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19화 최고학년 커리큘럼의 ‘적응 기간’인 첫 달. 오늘도 전교생 281명이 함께하는 공통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업은 주로 부총장 제인이 이끌었다. 그녀가 지휘봉으로 전술지도를 가리켰다. “좋습니다, 이제 폭격 범위를 지나 C지역을 지납니다. 이때 E지역으로 바로 갈 수 있는 허름한 폐다리가 보입니다. 전방 500보 앞 건물에는 납치범과 인질 5명이 있습니다. 인질 중에는 임무 리스트에 있던 고위가문의 영애가 보입니다. 이때 가장 적절한 의사 결정은 무엇일까요?” 학생들이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고, 출석부를 훑어본 제인이 불쑥 말했다. “카미바레즈 우르슬라.” “아, 네넷! 카미바레즈 우르슬라입니다!” 시몬의 옆자리에 앉았던 카미바레즈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일어섰다. “정답은?” “이, 인질을…….” 카미바레즈가 창백한 얼굴로 우왕좌왕하다가 말했다. “최, 최대한 적을 자극하지 않도록 다가가서 빠르게 구한다면……!” 제인이 더 들어보지 않고 새로운 이름을 불렀다. “피츠제럴드 잉겔스.” “피츠제럴드 잉겔스입니다.” 전체 15위, 돌연변이 동아리의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인질을 포기하고 폐다리는 방치한 채 본래의 D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자, 잠깐만요!” 카미바레즈가 당황했고, 피츠제럴드는 안경을 빛내며 고개를 돌렸다. “현재 B방면에서 폭격이 진행 중이다, 카미바레즈. 지금까지의 포격 진행 방향을 고려했을 때 다음 폭격은 C방면일 확률이 가장 높아. 인질을 구할 수는 있겠지만 생환이 문제고, 폭격에 휘말려 인질은 물론 전원이 전멸당할 가능성이 커. 폐다리는 근처에 적이 있었으니 함정일 경우의 수를 고려해 패스. 인질을 무시한 채 직진하면 원래의 루트로도 시간에 맞춰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 제인이 카미바레즈를 바라보았다. “카미바레즈 학생. 왜 인질을 구할 거라고 판단했죠?” “저, 저라면…….” 그녀가 우물쭈물하다가 말했다. “……건물의 벽 틈으로 피를 넣어서 빠르게 납치범들을 제압할 자신이 있으니까요.” 오오-! 동기들이 환호하거나 왁자지껄하게 웃었다. 제인도 드물게 미소 지었다. “물론 현장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고려해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워게임입니다. 일반적인 수준의 병사라는 점을 고려해서 움직이는 겁니다. 분에 겨운 인질 구출은 최악의 결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본 수업은 현장에서의 전술적 판단력을 기르기 위해 진행합니다. 다시 해보죠.” 카미바레즈가 시무룩하게 자리에서 앉았다. 메이린이 그녀를 위로하며 머리를 쓰담쓰담해 주었다. “그보다 이게 다 뭐냐고.” 딕이 숨죽인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전시 행정 철차에 이어서 워게임이라니, 진짜 우리한테 전쟁이라도 시킬 생각이야 뭐야?” 시몬도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 평소 키젠의 수업 난이도에 비하면, 이 정도는 익숙하지 않을 뿐 어렵지 않은 수업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심적으로 도저히 편치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을 우리에게 시키려고 이런 걸 가르치는 걸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런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전에 제인의 통합수합이 끝나고, 오후는 별야가 학생들을 맡았다. 수업 장소는 맹독학관이었다. “최근 일어나는 결사 사태에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별아가 삼각형의 삐쭉삐쭉한 상어 이빨을 드러내며 쓱 웃었다. “수많은 주민들을 정신 나가게 만들었던 결사의 약물 사태로 시작해서 벨하이츠의 독가스까지! 놈들은 새로운 독과 화학물들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거지!” 그녀가 유리병에 든 액체를 짤랑짤랑 흔들었다. “이게 뭔 줄 아나?” 