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38화 [윽, 힘들어 죽겠네!] 쿠구궁-! 거대해진 좀비집사와 싸우다 하늘에서 떨어진 프린스가 바닥에 퍼질러 앉으며 인상을 썼다. 콜록콜록 지면에 뿌옇게 피어오른 흙먼지에 재채기를 한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진짜 뭐냐고 저거!] 게하임을 무한정 쓸 수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던 걸까. 좀비집사는 끊임없이 백귀를 일으키고 있었다. 저 상태로 몇 분만 지나도 군단의 전력 차이가 확 나버릴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기에, 절대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나마.] 프린스가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서 괴조, 아케뮤스가 울부짖으며 저주의 파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좀비집사가 백귀를 꺼내는 족족 아케뮤스가 저주를 걸어서 추락시키는 중이었다. 프린스가 생각해도 대단했다. 7군단의 다른 에이션트 언데드들 중에서 늦게 '게하임'을 개방한 편임에도 불구하도, 아케뮤스는 가장 강력한 게하임을 사용하고 있었다. [감탄만 할 순 없지. 군단의 히든 카드인 나도 가볼까!] 그가 팔을 빙빙 돌리며 의욕을 냈다. 이제 프린스에게 남은 목숨은 단 두 개뿐. 목숨을 전부 잃으면 끝이다. 사실상 싸울 수 있는 목숨은 하나다. 그가 무릎을 굽히며 거인이 된 좀비집사를 향해 날아오르려는 그때. 쿠구구― 저 멀리서 거대한 진동과 함께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음?] 동작을 멈춘 프린스가 고개를 돌렸다. 뭔가가 이리로 날아오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그것'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산더미만 한 흙먼지를 일으키며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5군단장 매그너스였다. 그리고. 쐐애애애액! 푸른 불꽃을 전신에 뿜어내며, 거대한 본 드래곤이 직선운동하는 혜성처럼 날아와 매그너스를 따라잡았다. [미약하구나!] 본 드래곤이 오른팔로 매그너스를 거칠게 누르고는, 두 날개를 펼치고 한 차례 날갯짓했다. 그러자 푸른 불꽃이 폭발하듯 터져 나가며 그녀의 몸이 더 빠르게 가속했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매그너스가 바닥에 사정없이 갈려 나가고 있었다. 가히 일방적인 힘의 차이. 지켜보던 7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들이 환호했다. [나이스 시몬! 드디어 꺼냈구나!] [군단장니임!] 그리고 그 본 드래곤 위에 타 있는 건 시몬이었다. 미르미즈와 시몬은 이 방대한 섬의 끝에서 끝까지 초 단위로 오가고 있었다. "망할 새끼가." 매그너스가 이빨 달린 그림자를 연달아 일으켜 미르미즈를 휘감으려 했지만, 그 그림자는 전신이 푸른 불꽃으로 타오르는 미르미즈를 채 휘감지 못하고 바스라졌다. "대체 이 불꽃은 뭐냐!" [가련한 아이야. 네가 알 이유는-] 스으으으으. 가속을 멈춘 미르미즈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없다!] 투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화염을 휘감은 팔이 매그너스를 찍어 누르며 대폭발을 일으켰다. 웅장한 푸른 불꽃이 별을 찌를 기세로 솟구쳐 오르며 지형 자체가 뒤바뀌었다. [......와.] 멀리서 지켜보던 프린스가 입을 벌렸다. 본 드래곤, 본 드래곤. 강하다는 이야기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지만 저 정도일 줄이야. [매그너스 님!] [뭘 하는 거야? 정신 차려!] 집중력이 끊어진 좀비집사와 라미아가 매그너스를 신경 쓰다가, 각각 아케뮤스와 에르제베트의 반격에 당하며 물러났다. 군단장이 밀리고 있으니 무적의 5군단도 흠이 보이기 시작했다. 쿠우웅-! 그때 지면 한쪽에 그림자가 솟구치더니 그 안에서 매그너스가 튀어나와 공중제비를 돌며 바닥에 착지했다. "빌어먹을." 몸을 휘감고 있던 그림자를 도로 회수한 그가 제 팔을 바라보았다. 온몸에 온갖 시뻘건 종양 같은 게 불룩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이건 미르미즈의 공격으로 인한 게 아니었다. "결사 새끼들, 이야기가 다르잖아. 이따위로 약한 게 내 18세 시절의 몸뚱이라고?" 부작용. 현재 매그너스는 다른 화이트의 몸으로 갈아탔다. 