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67화 언데드 퍼레이드는 두 시간 동안 진행된다. 그리고 피츠제럴드의 말에 따르면, 현재 펜타모니엄에서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두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펜타모니엄 최고의 스타, 오파리로의 미래 언데드 강연. 대륙 최대 규모의 화학 언데드 전시회까지. 많은 관광객들이 이 두 장소에 몰려 있고, 이 행사들은 정확히 언데드 퍼레이드가 한 시간 남은 시점에 끝난다. 즉 표를 가진 사람들이 대거 몰려나오는 것도 한 시간 남은 시점이란 뜻이다. “퍼레이드 시작에 내보내는 언데드들은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할 뿐이다. 3마리까지 언데드를 쓸 수 있다지만, 결국 평가를 받는 건 각각의 언데드 하나하나고. 비행 언데드의 칠흑량은 한정되어 있으니 마지막까지 경쟁하기 힘들지. 지금은 실력에 자신 없는 자들이 들뜬 분위기를 이용해 일정 부분 표를 챙겨보려고 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말한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이건 나중을 생각하지 않는 안일한 행동이다. 관중들은 곧 지겨워할 테고, 저렇게 표를 주는 것도 극초반뿐이지.” 으흠.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설명만 들으면 한 시간 뒤에 언데드를 꺼내는 게 가장 좋아 보이는데.” “대부분의 네크로맨서들은 그렇게 하겠지. 하지만 우리는 아니다.” 피츠제럴드가 자신만만하게 말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을 봐라. 화려할 뿐 시선을 확 잡아끄는 비행형 언데드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카드는 베히모스. 등장하는 순간 주위의 모든 시선을 끌어당긴다. 첫 임팩트는 단연코 압도적이지. 가장 극적인 시간대에 이 카드를 사용하는 게 맞다.” 에슈가 눈을 반짝였다. “바로 그 시간대가 퍼레이드 ‘마지막 30분’이란 거지?” “그래, 그 즈음이 하이라이트이기도 하고 야광 풍선이 올라오는 등 각종 이벤트가 벌어지는 때다. 이번 언데드 퍼레이드 최고의 우승 후보라고 할 수 있는 유드레이, 비빌론, 불가카르 모두 퍼레이드 종료 30분 전에 자신의 언데드를 내보내겠다고 공식석상에서 밝혔다. 관중 모두가 그들의 언데드를 보기 위해 표를 아낄 테고,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30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바로 그때.” 피츠제럴드의 안경이 반짝였다. “우리가 크기와 질량으로 그들의 표를 빼앗아 온다.” “방금.” 이야기를 나누던 시몬과 일행이 고개를 돌렸다. “내 이름이 들린 것 같은데.” 낯선 사람이 이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검은 코트와 녹색 넥타이, 그리고 흑마법으로 신체를 개조한 듯 길게 늘어진 목의 남자가 실실거리며 웃고 있었다. 입을 쩍 벌리고 혓바닥을 내밀자 거기서 다시 튀어나온 입이 말하고 있었다. “바로 나 유드레이의 이름을 말입니다.” 시몬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유드레이, 이 사람이 이번 퍼레이드의 우승 후보 중 하나.’ 독과 약물에 미쳐 있는 매드 네크로맨서 특유의 위험한 냄새가 풀풀 풍기는 남자였다. 그가 킥킥거리며 말했다. “그 교복을 보니 키젠이군요? 상대가 키젠이라면 모자람은 없지요. 하지만 아까 내 귀를 의심케하는 이야기가 들렸는데 말입니다.” 일순 그의 눈빛이 번쩍였다. “누가 누구의 표를 빼앗아 온다고요?” 키이이이이이잉! 일순 주위 거리의 풍경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공포스러운 광경에 에슈가 토토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쳤다. 반면 시몬과 피츠제럴드는 태연했다. 시몬은 허리에 손을 얹은 채 피식 웃었다. “내가 풀까?” “아니.”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어느새 그의 등 뒤에 마법진이 펼쳐져 있었다. “군단장이 나설 일이 아니다. 내가 하지.” 와장창창창! 순식간에 붉은 거리가 유리창 깨지듯 사라지며, 다시 주위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드레이가 긴 목을 움직여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다. 이내 혓바닥의 입이 히죽 웃었다. “제법이군요! 바힐이 잘 가르쳤네요.” “남한테 저주 함부로 쓰지 마세요.” 시몬이 제 목을 툭툭 두들기며 웃었다. “다음엔 목 날아가니까.” “……호오.” 그가 천천히 눈을 아래로 굴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제 목에 절취선 같은 검은 자국이 그려져 있었다. 저주 저항이 뚫렸다. 무슨 종류의 저주인지도 알 수 없다. 바힐의 제자라면 그럴 만하다고 생각하며 섬뜩함을 느끼면서도 유드레이는 웃었다. “역시 그 유명한 배신의 군단장. 