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87화 [라즌.] 그때 3군단의 본선에서 거북의 머리가 튀어나와 제독에게 말을 걸었다. [이게 내가 짜내는 마지막 힘이다. 이번엔 후회 없도록 계획했겠지?] “그래, 타이달러스.” 점점 부풀어 오를 듯 커지는 해일 위에서, 제독이 자세를 낮추고 두 손을 물에 댔다. “모든 게 계획대로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해일이 거칠게 들끓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시몬의 눈이 커졌다. ‘결을 잡는 것과는 다른 개념인가?’ 자세한 건 보지 못했지만, 비유하자면 제독의 힘을 따라 결이 집결하는 느낌. 같은 청파류 사용자로서 경외감마저 들었다. “…….” 그리고 이때, 오드레시아가 제독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제독도 그녀를 잠시 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집중했다. 콰콰콰콰콰! 마침내 해일이 최대치까지 올라오자, 제독이 말했다. “데려다주마. 하늘까지.” 그가 두 팔을 깊게 해일에 집어넣고 힘차게 밀어 올렸다. <라즌 오리지널 - 파천비류(波天飛流)>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청파류 사용자들을 태운 해일이 드높은 공중으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모두가 자세를 낮춰 균형을 잡았다. 시몬이 휘청거리는 오드레시아를 지탱해 주었다. ‘빠르다!’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빠르게 고도가 높아져 갔다. “자! 여러분! 이제 결을 잡고 뛰어내려 놈에게 한 방 먹이고 오면 됩니다!” 충분한 높이까지 올라오자, 3군단 선원이 그렇게 말하며 해일에 손을 올렸다. “이렇게!” 그가 해일 속에서 결을 붙잡고 뛰어내리더니 커다란 물줄기를 언노운에게 날렸다. <파천> 터어어어어어어엉! 물줄기가 언노운의 몸에 제대로 명중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본 청파류 사용자들이 활짝 웃더니 앞다투어 해일에 손을 올렸다. “오! 큰 결도 잘 잡힌다!” “누군가 딱 잡기 편하게 준비해 둔 것 같아! 역시 제독인데!” 이내 청파류 사용자들이 해일에서 하나둘씩 떨어지며 청파류를 언노운에게 처박기 시작했다. <수해> <파천> <파화> <연수> <청원>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인류가 사용하는 바다의 힘. 폭연으로 덮여 있던 언노운의 몸이 이번엔 수증기와 물방울로 뒤덮여 갔다. “죽어라!” 퍼어어엉! 퍼어어어어어어어엉! 각기 다른 기술을 선보이며 그들이 청파류를 때려 박았다. 연합 함대의 포격에 전혀 밀리지 않는 대충격. 아래에 있는 함선으로부터 사람들이 환호하는 게 느껴진다. “하압!” 중간에 뛰어내린 크리스티나가 청파를 연발로 날렸고. “크흡!” 그 뒤에 뛰어내린 마일러도 파천을 먹이고 내려왔다.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해일의 크기도 줄어들어 갔다. 동시에 날아오르는 해일은 점점 더 고도가 높아졌다. “슬슬 결 하나 잡고 뛰어내려! 언제까지 갈 셈이냐!” 함장으로 보이는 재킷을 걸친 남자가 맞바람을 견디며 버럭 소리 질렀다. 본 아머를 벗어서 시몬이 군단장인 걸 모르는 모양. 시몬은 도발적인 미소를 흘리며 까닥 고갯짓했다. “먼저 가시죠.” “……쯧! 나는 모른다!” 그가 언노운의 가슴 높이에서 뛰어내리며 강력한 파천을 한 방 먹이고 내려갔다. 이제 해일에 올라타 있는 건 시몬뿐이다. ‘결 하나 잡고 던지기에는 아까워.’ 아까 봤던 제독의 동작을 떠올린 시몬이 파도에 두 손을 짚었다. ‘이거 전부 던지고 온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청파류에서 가장 중요한 결. 이것이 ‘결’이라 불리는 이유는 결국 한 폭의 파도나 해류를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결을 한 번에 조종할 수 있다는 걸 시몬은 제독의 예시로 확인했다. ‘크으으!’ 먼저 큰 결 하나를 강하게 붙잡은 뒤, 그것으로 다른 결을 휘감는다. 예전에 메탈 라미아와 사용했던 협공기와 개념은 흡사하다.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 “시몬 군단장님!” 그때 갑자기 귓가에 꽂히는 외침에 시몬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오드레시아였다. ‘오드레시아가 아직도 타고 있었어?’ 놀랍게도, 그녀도 마지막까지 해일 위에 남아 있었다. “제가 보조할게요!” 그녀가 해일에 두 손을 올리며 외쳤다. “다수의 결을 하나의 결로 인지한 다음에 묶는 거예요! 처음 결을 만졌을 때를 생각해 봐요!”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시몬이 손에서 해일을 뗐다. 어느새 해일은 언노운의 목 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시몬이 후으읍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다시 해일에 손을 얹었다. ‘다수의 결을 하나로!’ 