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90화 바다 전역에서 용의 형상을 한 물기둥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한다. 더 이상 내버려둬서는 안 되는 걸 아는 듯, 언노운도 공중에 미리 띄워둔 검은 청파를 아래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콰! “제독!” 제독의 앞으로 뛰쳐나온 시몬이 대검을 앞세우며 검은 청파를 베려고 했지만, 제독은 그를 말렸다. “보고만 있어라.” <라즌 오리지널 – 비룡재천(飛龍在天)> 바다 전역에서 청파의 힘이 담긴 물줄기가 드높이 솟구치더니, 이내 완전한 청룡의 형태로 변화하여 승천했다. 그것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검은 청파를 집어삼키며 점점 위로 상승했다. 이제는 청파라는 카테고리 안에 넣기에는 아쉬운, 가히 권능에 필적하는 힘. ‘이 스케일은 대체.’ 시몬이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제독을 바라보았다. “재반격의 시간이다.” 제독이 만들어낸 청룡은 언노운이 일으킨 비바람도 가볍게 뚫고 날아가 언노운의 몸에 연달아 부딪혔다. 천둥소리와도 같은 폭음이 들릴 때마다 언노운이 크게 기우뚱하고 비틀거렸다. 쏴아아아아아아아! 그뿐만이 아니었다. 제독이 만들어낸 청룡들이 후방으로 밀려났던 함선들을 태운 채 이쪽으로 끌고 오고 있었다. “제독!” “왔습니다!” 함선들이 하나둘 다시 언노운의 앞까지 속속 복귀했다. 청룡들은 배를 내려놓고 수면 위로 올라가 언노운의 몸에 틀어박히며 폭발했다. “쏴라!” 투콰아앙! 투쾅! 사거리에 들어온 언노운을 향해 함대 포격이 시작했다. 청룡에 올라탄 청파류 사용자들도 언노운과의 거리를 좁힌 뒤, 다시 청파를 발사해 언노운을 공격했다. ‘그럼 나도……!’ “너는 나와 함께 간다, 풋내기.” 제독이 손짓하자 뒤에서 두 줄기의 물기둥이 일어났다. “이번엔 내가 길을 열겠다. 특별히 이 전투의 피날레를 네놈이 장식할 수 있게 해주지.” 시몬이 삐딱한 미소를 지었다. ‘팔이 저러니까 양보하는 거면서.’ 쏴아아아아아아아아! 두 마리의 청룡이 7군단장과 3군단장을 각기 태우고 언노운을 향해 나아갔다. 언노운도 가장 경계하는 두 인간이 날아오는 모습을 보고는 체내의 수분을 일으켜 검은 청파를 쏘아냈다. “고작 그거냐.” 제독이 팔을 움직이자, 바로 아래에서 열 마리의 청룡이 벽처럼 상승하며 청파를 모조리 막아내었다. ‘역시 대단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제독이 팔을 척 뻗자, 열 마리의 청룡이 일제히 날아가 언노운의 가슴에 부딪혀 푸른 대폭발을 일으켰다. “이번에야말로 놈을 잡는다. 시몬 폴렌티아.” “물론입니다.” 순식간에 언노운의 복부를 지나 가슴까지 올라왔다. 얼굴과는 바로 지척의 거리. 꾸르르르륵! 그때 언노운의 턱밑에 나 있던 문어 다리 같은 촉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몬과 제독은 급히 몸을 기울여 쇄도하는 촉수들을 피해냈다. 꽈르르르르르르르! ‘빨라!’ 시몬이 급히 파멸의 대검을 휘둘러 촉수들을 튕겨내고 검은 청파를 가르고 있는데. [소년! 옆을 조심해라!] 피어의 외침에 시몬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러나 뭘 할 틈도 없이 거대한 언노운의 손바닥이 가공할 만한 속도로 시몬에게 부딪혔다. 쩌어어어어어어엉! 강렬한 충격이 전신을 관통했다. 피어의 본 아머 파츠 몇 개가 떨어져 나가며, 시몬은 충격으로 파멸의 대검을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커흑!” 시몬이 피를 토하며 추락했다. 이 광경을 본 제독이 자신이 탄 청룡을 시몬에게 보내고, 자신은 직접 촉수 위로 뛰어 올라 닻을 휘두르며 언노운의 시선을 끌었다. “허억! 헉!” 덕분에 시몬은 간신히 청룡 위에 안착해 추락을 면했다. 숨을 고르며 아래를 본 시몬은 손에서 놓친 파멸의 대검이 바다를 향해 떨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피어! 손을!” 촤르르르륵! 떨어져 나갔던 본 아머 파츠들이 다시 인력을 받아 시몬의 손에 척척 들러붙었다. 시몬이 그대로 파멸의 대검을 손으로 불러들이려 했지만, 바다에 빠진 파멸의 대검이 검은 해초에 휘감겨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낭패다.’ 상대를 회복 불능으로 만드는 파멸의 대검이 없다면 언노운을 확실히 제거할 수 없다. 그러는 사이 시몬이 탄 마지막 청룡이 언노운의 어깨에 틀어박혀 폭발했고, 시몬은 훌쩍 뛰어내려 언노운의 어깨에 착지했다. 하지만 시몬이 전투에서 이탈한 사이, 모든 언노운의 촉수가 제독에게로 향해 몰려들었고. 푸우욱! 푸욱! 그 결과 제독의 가슴과 복부에 촉수가 관통하고 말았다. 