많은 이들이 당신의 힘을 노리고 있지요.” “충고하지 않아도 잘 압니다.” “나야 군단을 가져도 그만, 안 가져도 그만이지만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그 남자는-” 아. 하고 유드레이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왔군요.” 주변의 온도가 일순 뚝 내려갔다. 시몬은 천천히 눈을 굴려 뒤를 돌아보았다. 로브 차림에, 눈 밑에 커다란 눈물 자국 같은 것을 그려 넣은 창백한 외모의 남자가 시몬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신의 군단장.” 그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잘도 펜타모니엄에 왔구나. 죽음의 마녀가 널 영원히 지켜주리라 생각하지 마라.” 시몬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신지?” “불가카르.” 눈 밑에 그려진 청색 눈물 자국이 한 차례 꿀렁이며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배신의 군단 사태에 친우를 잃은 사내다.” 가만히 지켜보던 에슈가 화를 참지 못하며 말했다. “아니! 그걸 왜 시몬한……!” “괜찮아, 에슈.” 시몬이 태연하게 에슈를 말린 뒤 그를 보았다. “그래서, 싸우기라도 할 겁니까.”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펜타모니엄 한복판에서 죽음의 마녀를 거스를 수는 없겠지.” 그의 눈알이 데구르르 돌아갔다. “하지만 네 계획을 망치는 데는 흥미가 있다. 네가 펜타모니엄과 대중들 앞에 나온 이유가 무엇이든-” 그의 목소리가 섬뜩하게 변했다. “철저하게 찍어 눌러주마.” “과거에 제 군단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진심을 담아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시몬이 눈을 치켜뜨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전 이길 겁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살벌하게 교차했다. 이내 불가카르가 등을 돌렸다. “기대하지.” 불가카르가 서서히 냉기를 이끌며 사라져 가고, 목이 길쭉한 유드레이도 킬킬 웃으며 멀어져 갔다. 두 사람이 물러나자 숨 막히는 살기도 사라지고, 뒤늦게 뒤에 있던 에슈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심장 터지는 줄 알았네.” 그렇게 말한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현역 네크로맨서랑 싸우면서도 넌 어쩜 그래. 진짜 기도 세다니까.” 동갑이지만 이럴 때 군단장으로서의 경험의 차이를 절감하는 에슈였다. 시몬이 그녀를 돌아보며 답했다. “걸어온 싸움은 받아줘야지. 이렇게 된 이상 더 확실히 이겨야겠어.” “시몬, 여전히 지켜보는 시선들이 있다.” 피츠제럴드가 안경테를 붙잡으며 말했다. 이곳은 주위에 네크로맨서들이 가득한 곳. 배신의 군단장을 보려고 온 어둠 속의 눈동자들이 번뜩이고 있었다. “로레인이 함께 있는 동안은 없었는데 말이다. 잠시 군것질거리를 사러 간 사이 이런 일이…….” “맞아. 겁쟁이들!” 그때 어둠 속에서 지켜보던 눈동자들이 갑자기 하나둘 휙휙 시선을 돌리거나 사라지기 시작했다. 왜 저렇게 헐레벌떡 도망치나 했더니. “시몬.” 마침 근처 노점에서 봉투에 빵을 담아 온 로레인이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네프티스의 딸이 등장하자 주변 네크로맨서들이 후다닥 사라지는 모습에 시몬은 웃음을 흘렸다. “응?” 로레인이 눈을 깜빡였다. “왜 그래? 시몬.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아무것도 아냐.” “로레인 니임! 이상한 사람들이 자꾸 시비 걸어요!” 에슈는 바로 로레인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칭얼댔다. 로레인이 웃는 얼굴로 달래주었다. “부랑배들은 신경 쓰지 말자. 실력으로 보여주면 돼.” 로레인이 어른스럽게 타이른 뒤 시몬을 돌아보았다. “분위기를 보니까, 소환수 간의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괜찮지?” 시몬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물론 괜찮아. 싸움이 불가능한 체급 차겠지만.” -환호와 즐거움의 끝으로 치닿고 있는 언데드 퍼레이드! 이제 30분 남았습니다! 도시 곳곳에 펼쳐진 마나 스크린에서, 축제 사회자가 활짝 웃는 얼굴로 남은 시간을 알려주고 있었다. -앞으로 5분 뒤에는 더더욱 치열해지겠죠? 기대되네요! 언데드 전시회장 앞. 이곳은 전시회를 본 사람들이 빠져나오면서 현재 펜타모니엄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붐비는 장소였다. 전시회에 있던 관람객들은 캐스트 완드를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도 않았기에, 그들의 표를 노리는 네크로맨서들이 주변에 많이 몰려들어 있었다. 모두가 이 자리가 명당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어쭙잖은 실력이라면 다른 곳으로 가는 게 나았다. 그만큼 이곳은 온갖 강자들로 득실거렸다. 특히. “불가카르 님!” “여기 봐주세요!” 