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34화 히에로미르의 압제에서 벗어난 ‘해방의 날’, 아침. -시몬 폴렌티아! -시몬 폴렌티아! 더 시티의 주민들이 줄지어 행진하는 7군단에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시몬의 이름을 연호하거나 검은 옷 따위를 잘라 만든 깃발을 흔드는 등 7군단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었다. 오색찬란한 종이 장식들이 하늘하늘 바닥에 떨어진다. 그리고 행진의 선두. 매끄러운 하얀 비늘로 덮인, 돌연변이 도마뱀 언데드의 안장에 올라탄 기억 잃은 시몬이 따분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이딴 걸 꼭 해야 하나?” 시몬이 귀찮음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옆에 걸어가고 있던 자이로스가 쿵쿵 가슴을 쳤다. [이 세계에 사는 모든 자들의 머릿속에 전부 각인시켜야만 한다. 제7군단장 시몬 폴렌티아! 그 위대한 이름을!] 이번 행진은 충심으로 똘똘 뭉친 자이로스의 고집이 주요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에르제베트가 오호호 웃으며 시몬의 팔뚝에 고개를 기댄 채 고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표정 푸시와요. 가끔은 이런 것도 좋지 않나요?] 시몬이 쩝 하고 입맛을 다신 뒤 그녀의 머리를 능숙한 손길로 헝클어뜨렸다. “에르제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겠는데.” [어머나~] 그녀가 푹 빠진 얼굴의 그의 팔뚝을 끌어안았다. 시몬이 기억을 잃은 뒤, 에르제베트야말로 최대 수혜자였다. 맞은편에는 프린스가 주먹을 휙휙 휘두르며 장난을 치고 있었고, 그 위에는 라미아가 있었다. [하하하하! 군단의 히든 카드 등장이요!] -삐융! 시몬과 같이 올라타 있거나 옆에서 걷던 에이션트 언데드들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행진하고 있었다. 기억을 잃고 다소 제멋대로에 충동적으로 변한 시몬이었지만, 자이로스가 준비한 행진을 귀찮아하면서 허락한 것도 그렇고, 자신을 따르는 군단에 대한 대우는 좋은 편이었다. 용병술과 군단장으로서의 자각은 확실히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조금 뒤에서 빠른 걸음으로 따라오고 있던 쥴이 입을 열었다. “시몬, 대륙으로 돌아갈 준비는 언제…….” “사내새끼가 나한테 함부로 말 걸게 되어 있나.” 시몬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싸늘한 목소리로 일갈하자 쥴의 입이 쏙 들어갔다. 시몬이 휙 던지듯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적당히 보채라.” 그러는 사이 행진이 끝나고, 목적지인 대광장의 연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와. 시몬!” 혁명군 부단장, 다비나가 웃는 얼굴로 환영해 주었다. 그곳에는 군단과 혁명군의 깃발이 교차한 채 걸려 있고 그 아래로 새로운 더 시티의 임시정부의 깃발이 걸려 있었다. 광장 주위에는 히에로미르의 동상이 목이 떨어진 채 남아 있었거나 끌어내려져 있었다. 세상이 바뀌었다. 히에로미르의 잔재를 태우는 의식을 비롯해 연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몬은 따분한 표정으로 언데드에서 내린 뒤, 연단 위로 올라갔다. “고맙습니다! 시몬 폴렌티아 님!” “팍트로 비텐! 유트라!” “더 시티를 다스려 주십시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온갖 언어들로 시몬 폴렌티아의 이름을 연호하는 관중들이었다. 시몬은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다비나가 얼른 옆으로 따라붙으며 말했다. “이건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장비야. 그리고 이건…….” “이 옆에 쌓아둔 건 뭐지?” 시몬이 연단 옆을 가리켰다. 장작과 함께 온갖 서류들이 가득했다. “아, 그거. 주민들의 노예 서약 문서나 변절자 투표용지, 그리고 빚 같은 서무 자료들이야. 전부 지워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태우는 행사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시몬이 더 듣지도 않고 팔을 옆으로 뻗었다. “피어.” 촤르르르르르륵! 시몬의 어깨와 팔에 피어의 본 아머 파츠가 연달아 달라붙은 뒤 파멸의 대검이 척! 하고 손에 들렸다. 