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14화 “와, 진짜 좋은데?” “미친! 세상에……!” 가히 소년들의 로망과도 같은 트리하우스의 방 내부가 펼쳐져 있었다. 시몬 또한 어린 시절의 꿈이 현실이 된 듯한 감격을 받았다. 물씬 풍기는 나무향과 창문으로 부드럽게 투과되는 햇빛. 주변의 신비로운 숲의 소리들이 어우러져 조화감을 느끼게 했다. 내부는 아득했고 깨끗한 침구와 털 카펫, 정교한 목공 기술로 만들어진 가구와 작은 벽난로도 보인다. “여기 봐! 화장실도 커!” 토토는 제일 먼저 화장실로 달려가 환호했다. 피츠체럴드는 방에 그려진 마법진 구조를 살피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안경을 추켜올렸다. “배수에 물 공급까지 전부 마법으로 돌아가는 건가. 일개 아지트에 미친 짓을 해놨군.” “지난 선배들이 거쳐오면서 계속 마법적으로 보강했나봐!” 졸업 전에 레오나드와 선배들이 깨끗하게 청소도 했는지 상태가 무척 좋았다. 수납장을 열어보니 잡동사니나 놀이용 카드 같은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시몬! 여기 테라스도 있어!” “그래?” 시몬은 토토를 따라 뒷문을 열고 테라스 밖으로 나가보았다.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통나무로 이어붙인 테라스에는 테이블과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탁 트인 전망. 높은 곳이라 그런지 금지된 숲이 전부 내려다보였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기숙사 정문을 통과하느라 사감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바로 뛰어내려 피어의 유적에 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좋네.” 시몬의 입에서도 마침내 감상이 흘러나왔다. “내가 이 방을 써도 될까?” 동기들이 웃으며 손뼉을 쳤고, 피츠제럴드가 어깨를 으쓱했다. “왜 우리에게 허락을 받는 거지? 레오나드 선배님이 네게 물려주셨으니 네 방이다.” “축하해! 시몬!” 시몬의 방을 보고 마음이 급해진 피츠제럴드가 눈을 반짝였다. “이런 방들이 몇 개 더 있다면 어서 차지하고 싶은데. 다른 방을 봐야겠어.” “같이 보러 가자 피츠!” 다른 동기들도 시시덕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근데 여자애들은 왜 안 올라오냐?” “나무 위는 벌레 나올 것 같아서 싫다던데.” “하하하! 회장 방 직접 보면 이야기가 달라질걸!” 동기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떠났고, 시몬은 이곳에 짐을 풀었다. 긴 키젠 생활 동안 처음으로 손에 넣은 나만의 공간. 앞으로는 룸메이트에게 민폐 끼칠 필요 없이 손님이나 다른 에이션트 언데드들을 이곳에 들여도 괜찮을 것 같았다. 여러모로 심적으로 부담이 덜했다. ‘그럼 방 명단을 쓰러 내려가 볼까.’ * * * 방 배치가 전부 끝났다. 시몬은 레오나드가 물려준 최고 명당 ‘트리하우스’를 쓰기로 했고, 피츠제럴드와 토토는 나무 위에 있는 다른 방들 중에 조금 큰 곳을 함께 쓰기로 했다. 3학년은 늘 해왔던 기숙사의 저녁 점호도 생략된다. 출입 장부만 제대로 작성하면 문제없다고 한다. [삐유웅!] 시몬은 아공간에 들어가 있던 에이션트 언데드, 어린 라미아를 풀어놓았다. 라미아는 새로운 보금자리가 신기한 듯 꾸물거리며 집 곳곳을 돌아다녔다. 침대 밑에 들어가거나, 바구니에 몸을 쏙 넣어보기도 했다. [삐융! 삐융!] “알았어, 알았어.” 시몬이 화장실 나무욕조에 물을 받아주자, 라미아가 그 안에서 찰싹 찰싹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무척 즐거워 보였다. 시몬은 이제 테라스로 나왔다. 책 한 권을 놓고 의자에 앉아서 금지된 숲의 경관을 내려다보았다. 키젠 캠퍼스를 등지고 있는 구조라 학교가 보이지 않았지만, 광활한 숲의 경관도 퍽 마음에 들었다. 가끔 웨어울프가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후둑. 투두둑. 그렇게 얼마나 숲을 보며 사색에 잠겨 있었을까. 지붕에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쏴아아- 하고 빗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동기들의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렸다. -비 온다! -아이 씨 망했어! 