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65화 <서먼 데스나이트> <인퍼널 아머 - 1단계> 시몬은 데스나이트를 준비했고, 발락은 맹독으로 이루어진 갑옷 안으로 들어갔다. 기존에 썼던 데스 아머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형태의 맹독갑옷 기술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사용할 수 있는 흑마법이 달라진다고 했지.' 딕이 말해준 포인트들을 떠올리며 시몬은 아공간을 펼쳤다. 그 안에서 스켈레톤 몇 구가 뛰어나왔다. 이내 새로운 흑마법을 준비한 시몬이 손바닥을 펼치고 그 위에 주먹을 내리치는 시늉을 했다. <시몬 오리지널 - 친위대> 쿠르릉! 공중의 마법진에서 쏟아진 클라우드의 벼락이 스켈레톤 세 구에 깃들었다. 이내 그들의 어깨에 에메랄드빛 망토가 펄럭였고, 검 또한 같은 색상으로 번쩍였다. 최근에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바꾼 리메이크 친위대였다. "가자!" 시몬도 클라우드로 이루어진 관을 눌러쓰고 달렸다. 세 구의 스켈레톤들은 청록빛 꼬리를 남기며 총탄처럼 쏘아져 나갔다. -나왔어! 시몬의 친위대야! -제대로 보여줘! 시몬! 2학년 관중석에서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반면 발락은 인퍼널 아머를 입은 채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주위로, 아무런 전조도 없이 '파이프'들이 허공에 생겨났다. 그 안에서 푸확! 하고 독극물이 쏟아졌다. 시몬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발락의 풀고르(Fulgor)!' 풀고르는 원격으로 즉시 시전하는 종류의 흑마법이었다. 시몬은 바로 풀고르의 위치를 캐치하고는 스켈레톤들을 옆으로 뛰어서 피하게 했다. '이제 풀고르 같은 건 안 맞아!' 사방에 파이프들이 생겨나며 허공을 쥐어짜듯 독극물을 콸콸 쏟아냈지만 시몬과 스켈레톤들은 신출귀몰하게 피해 다녔다. 부웅! 그중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온 친위대가 청록빛 망토를 휘날리며 발락의 등 뒤까지 도달했다. 그대로 발락의 어깨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찰나. 덥석! 맹독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팔이 먼저 친위대를 붙잡아 던져 버렸다. 그리고 던진 방향에는 파이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푸화아아아악! 파이프에 쏟아져 나온 독극물에 휩쓸린 친위대가 순식간에 녹아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시몬은 그쪽으로 팔을 뻗은 자세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위험했네. 아슬아슬하게 회수했어.' 친위대가 당하기 직전에 '클라우드'를 회수하면, 시전자인 시몬은 피해공유 효과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이제 둘 남았나.] 발락의 말에 시몬이 픽 웃었다. "글쎄." [!] 발락이 고개를 드는 순간, 공중에 열댓 기의 스켈레톤이 떠올라 있었다. 하늘에서 연달아 클라우드가 떨어지며 에메랄드빛 친위대로 변하는 모습은 압도적인 장관이었다. 이내 열 줄기의 청록빛 섬광이 동시에 발락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며 카가가가강! 하는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아아아! -빠르다! -친위대를 저렇게 빨리 늘릴 수 있다고? 카앙! 카아아앙! 채애앵! 카아앙! 친위대들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이며 발락의 주위로 연신 에메랄드빛 검광을 그어댔다. 마투와 맹독갑주로 일일이 공격을 받아내던 발락은 자신의 발밑으로 파이프를 꺼낸 뒤, 독극물을 뿜어내게 했다. 그의 몸이 비로소 친위대의 포위망을 뚫고 공중으로 빠져나왔다. <발락 : 100%> <시몬 폴렌티아 : 96%> [미적지근한 공격은 안 하니 만도 못 하다.] <인퍼널 아머 - 2단계> 바로 다음 단계. 발락의 몸을 살짝 덮은 외형이었던 맹독갑주가 더 무거워지고 견고하게 몸을 가리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내 발락이 손바닥을 펼치자, 파이프에서 콸콸 쏟아지던 독극물들이 모두 그의 손안에 모여들었다. [뼛속까지 녹아라.] <인퍼널 폴> 그가 손을 내리긋자, 하늘이 순간 녹색으로 물들며 맹독의 폭우가 경기장 전역에 쏟아졌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학생들이 놀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로 뺐다. 