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63화 "뭐겠느냐. 이 녀석을 시체폭발로 터뜨리는 게다." 그 말을 들은 프린스가 펄쩍 뛰었다. [뭐? 설마 나한테 시체폭발을 쓰겠다고? 제정신이야?] 시몬도 당황하며 말했다. "제, 제가 생각해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뭐가 문제이느냐." 대공이 팔짱을 끼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본체를 희생하는 것도 아니고, 되살아날 수 있는 목숨도 아홉 개고, 심지어 잃은 목숨도 시간이 지나면 재생하지. 특히 좀비의 몸에 응집된 저 커다란 칠흑. 아무리 봐도 시체폭발로 쓰기에 제격이거늘." "......." 듣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시몬이 싱숭생숭한 표정으로 눈을 돌리자 프린스가 펄쩍 뛰었다. [야! 시몬! 너까지 그러기야?] 프린스가 시몬의 옷깃을 위아래로 휙휙 흔들어댔다. 시몬의 옷에 붙어 있던 피어의 분신은 '크크크' 웃음소리를 냈다. [피어는 아무 말도 하지 마!] 프린스가 먼저 선수를 치고는, 눈에 힘을 주고 시몬을 노려보았다. [안 해! 안 해! 안 해! 분명해 말해두는데, 난 시체폭발 같은 거 절대로 안 할 거야!] '완강하네.' 시몬이 슬쩍 대공의 눈치를 보았고, 대공은 뭐 하냐는 듯 턱짓했다. 네 에이션트 언데드니 어떻게든 구슬려 보라는 뜻이었다. '아, 이런 건 세르네가 잘하는데.' 잠시 고민하던 시몬이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중요한 건 '동심'. 그리고 '멋짐'이다. 이 녀석의 정신연령은 일곱 살짜리 아동 수준에 멈춰 있다. 그 정신연령으로 긴 세월을 살아오며 어딘가 비틀어진 형태가 지금의 프린스. 그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눈높이를 낮출 필요성이 있었다. 시몬은 과장된 몸짓으로 두 팔을 휘저었다. "있잖아, 프린스. 머릿속으로 뭉게뭉게 구름을 떠올려 봐."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프린스는 경계를 풀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눈동자를 위로 굴렸다.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늘의 구름이 아니라, 땅에도 구름이 있다면 어때?" [땅에도 구름이 있어?] "당연하지. 갑자기 확 치솟으면서 주위의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거야." [오! 뭔가 멋있어!] "그게 바로 폭발이야. 사실 폭발이야말로 진짜 남자의 로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 프린스가 바로 눈치채고는 꽥 소리 질렀다. [사실 하나도 멋없어!] '......이럴 때만 눈치가 빨라요.' 시몬은 그 뒤로도 프린스를 붙잡고 몇 번이고 설득했다. -딱 한 번만 써보면 안 돼? 한 번만 시전해 보고 그때도 싫으면 다시는 안 할게. -복귀하면 랭거스틴에 들러서 장난감 가게에 데려가 줄게! 어때? -진정한 영웅은 바람같이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프린스가 정확히 어떤 '멋짐'에 꽂히는지를 잘 모르니, 질보다는 양에 집중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당근을 던져도 프린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안 해!] 물론 프린스의 의사와 관계없이 절대명령으로 시체폭발을 쓰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수단. 마음의 상처를 받은 프린스가 다시는 시몬의 부름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반드시 프린스의 허락을 받아내는 게 선결 조건이었다. "프린스." 시몬이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완곡하게 말했다. "넌 죽어도 얼마든지 돌아올 수 있잖아. 