시몬 옆자리의 딕이 손을 들었다. “딕 헤이워드입니다! 잘 모르겠지만 저게 곧 저희 입에 들어갈 거란 사실은 알 것 같습니다!” 푸흡! 큭! 곳곳에서 동기들이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는 모습이 보인다. 메이린이 ‘미친놈아!’ 하고 조용히 말하며 그의 팔뚝을 찰싹 때렸다. “응? 어떻게 알았냐?” 별야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학생들의 얼굴에 그제야 웃음기가 싹 빠졌다. “이건 흔히 말하는 결사의 약물. 사람들의 내재된 욕망과 충동을 자극하고, 동공이 삼각형으로 변하는 바로 그거야. 너희는 이걸 먹고 저항력을 쌓는 연습을 할 거다.” 강의실이 곧바로 초토화되었다. 온갖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아마 지금 이대로라면 클라우디아의 보이콧이 성공할지도 모른다. “아, 시끄러 시끄러! 하여간 키젠 3학년이란 놈들이 겁만 더럽게 많아서! 이건 수용액이다. 원액에 비해 함량이 20%에 불과해.” 그녀가 유리병을 흔들었다. “그리고 결사에서 사용하는 독에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대륙에는 자라지 않는 작물이 재료고, 이들 모두 비슷한 성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지. 즉! 이 지금 나와 있는 독들을 마스터하면 앞으로 결사가 어떤 독을 쓰더라도 저항하기 수월해진다는 거다.” “…….” “이미 해독제가 나와서 정복된 약물이기도 해. 니들을 아끼고 도는 죽음의 마녀도 허락한 일이야. 그러니.” 그녀가 유리병을 똑 따고 제 입에 콸콸 털어 넣더니 크흐! 하고 추임새를 흘렸다. “맛봐야겠지?” 그렇게 실습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이 흑마법으로 건물을 폭발시키면 곤란하니, 그들 모두가 칠흑의 외부 방출을 통제하는 아티팩트 장치를 착용하고 결사의 약물을 입에 털어 넣었다. “다들 저항계 최대한 활성화시켜! 1학년 이후로 맹독학 안 들은 새끼들은 칠흑이라도 전신에 미친 듯이 돌려!” 별야가 깔깔 웃으며 돌아다녔다. 학생들은 다들 자리에 앉은 채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독에 지지 마! 끝까지 견뎌! 네크로맨서의 육체가 독에 적응해서 내성을 만들어낼 때까지 악착같이 버티라고!” 그러나 곧바로 몇몇 학생들은 반응이 왔다. 동공이 흐릿흐릿하게 변하더니 삼각형으로 일그러진 것이다. “아아아아악! 열받아! 탈출하고 싶다! 바다로 나가고 싶다!” “뭘 꼬라봐?” “내 인생은 내 거라고! 왜 부모님은 늘 나한테만……!” 순식간에 강의실 전체가 혼란의 도가니로 변했다. 약물 효과가 돈 학생들이 본능에 심취하여 하고 싶은 대로 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교들이 뛰어들어 저주로 제압하거나, 몸으로 붙잡아 말려서 해독제를 먹였다. ‘이게 무슨…….’ 멀쩡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시몬이 실눈을 뜨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술판인가?’ 결사의 약물에 취했다기보다는 거의 본능대로 움직이는 짐승이 되어 있었다. 주위가 온통 난장판인 가운데. 저벅 저벅. 묵직한 발소리가 들렸다. 실눈을 뜬 시몬이 고개를 돌렸고. ‘아차.’ 헥토르가 지나가고 있었다. 6군단의 힘을 얻어서 정신이 오염된 그는 걸어다니는 시한폭탄. 결사의 약물을 먹었다면 혹시……. “거기 덩치! 괜찮냐?” 별야가 말했다. 헥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6군단 관리자가 제 몸에 섞여 있습니다. 외부의 정신 공격은 제게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거 편하겠네! 애들 관리나 좀 도와라!” “예.” 헥토르가 널브러진 학생들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생각보다 멀쩡한 모습에 시몬은 안도했다. “시모온~” 그러나 조금 신경을 끄기 무섭게 갑자기 귓가에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내 등 뒤에서 누군가가 강한 힘으로 확 덮쳤다. 시몬이 급히 고개를 돌리니 카미바레즈가 붉어진 눈으로 시몬을 깔아뭉갠 채 헤헤 웃고 있었다. “저 빨아 먹고 싶어요~” ‘뭐, 뭐를?’ 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내려왔다. 