연신 더 시티 주민들의 환호성이 쏟아지고 있는 그때. 스릉!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연단 위의 물건들이 일제히 갈라지는 건 물론, 온갖 장식품에 연단, 축하의 뜻이 담긴 꽃까지 갈라진다. 지켜보던 관중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희는-” 시몬이 파멸의 대검에 어깨에 척 얹으며 말을 이었다. “쓰레기다.” 지독한 정적이 휘몰아쳤다. 시몬은 파멸의 대검을 어깨에 얹은 채 저벅 저벅 걸어갔다. “지난 수세기 동안 압제자 한 명을 어쩌질 못해 벌레처럼 빌빌 기어다니며 노예근성이 뼈에 사무쳐진 인간들이 바로 너희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허례허식에 신경 쓰는 꼴이 역겨워서 볼 수가 없다.” 지독한 악설을 한바탕 퍼부어댄 시몬의 안광이 일렁였다. “정의는 결국 승리한다? 자유의 가치는 숭고하다? 개소리 집어치우고 명심해라. 이딴 건 기적이 아니다.” 시몬이 대검을 휘둘렀다. 광장 전체에 검격이 번뜩이며 지나갔다. 사람들은 머리 위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단지 내 적이 이곳에 있었을 뿐이다. 너희가 지금 해야 하는 건 승리를 만끽하는 게 아니다. 히에로미르가 사라진 자리에 누가 서려고 하는지, 눈에 힘을 주고 지켜보는 거다.” 처억!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들어 대중들에게 겨냥했다. “내가 누군 줄 알고 이곳을 지배해 달라고 요청하나? 그새 바닥을 기어다니던 습관을 잊지 못하고 새 주인님이 필요한가?” “…….” “도움만을 바라는 자들에게 미래는 없다. 진정으로 자유를 원하고 그 몸에 각인된 노예 본성을 씻어내길 원한다면, 치열하게 생각하고 행동해라.” 시몬은 해방의 날 행사 분위기를 완전히 뭉개 버린 뒤 연단에서 내려왔다. 그나마 다비나가 짝짝 자그맣게 손뼉을 치며 시몬을 반겨주었다. “수고했어, 시몬.” 시몬이 픽 웃으며 말했다. “저딴 겁쟁이들을 위해 싸웠던 건가? 네가 안타깝군. 다비나.” “아니야. 나도 찔리는 것들이 많았는데 뭘. 그래도 네 연설이 사람들에게 자극은 된 것 같네.” 그녀가 조금 눈빛이 변한 관중들을 한번 바라본 뒤 말을 이었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다음 열병식이랑 연회도 전부 취소하고…….” “연회는.” 시몬이 걸어 나와 언데드 위에 올라타며 입꼬리를 올렸다. “해보는 것도 좋겠지.” “어, 어?” * * * 같은 시각. 모두가 승리의 분위기에 취해 있을 때 레테는 마무리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걸로 마지막.’ 완전히 봉인한 코랄 태양을 별에 붙인 뒤 하늘로 날려보냈다. 이 별은 레테의 밤하늘로 돌아가지 않고 대기권 밖으로 빠져나가서 한참을 나아간 뒤에 사라질 것이다. 그녀가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은 뒤 고개를 돌렸다. “고, 고생하셨습니다! 성녀님!” 군기가 바짝 들려 있는 워턴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 옆에는 서로 꼭 껴안은 시그문드와 아렌디아도 있었다. ‘나 참.’ 레테가 빙그레 웃으며 허리에 손을 얹었다. 전쟁이 끝나고 ‘아렌디아 = 제이지’라는 사실을 밝히며 레테가 직접 오해를 풀어주었다. 그 뒤, 시그문드와 아렌디아는 거의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어 서로를 꼭 껴안고 다녔다. “여러분도 부상자 치료 수고했슴다. 시몬 군단장이나 다른 사람들은요?” “아.” 워턴이 말했다. “7군단장은 무슨 커다란 연회에 군단을 이끌고 다 같이 간다는 것 같은데요.” “……연회.” 레테가 불길한 표정으로 턱을 짚었다. 파티, 음악, 유흥 하면 떠오르는 한 남자가 있었다. 바로 시몬의 아버지인 리처드 폴렌티아. 기억을 잃기 전의 시몬은 철저한 교육의 성과로 안나의 성향에 조금 더 가까웠다. 하지만 기억을 잃은 시몬의 본성이 사실 리처드 쪽을 닮았다면. ‘윽.’ 찌르르 등이 떨려오는 불안감에 몸을 한 차례 들썩인 레테가 이내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도 같이 가보죠.” “네!” 레테 일행은 즉시 연회가 열린다는 장소로 이동했다. 더 시티 대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한때 더 시티의 금융을 관장하던 은행 시설을 해방의 날 임시 연회장으로 개조했다는 것 같았다.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노래소리가 들리고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못살아.’ 