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74화 "나 어제 피온 님 만났어." 타닥-! 딱! 캠프파이어의 불길에 장작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시몬은 잠시 그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좋았겠네." "왜?" "피온과 다시 만나기를 늘 기대해 왔었잖아." "흐음-" 메이린이 다리를 모아서 팔로 끌어안았다. 무릎 위로 얼굴을 폭 올려놓고 가만히 타들어 가는 장작을 바라보았다. 주위는 술에 취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시끌시끌했지만, 어쩐지 이곳만큼은 차분한 적막이 흘렀다. 이내 그녀가 살짝 턱을 들어서 시몬 쪽을 응시한다. 그녀의 눈에 묘한 이채가 일렁였다. "시몬." "응." 시몬이 대답했다. "시몬." "응?" "시-몬." "어, 응," 시몬이 영문도 모르고 대답하는 사이, 그녀의 시선은 시몬의 턱으로 향해 있었다. 기억에 선명하다. 어찌 잊겠는가. 피온의 투구를 살짝 올려서 그 턱을 보았다. 전체적으로 날카롭고 뚜렷한 목선에, 남자답게 톡 튀어나온 목젖과 목덜미. 역시. '닮았어.' 메이린은 천천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크고 든든해 보이는 동갑내기 친구가 땀을 삐질 흘리며 웃어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시몬이 피온이 아니라는 사실이 못 박힌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1학년 시절, 지금의 일행들과 다 함께 파견평가로 중립지대에 갔었을 때였다. -피온 님! 맞죠? 그녀는 그때도 직접 제 눈으로 피온을 목격했었다. -당신은 누구죠? 왜 항상 우리가 있는 현장에 나타나는 거예요? 무슨 말이라도......! 그녀의 물음에, 피온은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었다. 그때만 해도 메이린은 피온이 시몬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확신하고 있었지만. -메이린? 갑자기 사라져서 걱정했잖아. 무슨 일이야? 뒤에서 시몬이 나타났다. 피온과 시몬이 한 자리에 동시에 존재하는 광경이 벌어진 것이다. 진실은 에르제베트가 시몬으로 변신한 모습이었지만, 그녀가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혹시나 시몬이 가짜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칠흑을 써보게 시키니, 평소처럼 시몬의 칠흑은 검푸른색이었다. 시몬은 시몬이고, 피온은 피온이다. 그렇게 생각해 왔는데 왜 자꾸. '가슴이 뛰는 거지?' 그녀가 시몬의 턱을 응시한다. 얼굴에 피가 몰리고, 콩닥콩닥 가슴이 뛴다. 시큰한 감각이 콧등을 쓸며 입이 바싹 마른다. 처음 피온의 턱을 봤을 때의 그 느낌. "왜 그래? 메이린." 시몬이 멋쩍게 웃었다. "얼굴이 빨간데." "으, 으으응? 아! 아무것도 아냐!" 그녀가 홱 고개를 돌리며 제 뺨을 감쌌다. 이러면 안 된다. 조금 떠보려고 했는데 이쪽이 먼저 흔들려 버리면 어쩌잔 말인가. 진정, 진정하자.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며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이놈의 가슴은 좀처럼 조용해지지 않았다. 쿵- 쿵- 쿵- 쿵- 이 심장 뛰는 소리가 남에게는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눈을 질끈 감고 용기를 낸 그녀가 다시 홱 시몬 쪽을 바라보았다. "아, 아무튼 그때 피온 님이 날 구해주셨어." "무사해서 다행이네." "에일다르 히드라 어쩌구? 암튼 그 커다란 히드라랑 싸우다가 정신을 잃었거든.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니까 피온 님의 얼굴이 보이는 거야." 그녀가 내려앉은 눈으로 시몬을 응시했다. "그때 난 피온 님이 너인 줄 알았어." "......." 메이린은 어떤 반응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에 힘을 주었다. "순간 네 얼굴이 겹쳐져서, 당연히 너라고 생각했거든." 자, 이제 어떻게 나올 테냐. 그녀는 시몬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나. "......." 시몬의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음? 왜 저래?' 메이린이 눈을 끔뻑거렸다. 시몬은 고개를 젖히거나, 손바닥으로 이마를 덮거나, 긴 한숨을 흘리거나 했다. 