시몬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사람이 너무 당황하니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몸도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시몬이 허우적거리고 있는 그때. “웃차아!” 별야가 능숙하게 카미바레즈의 어깨 사이에 손을 넣고 들어 올렸다. “애기 뱀파이어가 여기 있다는 걸 깜빡했네. 평소에도 본성을 통제하고 있다면, 이런 약물에는 보통 사람보다 더 취약하겠지?” 뒤따라온 맹독학 조교가 능숙하게 카미바레즈의 입에 해독제를 물려주었다. 해독제를 마신 그녀의 몸에 비로소 힘이 쭉 빠졌다. “상태가 안 좋은 녀석들은 바로 해독제 먹이고 빈방으로 옮겨! 아직 버틸 수 있는 녀석들은 최대한 버텨봐! 버티면 버틸수록 몸에 독에 대한 저항이 형성된다!” “네!” 별야가 카미바레즈를 데리고 갔다. 시몬이 간신히 살았다고 생각하며 다시 자리에 앉으려는 그때. “……야.” 어느새 메이린이 시몬의 앞에 와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 무릎을 꿇은 채 시몬을 사납게 째려보고 있었다. “메, 메이린!” “니가 피온이면 다야? 어?” 그녀의 눈동자가 파직거리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사람의 마음을……! 어, 너 피온이었구나! 시몬이 피온이었지 참! 피온 니임~” 메이린이 두 팔을 벌리며 달려드는 걸 피한 시몬이 얼른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바로 세웠다. “괜찮아? 당장 해독제를……!” “피온니이이이이임.” 그녀의 눈이 빙빙 돌아갔다. 다행히 조교가 와서 그녀에게 해독제를 먹였다. 시몬은 진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나중에 끝나고 사이 더 어색해지는 거 아니겠지?’ 281명 중에 100명이 중도 탈락. 나머지는 최대한 버티는 중이었다. “수고했다!” 별야가 시계를 바라보았다. “전원 해독제 섭취! 정신이 돌아오면 결사의 약물을 마셨을 때 반응이나 행동들을 기록하고, 다음에 마셨을 때 첫 시도에 비해 얼마나 더 나아졌는지 확인하도록 해라!” “자, 잠깐만요!” “이걸 또 마셔요?” 별야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물론이지! 완전한 면역과 저항력을 가질 때까지 계속 반복할 줄 알아!” * * * 적응 기간이라지만 수업은 상당히 힘들었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느낌. 1학년 초기에 고생하던 기억이 솔솔 나기도 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바힐이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저주학 쪽도 꽤 충격적이었다. -지금부터 사람을 효과적으로 죽이는 저주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흠칫했다. 바힐은 빙긋 웃으며 분필을 들었다. -상대는 결사, 긴급한 현장에서는 이런저런 사정 봐줄 것 없습니다. 금단이라고 알려진 살해 저주. 물론 둠(Doom) 같은 즉사 저주도 존재하긴 했지만, 상당히 조건이 까다로웠고 바힐은 살해 저주를 조금 다르게 해석했다. -이 상태에서 저주로 식도를 막으면 죽습니다. -이 부위를 압박하면 착란에 빠지죠. 정말로 사람을 죽이는 방법들. 물론 위급 상황에 결사에 한해서 사용하는 저주였고, 보통 사람에게 사용하면 그대로 퇴학인 종류의 기술도 있었다. 학생들은 굳은 얼굴로 필기를 이어나갔다. 대체 이 ‘적응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조금은 두려워졌다. 그렇게 오늘 하루 통합 수업이 모두 끝났다. 다들 모두 지쳐서 일찍 기숙사로 돌아갔지만, 시몬은 쉴 틈이 없었다. 바로 산적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회실로 돌아왔다. “여어.” 잔뜩 지친 얼굴의 딕이 소파에 앉아 손을 휘척휘척 흔들었다. 시몬도 웃는 얼굴로 반겼다. “괜찮아 딕?” “별로 안 괜찮은데 일은 해야지. 아, 카미랑 메이린은 오늘 하루 쉰대.” “그, 그래.” 하긴 오늘 바로 얼굴 마주 보고 일하기엔 얼굴이 화끈거릴 만한 일들이 많았다. 딕이 두 팔을 촥 펼쳤다. “학과 내 꼬였던 후원 관련 문제는 어떻게든 진행 중.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은 아니더라. 뭐 이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 같고. 