그 상태로 자신이 평소에 내던 출력 이상으로 싸우니 전신에서 극심한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그가 손바닥을 펼치자 팔이 뇌의 통제를 벗어나 극심한 수전증이 온 것처럼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차라리 이 전투를 본래 몸으로 끝낸 뒤에 갈아탔어야 했나.' 이건 매그너스의 입장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문제가 생겼나 봐?" 매그너스가 눈동자를 뒤로 굴렸다. 기척도 없이 나타난 시몬이 허리를 한계까지 돌린 채 파멸의 대검을 있는 힘껏 당기고 있었다. "당연해. 그건 화이트의 몸이지, 네 몸이 아니니까!" 까아아아아아아아앙! 매그너스가 다급히 장검을 몸 앞으로 세워냈지만, 처음과는 달리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 완력에서 밀린 그의 몸이 강제로 뒤쪽으로 날아갔다. "!" 그리고 등 뒤에 후끈한 열감이 느껴지기에 돌아보니, 날아가는 방향으로 미르미즈의 브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귀찮게!" 매그너스가 즉시 다량의 그림자 다발을 움켜쥐고는 창격처럼 쏘아보내 브레스의 핵을 부숴서 파훼했다. 날아오던 브레스가 중간에 폭발을 일으키며 흩어졌다. 그러나 브레스가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엔 매그너스의 머리 위에서 미르미즈가 나타나 채찍처럼 꼬리를 휘둘렀다. 쩌어어어어어억! 크게 얻어맞은 그가 다시 지면에 틀어박혔다. 매그너스가 얼른 그림자를 타고 도망치려 했지만, 이번엔 시몬이 따라잡아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그림자가 베어지며, 그 안에서 빠져나온 매그너스가 바닥을 뒹굴었다. "너는 내가!" 득달같이 달려드는 시몬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여기서 쓰러뜨린다!" "...새끼가!"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거칠게 휘둘러 댔다. 매그너스가 허리를 젖혀 피하거나 검으로 흘리며 싸우고 있는데, 미르미즈의 팔이 산사태를 일으키며 다가왔다.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협공. 혀를 찬 매그너스가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미르미즈의 가슴에 위치한 불타는 코어를 향해 그림자를 보냈지만. 타아! 순식간에 공중으로 따라잡은 시몬이 발차기로 매그너스의 복부를 강타했다. 발길질에 채인 그가 아래로 거칠게 추락하며 바닥에 커다란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이딴 공격을!' 매그너스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평소라면 당하지 않아야 할 공격을 자꾸만 허용하고 있다. 전신의 부작용과 거부반응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이런 몸으로 계속 싸우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알라제! 어디 있나!] 그가 사방으로 절대명령을 퍼뜨렸다. [밖에 나가서 새로운 화이트의 몸을 가져와라! 지금 당장!] "소용없어." 저벅 저벅.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늘어뜨린 채 걸어오고 있었다. "알라제는 다른 공간에 있고, 연구소에 있는 화이트들은 지금쯤 세르네가 무사히 데리고 나갔을 테니까." "......." 큭. 크크크큭. 작게 웃음을 흘린 매그너스가 휘청거리다가 제 가슴을 부여잡았다. "이봐, 애버리스." 그의 말에, 매그너스의 몸에서 검은 액체로 이루어진 언데드가 튀어나와 그를 내려다보았다. [왜 그러지? 군단장.] "50으로 가자고." 애버리스가 고개를 갸웃하는 시늉을 했다. [나야 좋지만, 괜찮겠어?] "한 입으로 두말 안 한다. 하기나 해." 관리자 애버리스의 입꼬리가 쭉 찢어지더니, 다시 매그너스의 몸으로 들어갔다. 거의 그와 동시에. 후우우우우웅! 거대한 미르미즈의 발톱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밖에 오래 나와 있는 건 질색이구나. 이쯤에서 죽거라.] 이에 대응하는 매그너스가 가뿐히 제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터어어업! 그런데 이번엔 힘에서 밀리지 않았다. 미르미즈와 비교하면 한없이 작은 매그너스의 손짓이 미르미즈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너무 덩치만 믿는 것 같은데, 본 드래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의 발밑에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양의 그림자들이 튀어나오더니 그의 몸을 휘감았다. 