관중석 앞에는 결계가 펼쳐져 있어서 안전했지만, 이 넓은 경기장 내부가 유독가스와 맹독으로 가득 차고 말았다. [끝났나.] 발락은 고개를 돌려 마나 스크린이 있는 전광판을 응시했다. <발락 : 100%> <시몬 폴렌티아 : 96%> [!] 단 한 번의 공격도 닿지 않았다는 사실에 전율한 그때, 자욱한 독 안개를 뚫고 뭔가가 날아왔다. 친위대의 공격이라고 생각한 발락이 팔을 들어 방어자세를 취했다. 터업! 그러나 그의 팔에 부딪힌 건 친위대가 아닌 좀비였다. 저 뒤에서 시몬이 주먹을 움켜쥐는 모습이 보인다. <시체 폭발> 콰아아아아아아앙! 발락의 몸이 폭발에 직격했다. 맹독 갑주가 폭발의 화력으로 크게 박살 났다가 다시 붙었다. [빌어먹을!] 덥석! 덥석! 이번에는 아래에서 발락의 발을 붙드는 손길이 느껴졌다. 파이프의 맹독 분수 위에 서 있는 발락을 구울들이 붙잡은 것이다. 독에 저항을 가진 소환수였다. '파이프의 맹독 분수를 타고!' 시몬이 재차 주먹을 움켜쥐었다. <리노의 황금선> <시체 맹독폭발> 연달아 귀가 뻥뻥 뚫리는 폭음이 터져나왔다. 주위가 온통 연기로 가득해졌다. 후웅-! 자욱한 연기 속에서 발락이 빠져나와 지면에 착지했다. 하지만 내려오길 기다렸다는 듯, 독연기를 가르며 오버로드의 커다란 촉수칼날이 단두대처럼 내려왔다. 터엉! 발락이 갑주로 감싼 오른팔을 들어 막아냈지만, 그 틈을 비집고 친위대들이 검을 든 채 쇄도했다. [피라미들이 귀찮게 하는구나.] <인퍼널 노바> 그가 두 팔을 좌우로 펼쳤다. 몸을 감싼 맹독갑주가 벗겨져 날아가 사방에 맹독폭발을 일으켰다. '회수!' 그보다 더 빠르게 친위대의 클라우드를 회수한 시몬이 팔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촤아아악! 촤아아! 지금까지 회수한 모든 클라우드들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이내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행형 언데드, '스컬윙'들에게 패스하듯 친위대 효과가 깃들었다. '지금이야!' 친위대의 힘을 받은 스컬윙들이 고공에서 강습했다. 발에 움켜쥐고 있던 좀비를 떨어뜨려 폭탄처럼 투하했고, 시몬이 반대쪽 손으로 주먹 쥐었다. '시체폭발!' 투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다시 폭발에 휘말린 발락이 신음을 흘리며 뒷걸음질 쳤다. 확실히 라이프 게이지가 깎이고 있다. 시몬이 만드는 치밀한 설계와 소환수 연계에 관중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와아아아아아-! -시몬이 밀어붙이고 있어! -진짜 미쳤는데. 소환술사와 맹독술사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기력이야! -아니, 근데 독연기 때문에 내부가 점점 더 안 보여! 2학년들과 1학년들이 폭발적으로 열광하고 있었다. 사샤는 손끝을 깨물며 방방 뛰고 있었다. 그 옆의 돌연변이 여학생들이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제 뺨을 감싸고 있었다. "나 사랑에 빠졌나 봐." "미친." 사샤가 눈을 부라리자 1학년 동기의 입이 쏙 들어갔다. 2학년들도 흥분하긴 마찬가지였다. 딕은 허공에 주먹을 붕붕 휘두르며 '그렇지!', '그거야!'하고 외치고 있었고, 카미바레즈는 손바닥으로 눈을 반쯤 덮은 채 봤다 말았다를 반복하고 있었으며, 메이린은 아예 난간에 반쯤 올라간 채로 경기장에 빨려들 듯 보고 있었다. "아, 근데 뭔가 좀 아쉬운데!" 과몰입한 딕이 제 머리를 피가 나도록 벅벅 긁으며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카미바레즈가 고개를 갸웃했다. "시몬이 선전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한데, 발락이 더 기세를 타기 전에 초반에 밀어붙인다는 게 나랑 시몬의 원래 계획이었어." 딕이 입맛을 다셨다. "이제는 쉽지 않을 거야." <인퍼널 아머 - 3단계> 꾸르르르륵! 발락의 몸이 한층 더 비대해졌다. 이제는 발락이 갑옷을 입는 게 아닌, 갑옷이 발락을 집어삼키는 형태가 되었다. 더 이상 '아머'라고도 부를 수 없는 형태. 마치 맹독의 거인이 된 발락이 시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액체처럼 줄줄 녹아내리는 게 아닌, 금속표면처럼 각지고 날카로운 외형을 이루었으며 투구에는 기다란 뿔이 달려 있었다. [여흥은 여기서 끝이다.] 대형 맹독장갑으로 무장한 발락이 손끝을 들어 올렸다. 주위에 독극물을 쏟아내고 있던 파이프들이 동시에 흔들렸다. 발락이 입은 갑주 표면과 비슷한 형태로 바뀌며 더 우악스럽게 커졌는데, 마치 거대 공장의 굴뚝에 갑옷을 입혀놓은 형태 같았다. 이내 폭탄의 발포음처럼, 그 구멍 안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맹독 가스가 공중으로 쏟아졌다. '말도 안 돼!' 