤에 숨어서 오들오들 떨었다. 덩치가 커진 아칼리온이 당당하게 콧김을 뿜었다. 전세역전이었다. '신수 시동을 한번 보고 해낸 것도 놀라운 일이지.' 파라한은 흡족한 미소로 시몬은 응시하다가 말했다. "비록 오늘은 실패했지만, 이 신수들의 가능성은 더 커진 게니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진 말게나. 그리 머지않은 시일에 변신이 가능해질 게야." "감사합니다 교수님!" 시몬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럼 수업 내용을 조금 바꿔야겠군. 앞으로는 신수학의 비중을 더 늘리고, 고양이들이 훈련도 겸해야겠네. 꾸준히 변신을 시도해서 이 아이들도 신수로서 자각을 해야겠지."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넵! 교수님만 믿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아주 간단히 아칼리온을 이용한 기본적인 공격 기술을―" 거기까지 말한 파라한이 시몬의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가르쳐 주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군." "네?" 얼른 시간을 확인한 시몬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몰랐다. 벌써 두 시간이 삭제되어 있었다. '......윽! 신수 기술은 배우고 가고 싶었는데!' 아쉽긴 했지만, 당장 오늘 아침에 있는 맹독학 수업을 준비해야 했다. 수행평가 시즌이니 수업 하나하나가 중요했다. "어서 가보게." 파라한이 고양이들을 미리 품에 끌어안으며 말했다. 시몬은 신성 아공간으로 아칼리온을 불러들였다. "고양이들을 잘 부탁해요! 카미한테도 말해둘게요!" "알겠네." 시몬이 칠흑을 일으키며 학교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이 야옹거리며 시몬의 품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파라한이 껴안아 막고 있었다. "이 아이들은 이미 주인을 선택한 모양이군." 파라한은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고, 화가 난 고양이들은 그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 * * '어, 엄청 빠르게 왔다.' 달리기 기록을 쟀다면 최단기록을 주파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시몬은 수업 시작까지 몇 분의 여유를 두고, 맹독학관 강의실에 도착했다. '딕은 안 왔나?' 시몬이 먼저 왔을 딕의 자리를 찾으러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뭔가 강의실이 소란스러웠다. "와아앙!" "귀여워!" 관심을 끌어보려고, 반에 뭔가 이상한 물건을 들고 오는 학생들이 꼭 한 명씩은 있었다. 이번 이슈는 이벤트용 토끼 귀 모자였는데, 얼굴 전체를 감싸는 형태였다. 자기들끼리 써보고 뭐가 그리 웃긴지 깔깔 웃고 있었다. "카미도 써보면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대박! 딱 카미를 위한 거지 이건!" 갑자기 학생들이 카미바레즈에게도 모자를 씌워보려 우르르 몰려들었다. "네, 네?" 갑자기 사람들에게 둘러싸이자 카미바레즈가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토끼 귀를 보고는 그녀도 관심이 가는지 날개가 팔락팔락했다. "한번! 딱 한 번만 써줘! 부탁해~" 학생들이 애원하자 카미바레즈가 못 이기는 척 머리에 써보았다. "이, 이렇게 쓰는......?" 카미바레즈가 토끼 귀 모자를 쓰고 고개를 갸웃하자, 사방에서 꺄아악 하고 자지러질 듯한 비명이 튀어나왔다. "카미 귀여워어!" 여학생들은 통곡을 하며 귀엽다고 껴안고 난리였고, 남학생들은 입을 벌리고 헬렐레한 삼촌 웃음을 흘렸다. "야, 잠깐! 니들 카미 괴롭히지 마!" 소란을 들은 메이린이 하늘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려왔다. 메이린의 등장에 주위의 여학생들이 눈치를 보며 얼른 말했다. "우, 우리 괴롭힌 거 아냐!" "닥쳐." 메이린이 으르렁거렸다. "얘가 부담스러워하는 거 뻔히 알면서, 이렇게 둘러싸고 뭔 짓이야." "메이린?" 그러나 토끼 귀 모자를 쓴 카미바레즈의 모습을 목격한 순간, 메이린이 심장을 부여잡으며 허물어지듯 주저앉았다. "메, 메이린! 왜 그래요?" "......." 수, 숨이 안 쉬어졌다. 이건 진심으로 살인적인 귀여움이었다. "음." 그때 반장 제이미가 슬쩍 웃음을 흘리더니 운을 띄웠다. "메이린도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맞네 맞네!" 갑자기 자신 쪽으로 화살이 향하자, 메이린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야! 갑자기 나는 왜?!" "어머, 보고 즐기기만 하면 끝일 줄 알았어? 여기 있는 애들 다 한 번씩 썼는데." 메이린이 앉은 채로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내, 내 알 바 아니거든! 그리고 난 니들 쓴 거 못 봤어!" "에이이~" 이때를 놓칠세라 끼어든 딕이 능글맞게 눈썹을 들썩거렸다. "여기서 이걸 뺀다고? 비겁하다! 강호의 도리는 어디 갔나!" "넌 빠져 평민!" 카미바레즈마저 토끼 귀 모자를 벗어서 두 손으로 메이린에게 넘겼다. "저도 메이린의 토끼 귀가 보고 싶어요!" "......윽." 얼굴을 붉힌 메이린은 결국 덜덜 떨리는 손으로 토끼 모자를 받았다. 