레테가 즉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반짝 반짝 반짝! 사실상 파티가 벌어져 있었다. 특히 참여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니나 다를까 지하 투기장 소속의 사람들이었다. 지하 투기장 잔해에서 가져온 그 요란한 스피커나 조명을 설치해 두고 열심히 몸을 흔들어대거나 술을 마시며 해방을 즐기고 있었다. 레테는 질색하듯 몸을 한 차례 떤 뒤에 성큼 성큼 걸어갔다. “아가씨. 춤 한번 추겠어?” “레이디.” 몇몇 사람들이 느끼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지만 레테는 그런 권유를 모조리 뿌리치며 계속 걸었다. ‘불길한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어!’ 시끄럽고 조명이 요란한 무대 뒤를 지나 가장 뒤편. 조명이 비추지 않고 그늘져서 어두운 그곳에 시몬의 7군단이 도사리고 있었다. 무수한 언데드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시몬!” 그녀가 외치자 군단 소속 존재들의 동공이 움직이며 밝게 번쩍였다. 갑자기 훅 밀려드는 분위기에 레테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며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래, 시몬은 기억을 잃었어.’ 기억을 잃은 시몬이 히에로미르의 세 치 혀에 넘어가지 않고 그를 쓰러뜨린 건 과거의 시몬의 안배 덕분이다. 하지만 그 뒤는 미지의 세계다. 가치관이나 목표 의식 같은 게 없는 철부지 아이 같은 상태. 누구든 시몬을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할 것이다. 만약 배신의 군단으로 알려진 7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들이 시몬을 각성시켜 대륙을 위해 헌신하던 시몬 폴렌티아가 아니라, 오로지 정복만을 위한 강성적인 군단장으로 키우길 원한다면? 혹은 더 시티의 유력자들이 시몬을 여기 남게 하려고 이야기를 해뒀다면? 혹은 시몬이 이곳의 유흥에 눈이 돌아갔다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레테는 언데드 공포증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성큼성큼 걸어갔다. 군단의 중앙. 그곳에 시몬이 환락의 황제처럼 두 팔을 늘어뜨린 채 더 시티의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됐다. 레테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 “지금 뭐 하시는 검까?” “?” 맞은편에 앉은 두 여성은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깨달았는지 얼른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시몬이 고개를 들어 레테를 바라보았다. “…….” 레테는 심장이 덜컹했다.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그저 초면의 상대를 대면했을 때의 삭막한 시몬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입맛이 썼다. 평소의 그 따뜻하고 은은한 눈동자가 아니다. 각오는 했지만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렇게 마음이 아플 줄은 몰랐다. “과연.” 시몬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레테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기억을 잃은 시몬이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에, 신성연방 출신의 아렌디아와 시그문드, 그리고 워턴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레테의 뒤에서 신성을 끌어올리며 전투를 대비하고 있었다. 저벅 저벅. 시몬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레테는 그와 눈을 피하지 않았다.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걸 보니, 그래.” 시몬이 입꼬리를 올렸다. “네가 암흑연합의 가장 큰 적이라는 성녀 레테 샤르데나인가.” 누군가 이미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버렸다. 레테의 시선이 째릿하고 군단의 언데드들 쪽으로 향했다. 그중에 에르제베트가 입을 가리며 쿡쿡 영악하게 웃는 모습이 보인다. 촤락! 