그는 축 늘어진 채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제독!” 시몬이 외쳤지만, 제독은 안광이 꺼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 최악의 방해자를 제거한 순간, 신적 존재에 가까운 언노운이 한 인간의 죽음에 극도로 기뻐하며 포효를 내질렀다. 시몬이 입술을 짓씹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는 그때. 푸확! 피를 토하며 제독이 정신을 차렸다. 시몬이 급히 다시 고개를 되돌려 제독을 보았다. 전신이 넝마처럼 찢기고 치명적인 관통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제독은 낄낄 웃어대고 있었다. “말했, 잖나. 패배가 쌓여야-” 터업. 제독이 움직이는 한쪽 손을 촉수에 얹었다. “승리를 만든다고.” <라즌 오리지널 – 수진파> 꾸르르륵! 그러자 언노운이 뭔가 이상을 감지한 듯 몸이 굳어졌다. 그의 촉수에 흐르는 수분이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그 꿀렁거림이 다른 촉수들로 이어져 언노운의 몸 전체로 퍼져 나갔다. “최소한의 방어도 전부 걷어내고 공격에만 집중하고 있었군. 어지간히 몰려 있었나.” 라즌 맥밀런에게 포기란 없다. 그는 패배로 쌓아 올린 연단 위에 서서 승리만을 바라보는 자였다. “네놈의 몸이 물을 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청파의 범위 안이다.” 꽈르르르르르르! 수진파는 청파류로 내부의 물을 조종하는 기술. 언노운이 극도로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쳤다. ‘제독이 싸우고 있다!’ 시몬도 무릎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내가 움직여서 목을 쳐야 해!’ -시몬! 그때 품에 든 통신 수정구로부터 급한 음성이 들렸다. 시몬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콰콰콰콰콰콰콰콰! 커다란 바다의 회오리 속에서, 오드레시아가 결을 붙잡은 채 몸을 회전시키며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받아요! <해산> 오드레시아가 힘차게 두 팔을 떨치자 거대한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시몬도 팔을 내밀었다. 오드레시아는 결을 타인에게 넘기는 청파에 특화되어 있다. 청파가 하늘을 거슬러 올라와 마침내 시몬의 손에 이어졌다. “고마워 오드레시아!” 시몬이 전력으로 두 다리에 칠흑을 폭발시키며 뛰어나갔다. 제독은 여전히 언노운을 방해하고 있고, 오드레시아는 자신에게 마지막 희망을 넘겼다.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다시 온다 소년!] 아까와 같은 공격. 언노운이 직접 팔을 들어 올리더니, 피할 수 없는 가속을 붙여 시몬을 향해 휘둘렀다. 꽈악! 이에 시몬은 물줄기에 손을 더 깊게 넣었다. 그 속에서 대검의 손잡이가 잡힌다. 이것은 마치 결이 대검을 휘감고 있는 느낌. 시몬이 힘차게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시몬 리메이크 - 해등(海騰)> 터어어어어어어어엉! 시몬이 대검을 휘두른 방향으로 파도를 등에 업은 검격이 뻗어 나가 언노운의 팔을 세차게 때렸다. 그 순간 팔의 움직임이 느려졌고, 시몬이 그 틈을 타 팔을 딛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드디어. “잡았다!” 눈앞에 언노운의 상처투성이 이마가 보인다. 콰르르릉! 콰릉! 시몬이 혼돈의 힘을 대검에 깃들게 했다. 거기에 비장의 기술. <벨제불 오리지널 - 타락> 검신이 붉게 물들었다. 일점에 타격을 극대화한 시몬이 있는 힘껏- “하아아아아아아!” 푸우우우우우우욱! 파멸의 대검을 언노운의 흉터 깊은 곳에 쑤셔 박았다. 살갗을 뚫고 뼈가 무너지며 뇌로 추정되는 말캉한 조직에 닿는 압도적 감각이 팔을 타고 머리로 치달았다. 께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언노운이 거친 비명을 질러댔다. 바다가 뒤집어지고, 하늘이 밝게 개인다. “아직!” 시몬이 이를 악물고 두 손바닥을 착 맞부딪힌 뒤 다시 파멸의 대검을 붙잡았다. 제독이 보여준 몸에 있는 수분을 흔드는 청파. “멀었어!” 촉수에 꿰뚫린 채 지켜보던 제독이 헛웃음을 흘렸다. “……요즘 것들은 빨리 배운다더니.” <라즌 오리지널 – 수진파> 뇌가 들끓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침내. 추욱. 언노운의 움직임이 멎어들었다. 제독을 휘감아 조이던 촉수들이 축 늘어졌고, 하늘을 뒤덮은 청파들이 모두 물줄기로 변해 비처럼 떨어졌다. 거기에 언노운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쭈우욱! 