여기 지붕에서 빗물 새는데? -푸하하하하! 내가 그 방은 좀 아니라고 했지! 시몬도 테라스에서 나와 트리하우스 안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물 새는 곳은 없었다. 뽀송뽀송한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으니, 욕조에서 실컷 물장구를 친 어린 라미아가 꼬물거리며 시몬의 품으로 들어왔다. 언데드는 잠을 잘 필요가 없지만, 라미아는 시몬의 곁이 편한 건지 종종 그의 곁에서 긴장을 푼 채 낮잠을 자곤 했다. ‘자! 내일부터는 바쁘겠네.’ 3학년 수업이 시작되고, 중간에 2학년 학과 선택식도 있다. 이 학과 선택식이 끝나면 저녁에는 학생회장으로서 학과대표들을 소집할 생각이었다. Top10이 조금 바뀌었으니 총학과대표도 바뀌었을 것이다. 그들과 인사도 나누고 키젠의 악습 중 악습인 ‘학과 신고식’에 대해서도 자제해 달라고 미리 요청해야 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해 보고 있는데. 똑똑똑.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시몬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누구지? 사감 선생님이 체크하러 오신 건가?’ 어쨌거나 개인 방으로 이사하고 첫 손님을 맞게 되었다. 시몬이 ‘나가요!’ 하고 외치며 걸어가 문을 열었다. 쏴아아아아아! 문이 열리며 빗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검정 우산을 쓴 한 남성이 시몬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방문에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아론 교수님?” “들어가도 되겠나?” “네, 넵! 물론이죠!” 소환학 교수 아론은 익숙한 듯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내 두 사람이 자리에 마주 앉았다. “저도 방금 와서 대접할 게 물뿐이네요.” “괜찮다.” 아론이 컵을 쥐고 냉수를 들이켰다. 그러다 눈을 돌려 집을 훑어보았다. “결국 이 방은 네가 차지했군.” “네! 레오나드 선배님이 물러주셨어요.” 아론의 표정에 그리움이 스쳐 지나갔다. “나도 학생 시절에는 여기서 생활했었지.” “정말이에요?” 하긴 아론도 과거엔 키젠의 소환학과 학생이었다. 그 시절에도 이 트리하우스는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몇 마디 나누고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시몬이 먼저 화제를 꺼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시몬이 입이 마르는 것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제가 군단장이라는 사실을 교수님께도 숨겨서…….” “짐작은 하고 있었다.” 탁. 아론이 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덧붙였다. “모른 척했을 뿐이지.” “……네?” “학생 앞에서 밝히기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과거에 얽매여 있었다. 매그너스라는 군단장을 가르쳤던 과거는 나를 끊임없이 좀먹어갔고, 화이트가 입학하면서 증세는 심해졌지. 모든 학생을 매그너스에 빗대려 했고, 그 거부반응으로 모든 학생을 대할 때 매그너스와 상관이 없다고 스스로 세뇌했었다.” 그의 퀭한 눈이 시몬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이제 매그너스는 죽었고, 나를 괴롭히던 기억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네가 군단장이라고 해서 내가 할 일이 바뀌는 건 아니다.” “네! 교수님!” “그보다 내가 여기 찾아온 이유는 앞으로의 수업 방향에 대해 논하고 싶어서다.” 그가 깍지를 꼈다. “3학년 과정에서는 진 아르스칼트 교수님의 군단학 수업이 네 핵심이 될 거다. 군단장으로서 여러 가지를 배우겠지.”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환학 수업은 군단장인 네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론인 DMAT 시험은 어떻게든 네가 합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마. 실전에서는 네가 원한다면 전공수업의 비중을 낮추고 군단학 수업의 비중을 더 늘릴 수 있다.” “아뇨.” 