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16화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찾았다구요?" [그래. 아케뮤스는 리처드에 큰 원한도 없고, 군단에 대한 충성심도 높은 녀석이라 나 혼자 가도 충분하리라 판단했다. 실제로 난 녀석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시몬이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그, 그래서요! 찾아냈는데 어떻게 된 거죠?" [코앞에서 아케뮤스를 빼앗겼다.] 에르제베트와 프린스가 벌떡 일어났다. [어떤 새끼야!] 프린스가 분노한 얼굴로 가슴을 탕탕 쳤다. 피어의 사념에서도 강한 적대감이 풀풀 풍겨왔다. [제5군단장 매그너스 알반. 그 녀석도 비명의 정글에 와 있었다.] "!" 시몬의 눈이 커졌다. '......나 외의 군단장.' 군단장은 총 일곱 명이 존재한다. 군단을 꾸릴 수 있는 피어와 같은 '관리자'도 당연히 일곱. 하지만 세간에선 '배신의 제7군단'은 사라졌다고 알려져 있고, 관리자 피어도 영원히 소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다. 네프티스는 대담하게도 피어를 빼돌려서 로크섬 안의 지하 유적에 봉인해 두었고, 리처드의 아들인 시몬이 키젠이 입학하자마자 유적의 위치를 알려주어 군단장이 되도록 유도했다. 그렇게 현재 군단장은 시몬까지 포함해 일곱 명이다. '그 군단장 중에서 한 명이.......' 리처드의 군단 소속이었던 아케뮤스를 데려갔다. [전쟁이다!] 프린스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매그너스는 군단장 간의 규칙을 어겼어! 원래 다른 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는 건드리지 않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잖아!] 그 말을 들은 피어가 입을 열었다. [놈은 제7군단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알고 있다. 주인 없는 에이션트 언데드를 자기가 대신 차지한다는 속셈이겠지.] [시몬! 이럴 때를 대비해서 준비한 데스랜드야! 네가 어딜 치라고 명령만 내리면 데스랜드의 모든 망자들이......!] 피어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어떤 화력을 퍼부어도 매그너스를 이길 수 없다. 그는 완성된 네크로맨서고, 그의 아래엔 다섯의 에이션트 언데드들이 있다. 이번에 하나 더 추가돼서 여섯이겠군.] 프린스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입술을 삐쭉였다. 시몬이 타이르듯 말했다. "감정적으로 대처해선 안 된다는 말엔 나도 동의해. 그보다 피어." 시몬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매그너스는 피어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건가요?" 그 물음에 피어가 슬쩍 웃음을 흘렸다. [정확하게 핵심을 묻는군! 가능성은 반반이다. 매그너스가 내 존재를 감지한 건 맞지만 내가 관리자 피어라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놈이 보낸 추격대는 모조리 날려버리고 도망쳤으니까.] "......하아아, 그보다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새로운 대장을 찾으려다가 역으로 피어를 잃을 뻔했다. 시몬에게 있어서는 그게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매그너스는 피어가 관리자인 건 모를 수 있어도, 피어라는 에이션트 언데드를 감지했다. 그를 손에 넣기 위해 눈을 시뻘겋게 뜨고 대륙을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이 섬에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에르제베트가 끼어들었다. [아무리 현역 군단장이라고 해도, 죽음의 마녀가 지키고 있는 로크섬엔 함부로 들어올 수 없을 것이옵니다.]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매그너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막장이야. 확신이 들면 로크섬까지 몰래 들어와 섬 전체를 샅샅이 살피고도 남을 놈이야. 우리는 이전보다 더 정체를 철저히 숨겨야 한다.!] 그렇게 말한 피어가 고개를 돌렸다. [소년! 지금 네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지?] "잠깐만요." 시몬이 천천히 손가락을 접었다. "아빠, 엄마, 네프티스 님, 세르네, 카쟌, 레테. 딱 이 정도네요." [레테는 아까 말한 그 프리스트 계집이군.] 피어가 팔짱을 꼈다. [네가 알려줄 정도라면, 비밀을 지킬 만한 인물이겠지?] "네." 시몬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몬은 레테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만, 다른 사람에겐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모자란 것 같아 덧붙였다. "레테와 저는 죄를 공유하고 있어요. 제 정체를 밝히려면 레테도 절 신성연방에 데려왔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예요. 그 밖에도 여러 사정이 얽혀 있으니 그쪽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렇군.] 피어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갑자기 에르제베트가 본인의 옷을 입으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또오! 또! 또! 요망한 프리스트 암컷이이이이이......!!!] 아까는 조용히 넘기는 듯하더니 결국 흥분했다. 시몬이 재빨리 진화에 나섰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냐! 레테는 엄마의 제자......." [안나! 안나아아아! 꼭 똑 닮은 것들끼리 붙어먹었어!!] 역효과였다. [제 말 잘 들어요 군단장님! 프리스트 암캐들은 모두 남자를 망치는 극독이옵니다!] 에르제베트가 눈에 불길을 뿜어냈다. [신을 섬기는 성직자랍시고 순진한 척! 지고지순한 척! 온갖 내숭은 다 떨면서 막상 남자를 보고 눈이 돌아가면 천박해지......!] [에르제베트!] 그 즉시 피어가 일갈하며 에르제베트의 말을 틀어막았다. [꼬맹이 앞에서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사랑도 모르는 무식한 군단무새 꼰대와는 상종하기 싫사옵니다!] [그 망할 키젠 꼬맹이들의 언어를 쓰지 마라!] 두 사람은 갑자기 왜 싸우는 거야. 시몬이 둘을 힘겹게 말렸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프린스는 옆에서 배를 잡고 웃어대고 있었다. [다시 상황을 정리하지.] 