애초에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시체폭발은 싫단 거야?" [싸우다 어쩔 수 없이 죽는 거랑 처음부터 억지로 펑 하고 터지는 게 같냐!] 프린스가 꽥 소리쳤다. [그리고 죽는 건 아프고! 뭣보다 하나도 안 멋있어!] "응?" [영웅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활약해야 하는데, 먼저 펑 터져서 사라지는 건 하나도 안 멋있다고!] 살짝 감이 왔다. 시몬이 프린스 앞에 쪼그려 앉아 청산유수처럼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진짜 멋있는 영웅은 동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영웅이야." [안 멋있다니까!] "그리고 목숨이 구해진 동료들이 막 좌절하고 있는데, 뿅 하고 다시 부활하는! 그런 게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 안 해?" 이미 '프린스의 시체폭발'에 꽂혀 버린 시몬도 끈질겼다. 포기를 몰랐다. 설득 시간이 길어지자, 대공도 근처에서 개인 훈련을 하면서 기다렸다. 그렇게 몇 시간에 걸친 설득 끝에. [......딱 한 번만이야.] 장난감 가게 무제한 이용권, 장난감 데스랜드 배송, 원하는 때에 놀아주기 등등. 무수한 대가를 치른 끝에 시몬은 프린스의 허락을 따낼 수 있었다. "대공님! 그럼 이제......." 시몬이 환하게 웃으며 옆을 보는데, 팔굽혀 펴기를 하던 대공의 모습이 사라졌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해라. 그녀가 입 모양으로 말했다. 시몬은 쓰게 웃으며 다시 프린스를 보았다. "그럼 간다!" 시몬이 손을 들어 올렸다. 프린스는 바짝 긴장한 얼굴로 두 주먹을 꾸욱 쥐었다. "......." [.......] 잠시 멍하니 있던 시몬이 들어 올린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그런데 어떻게 하지?" [멍청아!] 프린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외쳤다. [그냥 내가 깃든 이 좀비에 시체폭발을 쓰면 되잖아!] "방금 그렇게 해봤는데 안 돼." 시몬은 좀비가 소환형이든 군단형이든 전부 터뜨릴 수 있었다. 문제는 프린스가 그 좀비에 깃들어 버리면, 해당 좀비의 소유권과 통제권을 모두를 잃는다는 점이었다. 그 좀비 자체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로지 프린스의 사념만 느낄 수 있었다. "멍청한 것. 머리 나쁜 병이 또다시 도졌구나." 멀리 떨어져 있던 대공이 훅! 하고 옆으로 다가왔다. "일반적인 시체폭발 마법식으로는 안 되는 게 당연하다. 군단용으로 새롭게 개조해야겠지. 저 프린스의 몸에 직접 덧입히는 느낌이라고 생각해라." "......덧입히는 느낌." "물론 당장 그런 수식을 뚝딱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할 거다. 오늘은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으로......." 우우웅! 그때 시몬의 손바닥 앞으로 검푸른 원이 그려졌다. 그 안에 무수한 수식들이 새겨지며 3차원으로 벌어졌다. "덧입힌다면 대충 이런 느낌?" 단숨에 핵심을 간파하고 뚝딱뚝딱 프린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마법진을 그려 나가는 시몬을 보며, 대공의 눈이 커졌다. 이건 또 무슨...... 하는 표정이었다.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프린스는 땅을 쿵쿵 밟으며 화를 냈다. [아니, 왜 이렇게 열심히 해! 그렇게 날 터뜨리고 싶냐?] 못내 서운한 듯한 프린스였다. 어쨌거나, 임시긴 하지만 프린스 시체폭발 전용 마법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시몬이 프린스의 몸에 마법진을 부착했고, 작동을 준비했다. "간다!" 최대한 뒤로 물러난 시몬이 손바닥을 펼쳤다. 촤아아아아앙! 