오드레시아가 도와주고 있다.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시몬이 결로 이루어진 밧줄을 쥐듯, 해일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후읍!” 그러고는 힘차게 뛰어내린다. 쏴아아아아아아아! 시몬이 딛고 있는 해일이 통째로 그를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드디어. 오만한 ‘놈’의 머리가 보인다. “신호해 줘요!” 오드레시아도 시몬의 옆에서 해일을 붙잡고 있었다. 동시에 던지자는 뜻. 시몬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언노운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그만 우리를 보는 게 어때?” 한 세계를 파멸한 존재. 윙윙거리는 파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처럼 자신의 갈 길을 가는 데 집중하는 모습. 거만하다. 시몬은 그 거신을 내려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지금까지 시몬이 움직여 본 어떤 해일보다 거대한 것. 그것을. “지금!” 언노운의 얼굴에 던진다.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하늘이 준동한다. 언노운의 몸이 순간 다 가려질 만큼 방대한 물의 파장이 터져 나갔다. 가히 압력과 충격의 결정체였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나이스! 선원들의 환호가 하늘 높이 있는 시몬에게까지 닿았다. “후욱!” 시몬이 집중력이 번들거리는 눈빛을 반짝이며 미소 지었다. “하하.” 오드레시아도 웃었다. 이내 그녀가 힘이 다했는지 스르륵 눈을 감더니 자유낙하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와놓고 추락엔 대책이 없었어?’ 난감한 녀석이다. 시몬이 다리를 쭉 펴고 떨어지는 오드레시아를 향해 나아갔다. “오드레시아!” 시몬의 외침에, 찰나 정신을 잃었던 그녀가 눈을 떴다. “손!” 시몬이 팔을 뻗으며 외쳤다. 그녀가 손을 내밀었고. 터업!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았다. 이내 시몬이 그녀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안은 다음 외쳤다. [피어!] 촤촤촤촤촤촤! 기다렸다는 듯 하늘에서 무수한 뼈들이 날아왔다. 시몬의 팔과 다리, 어깨에 착착 달라붙으며 갑주의 형태가 되기 시작한다. 안겨 있는 오드레시아가 놀란 눈으로 시몬을 바라보았다. 촤아아아아! 칠흑이 일렁이며 망토가 세차게 휘날린다. 피어와 시몬이 칠흑을 수차례 일으키며 가속도를 늦추기 시작한다. [한 가지 정정할게.] 시몬이 말했다. [군단장님이 아니라 그냥 시몬이라고 불러.] 잠시 잠자코 있던 그녀가 생긋 웃었다. “네, 시몬.” 쏴아아아아아아! 그때 바다에서부터 새로운 해일이 올라왔다. 그것은 단번에 내려오는 시몬을 쿠션처럼 받아주었다. 그리고 그 해일에서 제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힘을 아끼라고 했을 텐데. 풋내기.” [이 정도는 가뿐해요.] 덥석! 그가 오드레시아를 붙잡더니 시몬으로부터 건네받았다. 살짝 동작에 거침이 느껴졌다. “배를 지켜라. 오드레시아 함장.” 쏴아아아아아아아. 그러고는 친절하게 해일을 하나 더 불러와서 그녀를 태우고 함대 쪽으로 보냈다. 시몬이 눈을 깜박이더니 놀란 표정으로 제독을 보았다. ‘설마 아들들만 있는 게 아니라 오드레시아도…….’ 그러나 시몬의 생각은 이어지지 못했다. 제독이 손가락을 튕겨 시몬의 발아래에 유지되고 있는 해일을 꺼뜨려 버린 것. 시몬이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직접 에스코트해 준 오드레시아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시몬이 공중에서 클라우드를 보내 배 기둥을 휘감고 가뿐히 갑판에 착지했다. ‘그건 그렇고.’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고생했는데, 변화는 있는 건가?’ 언노운을 올려다보는 순간 시몬은 소름이 쭉 돋는 것을 느꼈다. 함대에 내리깔린 침묵. 어느새 880여 척 함대 전군이 모두 얼어붙은 채 하늘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걸음이…….” “멈췄어.” 함대 포격에 이은 청파류 폭격에 비로소 언노운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심지어. “저거, 우리를……!” “보는 거지?” 고오오오오오오오! 시커먼 눈동자로 인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드디어 언노운이. 인간을 인지했다. -얼어 있지 마라. 제독의 음성이 모두를 일깨웠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니까. 쿠고오오오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갑자기 주위의 바다가 언노운을 중심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치솟기 시작했다. 