아! 그보다 1학년 치엘라에게 맡긴 일은 어때?” 책상 위를 살핀 시몬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별다른 보고가 없네.” “회장인 네가 가서 한번 상황을 보고 와야 할 것 같은데.” 딕이 품에서 새로운 마력 촬영기 사진 한 장을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고 밀었다. “1학년 철없다고 손 놓고 있기엔, 점점 더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 같아서.” 사진을 본 시몬의 표정이 굳어졌다. 1학년이 칼을 같은 1학년의 목에 겨누는 사진이었다.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치엘라는 어디 가면 볼 수 있지?” * * * 1학년 캠퍼스 강의실. A반. “…….” 다음 칠흑역학과 수업을 기다리며, 특례 1번 치엘라는 턱을 괸 채 뚱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마를 책상에 댄 채 어깨를 위아래로 들썩이거나, 깃펜을 입에 질겅질겅 씹거나, 인상을 바짝 쓰기도 했다. 지나가는 학생들이 수군거리며 제 이마 위에 손끝을 빙빙 돌리다가 강의실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하아아.” 그녀가 퀭한 얼굴로 한숨을 쉰 뒤, 고개를 드는데. “치-엘라!” 와락! 뒤에서 번뜩이는 손길이 있었다. ‘우왓!’ 하고 놀란 그녀가 몸을 파르르 떨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놀랐잖아! 미렌나!” “히히!” 갈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옆자리에 앉았다. “요즘 내내 그렇게 힘없는 반응이네요, 치엘라. 무슨 고민 있어요?” “그런 거 없어.” 치엘라가 뚱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한쪽 텅 빈 자리를 가만히 응시했다. “……우리 반에 레코니. 알지?” “물론이죠! 활력도 넘치고 분위기 메이커였잖아요!” “평민 나부랭이지만.” “그렇게 말하면 못써요, 치엘라.” 치엘라의 눈썹이 조금 내려갔다. “어쨌든 걔, 며칠 전부터 수업에 안 나오던데 왜 그런지 알아?” “나도 잘 몰라요. 마투학 수업 시간에 다친 거 아닐까요? 키젠에서는 병동에 실려가도 수업 진도는 계속 나가잖아요.” 그 말을 들은 치엘라의 눈매가 좁혀졌다. ‘다쳤다라, 다치긴 했지.’ 마투학 시간에 B반과의 합동 수업 이후, 레코니는 보이지 않게 됐다. 그리고 그가 필사적으로 교복으로 꽁꽁 싸매고 있었지만 치엘라는 보고 말았다. 몸 곳곳의 구타로 생긴 상처들을. 파르르- 그녀의 주먹 쥔 손이 떨렸다. 침이 몇 번이고 꿀떡 꿀떡 넘어갔다. ‘나라도 해결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닌데……!’ 웅성 웅성 웅성! 그런데 유난히 강의실이 시끄러웠다.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창문에 찰싹 붙어서 복도를 보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진지해야 하는 와중에 저렇게 속 편한 바보들이 짜증 났다. 그녀가 버럭 외쳤다. “아! 떠들 시간 있음 수업 준비나 해! 어제도 교수님한테 혼났으면서……!” “온다 온다!” “이쪽으로 오는데?” “꺅!” 갑자기 복도에 고개를 내밀고 있던 학생들이 화들짝 놀라서 몸을 낮추고 숨었다. 이내 주위가 갑자기 정적으로 휘몰아치더니. 드르르륵! 앞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 순식간에 강의실이 정적에 짓눌렸다. 반 학생들 모두가 입을 다물고 동공만 굴리고 있었다. 저벅 저벅. 교수도, 조교도 아니다. 같은 키젠 교복 차림의 학생이었지만, 하늘과 땅 같은 격차가 느껴지는 사람. 교복깃에 붙은 금색 배지, 무엇보다 교복 겉에 걸치고 있는 커다란 검은색 코트. 저 옷을 입을 수 있는 건 천이 넘는 키젠 학생 중에 단 한 사람뿐이었다. ‘키, 키젠의 학생회장 선배!’ ‘배신의 군단장!’ 모두가 딱딱하게 얼어붙어 있는 사이, 학생회장이 주위를 쭉 둘러보았다. 1학년들이 주눅 들며 고개를 숙이거나 시선을 피하는 가운데. “아.” 마침내 학생회장의 입이 열렸다. 그는 한 여학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 치엘라.”
Please login to track prog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