시몬이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는 계속 아론 교수님의 3학년 정규수업 과정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군단장에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시몬은 부정했다. 그가 군단장이 되었던 건 1학년 초부터다. 지금처럼 강해진 건 아론의 도움이 지대했고, 군단장으로 싸우는 지금도 소환학 수업에서 만든 데스나이트와 본 드래곤 미르미즈는 핵심 전력 중 하나였다. “리치, 데스나이트, 본 드래곤. 그 세 가지를 정복했다고 소환학이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시몬의 눈이 반짝였다. “더 있죠? 그 너머의 것들. 저는 무엇이든 배울 자신이 있습니다.” 아론이 픽 웃었다. “욕심이 끝도 없군. 그 너머는 물론 있고, 가르쳐 줄 수도 있다. 그중에는 교수인 나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도 있다. 그래도 괜찮나?” “물론이죠.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아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냉수를 끝까지 비웠다. 이내 물잔을 내려놓았다. “수업 전날에 머리를 텅 비우게 해줘서 고맙다.” “아니에요! 일부러 찾아와 주셔서 감사해요!” 똑똑똑! 그때 밖에서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비도 오는데 또 누가 온 걸까. 시몬이 ‘나가요!’ 하고 달려가서 문을 열기 무섭게. “꺄하하하! 잘들 있었어?” 맹독학 교수, 별야가 양손에 커다란 와인병을 쥔 채 들어오고 있었다. 시몬이 응? 하는 표정을 지었다. “별야 교수님? 여긴 어떻게…….” “그야!” 와락! 그녀가 시몬의 얼굴을 팔 사이에 끼며 큰 소리로 웃었다. 갑작스러운 밀착에 시몬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우리 귀염둥이 군단장을 보러 왔지! 하하하하!” “……언니.” 그 뒤에는 마투학 교수 홍펭까지 있었다. 길게 한숨을 내쉰 그녀가 시몬을 별야로부터 구해주며 말했다. “미안해요 지몬. 언니가 와인에 취해 지몬을 보러 가자고 하는 바람에.” “아하하! 괜찮아요! 홍펭 교수님도 어서 오세요!” “아론 교수도 안녕! 진지한 이야기 다 끝났지? 첫날인데 시원하게 놀자고 놀아!” 아론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두 직장동료를 바라보였다. “여긴 소환학과 기숙사입니다만.” “아, 깐깐하게 구네! 댁만 귀염둥이 가르치냐? 나도 우리 귀염둥이의 스승이라 이 말이야!” 그렇게 두 사람의 난입으로 분위기가 왁자지껄하게 변했다. 별야가 테라스의 의자를 가지고 왔고 졸지에 테이블을 두고 네 명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심지어 그녀는 같이 먹을 주전부리까지 들고 왔다. “자, 우리 군단장! 한잔 받아! 한잔!” “감사합니다.” 교수가 되어서 학생에게 와인을 콸콸 따르는 진풍경. 아론과 홍펭이 눈치를 주고 있었지만, 이미 술에 취한 주당 별야를 막을 수 없었다. “첫날 어땠냐?” 별야가 와인을 홀짝이며 물었다. 북부대공 진 아르스칼트가 물었던 것과 같은 질문이었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별일 없었습니다.” 시몬의 답에 별야가 꺄하하 웃었다. “고럼 고럼! 혹시나 애들 반응에 기죽었을까 봐 걱정해서 왔는데 괜한 걱정이었네! 벨하이츠의 영웅한테 누가 뭐라 그러겠어?” 시몬이 땀을 뻘뻘 흘렸다. “혹시 두 분 교수님도 제가 편지를 보내기 전에 알고 계셨어요?”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홍펭이 했다. “우리 둘은 초원에서 뮤르와 싸울 때 눈치챘답니다.” 시몬의 얼굴이 벌게졌다. 그러면 다 알고 있는 교수들 앞에서,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배신의 군단장인 척 위압적으로 말했던 거였다. “……그때는 버릇없게 굴어서 죄송했습니다.” “너무 귀여웠지 귀염둥이! 눈 바짝 뜨고! 목소리 높이고 말이야! 꺄하하!” 별야가 술을 꿀떡꿀떡 들이켜는 가운데, 태연히 앉아 있던 홍펭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쪽도 그만 나오는 게 어떤가요? 교주님.” ‘응?’ 시몬이 무슨 말인가 싶어서 눈을 끔뻑이고 있는데, 갑자기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홍펭 교수님. 