시몬이 입술을 깨물었다. 순식간에 주위가 온통 독으로 휩싸인다. 발락이 거대한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자, 바닥의 맹독이 그의 손으로 들어왔다. 이내 그가 맹독을 움켜쥐고 흑마법을 부여하는 것으로. <얼티메이트 인퍼널 노바> 경기장 전체가 독의 재난에 휘말렸다. 후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관중석이 난리가 났다. 순식간에 주위가 맹독으로 뿌옇게 변해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거기에 얼마나 강한 맹독인지 관중석 끝에 결계가 꾸득꾸득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상황을 파악한 본부 직원이 식은땀을 흘렸다. "......진짜 미친놈인가." "이대로는 결계가 무너집니다!" 하지만 결계가 깨진다고 해서 중요한 '명예로운 결투'를 중지할 수는 없었다. 대비는 되어 있었기에 본부 직원이 소리쳤다. "위험경보 1단계 발령하고, 다음 결계 준비해." "예!" 키젠 하수인들이 관중석으로 뛰어 들어갔다. "비상! 비상상황입니다!" "제일 1열부터 10열까지의 학생들! 뒤로 물러나세요!" 결계가 파괴될 위험이 있기에, 앞 열의 학생들을 관중석에서 끌어내는 전례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계는 점점 더 금이 가며 내구도가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관중석은 아비규환이었다. 결계에 금이 가자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시몬!" "카미, 가야 해! 서둘러!" 앞자리에 앉았던 전 학생회 멤버들도 자리를 비워야 했다. 이내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고, 10열부터 새로운 결계가 펼쳐졌다. "10열부터 새로운 2차 결계 펼쳤습니다!" "첫 번째 결계 파괴됩니다!" 와장창창! 첫 번째 결계가 유리벽처럼 박살 나고 독의 폭풍이 그대로 밖으로 빠져나와 휘몰아쳤다. 순식간에 두 번째 결계까지 독가스가 닿았다. 위쪽으로 피난해 온 학생들은 방금 자신들이 앉았던 자리가 독으로 순식간에 오염되어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며 침음을 흘렸다. 경기장 전역이 맹독의 폭풍으로 흐릿한 가운데, 어렴풋하게 악마의 형상을 한 거대한 괴물이 결계 안에서 활보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히 공포스러운 광경이었다. "시몬은 지금...... 뭐랑 싸우고 있는 거지?" 메이린이 창백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지금 당장 경기를 중단해야 해요!" 카미바레즈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반응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그때 관중석 뒤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고개를 돌리자 뺨이 술기운으로 붉게 물든 회갈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별야 교수님!" "내가 막 사디스트 같은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시몬만 잡아먹을 듯 독을 먹였겠냐. 안 그래?" 그녀가 낄낄대며 턱짓했다. 모두의 시선이 마나 스크린으로 향했다. <발락 : 78%> <시몬 폴렌티아 : 82%> 시몬이 맹독에 당했다면 라이프 게이지는 더 떨어졌어야 할 터. 저런 맹독의 세례 속에서 80%대를 유지하는 건 시몬이 기적같이 잘 버티고 있다는 뜻이었다. "자, 우리 귀염둥이. 실력을 한번 볼까?" * * * 휘오오오오오오오오! 맹독의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러나 끔찍해 보이는 관중석의 외부와는 달리, 내부는 태풍의 핵처럼 그렇게 사태가 심각하진 않았다. '저항계는 완벽해.' 역시 네크로맨서의 몸. 제대로 항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시몬은 고개를 들어 거대한 독의 갑주에 들어가 있는 발락을 올려다보았다. '그럼 나도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시몬이 몸에 붙인 채 쌓고 있던 혼돈의 마법진을 떼어내 허공에 펼치고, 아공간을 열어젖혔다. '다음은 네 차례야, 마누스.' 아공간에서 한 쌍의 안광이 번쩍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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