쭈욱! 탱탱한 스펀지에서 물이 빠져나가듯, 언노운의 몸에서 물줄기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시몬이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풋내기치곤 잘했다.” 전신이 짓이겨지고 구멍이 뚫린 제독이 촉수에서 빠져나와 언노운의 어깨로 올라서며 말했다. 어느새 언노운의 크기는 절반 넘게 줄어들고 있었다. “제독! 아직!” 다만, 아직 파멸의 대검을 꽂고 있는 시몬만은 느낄 수 있었다. “숨통을 끊은 게 아니에요!” 지금, 죽일 수 있을 때 확실히 죽여야만 한다. 만에 하나 살아남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악. 그때 섬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끔찍한 짓을 하려고 하네.] 촤아아아아아아아아! 언노운의 몸이 마치 액체처럼 변하더니, 갑자기 허공에 뚫린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무슨!” 시몬과 제독은 발을 디딜 곳이 사라지며 아래로 자유낙하했다. 그리고 떨어지면서 하늘에 둥둥 떠 있는 한 여자와 눈을 마주했다. 몸에 반창고를 다닥다닥 붙인 어린 외형의 여성. [내 중요한 협력자를 여기서 잃을 수는 없어.] 시몬의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었다. ‘구원자!’ 꾸르르르르르르르르륵! 결국 언노운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빨려 들어갔다. 타락의 구원자가 입꼬리를 올렸다. [다른 세계로 잠시 대피시켰어. 아직도 힘이 넘친다면 내가 대신 싸워줄까 하는데.] 그녀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어떻게 생각……] 그녀의 말이 끊겼다. 어느새 시몬과 제독이 그 자리에 사라져 있었다. * * * 쏴아아아아아! 언노운이 본래의 세계로 돌아왔다. 대륙의 사람들은 보물섬이라 불리던 곳. 먹물 같은 검은 바다가 찰랑거리는 곳. 언노운은 가만히 서서 본래의 기후를 만끽하듯 두 팔을 벌렸다. 스스스스스! 다시 몸으로 검은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며, 줄어들었던 몸이 조금씩 부풀기 시작했다. 해초들이 언노운의 몸에 들러붙었다. 자신이 태어난 세계를 자신의 손으로 멸망시킨 그였지만, 다른 세계는 만만치 않았다. 대륙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저력은 쉽게 무너뜨릴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음은 결과가 다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군단기 – 비월(飛越)>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 인간이 공간마저 뛰어넘어 그를 죽이려 나타났다. “언노우우운!” <군단기 – 귀형(歸形)> 쏴아아아아! 이번엔 언노운의 목덜미 쪽에서 물줄기가 일어나더니 제독의 형상으로 변했다. 그의 눈이 번뜩였다. “한번 잡은 승기는 절대로 못 놓치지.” “하아아아아아아!” 쩌어어어어어어어어엉! 시몬의 파멸의 대검이 언노운의 목젖을 강타했다. 방어 기능을 전부 내려놓고 회복에 전념하던 상황에서 당황한 언노운이 목에 힘을 집중했지만. 터어어어어어어어어엉! 제독이 집채만 한 닻을 휘둘러 언노운의 뒷목을 후려쳤다. ‘차원이고 뭐고!’ 시몬의 눈에 안광이 터질 듯이 피어올랐다. ‘몇 번을 뛰어넘어서라도 반드시 잡는다!’ 두 남자가 이를 막물고 온 힘을 다해 앞뒤로 서로의 무기에 힘을 가했고. 쩌어어어어어어어엉! 마침내 검과 돛이 교차한 채로 지나가며, 한 세계를 무너뜨렸던 존재의 머리가 목에서 떨어져 바닷물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촤아아! 두 사람이 몸을 크게 회전시키며 근처의 보물섬에 안착했다. 머리 잃은 언노운의 몸뚱이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며 먼지처럼 서서히 사라져 갔다. “후욱! 후욱!” “하아! 하아아!” 두 사람이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온몸의 힘을 죄다 쥐어짜 내서 손가락 한 마디도 움직일 수 없었다. “……내 덕분에 이긴 거다.” 제독이 하늘을 응시한 채 말했다. “제가 바다에 있었으니 이긴 거죠. 노익장 잘 봤습니다.” “나는 아직도 전성기다, 애송이.” 두 사람이 힘겹게 주먹을 부딪혔다. 공간까지 넘어, 마침내 두 군단장이 가장 큰 승리를 따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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