순간, 다가오는 시몬이 잔상과 함께 사라졌다. ‘바보 같은 실수를!’ 순간적으로 시몬을 놓친 그녀가 다급히 고개를 돌렸고. 터업. 뒤에서 나타난 시몬이 고개를 돌린 레테의 턱을 가볍게 붙잡았다. “예쁘네.” “!” 룬 리그 신성연방 대표팀 멤버들의 입이 쩌어억 벌어졌다. 저 부랑배 놈이 성녀에게 지금 저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무엄하다! 시몬 폴렌티아!” 시그문드가 다급히 성검을 꺼내 들며 외쳤지만 시몬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레테를 붙잡은 채 성큼 걸어서 벽에 밀어붙인 시몬이 그녀의 턱을 붙잡은 채 품평하듯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들었던 것 이상이야.” [군단장니임!] 저 멀리 에르제베트가 제 소매를 입으로 깨물고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몬은 레테의 뺨을 한 차례 쓸어본 뒤 눈을 내리깔았다. “그럼 어디-” 서서히 시몬의 고개가 다가오려는 그 순간. 짜아아아악! 적나라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몬의 고개가 옆으로 크게 돌아가 있었고 레테가 손바닥을 휘두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모두가 놀라다 못해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더 시티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가 된 제7군단장이 뺨을 맞은 것이다. 이 즈음에 자이로스는 이미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뭐 하는 짓임까.” 레테가 손을 내리며 싸늘하게 말했다. “기억을 잃었으니 참아주려고 했는데 자꾸 선을 넘네. 예절 교육부터 다시 해야겠네요.” “…….” 시몬이 고개를 돌려 은은한 분노가 느껴지는 강렬한 눈으로 레테를 쏘아보았다. “다짜고짜 폭력이라, 재밌네.” “기억을 잃으면서 저에 대한 두려움까지 사라진 거라면-” 그녀가 반대쪽 손을 들어 올렸다. “몸으로 일깨워 드리겠슴다.” 터업! 그러나 이번에는 뺨을 때리려는 레테의 손목을 시몬이 거칠게 붙잡았다. 다시 한번 곳곳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성투 실력도 정상급인 레테의 싸대기가 막힌 건 신성연방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폭력을 함부로 사용하면 쓰나.” 지금까지는 늘 시몬이 레테에게 져주는 느낌이었으나 이제는 달라졌다. 기억을 잃은 지금의 시몬은 전혀 레테의 기에 밀리지 않았다. 그가 히죽 웃으며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각오는 됐겠지.” 일촉즉발의 상황. 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고, 신성연방 멤버들도 모두 신성을 끌어올리며 무기를 휘어잡았다. 소란을 들은 더 시티 사람들이 싸움을 말리려 달려왔다. 어수선한 사태가 터지려는 순간. “―아―” 오로지 그에게만 들릴 만한 목소리로 레테가 조그맣게 속삭였다. “!” 그 말을 들은 시몬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살벌하던 시몬의 표정이 유리창처럼 깨지더니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레테는 아까 붙잡힌 손을 제 가슴 위에 올린 채 촉촉한 눈으로 시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에이 씨.” 시몬의 얼굴이 화악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가 했던 건 고작 한마디. -아파요. 시몬은 자신의 몸 상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뭐야 이 쑥맥 같은 몸뚱이는 대체!’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목구멍이 꿀렁이며 심장이 격렬하게 박동한다. 레테의 아프다는 그 한마디에 시몬 자신의 모든 것이 무장해제되며 그대로 도망치듯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그녀를 상처 입히는 걸 거부하고 있었다. 기억을 잃은 시몬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말했죠?” 비로소 레테가 촉촉하던 표정을 바꾸며 여우처럼 생긋 웃었다. “몸으로 일깨워 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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