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83화 하늘섬의 열차역인 천국의 문. 시몬이 레테와 작별 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 그때,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저기다!” “수사관님!” 고개를 돌린 시몬의 눈이 번쩍 뜨였다. 누군가 했더니, 그동안 함께 생활했던 선발생들이 손을 흔들며 뛰어오고 있었다. 이제는 다들 눈에 익은 얼굴들이었다. “와 정말 있다! 다행이야!” “인사도 없이 이렇게 갈 생각이었어요?” 시몬이 당황한 눈으로 레테를 바라보았다. 레테는 자신도 전혀 몰랐다는 듯 고개를 휙휙 저었다. 우리의 위치를 어떻게 안 거지? “저희 아버지랑 오빠가 팔라딘으로 근무하고 있는 거 잊으셨어요?” 시몬의 그런 의문을 읽기라도 한 듯, 한 선발생이 제일 먼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시몬이 인정한 인격자 중의 인격자. 8번 에이툴라가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역을 통과하는 신성열차 중에서, 일반 배차 외에 특별 배차로 들어오는 차량을 조사했죠.” “그, 그랬구나.” “여신의 가호가 늘 수사관님께 함께하기를. 언젠가 다시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고마워, 에이툴라. 빨리 회복되어서 다행이야.” 시몬과 에이툴라가 반갑게 악수하는 가운데, 확! 하고 대뜸 목을 휘감는 누군가가 있었다. “헤이, 10번! 네가 없으니 재미없는 수업이 더 재미없어졌다. 어쩌면 좋냐.” 누군가 했더니 역시나 2번 스웨이였다. 시몬이 고개를 세우고 억지웃음을 지었다. “스웨이, 이번에 도움을 주러 와줘서 고마웠어.” “당연한 소린 됐고, 나중에 연락해. 날 잡고 여자들이랑 놀러 가자고.” 그의 손길에서 벗어난 시몬이 두 손을 맞잡고 눈을 감았다. “사무엘 가라사대 사탄의 혓바닥에서 벗어나 불륜과 탐욕을 멀리할 것이며 천국의 길에 오르는 것에 전념하라.” “끝까지 안 어울리네, 새끼.” 스웨이가 질색하는 표정으로 낄낄댔다. 그사이 또 한 명이 앞으로 끼어들었다. “그때 동굴에서의 일들은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수사관님.” 3번 마리첼로가 두 손을 모은 채 주뼛주뼛 고개를 숙였다. 시몬이 미소를 지었다. “공부 열심히 해. 비밀은 들키지 말고.” 그 말에 마리첼로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아, 시끄러워. 갈 거면 빨리 좀 가시지?” 그리고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건 1번 메릴.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또래 중에서는 내가 실력으로 밀릴 리가 없는데 말야. 만나서 불쾌했고, 다시는 보지 맙시다!” “신수학 수업의 패배에서 배운 게 있었으면 좋겠네, 메릴.” “이익!” 메릴의 얼굴이 붉어지는 모습을 본 시몬이 큰 소리로 웃었다. “참, 리사라…… 아니, 리사라 성녀님은?” “성녀님은 교황청에 잡혀 있어.”메릴이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어떻게 정수를 얻게 됐는지, 유클리드를 왜 죽였는지, 뭐 그런 조사들도 이어질 거고. 신인 예배회에도 못 나오고 있으니 아마 빠져나오기 힘들 거야.” “그렇구나.” “그래도 여기 한 분.” 메릴이 뒤를 가리켰다. 저 멀리서 두두두두-하고 흙먼지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순식간에 모래를 뿌옇게 일으키며 역까지 다가온 건 다름 아닌. “하하하하하! 자네 이제 가는군!” 수호학 교수 브로데릭이었다. “브로데릭 교수님!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자네 같은 인재가 이렇게 가버린다는 소식에 요즘 입맛이 뚝 떨어져서 걱정일세!” 그가 고개를 휙 내밀었다. “수사 같은 건 잠시 내려놓고 내 밑에서 수호학을 배워볼 생각은 없나?” 어우, 부담스러워. 시몬은 그런 생각을 하며 억지웃음을 흘렸다.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다른 일들이 많이 밀려 있어서요.” “그래! 어쩔 수 없군! 상황이 상황이니 내 딸과의 접견이 미뤄진 것도 이해하네!” 그가 로브 주머니에 뭔가를 꺼내 시몬에게 찔러주었다. 그의 딸 사진이었다. “사내라면 응당 내 딸의 매력에 헤어나올 수 있을 리 없지! 자네가 어느 순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딱 들면, 즉시 하늘섬에 올라오게!” “아, 알겠습니다.” 시몬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 “가휀 교수님은요?” “아. 가휀 교수.” 