기감이 뛰어나십니다. 샤아아아아아! 갑자기 허공이 녹아들더니 그곳에서 하얀 정장 차림에 중절모를 쓴 남자가 걸어 나왔다. 시몬의 입이 딱 벌어졌다. “바힐 교수님까지?” “잘 지냈습니까? 시몬 학생.” 바힐이 중절모를 벗고 일행들에게 인사했다. 아론이 한숨을 내쉬었다. “넌 어쩐 일이냐.” “그야 교직에 몸담은 자로서, 수업 전에 키젠 최고 재능을 만나고자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선배.” 바힐은 그렇게 말하며 손짓으로 의자를 만들어내더니, 뻔뻔하게 아론의 옆자리에 낑겨 앉아서 주전부리를 입에 넣었다. 아론이 상당히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맛있군요. 아 참.” 그가 품에서 몇 가지 도면을 꺼내 시몬에게 건넸다. “줄 게 있습니다. 시몬.” 일순 다른 세 교수의 눈이 살벌하게 반짝였다. 시몬이 그것을 두 손으로 받아 들었다. “이게 뭔가요?” “군단장이라면 군단장의 품격에 맞는 저주가 있지 않겠습니까.” 바힐이 입꼬리를 올렸다. “앞 장은 수백의 언데드에게 동시에 강화 저주를 거는 기술, 뒷장은 수백의 언데드의 칠흑을 이용해 완성할 수 있는 초광범위 저주입니다. 군단장만이 쓸 수 있는 저주라는 점에서 그 정수라고 할 만 하죠.” “애- 애애-” 와인을 들이켜던 별야가 입을 크게 벌리더니. “앳취이!” 냅다 바힐을 향해 재채기를 했다. 그녀의 몸에서부터 유해한 온갖 침방울들이 바힐에게 날아갔지만, 그의 얼굴에 묻기 직전에 마법진이 펼쳐지며 막아냈다. “아, 미안.” 스읍. 별야가 코를 들이켜며 건성으로 사과했다. 바힐이 웃는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괜찮습니다. 초원의 미개한 짐승다운 추태는 문명인으로서 겸허히 넘어가지요.” “난 도시 깍쟁이들을 보면 몸에서 두드러기가 나. 사내새끼들이 입만 살아서 나불나불.” 별야가 뻐근한 듯 뒷목을 매만지다가 시몬을 바라보았다. “귀염둥이야. 최근 일들을 생각하면 답이 뻔한 거 아니냐? 결사의 약물에 벨하이츠의 독가스까지. 미지의 독에 대한 대비는 필수적이고, 그걸 넘어서 놈들에게 더 강한 독으로 돌려줄 정도는 돼야 해. 너 군단장일 때 독으로 사용하는 기술도 있던데. 내가 더 강화시켜 주마.” 홍펭이 손에 깍지를 꼈다. “광범위 저주도, 결자에 맞서는 독도 좋지만, 중요한 건 육체라는 근간이에요. 육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뛰어난 흑마법도, 정진력도 의미가 없즙니다. 지몬의 대검줄도 더 예리하게 갈고닦을 필요가 있어요.” 갑자기 교수들끼리 난리가 났다. 시몬은 눈을 깜빡이며 이야기를 듣다가 말했다. “물론 모두 맞는 말씀이고, 가르쳐 주시는 대로 익힐 생각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아, 당연한 거 아냐?” 별야가 삐쭉삐쭉한 삼각형 이빨을 드러냈다. “귀염둥이, 넌 가르치는 맛이 있으니까.” “지몬. 큰 싸움이 다가오고 있어요.” 홍펭이 말했다. “당진은 더 완벽해져야 합니다. 우리 교주들이 있는 힘을 다해 지몬을 최고의 네크로맨저로 키울 거예요.”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어떤 가르침이든 따라가겠습니다!” * * * 교수들과의 술자리가 끝났다. 그들이 모두 돌아가고, 시몬은 피어의 유적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잠도 안 오니까, 미리 가서 준비를 해놔야겠다.’ 이제는 금지된 숲으로 향하는 길이 무척이나 익숙했다. 웨어울프 따위의 일반 몬스터들은 시몬이 풍기는 위압감에 알아서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정도에 이르렀다. 그렇게 정신없이 앞으로 가던 시몬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앞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칠흑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뭐지, 이건? 불길해.’ 시몬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그때 피어의 분신이 말했다. [소년! 조심해라! 곧 그리로 가겠다!] 스스스스스스- 피어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면의 어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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