언데드 퍼레이드의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불가카르가 거리 한복판에 떡하니 서 있었다. 그의 등장만으로도 사람들은 주위를 빙 둘러싸고 마력 촬영구로 촬영하거나 캐스트 완드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었다. 불가카르! 불가카르! 가히 독보적인 인지도. 이 정도라면 불가카르가 평범한 좀비 하나만 꺼내도 사람들의 관심과 표가 쏠리는 건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불가카르가 눈을 감았다. ‘제작 기간만 2년, 오래 걸렸지만 기어코 완성했다.’ 심사 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건 자신 있었다. 자신의 언데드는 기능적으로도 최고였으니까. 하지만 완벽하게 1위를 따내기 위해 대중들의 인기도 소홀할 수 없다. 그가 한 손에 확성 수정구를 들었다.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튼 프레임으로 만든 언데드 가루다, 보여 드리겠습니다.” 길거리의 관중들이 박수와 함성을 보내며 기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손목시계로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한 불가카르가 아공간을 열려는데. -전 이길 겁니다. 일순 시몬의 얼굴과 목소리가 아른거렸다. 불가카르가 후욱 하고 숨을 내뱉은 뒤 말했다. “시작하기에 앞서 제 소신을 밝히자면 이 사회와 암흑연합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중시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배신의 죄는-”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 주위의 지켜보던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하거나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소 뜬금없고 맥락 없는 이야기라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또 몇몇 사람들은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대앵! 댕! 퍼레이드의 남은 시간이 30분 남은 것을 알리는 시계 종소리가 들린다. 경쟁자들이 아공간을 열기 시작했고, 불가카르도 움직였다. “그럼 가겠습니다.” 그는 미리 준비해 둔 마법진들을 주위에 펼치고는 ‘묘소’를 사용했다. 바닥에서 비석이 올라오고, 주위의 마법진들이 비석에 연달아 달라붙었다. 이내 비석 위로 시뻘건 화염이 일직선으로 날아올랐다. 상공에 다다른 그것이 거대한 네 쌍의 날개를 펼쳐냈다.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언데드 가루다다!” “진짜였어!” “언데드로 구현한 건 처음 아닌가?” 처음에 나온 화염은 사라졌지만, 가루다의 칠흑이 10개의 구를 이루며 주위에 빙글빙글 회전했다. 화염과 중력을 응축해서 만든 흑마법. 가루다만이 쓸 수 있는 특수기였다. 관중들은 하나같이 들뜬 얼굴로 메모리얼 수정구와 캐스트 완드를 들어 올렸다. ‘완벽해.’ 불가카르는 자신의 소환수에 확신이 있었다. 가루다에 푸른빛이 모여드는 것을 즐겁게 지켜보고 있는데. 오오오-! 등 뒤에서 떠들썩한 환호성이 들렸다. 뭔가 했더니 저 멀리 하늘에 기다란 뱀 형태의 언데드가 구름을 이끌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불가카르가 인상을 팍 썼다. ‘유드레이의 소환수! 내 표를 노리는 건가!’ 경쟁자인 유드레이 또한 여기서 본인의 가장 자신 있는 언데드를 꺼낸 모양. 하지만 질 수 없었다. 시간은 저녁. 도시의 높은 상공에는 옵저버 아티팩트가 조명을 비추고 있었다. 가루다는 그 조명이 가장 잘 받는 곳으로 날아갔다.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하늘을 가리켰다. “저기 가루다를 봐!” “뭔가 하려는 것 같은데?” 언데드 가루다가 더더욱 열기를 끌어올리며 주위에 칠흑 공들을 계속해서 생성했다. ‘자! 다들 눈 크게 뜨고 봐라!’ 비장의 기술이 준비되었다. 불가카르가 이내 가루다에게 명령을 내리려는 그 순간. “?!” 갑자기 촛불이 밤바람에 꺼진 것처럼, 주위가 훅 하고 어두워졌다. 거대한 그늘이 가루다와 뱀 언데드를 가렸다. 하늘의 조명이 가려지며 주위가 일순 어두워진 것이다. 고개를 든 사람들의 입이 벌어졌다. “저게…….” “뭐야?”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그것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가루다와 근방의 모든 비행형 언데드들의 존재감을 파묻어 버리며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하늘을 나는 거대한 고래였다. -스어어어어어어어! 그것이 내뱉는 울음소리에 관중들은 혼을 쏙 빼앗기고 말았다. 전원이 찌릿찌릿 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을 느꼈다. 크다. 거대하다. 그런 단편적인 감상이 들어오고, 그 이상의 거대한 무언가가 시야를 덮친다. 거대한 육체, 남아 있는 날카로운 이빨과 뿔, 방대한 크기의 칠흑 코어, 그리고 내부에 보이는 에메랄드 빛깔의 무엇까지. 