브로데릭이 잠시 고개를 돌려 레테와 눈을 맞추더니 묘한 미소를 지었다. “바쁜 일이 있어서 오지는 못하지만 안부 전해달라더군.” “그렇군요! 제 안부도 전해주세요.” 그렇게 모두의 인사가 끝나고 시몬이 열차에 올라탔다. 열차 자리에 앉아 창가를 바라보니 사람들이 모두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레테가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당신이 여기서 보여준 다양한 모습들, 편견 없이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인상적이었어요. 다들 당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네요.” “……레테.” “기억해 주세요. 어떤 부분은 연방과 여신의 의지에 반하는 한이 있더라도.” 레테의 눈이 반짝였다. “나는 당신의 편일 거예요.” “고마워, 레테.” 이내 차체가 덜컹거리며 신성열차가 출발하기 시작한다. 모두가 손을 흔들어주는 가운데,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수사관님!] 어느새 하늘을 날아 뒤쫓아오는 건 다름 아닌 리사라였다. 이제는 악마가 아닌, 빛을 휘감은 여천사의 모습이었다. “리, 리사라?” 당황한 시몬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가 손끝으로 뭔가를 건넸다. [에이툴라 자매님께 들었어요! 가시는 길에 배고프실까 봐 도시락을 준비했어요!] “고, 고마워! 그런데 너 교황청에서 조사 중인데 밖에 나와도 괜찮아?” [나중에 조금 혼나죠 뭐.] 리사라가 그렇게 말하며 제 가슴에 손을 올렸다. [수사관님이 알려주신 가르침들, 제게 베풀어주신 은혜들, 마음에 새기면서 지내겠습니다. 언젠가, 수사관님께 이 은혜를 돌려 드릴 때를 기다리면서요!] 이내 눈을 뜬 그녀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말했다. [꼭 다시 볼 수 있겠죠?] “물론이야.” 시몬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다시 만나자.” [네! 위대한 여정에 여신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신성열차가 점점 가속한다. 리사라는 비행을 멈추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 리사라와 선발생 동기들, 브로데릭 교수, 그리고 레테의 모습이 점점 멀어진다. 이내 그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시몬은 자세를 바르게 하고 앉았다. ‘웃차, 이제 조금 쉴까.’ 긴장감이 풀렸더니 노곤노곤한 기분이 들었다. 레테가 마련한 비공식 기차 편이라 그런지 이 열차 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시몬 혼자였다. 그는 창밖의 경관을 내려다보며 잠시 평화로운 시간을 즐겼다. 밖의 경관이나, 발밑의 감각이나, 열차가 아니라 비공정에 탄 느낌이다. 물론 조금 뒤에 공중 선로는 점점 더 고도가 낮아질 테고 얼마 안 가 지상에 안착할 것이다. 그렇게 시몬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 철컹. 열차 칸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열차 직원인가?’ 비공식 배차라지만 몇몇 사람이 타고 있는 건 아까 확인했다. 시몬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돌렸고. ‘!!’ 전신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느낌을 받았다. 로브 안에 보이는 은빛 갑주. 후드 밑으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과 빨간 입술. 손에 쥔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리한 달빛과, 그 이상으로 번쩍이는 안광까지. “또 만났구나.” 그녀의 입이 열렸다. “유클리드, 아니, 레테의 수사관.” 심판의 성녀 다나였다. 자리에 앉아 있던 시몬이 얼른 앞으로 뛰어나오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당신이 왜 이 열차에……!” “서글프구나.” 그녀가 새삼 서운한 기색을 담아 말했다. “성녀를 보았으면 예를 올려야 마땅한 것인즉, 그대는 싸울 생각부터 하는가.” 스릉. 그녀가 검을 뒤집어 쥐고는 서서히 들어 올려 창가 쪽으로 검끝이 향하도록 했다. 시몬이 냉정을 되찾고는 말했다.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짓궂은 면도 있는걸. 빤히 알면서 내 입으로 계속 말하게 하다니.” 그녀가 섬뜩하게 미소 지었다. “내 것이 되어라.” 시몬도 애써 미소 지으며 전의를 끌어올렸다. “사양합니다.” 그렇게 대답한 뒤, 그의 동공은 슬쩍 창밖을 확인했다. 