그러다. "미안해." 그의 입에서 너덜너덜해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으, 응?" "그때 네가 얼마나 위험했는지 다 들었어." 시몬이 자책하듯 두 손을 머리에 댔다. "너희들이랑 1학년들이 다 같이 홍펭 교수님을 구하고 히드라를 상대하고 했을 때, 난 꼴사납게 무너진 잔해에 깔려 기절해 있었어." "어, 음?" "명색이 학생회장인데, 홍펭 교수님을 찾으러 가겠다고 큰소리만 떵떵 쳐놓고 정작 나는 아무것도 못 했어! 피온이 그 자리에 있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너도 큰일 날 뻔했잖아." 그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난...... 정말 최악이야." 태어나서 생전 처음 보는 시몬의 자책에, 메이린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그러고 보니. 뒤늦게 시몬이 부상당해 누워 있을 때 미안하다. 내가 돕지 못해서 미안하다하고 계속 사과하던 게 기억났다. 자신들을 구하러 미끼를 자처하다가 다친 것이기에, 학생회 멤버들은 사과할 필요 없다며 달랬지만 시몬은 유독 그 부분을 마음 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그럴 수 있어. 학생회장으로서 책임감이 무거웠을 테니까.' 그리고 시몬은 늘 어떤 힘들고 열악한 상황에서도 활약하고 제 몫을 해냈다. 아마 이렇게 허무하게 기절해서 전투에 끼지 못한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리라. 충격이 컸을 수도 있다. 좌절했을 수도 있다. 물론 시몬은 멘탈도 좋고 어른스러워서 자주 깜빡깜빡 잊긴 하지만, 결국 자신과 같은 18살 동갑내기가 아닌가. 그런데 내가 뭐라고 말했더라?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니까 피온 님의 얼굴이 보이는 거야. 그때 난 피온 님이 너인 줄 알았어. -순간 네 얼굴이 겹쳐져서, 당연히 너라고 생각했거든. 설마 그렇게 말한 걸. '피온이랑 비교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이이?' 아님 혹시 이렇게 받아들인 건가? -에이, 난 당연히 너일 줄 알았는데 피온 님이었네. 너 그때 뭐 하고 있었냐? "아니야아아아아!" 얼굴이 한계치까지 시뻘게진 메이린이 빼액 소리 지르며 두 손으로 시몬의 어깨를 콱 짚었다. "?!" 시몬이 그대로 기우뚱하며 자리에 넘어졌고, 메이린이 그를 덮치듯 밀어붙이며 시뻘건 얼굴로 외쳤다. "아니야 이 바보야! 난 그냥! 난 그저...... 그!" 잠시 말문이 막혀 있던 그녀가 빼액 소리 질렀다. "너, 너, 넌 1학년 때부터 늘 내가 위기에 빠지면 구해주고 그랬으니까! 그냥 단순히 네 얼굴이 먼저 떠올랐을 뿐이야! 물론 나뿐만 아니라 모두를 그렇게 도와주기도 했고! 그래서 난 이번에도 그냥 너인 줄 착각했을 뿐이라고! 괜히 이상한 의미부여 하지 마! 멍충아!" 시몬의 얼굴이 벌게졌다. 가까워도 지나치게 가까웠다. 무엇보다 지금 이렇게 얽힌 자세는 여러모로 오해의 여지가 있지 않나? 술을 마시던 몇몇 주민들이 낄낄거리고 있었다. 빨간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벌게진 메이린이 작게 눈꼬리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소리 질렀다. "난 늘 너한테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고!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고작 이번 전투 한번 빠졌다고 내가 그렇게 나쁜 식으로 나쁘게 말하겠냐구! 그리고 우리가 함께해온 시간이 얼만데, 전투 하나 삐끗했다고 의기소침하는 거야? 나, 나는 절대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니야!" 횡설수설한다. 메이린 본인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중간부터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전형적인 사랑싸움이라고 생각했는지 휘파람을 불었다. "아, 알았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메이린! 내가 미안해! 이, 일단 진정하고......." 시몬이 상체를 일으키며 다급히 그녀를 달랬다. '......메이린이 날 떠보는 것 같아서 살짝 연기했는데.' 시몬 폴렌티아가 자책한다. 아무래도 평소 그런 적 없었던 사람이 그렇게 자책하니 파괴력이 엄청났던 모양. 