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31화 레테가 밤하늘을 향해 팔을 뻗었다. 이에 호응하듯 밤하늘의 별 하나가 십자가 모양으로 반짝이더니 원근감을 무시하고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레테 오리지널 – 베가> 하늘에서 별을 내리는 힘. 가히 성녀의 권능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화력기였다. [신비한 기술이로군.] 히에로미르는 자신의 머리 위로 공간을 열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을 흡수해 버리고는, 정면에 다시 공간을 열어 그 별을 레테에게 날려 보냈다. 쐐애애애액! 타아아! 이때 레테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날아오는 베가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녀의 몸에 베가가 닿는 순간, 폭발하지 않고 레테에게 흡수되어 갑주의 형태가 되었다. <레테 오리지널 – 알타이르(Altair)> 별의 갑옷을 입은 레테가 유성처럼 쏘아져 나가 히에로미르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쩌어어어어어엉! 히에로미르가 방어 자세를 취했으나 힘의 차이로 주르륵 밀려났다. 무수한 건물들과 공장들이 쌩쌩 지나가며, 그가 부딪힌 곳에 광범위한 파괴 현상이 일어났다. 두 사람은 밀려나는 도중에 육탄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히에로미르가 교차한 팔을 풀며 레테의 안면을 향해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레테가 고개를 틀어 피하는 동시에 우아하게 공중에서 턴하며, 다시 한번 히에로미르에게 연타를 가했다. 쿠쿠쿠쿠쿠쿵! 콰콰콰콰! 거대한 빌딩과도 같은 건물이 두 사람의 격투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짧은 비명을 들은 히에로미르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 [종교 제국의 신성연방. 그리고 여신을 섬기는 프리스트라.] 그가 레테와 싸우는 도중 주먹을 크게 움켜쥐더니 빌딩을 한 차례 후려갈겼다. 거대한 건물 일부가 주먹을 중심으로 빠르게 금이 가며 무너져 내렸다. 레테가 뒤로 가뿐히 물러나 떨어지는 잔해들을 피했지만, 히에로미르는 자신의 머리 위에 떨어지는 거대한 파편 하나를 직접 손으로 붙잡았다. [나는 너희 프리스트들을 존경한다.] 레테가 투척 공격에 대비하며 무릎을 굽히고 있는데, 문득 히에로미르가 히죽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지으며 동공을 옆으로 굴렸다. 그는 저 멀리 건물 뒤편에 숨어 있던 더 시티의 주민들을 보고 있었다. [아무 관계 없는 목숨. 죽든 말든 자신에겐 영향을 주지 않는 생명.] 히에로미르가 주민들을 향해 파편을 던졌다. 도망치던 주민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입을 벌렸고. 터어어어엉! 레테가 섬광처럼 나타나 그들의 앞에 결계를 펼쳐 대신 파편을 받아냈다. [그럼에도 너희들은 모든 목숨을 지키지. 아니, 지켜야만 할 수밖에 없어.] 히에르미르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게 ‘믿음’이니까. 그렇지?] “인성의 밑바닥을 드러내다 못해 박박 긁어서 보여주심다. 아주.” 그렇게 말한 레테가 주민들을 돌아보며 얼른 도망치라는 듯 턱짓했다. 그들이 허리를 굽신거리며 숨죽인 채 도망갔다. [믿음은 신성의 발현에 가장 중요한 근간이라고 들었다. 그러니 분노에 휩싸여 그 깜찍한 주먹을 나한테 한 번 더 꽂는 것보다는 생명을 구하는 걸 택했겠지.] 히에로미르가 또 하나의 거대한 파편을 들어 던지고는, 지면을 주저앉히며 레테에게 돌진했다. 레테도 별을 날려서 파편을 박살 내고는, 돌진하는 히에로미르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파박! 두 사람이 서로의 팔을 붙잡은 채 강하게 힘을 주었다. 힘겨루기를 하는 것만으로 대지가 쿠르르 떨렸다. [그게 너희의 믿음에 부합되는 행동이고, 그 행동을 진실로 믿고 따르기에 너희 프리스트들이 강한 거겠지. 이해한다. 그리고 존중한다, 프리스트!] 그렇게 말하는 히에로미르가 하늘의 허공에 구멍을 열더니 도망치는 주민들을 향해 무너진 빌딩 파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란!” 레테의 소매에서 쏜살같이 빠져나간 백룡 란이 직접 배리어를 곳곳에 펼쳐 주민들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런 약점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으니 너희가 네크로맨서들한테 밀리는 거다. 그렇지 않나?] 레테가 인상을 팍 구겼다. “싸우는 중에 그 입 좀 싸물어. 새끼야.” [그런 일들을 겪어서인지 프리스트들도 변하더군. 아니, 시대의 변화에 맞게 믿음도 변화하는 건가? 전쟁을 신의 뜻으로 추종하는 자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걸 믿음으로 아는 자들까지! 