순식간에 미르미즈만 한 크기로 부풀어 오른 그림자 괴수가 왼쪽 팔을 휘둘러 미르미즈의 몸을 바닥에 찍어 눌렀다. 카작! 카작! 카작! 카작! 카작! 카작! 카작! \ 무수한 이빨과 눈동자로 뒤덮인 괴물은 보는 것만 해도 극도로 혐오스러운 외형이었다. 시몬이 굳은 얼굴로 파멸의 대검을 붙잡았다. '말도 안 돼. 아직도 저 정도의 힘이 남았다고?' [얘야.] 그때 자력으로 그림자에서 빠져나온 미르미즈가 물러나더니 시몬과 눈높이를 맞췄다. [다음 물건을 내놓거라.] "......." 마정석을 더 달라는 요구. 시몬이 살짝 망설이자 미르미즈가 입꼬리를 올렸다. [혹시 내가 배신할 것을 두려워하느냐? 지금 그런 생각은 사치일 텐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매그너스가 그림자를 촉수의 형태로 일으켜 7군단의 언데드를 휘감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림자가 언데드를 집어삼킬 때마다 매그너스의 힘과 덩치도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알겠어." 이게 마지막 남은 물건이다. 시몬이 아공간에서 거대한 마정석 기둥을 꺼내 던졌다. 미르미즈는 날름 그것을 받아먹었다. 목구멍의 뼈를 따라 흘러가던 마정석 기둥이 마침내 가슴뼈 사이의 푸른 코어에 도달하는 순간. 화르르르르르륵! 땔감을 넣고 기름을 부은 것처럼 코어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미르미즈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진짜 힘을 보여줘, 미르미즈." [좋다. 하지만 앞으로 세 달간은 이 몸의 절대적인 휴가를 보장하여라.] "이기기만 한다면."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미르미즈의 가슴에서 일어난 불길이 점점 더 커지더니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마치 거대한 산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그녀의 전신이 더 푸르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매그너스도 이 모습을 보았다. [그래, 본 드래곤! 딱 봐도 군단화도 힘들 것 같으니 너부터 집어삼켜 주마!] 매그너스가 비대해진 팔을 내뻗었다. 미르미즈도 히죽 웃더니 팔을 내질렀다. 그런데. 촤아아아아아아아악! 이번엔 미르미즈의 지르기가 더 강했다. 그녀가 내지른 팔이 매그너스가 내지른 그림자 팔을 무른 두부처럼 만들어 흩뜨리고는, 그대로 매그너스의 안면까지 강타한 것이다. 쩌엉! 굉음과 함께 고개가 꺾인 매그너스의 거구가 휘청이며 비틀거렸다. 미르미즈가 입을 벌려 작은 브레스 덩어리를 가슴에 세 발 정도 꽂은 뒤 날개를 펄럭이며 매그너스의 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흩어져라!] 미르미즈의 용언. 일반 드래곤의 용언은 생물에게 절대명령을 내리는 효과이지만, 본 드래곤 미르미즈의 용언은 특별했다. 그 효과는.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일반적인 언데드를 넘어선, 상대의 언데드에게도 통용되는 절대명령. 순간적으로 그림자들이 흩어지며 그 안에 있는 매그너스의 모습이 보인다. [어떻게 내 애버리스에게 명령을!] "하아아아아아!" 그리고 갈라진 그림자의 틈 사이로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든 채 내려왔다. "칼!" 시몬이 든 새하얀 대검이 녹색으로 물들었다. <칼 오리지널 - 맹독야차> 커엉! 컹! 컹! 컹! 수십 갈래의 맹독의 개들이 쏟아져 내려오고, 매그너스의 칠흑화염계가 불을 뿜으며 서로 상쇄시켰다. 서로의 공격이 파괴된 사이 시몬이 더 아래로 내려왔다. [내게 와라! 애버리스!] 매그니스 또한 애버리스에게 다시 절대명령을 내려서 자신의 팔에 휘감기게 했다. 그 상태로 그림자를 크게 퍼뜨린 뒤, 내려오는 시몬을 포위했다. "이번에야말로 죽어라!" "벨제불!" 이번에는 대검의 색이 녹색에서 옅은 선홍빛으로 변했다.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휘두르자, 그동안 제대로 베지 못하던 그림자가 마치 물감처럼 갈라졌다. '뭐지? 아까는 베지 못했는......!' "내가 말했지!" 시몬의 눈이 치켜떠졌다. "넌 무조건 여기서 쓰러뜨린다고!"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침내. 아래로 내려온 시몬의 대검이 매그너스의 몸을 가르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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