시몬은 그녀를 진정시키는 데 진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고생해야 했다. "아, 아무튼! 그......!" 메이린은 하아 하아 힘겨운 숨을 내뱉으며 이내 눈가를 쓱 닦았다. "난 절대 나쁜 의도로 말한 건 아니었으니까!" "응, 당연하지! 알았어." 괜히 이쪽이 더 미안해졌다. 하지만 다행히, 이제 메이린은 자신을 피온으로 의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조금 마음이 아팠지만 나중에라도 사과하기로 했다. 시몬은 화제를 돌리려 노력했고, 오늘 아침 있었던 홍펭이 50인분 가까이 되는 음식을 먹어치운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 니들 분위기 좋네." 그때 실실거리는 웃음과 함께 누군가 나타났다. 홍펭의 직속제자이자, 마투학과의 킨터였다. "오늘부터 1일이니 뭐니 그런 거?" "그런 거 아냐! 병신아!" 얼굴이 붉게 변한 메이린이 빼액 소리 지르며 자갈을 던졌다. 킨터는 어깨를 으쓱하며 피하고는 시몬을 바라보았다. "아무튼 내가 졌다. 학생회장." 워낙 정신없이 싸우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전에 했던 내기를 말하는 것 같았다. 킨터가 말을 이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홍펭 교수님의 직속제자는 그만두기로 했다. 곧 전과 신청도......." "이야기는 들었어." 시몬이 입을 열었다. "마지막에 네가 홍펭 교수님을 구했다며?" "......어, 그게 뭐?" "고맙다." 시몬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당시 시몬은 히드라의 머리를 베느라 컨디션이 최악이었던 홍펭을 조금도 커버해 주지 못했고, 전투를 하면서도 계속 그녀를 걱정하던 차였다. 근처에 있던 학생회 멤버들과 1학년 삼총사, 그리고 마투학과 학생들이 도우러 와줘서 다행이었다. 킨터는 해괴한 것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표정을 구겼다. 내 담당교수를 구했는데 왜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어야 하냐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내기는 됐어." 잠깐의 통쾌함을 위해 킨터를 마투학과에서 쫓아내 봐야. 결국에는 홍펭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괜히 그녀의 학생 하나를 빼앗는 격일 뿐이니까. 시몬에게도 아무런 득이 될 게 없다. "하하, 자비를 베푸는 거냐?" 킨터가 눈을 감았다. "하지만 내기는 내기니까. 직속제자는 그만둘 거다. 난 홍펭 교수님께 배우기엔 많이 모자란 것 같다. 그리고." "?" 시몬이 눈을 가만히 바라보던 킨터는 눈을 질끈 감고는 등을 돌렸다. "제기랄. 아니다." 시몬도 굳이 직속제자를 그만두겠다는 것까지는 말리지 않았다. 킨터는 이내 등을 돌리며 두 사람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방해해서 미안하다. 그럼 오붓한 시간 보내라." "그런 거 아니라고! 병신아!" 메이린이 꽥 외치는 소리에 시몬이 웃음 지었다. * * * 술자리의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었다. 언어는 잘 통하지 않았어도, 몸짓 발짓은 통했다. 모두가 이야기를 나누며 왁자지껄하게 웃고 있었지만. 홀로 겉돌고 있는 사람도 한 명 있었다. 별야였다. 그녀는 표범처럼 나무 위에 축 늘어진 채 홀로 술을 홀짝거리고 있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일족에서 쫓겨난 그녀는 이런 자리에서 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홍펭이 시몬을 데리고 놀러 간다길래, 그걸 핑계로 한번 가볼 생각이었는데. 막상 일족 사람들을 보니 절로 몸을 숨기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참나. 왜 온 거야 난." 그녀가 술병을 쭉 들이켰다. 그러다 인상을 찡그리며 술병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벌써 다 마셨다. 그녀가 쩝 하고 몸을 일으켜 떠나려는 찰나. "언니는 안 내려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홍펭이 그녀가 누워 있는 쪽으로 나뭇가지를 타고 걸어오고 있었다. "추방자가 무슨. 근데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냐? 기척을 숨기고 있었는데." "다 아는 방법이 있어." "...하여간 망할 동생." 