벌건 대낮에, 창가 너머로 ‘달’이 나타나 그녀의 검 끝을 환하게 비추는 게 보인다. “하는 수 없지.” 이내 다나가 검을 두 손으로 붙잡고, 대뜸 몸을 돌려 시몬 쪽이 아닌 창가 쪽으로 검을 세워 휘둘렀다.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베기. 하지만 시몬은 직감할 수 있었다. ‘분명 뭔가를 벴어!’ 시몬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대뜸 시몬이 타고 있던 열차의 연결 장치가, 아무런 소리나 전조 없이 치즈 갈라지듯 좌우로 베였다. 이내 이 열차만 선로를 이탈한 채 떨어지기 시작했다. ‘크윽!’ 쿵! 순식간에 충격으로 열차 칸 벽면에 부딪힌 시몬이 눈을 부릅떴다. 열차의 머리 칸은 갑작스러운 충격과 비상사태에 스스로 속도를 늦추고 있고, 두 사람이 탄 열차 칸만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네 신상을 캐보았다.” 떨어지는 열차 칸 안에서도 멀쩡히 두 발을 붙이고 서 있는 다나가 입을 열었다. “깨끗했지. 기록은 남아 있었지만 전부 허구더구나. 아주 정교한 가짜 신분,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녀가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너를 잡아 조사하면 별의 성녀에게도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그 전에 너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겠지만.” ‘온다!’ 떨어지는 열차 칸에서 다나의 몸이 벼락처럼 솟구쳤다. ‘방어부터!’ 시몬이 두 손에 신성을 최대한으로 모은 채로 방어 자세를 취했고, 다나는 칼등으로 시몬을 무식하게 후려쳤다. ‘!!’ 쩌어어어어어엉! 시몬의 몸이 뒤로 날아가 벽면에 거칠게 부딪혔다. 전신이 으스러지고 장기가 파열되는 통증과 함께 시몬이 크헉! 하고 헛구역질을 했다. ‘이건……! 너무 강하잖아?’ 시몬의 머릿속에, 순간 다나와 싸우다 만신창이가 된 레테의 모습이 떠올랐다. ‘신성만으로는 무슨 수를 써서도 못 이겨! 혼돈이나 소용돌이는 준비 시간이 필요해! 군단의 힘을 써야 하나? 하지만 다나 앞에서 칠흑을 보이면 나와 연관이 있는 레테는 끝장이야!’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여기도 들리는구나.” 저벅 저벅. 다나가 검을 치켜들고 다가왔다. “바로 전의가 꺾이지 않고 이길 궁리를 하는 정신력은 훌륭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그녀가 재차 검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 덥석! 갑자기 열차 벽 너머에서 시몬을 붙잡는 손이 느껴진다. “괜찮으십니까, 수사관.” 제3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이내 시몬의 몸이 벽을 통과해서 열차 밖으로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주위에 구름이 보이고 강풍이 불어닥친다. “우와악!” 난데없는 열차 밖 광경. 시몬은 고공에서 떨어지면서도 고개를 돌려 자신을 끌어낸 사람을 확인했다. “가, 가휀 교수님?” “객실에서부터 쭉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가휀이 미소 지었다. 그가 손짓하자, 떨어지는 방향에 커다란 신성의 고리가 생겨났다. 고리 안에는 다른 풍경이 보였다. “다나 성녀께서 수사관을 노릴지도 모르니 잘 부탁한다고, 레테 성녀님이 부탁하시더군요.” “아!” “꽉 잡으십시오!” 두 사람의 몸이 고리를 통과하는 순간 주위의 경관이 단번에 바뀌었다. 시몬의 뒤를 돌아보니 조금 전만 해도 근처에 있었던 신성열차가 확 멀어져 있었다. “고, 공간계 이능인 거예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신성역학으로 만든 이동마법의 일종인…….” 촤아아아아악! 가휀이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며 맞바람에 휘날렸다. 이내 저 멀리 열차 칸을 박살 낸 다나가 신성을 일으키며 날아오고 있었다. [그를 내놔라! 가휀!] 시몬은 식겁했다. 눈을 부릅뜨고 분노를 쏟아내는 다나의 모습. 저게 무슨 성녀란 말인가. 리사라의 괴물 모습보다 100배는 더 소름 끼쳤다. “꽉 잡으십시오, 수사관. 조금 더 빨리 가보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추격전이 시작됐다. 가휀과 시몬은 연달아 고리를 타고 점점 더 거리를 벌려 나갔다. 고리를 통과하자마자 바로 다음 고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히 초고속 이동이다. “괜찮으십니까?” 가휀이 고개를 돌렸다. 안 그래도 속이 울렁거렸던 시몬이 입을 붙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견딜 만해요.” “놀랍군요. 