완전히 처음 보는 언데드임에도 그저 규모와 크기에 압도당한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사방에서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마력 촬영구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저거 뭐야? 황천고래 같은 건가?” “모르겠어! 하지만 대단해!” 관중들 사이에서 그 정체에 대한 물음이 쏟아졌다. 기능과 성능을 중시하는 네크로맨서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큰일이다! 사람들이……!’ 불가카르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주위의 사람들이 전부 저 거대한 고래만 보고 있었다. 뭐라도 해야 한다. 불가카르가 머리채를 붙잡고 고민하고 있는 그때. -자! 지금부터 돌발 이벤트를 시작합니다! 축제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은 시간이 30분이 되는 시점에, 도시의 곳곳에 밤에서도 잘 보이는 야광 풍선이 공중에 튀어나왔다. 수 백 개가 넘는 숫자였다. -비행 언데드들의 힘과 속도를 과시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가장 많은 풍선을 터뜨리는 비행 언데드에게는 퍼레이드가 끝나는 순간까지 도시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불가카르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건 기회다!’ 불가카르는 즉시 가루다에게 야광 풍선을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가루다의 칠흑공은 다수의 타깃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압도적인 이점이 있었다. ‘이거라면 이길 수 있다! 저 덩치만 큰 언데드는 풍선 하나 터뜨리는 것도 힘들겠지!’ 불가카르뿐만 아니라 다른 네크로맨서들도 가장 가까운 풍선을 향해 제 언데드를 돌진시키고 있었다. 가루다의 칠흑공이 전면의 풍선을 터뜨리려 나아가는 그 순간. 쐐액! 갑자기 허공에 에메랄드빛 선이 그어지며 풍선이 터졌다. “?!” 불가카르의 눈이 부릅떠졌다. 다른 네크로맨서들도 입을 벌렸다. “뭐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어!” 퍼엉! 펑! 퍼버벙! 가루다뿐만 아니라 주변의 풍선을 노리고 달려들던 다른 언데드들도 눈앞에서 풍선을 모조리 빼앗기고 있었다. 이 근방에 있는 모든 풍선이 터져 나가고 있었다. ‘저렇게 빠른 언데드라니! 누가 조종하는 거지?’ 불가카르가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쐐애애애액! 쐐애애애애애애액!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화려한 우주쇼처럼, 무수한 에메랄드빛 섬광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그것이 주위를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며 공중의 풍선을 모조리 터뜨려 버린 것이다. 도시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그 타이밍에. 촤아아아! 촤아아아아아! 하늘을 휘젓던 정체불명의 에메랄드빛 섬광들이 일순 고개를 돌려 한 방향으로 향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바로 공중에 군림하듯 가만히 떠 있는 베히모스였다. ‘저 자식! 설마!’ 불가카르의 표정이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마나 스크린에는 풍선을 터뜨린 순위가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있었다. [8위 피로네 – 14개.] [7위 란드로스 키로몬 – 15개.] ……. [1위 시몬 폴렌티아 – 124개.] 파앗! 팟! 팟! 놀랍게도 수많은 에메랄드빛 섬광이 터뜨린 풍선의 개수는 ‘단 하나의 언데드’가 잡은 것으로 환산되었고. 유리탑 꼭대기의 스포트라이트를 비롯한 모든 조명이 시몬의 베히모스 전함에 집중되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저거 뭐야? 저 고래가 발사한 거야? 빠른데! 떠들썩한 함성이 도시를 뒤흔들었다. 압도적인 덩치에 이은, 화려함과 정밀함의 극치.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시몬의 베히모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켜봐, 사샤.’ 전함의 꼭대기.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베히모스의 머리 위에 올라타 있던 시몬이 씩 웃으며 팔을 휘둘렀다. ‘아마 어디서든 보일 거야.’ 다시 한번 베히모스 전함에서 발사된 에메랄드빛 섬광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도시 전체를 밝게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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