그녀가 인생의 중대한 갈림길에 선 것처럼 토끼 모자를 들고 고민하고 있는데, 구경하는 무리에 슬쩍 다가온 한 남학생이 보였다. "시, 시몬!" 시몬이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이자 메이린의 얼굴이 한계치까지 시뻘게져서 소리쳤다. "너, 넌 저리 가아!" "어, 왜?" 제이미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쑥 들이밀었다. "방금 딱 쓰려고 했잖아? 시몬이 보면 뭐, 부끄러워?" "야!!" 메이린이 그 입 닥치라는 의미로 눈에서 섬광을 보냈지만, 가볍게 무시한 제이미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럼 공평하게 다음은 시몬이 쓰는 걸로. 오케이?" 시몬이 빙그레 웃었다. "그러지 뭐." "와아아아아아!" 이제는 정말 빼도 박도 못하고 써야만 했다. 귓불까지 붉어진 메이린이 모자를 쥔 채 덜덜 떨고만 있자, 신디 비바체가 미간을 구기며 손짓했다. "내숭 그만 부리고 빨리 써. 시몬 토끼 귀 봐야 하니까." 신디와 몇몇 여학생들은 벌써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굴욕감으로 일그러진 메이린이 '크윽' 소리를 내며 토끼 귀 모자를 머리 위에 올리는 순간. "아!" "교수님 오신다!"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이 엄청난 속도로 우르르르 달려가 자리에 앉았다. 신디가 혀를 찼다. "아, 이걸 사네." "신디 넌 죽었어 진짜!" "뒤끝 보기 흉합니다~" 학생들이 자리에 앉고, 바로 뒤이어 맹독학 교수 별야가 구멍 숭숭 뚫린 외투를 어깨에 걸친 채 나타났다. "다들 잘 지냈냐!" 학생들도 반갑게 인사했다. 그녀가 외투를 휙 던져 버리며 말했다. "뭐 또 재밌는 거 하고 있었냐? 복도 멀리서도 니들 웃는 소리 다 들리던데." 학생들이 민망한 웃음을 흘리며 대답을 피했다. 이내 조교진들도 모두 들어와 뒤에 기립했다. "그래, 그래. 놀 때는 확실히 노는 것도 중요하지! 그럼 이제 진지한 수행평가 이야기나 해볼까?" 수행평가. 그 말의 무게에 학생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독 먹기겠지.' '가장 센 독 먹는 사람이 A+ 받는 거 아닐까.' 대부분 그런 수행평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별야가 조교로부터 서류 하나를 받아보았다. "전임 맹독학 교수가 1학기 때 수행평가를 거의 안 했더라. 앞으로 배점 높은 수행평가 팍팍 들어갈 테니까 각오하고. 오늘은 그 첫 번째다." 그녀가 삐쭉삐쭉한 삼각형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맹독 몬스터 사냥. 수행평가 30%짜리다!" 30%! 학생들의 눈이 돌아갔다. "그냥 평범한 몬스터 사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각 영지에서 사냥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까다로운 몬스터만 잡으러 갈 거다." 맹독 몬스터들은, 보통의 강함보다 1단계 정도로 위험 등급이 더 붙는다고 알려져 있다. 당연히 독의 위험성 때문이었다. 몬스터를 잡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독을 뒤집어쓰면 사냥꾼의 목숨이 위험해지거나 죽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니들이 잡으러 갈 이 몬스터들은 수업 때 쌓아둔 맹독 저항 및 항체가 통하지 않을 개체들로만 선정했다. 즉, 니들도 독에 걸리면 일반인이랑 똑같이 목숨 오락가락한단 뜻이야." 역시 쉬운 게 없구나. 시몬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가 항목은 두 가지." 별야가 손가락을 두 개를 펼치며 말했다. "첫째, 사냥 성공 여부. 둘째, 해독제 완성도. 니들은 몬스터의 독을 채취해서 현장에서 바로 해독제를 조제하고, 그걸 복용한 다음에 몬스터의 사냥까지 성공시켜야 해." 달칵. 조교가 케이스를 열자 알록달록한 재료들이 병에 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기본적인 해독제 키트는 우리가 준비했어. 물론, 이것만으론 부족할 거야. 다른 해독제 재료는 니들이 현지에서 조달해야 한다." 기존의 항체가 통하지 않는 맹독 몬스터 사냥 및 현장에서 바로 해독제 조제까지. 30%짜리 수행평가답게 상당한 난이도였다. "나 참, 쫄지 마 쫄지 마." 학생들의 굳은 표정을 보며 별야가 손을 휘휘 저었다. "지금까지 니들이 배운 대로만 하면 큰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어. 시험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두 시간 뒤.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바로 현장으로 넘어가게 돼. 그리고 8시간 동안 맹독 몬스터를 잡고, 그 몬스터의 해독제까지 조제하면 합격이다. 이상." 그때 바로 튀어 오르는 손이 있었다. "제이미 빅토리아입니다 교수님! 몇 명이 가나요? ......최소 네 명은 가야 할 것 같은데." 다른 학생들도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의미를 보냈다. "네 명? 요 맹랑한 게 수행평가를 날로 먹으려 드네!" 별야가 히죽 웃었다. "이변 평가는 딱 둘이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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