피어가 다시 대화를 주도했다. [매그너스는 에이션트 언데드를 사냥하고 있다. 7군단의 부활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를 확률이 높지만, 아마도 나를 찾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군단인 게 밝혀지면 키젠을 떠나야 하는 건 물론 즉시 매그너스의 표적이 된다.] "네. 그렇죠."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는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해! 자주 같이 다니는 그 네 명에게도 정체를 드러내는 건 엄금이다! 그리고 하나 더. 네 성장 속도는 지금도 충분히 기적적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매그너스와 붙을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물론이죠." 이제 키젠 생활이 시작된다. 그간 새로운 흑마법을 아버지 리처드에게 배운 시체폭발 정도였지만, 이제 수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더 새로운 것들을 팍팍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시몬이 강해질수록 군단 또한 강해진다. 주위를 감싸고 있는 여러 위협들에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나 자신의 강함이었다. 키젠 교복을 입고 있어도 매그너스라면 학생 하나 치우는 정도엔 눈 한번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학기를 앞두고, 시몬은 더더욱 각오를 다졌다. * * * 다음 날 아침. 드디어 개학 첫 수업이 시작되는 아침이 밝았다. "딕! 일어나!" 벌써 씻고 나온 시몬이 세상모르고 침대에 잠들어 있는 딕을 흔들어 깨웠다. 두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일어난 딕이 터덜터덜 화장실로 갔고, 시몬은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뭔가 하나가 없는 기분이라 허전하네.' 군단과의 연락 수단이었던 '피어의 분신'은 매그너스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용도로 새로 제작해야 한다며, 3~4일 내에 피어가 만들어준다고 했다. 그리고 카쟌은 벌써 밖에 나가 있었다. 이불이 가라앉아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으어어...... 진짜 개학은 개학이구나." 대충 씻고 나온 딕이 눈을 비비며 교복 바지에 다리를 집어넣었다. "그렇게 피곤해? 어제 일찍 잤으면서." "난 그냥 아침에 약한 타입이야." 모든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은 409호를 벗어나서 복도를 지나, 화창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기숙사 밖으로 나왔다. 익숙한 등굣길. 웅성거리는 학생들의 목소리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시간이 조금 애매해서 기숙사 밥을 먹기보단 근처의 교내매점에서 샌드위치를 사서 입에 물었다. 딕도 바람을 쐬자 잠이 싹 달아났는지 큰 소리로 웃으며 등교하는 다른 애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런 일상의 분위기가 그리웠어.' 시몬의 감격한 표정을 본 딕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 "아, 별거로 다 감격하네! 키젠 생활 하루 이틀 했냐? 좀 있으면 숨 쉬는 것도 들숨과 날숨의 황금비율에 감격하겠슈." 시몬은 그저 웃었다. 군단이니 매그너스니 잠시 잊고, 내가 가진 것들에 순수하게 기쁨을 표현할 수 있는 지금이 좋았다. "아! 근데 시몬. 첫 수업이 뭐라고 했지?" "담당교수님 수업으로 고정이야." "오! 오랜만에 우리 부총장님 뵙겠네." 건물 안으로 진입해 제인의 수업이 있는 커다란 강의실로 들어왔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떠들어대는 A반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 시몬이다!" 같은 돌연변이 동아리 소속인 토토 아모리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토토! 잘 지냈어?" "응! 그보다 수업 끝나고 선배님들께 인사드리러 동아리 방에 들를 거지?" "그래야지." 토토와 소환학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시몬의 이름을 부르는 여자애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카미바레즈가 자리에 앉아 손을 흔들고 있었고 그 옆에는 메이린이 교과서를 내려놓고 있었다. "그럼 동아리 방에서 이야기하자." "알았어!" 시몬은 7조 조원들과 합류했다. 카미바레즈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메이린도 짧지만 온화한 목소리로 '안녕'하고 말했다. "우리 반엔 4명 떨어졌대." 잠시 정보를 수집하고 있던 딕이 네 사람과 합류했다. 카미바레즈가 걱정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탈락자분들 안 됐네요. 세 명이서 조별수업 들으려면 힘들겠죠?" "당연히 힘들지! 분명히 말해두는데!" 메이린의 눈썹이 치켜떠졌다. "니들 종합 흑마법 능력평가 빡세게 준비해! 한 명이라도 떨어졌단 봐! 내가 방학 때라도 니들 집에 찾아가서 저주하러 갈 거니까!" 시몬이 웃었다. "걱정해 주는 거야?" "거, 걱정은 무슨! 저주할 거라고!" 메이린이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리자 세 사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누군가 강의실 안으로 들어오며 소리쳤다. "교수님 오신다!" 우르르르! 사방에 흩어져 있던 학생들이 엄청난 속도로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천장에 거미처럼 붙어 있는 학생과, 다짜고짜 저주 결투를 하겠다며 마법진을 그리고 있던 학생들도 급히 칠흑의 흔적을 지우고 자리에 앉았다. 이어지는 완전한 정적이 강의실을 휘감았다.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가 들리더니 전면의 문이 드르륵 열렸다. '오랜만이에요!' 시몬이 속으로 반갑게 인사했다. 절제된 느낌의 짧은 단발과 차가운 인상의 얼굴,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눈빛. A반의 담당교수이자 키젠의 부총장인 제인 올리비아였다. 그녀의 뒤로는 제인의 조교들이 주르륵 기립해서 열중쉬어 자세를 취했다. 몇몇 조교들은 친한 학생들 쪽으로 윙크하거나 살짝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정적 속에서, 그녀가 입을 열었다. "방학 잘 보냈나요? A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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