심지어 그 ‘광신도’라는 자들이 사회문제라던데.] 히에로미르가 혀로 입술을 훑으며 히죽 웃었다. [단체를 위한 선의는 개인을 위한 악의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너희 같은 선한 프리스트들은 점점 종적을 감추게 되고, 악의적 믿음만 가득한 자들이 기득권을 장악하게 되겠지. 제국은 파탄 나고 언젠가 무너지게 될 거다!] “그렇게 제왕론을 잘 아는 새끼가.” 꽈드드득! 레테가 거칠게 그의 다리를 걷어차고, 주먹으로 턱을 가격했다. 꽤 타격이 있었는지 히에로미르가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며 히죽 웃었다. “정작 네 왕국은 이 모양 이 꼴로 만드냐?” [잘 알기에 이렇게 만들었지. 오로지 단 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 돌아가는 세계.] 그가 손끝을 슥 세워 들었다. [자유와 행복, 억압과 불행. 모든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고민할 필요 없이 그저 제시해 주는 삶을 사는 세상! 그것이 바로 내 구원이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 레테가 주민들을 구하느라 유성우가 멈췄고, 그사이 하늘에 뜬 공중 함선들이 비로소 코랄 주포를 발사했다. 히에로미르가 팔을 들어 주포의 화력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진짜.’ 레테가 뒤를 힐긋 바라보았다. 도망치는 주민들만 수백 명. 아직 모두 떠나지 못했다. 중간에 말을 걸고 믿음 운운한 것도 저들을 모른 척하지 말라는 협박이리라. ‘내가 상대해 본 적 중에 최악이야.’ 콰콰콰콰콰콰콰콰콰! 아니나 다를까 히에로미르가 주민들이 도망치는 전면으로 코랄 주포를 쏘아 보냈다. <브로데릭 오리지널 – 세라프 아이기스> 레테가 두 팔을 펼치며 강력한 신성마법으로 버텨냈다. 그러나 더 시티 최강의 무기인 코랄 주포의 화력이 너무 막강했다. 배리어가 깨지려 하고 있었다. “란! 서둘러!” 포옹! 그녀가 손끝으로 별 하나를 빠르게 만들어 란에게 날려 보냈다. 란의 몸에 그것이 닿는 순간 작았던 란이 급속도로 커지며 꼬리와 몸으로 직접 주민들을 휘감아 광선의 진행 방향에서 벗어나게 했다. ‘더 못 버텨!’ 레테가 방어마법을 해제한 뒤 엎드렸다. 그녀의 머리 위로 서슬 퍼런 보랏빛 섬광이 쐐애액 하고 지나갔다. 등이 다 땀으로 젖었다. ‘다시!’ 일어난 그녀가 다음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신성을 끌어모았으나. “!” 어느새 히에로미르가 시야에 사라져 있었다. 순간적으로 그를 놓쳤다는 사실에 머리가 하얘질 뻔했지만, 침착하게 고개를 돌려 저 멀리 화로의 탑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목적지는 뻔해!’ 레테가 별빛을 이끌고 제자리에서 점프했다. 건물 벽과 파이프에 발을 딛고 빠르게 공중으로 올라온 그녀가 화로의 탑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그때 그녀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허공이 열리더니 전함 한 척이 대뜸 튀어나왔다. 전함이 배리어를 펼쳤다. “비켜어어어어!” 꾸우우우우웅! 레테가 힘으로 이겨내며 전함의 방향을 틀어버린 뒤 다시 나아갔다. 저 멀리 히에로미르가 벽을 부수고 화로의 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 또한 벽을 완전히 박살 내며 화로의 탑 내부로 들어왔다. “구원자아아!” 그녀가 날아오는 속도까지 담은 힘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히에로미르가 뒤를 돌아보며 손바닥을 펼쳐 그녀의 주먹을 막아냈다. 터어어어어엉! 히에로미르가 뒤로 조금 밀려났지만, 힘으로 버티며 말했다. [한발 늦었다.] “!” 그녀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어느새 화로의 탑의 중앙에 위치했던 그 심장 모양의 금속 구조물이 사라져 있었다. ‘설마.’ 그녀의 고개가 바로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더 시티의 하늘에. 떡하니 심장 모양 구조물이 떠올랐다. 꾸드드드득! 심장 모양의 구조물이 서서히 녹아내리며 그 안에 담긴 맹렬한 보랏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비나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히에로미르가 자신이 세운 더 시티를 무너뜨릴 생각으로 그걸 개방할지도 몰라. 뒤로 물러난 레테가 버럭 소리 질렀다. “저딴 짓을 하면 정작 당신도 무사하진 못할 검다!” 히에로미르는 태연히 뒷목을 주무를 뿐이었다. [확실히 코랄은 나를 죽일 수 있는 힘이다. 나는 죽을 수도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가 히죽 웃었다. [더 시티에 들어온 너희들은 ‘확실히’ 죽는다.] “…….” [너희의 군대가 나의 군대보다 강한 건 인정하지. 하지만 더 시티에서 물러날 바에 다 같이 리셋하고.] 