별야가 히죽 웃었다. "그건 그렇고, 내 귀염둥이를 독차지하려고 고향에 데리고 와?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더니." "어차피 시몬은 언니 수업도 안 듣는다며?" "다음 학기에는 협박을 해서라도 듣게 해야지. 그렇게 어마어마한 놈이란 걸 알게 됐는데."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웃었다. 이내 홍펭이 별야의 옆 나뭇가지에 등을 기대고 누웠다. "어릴 땐 이렇게 같이 누워서 밤하늘을 보곤 했는데." "그랬지."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하늘에 뜬 달을 바라보았다. 편안한 정적이 이어지고 있는 그때. "적어도 아버지는 보고 가." 홍펭이 넌지시 제안했다. "일없다." 별야는 냉정히 고개를 저었다. -추방이다! 다시는 마르라트의 땅에 발을 들이지 못할 줄 알거라! 당시의 촌장이었던 아버지는 그렇게 명령했다. 별야를 쫓아낸 건 아버지의 결정이었다. "아버지가 나한테 무슨 소릴 했는지 너도 알잖아? 반발심리로 와봤는데, 괜히 기분만 꿀꿀해졌어. 나 먼저 간......." 척! 그때 홍펭이 뭔가를 내밀었다. 오래되어 보이는 나무 상자였다. 홍펭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냐?" "언니 거야. 열어봐." 딸칵. 시큰둥한 표정으로 상자를 연 그녀의 얼굴에 순간 화색이 돌았다. "야! 이거 설마!" "맞아. 초원의 마유주야." "캬하!" 신이 난 그녀가 나무 위에서 방방 뛰었다. 쏴아아 하고 나뭇잎들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그래도 피붙이라고 언니 챙기는 건 동생뿐이네! 잘 먹을게?" "그거 아버지 거야." 우뚝. 별야의 동작이 멈췄다. "뭐?" "아버지가 만드신 거라고." 홍펭은 고향에 올라오면 늘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다 보면 자연스레 별야의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어떻게 지낸다더냐. 촌장 직에서 은퇴한 아버지는 딱 그렇게 운을 뗀다. 그러면 홍펭은 웃으며 이야기했다. 당시는 별야가 키젠 교수로 임용되기 전이었다. 홍펭은 별야가 주당처럼 술을 퍼마시며 지내지만 뒷골목에서는 유명한 싸움꾼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소리 내어 웃었다. -술을 좋아하는 건 날 닮았구나. -고향에서 먹었던 마유주를 그리워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허구한 날 항아리에 든 술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다가 취해서 제 엄마한테 혼나곤 했지. 이야기를 나눈 이후. 바로 그다음 날에 아버지는 술을 빚고 있었다. 그 좋아하는 술을 제때 마시지도 않고 정성껏 빚어서 숙성했다. 축제 날마다 일족의 전사들이 눈독을 들이며 그 술을 원했을 때도 열지 않았다. 그렇게 수년이 지났다. "별 헛소리는." 별야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버지 술 환장하시는 거 몰라서 하는 소리네. 그걸 일족에서 쫓겨난 나한테 주려고 빚은 것 같아? 그냥 본인 먹으려고......!" "술병 아래를 봐." 시큰둥한 표정이었지만, 별야는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술병 아랫면에 파낸 것 같은 아주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삐뚤빼뚤한 글씨. 홍펭이 가르쳐 줘서 배운 어눌한 대륙어로 그렇게 써져 있었다. -큰 딸내미 거. 별야의 동공이 흔들렸다. 여섯 병 모두 그렇게 써져 있었다. "밤이 되면, 아버지는 늘 창문을 열어놓고 술병을 창가에 내려놓은 뒤 주무시러 가셔." 홍펭이 빙긋 웃었다. "그걸 가져온 거야." "......." 별야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덜덜 떨리는 팔로 술병을 제대로 잡더니 끼긱거리는 소리와 함께 뚜껑을 열었다. 향기로운 향이 콧가를 자극한다. 그녀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올려 마셨다. 꿀떡 꿀떡- 목젖이 요동친다. 이내 크게 한번 마신 그녀가 병을 내려놓고 캬하 웃는다. "아, 이거." 애써 옆으로 고개를 돌린 별야가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고향의 맛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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