처음 고리를 타면 2~3차례 만에 혼절하는 게 보통입니다만.” 시몬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결사의 포탈 같은 것도 타봤는데 이 정도야 뭐. 그보다.’ 쐐애애애애애애애액! ‘이 속도를 따라잡는 다나는 대체 뭔데?’ 다나는 그냥 심플하게 신성의 방출만으로 추적하고 있었다. 시몬이 내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가휀은 더더욱 복잡하고 빠르게 고리를 펼치고 도주해 나갔다. 하지만 비행 속도에 가속이 붙는 건 다나도 마찬가지였다. ‘온다!’ 그녀가 검을 휘두르자 검기가 쏘아져 왔다. 가휀은 고리를 만드느라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 시몬이 다급히 뒤쪽으로 왼팔을 뻗었다. -수호학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두 가지 있네.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속도와.’ 키이이이잉-! 순식간에 시몬이 쓸 수 있는 최대의 수호마법인 디바인 쉴드가 펼쳐지고. ‘통찰!’ 참격을 빗겨내기 위한 수단으로 구성을 바꾼다. 참격이 닿는 순간. ‘방패를 깨뜨린다.’ 채카앙! 방패가 참격을 붙잡은 상태에서 깨지며 검격의 속도를 늦췄고, 그사이 거의 종이 한 장의 차이로 가휀과 시몬이 다음 고리로 넘어갔다. ‘됐어!’ 시몬이 방어에 성공했고, 가휀이 또 한 번 새로운 고리를 펼쳤다. 그러나. 쩌어어엉! 다나가 갑자기 앞에서 나타나 고리를 직접 베어버렸다. ‘이 거리를 순수한 속도만으로 역전한 거야?’ “그 아이를 넘겨라.” 그녀가 가휀의 팔을 노리고 검을 휘두르려는 그때. [아, 진짜.] “이 정도로 구질구질할 줄 몰랐는데. 왜 자꾸 남의 사람을 건드는지 모르겠슴다. 다나 선배.” 그 혜성의 불길이 사라지며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테였다. 다나의 표정의 불쾌하게 일그러졌다. “너……!” “이렇게 빨리 리벤지 매치를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지금은 상태도 만전이고, 사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레테가 손을 뻗었다. “하늘이랑도 가깝네.” 화아아아아아악! 갑자기 대낮이 밤하늘로 바뀌더니 무수한 별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 별들의 폭발이 대낮의 폭죽처럼 무수히 터져 나갔다. 시몬은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터뜨렸다. “레테!” 레테가 환하게 웃으며 시몬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지금이에요! 이 틈에 가요!”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휀이 바로 고리를 만들었고, 두 사람의 몸이 즉시 고리를 통과했다. 폭발 속에서 다나의 발악 같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이내 가휀의 고리를 연달아 통과하자, 하늘섬이 멀어지고 안전한 지상이 보인다. 시몬이 주먹에 힘을 쥐었다. ‘돌아가자, 암흑연합으로!’ *** 같은 시각, 암흑연합, 레스힐. “흐흐흥-” 책을 손에 든 네프티스가 소파 위를 뒹굴뒹굴 굴러다니다가 접시에 쌓인 도넛 하나를 집어서 입 안에 휙 던져 넣었다. “시몬은 언제쯤 도착하려나.” 오물오물 도넛을 먹어치운 그녀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빨리 보고 싶다! 그렇지, 리처드?” “하, 하하.” 리처드가 땀을 줄줄 흘리며 대답했다. “이렇게 직접 와서 기다리시는 것 보단, 시몬이 도착하면 제가 서신을 보내는 게…….” “싫어!” 고집스럽게 고개를 붕붕 저은 네프티스가 이내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나 여기서 기다릴 거야!” 그때 주방에서 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프티스 님! 간식으로 팬케이크도 몇 장 구워봤답니다! 드셔보시겠어요?” “안나 최고!” 네프티스가 주방으로 쪼르르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며, 리처드가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벌어지긴 벌어질 것 같군.’ 후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별이 일직선으로 날아와 다나의 몸을 강타했다. 다나가 휘청거리며 크게 밀려났고, 그런 그녀를 또 다른 혜성이 날아와 따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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