시몬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바다가 움직여?’ 칠흑 수류계같이 물을 통제하는 개념이 아니다. 언노운은 바다의 결을 움직이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시선을 주는 것만으로도 바닷물이 공중으로 치솟으며 구체를 이루었다. -온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무수한 물줄기가 함대에 쏟아졌다. 퍼어엉! 콰아아아아앙! 바닷물의 흐름 자체가 그들을 적대하기 시작했다. 정면에 서서 물줄기에 직격당한 전열의 함대는 통째로 갈려 나가 순식간에 전멸, 배가 가루가 되듯 분쇄되어 가라앉았다. 후열의 함대가 대함 전용 대포격 방어마법진을 펼쳤지만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이게 무슨!” “진짜 신적 존재라도 되는 되냐?” 순식간에 함대의 선두가 궤멸당했다. 바닷물이 가라앉고, 또 한 차례 바닷물이 치솟아 오른다. -다음 공격은 버틸 수 없습니다! 정말로 인간이 쓰러뜨릴 수 있는 존재인지 의심스러운 존재. 시몬이 이를 악물고 언노운을 지켜보고 있는 그때. -풋내기. 제독의 음성이 들렸다. -네놈이 청파로 놈의 얼굴을 쳤을 때, 혹시 봤나? ‘?’ 제독의 의미심장한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놈이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쿠콰콰콰콰콰콰! 언노운이 바다를 끌어 올려 공격하는 사이, 아군 진형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주위의 배가 빠르게 흩어지며 아군의 바다 한복판에 거대한 해양 소용돌이가 생겨나 있었다. 그 앞에는 바다에 두 발을 디딘 채 팔을 뻗고 있는 제독이 보였다. -놈에게 한 방 먹이겠다. 타아! 마침 3군단의 선원 한 명이 그 해양 소용돌이로 배를 끌고 왔다. 이내 배가 빨려들어 갔고, 선원이 급히 배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배 한 척을 그냥 해양 소용돌이에 버려 버린 것. 다들 저게 무슨 일인지 보고 있는 가운데. -다음 언노운의 공격! 옵니다! 제독이 그 해양 소용돌이에 ‘뭔가’를 했다. -다음은 없다. 쿠와아아아아아악! 일순. 소용돌이의 끝으로 들어간 배가, 갑자기 맹렬한 속도로 바다에서 튕겨 나가 하늘을 날아갔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눈을 부릅뜬 채 고개를 돌렸다. 배가 하늘을 날았다. 그것은 가히 음속을 방불케 하는 속도로 날아갔고, 저 끝도 없이 높이 솟아 있는 언노운의 얼굴을 향해.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틀어박혔다. 저건 단순한 함선이 아니라 선내에 화약이 가득 든 배였다. 고오오오오! 충격이 먹힌 듯, 언노운이 끌어 올린 바닷물이 형태가 무너지거나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싸울 놈들은 타고 와라. 콰콰콰콰콰콰콰! 제독이 해양 소용돌이를 붙잡더니 앞바다로 보냈다. 소용돌이의 기세가 조금 약해졌지만 범위가 조금 더 넓어졌다. 다시 한번 3군단과 청파류 네크로맨서들이 그쪽으로 뛰어들었고. 터엉! 텅! 터어어어어엉! 그들이 해양 소용돌이를 타고 하나둘 날아갔다. 수백 미터를 단번에 도약해 순식간에 언노운의 상반신에 안착했다. -언노운의 목을 따자! -가자! 오오오오오오오! 수백 명의 선원들이 언노운의 몸을 딛고 돌진했다. 얼굴이 폭연에 갇힌 언노운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중에 조금 남았던 물줄기가 그들을 향해 쏟아져 나왔다. 선원들이 무기를 휘두르거나 흑마법으로 피하면서 달려오고 있는 사이. 파박! 무수한 선원들 무리를 뚫고 단 두 개의 점이 압도적인 속도로 언노운을 등반했다. 시몬과 제독이었다. [하아아아아아!]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미친 듯이 휘둘러 물줄기를 가르며 파고들었고. “흐읍!” 그리고 제독은 아예 배 한 척만 한 크기의 닻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저런 무거운 걸 들고도 너무나 쉽게 움직이고 있었다. 퍼억! 쩡! 파박! 두 사람이 닻과 대검을 휘둘러 대며 눈 깜짝할 사이에 언노운의 가슴 위까지 올라왔다. 지켜보던 선원들이 헛숨을 들이켰다. “역시 군단장들!” “그냥 노는 물이 다르잖아!” 눈이 시뻘게진 제독이 크하하 웃으며 외쳤다. “방해하지 마라! 풋내기! 목은 내가 딴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는데요.] 시몬도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대검을 휘둘러댔다. [결사 킬러란 커리어를 계속 유지해야 해서!] 파아아아! 두 사람이 경쟁하듯 목을 향해 나아갔다. 목까지 수 킬로미터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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