그가 두 팔을 벌렸다. [도시는 다시 세우는 쪽이 더 빠르겠구나.] 화아아아아아아아! 이제 막을 수 없다. 심장 모양의 금속이 완전히 녹아내리고 하늘에 새로운 보라색 태양이 떠올랐다. 아직 초기 단계일 뿐이지만 벌써 주위의 빌딩과 공장 외벽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포기하긴 일러!’ 레테가 히에로미르는 내버려둔 채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코랄 태양이 있는 방향이었다. ‘이 별을 쓰는 날이 올 거라곤 생각 못 했지만!’ 출렁! 그녀가 팔을 뻗었다. 밤하늘이 크게 한 차례 출렁이더니 이내 눈부신 빛과 함께 새로운 별이 날아왔다. <레테 오리지널 – 노바 솜니움(Nova Somnium)> 레테가 별의 방향을 유도했다. 이내 그 파란색 액체 별이 출렁이며 펼쳐지더니 그대로 코랄 태양에 충돌하며 그것을 감싼다. 이어지는 신성연방 프리스트들의 최상위 봉인마법. <디바인 씰> 키이이이이잉! 노바 솜니움으로 코랄 태양을 감싸고 디바인 씰로 봉인한다. 임시방편이지만 당장 모두가 녹아내려 버리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큭!’ 내부의 화력 에너지가 얼마나 강한지, 액체 별이 엄청난 수증기를 뿜어내며 증발하려 하고 있었다. 그녀가 눈을 감고 힘을 끌어올렸다. “하아아아아아아!” 마침내. 무수한 신성의 띠들이 휘감긴 채 코랄 태양이 증폭을 멈췄다. 그 앞에 두 손을 세운 채 봉인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가 땀을 뚝뚝 떨어뜨리며 숨을 헐떡였다. ‘조금이라도 방해받으면 위험해!’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액체 별에서부터 나온 뿌연 수증기가 주위가 안개처럼 자욱했다. 그러다. “!” 일순 수증기가 확 걷히며, 남쪽 하늘에 또 하나의 코랄 태양이 나타났다. 레테의 얼굴이 아연실색하게 변했다. ‘두 번째 코랄 태양?’ 어느새 화로의 탑이 아닌, 인근 공장 근처에서 걸어 나오고 있던 히에로미르가 두 팔을 벌렸다. [아직 시제품이 하나 더 있다! 누구도 나를 방해할 수는 없다!] 히에로미르가 함박웃음을 짓는 것과 함께 두 번째 코랄 태양이 작동을 시작한다. 화로의 탑에 있던 것이 오리지널, 이쪽은 크기도 작고 대용품에 불과하지만 더 시티 하나를 모두 녹아내리게 하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심장 모양 금속이 녹아내리고, 선명히 드러낸 보랏빛 힘이 점점 커져갔다. ‘막을 수 없어!’ 레테가 팔을 뻗은 채 저쪽에도 봉인 마법을 걸고 있었지만 너무 멀었다. 남쪽에서부터 도시가 녹아내리려고 하는 그때. <자이로스 오리지널 - 겨울 손아귀> 콰드드드드드드드드! 이번에는 두 번째 태양이 얼음에 뒤덮였다. 코랄의 빛이 점점 열기를 일으키며 얼음을 녹여갔지만 다시 꽁꽁 얼려지길 반복했다. [히에로미르라고 했나? 얕은 수작에 한숨이 나오는구나.] 두 번째 태양을 막은 건 다름 아닌 7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 자이로스. 그가 기술을 사용한 채 두 번째 태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방해를!’ 분노로 인해 히에로미르의 목덜미에 핏줄이 솟아올랐다. 그러다 그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첫 번째 코랄 태양을 봉인하고 있는 레테였다. 터어어어어엉! 히에로미르가 자리에서 도약하여 코랄 주포를 연달아 뿜어내며 레테가 있는 상공까지 날아왔다. [결국 너를 죽이면!] 히에로미르의 주먹이 들어 올려졌다. [다 끝나는 것 아닌가 성녀!] 피할 수 없었던 레테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거대한 주먹이 레테에게 내리꽂히려는 순간. “뭐가 끝나는데?” 세상을 얼어붙게 만든 음성이 울려 퍼지는 동시에, 누군가 히에로미르의 어깨를 짚었다. 공간을 찢고 나온 푸른 머리의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테의 얼굴이 환하게 펴지는 동시에, 히에로미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군단기 – 비월> 쩌어어어어어어어어엉! 풀파워로 휘둘러진 파멸의 대검에 부딪힌 히에로미르가 크게 날아가 건물을 몇 채나 부수며 다시 지면에 충돌하는 것으로 온몸이 갈려 나갔다. [크으으!] 그가 제 가슴 쪽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검상이 나 있고, 피가 뚝뚝 떨어지지만 회복이 되질 않고 있었다. 타앗. 그리고 그 앞의, 건물의 무너진 잔해 위로 피어를 입은 시몬이 가볍게 착지했다. [역시, 시몬 폴렌티아.] 히에로미르가 상처에서 손을 뗀 채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너는 나를 ‘확실히’ 죽일 수 있구나.] “…….” 한 손으로 든 파멸의 대검을 어깨에 툭 짊어진 시몬이 흉흉한 안광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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