그가 완성한 마법진은 이미 마법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와 정보량이었다. 도합 아홉 장의 마법진이 서로 긴밀하게 맞물리며 회전하고 있었다. 대공은 전보다 훨씬 멀찍이 떨어져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시체......!' 시몬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키이이이잉! 프린스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시몬이 주먹을 쥐려고 할 때마다 그 빛이 점점 더 커져 나갔다. 시몬의 이마에 땀방울이 주륵 떨어졌고, 들어 올린 팔이 덜덜 떨렸다. '시체......!!' 프린스도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몸에 점점 더 큰 빛이 일어났다. '폭......!' [역시 무서워! 싫어! 싫어! 싫어!] 갑자기 프린스가 생떼를 부렸다. 점점 커져 나가던 빛이 다시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주먹을 쥐려던 시몬의 손도 반강제로 쫘악 펼쳐졌다. "프린스!" [무섭다고!] 시몬이 마법진을 발동시키며 주먹을 쥐려 했지만 프린스의 의지가 폭발을 거부한다. '크윽!' 두 의지가 맹렬히 충돌한다. 하지만 흑마법은 이미 시전된 상태고, 이대로는 술사인 시몬이 칠흑 역류로 위험해질 수 있었다. "딱 한 번만 부탁해!" 그렇게 외치며 시몬이 강제로 주먹을 쥐었다. "폭발!" 프린스의 몸에 빛이 번쩍했다. 프린스가 눈을 질끈 감았다. [.......] 그리고 잠시 후. 그가 눈을 떴다. [뭐야?] 프린스가 제 몸을 바라보았다. [아무렇지도 않잖아?] 파스스― 그렇게 말한 프린스의 몸이 갑자기 검은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프린스가 사라진 뒤에 남은 건, 새까만 석탄처럼 바스러진 채 바닥에 떨어진 잔해뿐이었다. "......실패다." 시몬이 손을 내리며 아쉬움을 표했다. 대공이 다시 옆으로 슉! 하고 다가왔다. '그래도 제법이군. 첫 시도 만에 이 정도까지 해내다니.' 시몬은 주섬주섬 새로운 좀비를 꺼내 프린스를 불러왔다. 다시 까만 벼락이 떨어지며 좀비가 프린스로 변했다. [으, 방금 뭐였어? 뭔가 기분 나빠!] 프린스는 등장하자마자 툴툴댔다. "뭐가 문제일까요?" 시몬이 물었다. 대공은 턱에 손을 짚으며 곰곰이 생각했다. "아무래도 조건이 다 갖춰지지 않은 모양이니라." "네?" "수식도 개선해야 하지만, 가장 문제는 너와 프린스의 의지가 어긋나고 있다는 점이겠지." 그녀도 고개를 돌려 시몬을 보았다. "군단장과 에이션트 언데드의 의지가 상충되는 상태에서, 무슨 흑마법을 쓰든 좋은 결과가 나올 리가 없느니라." 결국 가장 큰 과제는 하나. 프린스가 스스로 시체폭발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래도 감은 왔어.' 시몬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또 시체폭발을 시킬까 봐 프린스가 슬슬 눈치를 보며 도망치려는 그때. "오늘 밤에 같이 눈싸움하고 놀래?" [어, 진짜로? 좋아!] 그나마 단순해서 다행이었다. * * * 북부에서의 실전 겸 교육은 계속되었다. 시몬은 이번엔 병력을 분산해서 두 개 군대를 동시에 싸우게 하는 방법도 배웠다. 병력으로 감싸 상대 언데드들의 포위망을 굳힌 시몬이 눈을 부릅떴다. "미식가! 지금이야!" 이번에 북부에서 새로 얻은 네임드 언데드, 미식가가 살벌하게 돌진해 뭉쳐진 적진을 하나뿐인 앞발로 휩쓸어버렸다. "포위해!" 촤륵! 촤르르륵! 헤르세바의 미라들이 또 다른 네임드 몬스터의 팔에 붕대를 휘감았다. 이번엔 거칠게 날뛰는 중대형 설인, 이름은 '외눈박이'였다. "프린스!" [간다!] 프린스가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라 네임드 몬스터의 안면을 후려쳤다. 일격에 쿵! 소리와 함께 네임드가 쓰러졌다. 남은 잔당의 처리는 간단했다. [하하하! 봤어? 봤지? 난 시체폭발이 없어도 세다고!] "알았다니까." 시몬이 빙긋 웃으며 피어에게 부탁했다. 피어가 '외눈박이'의 코어에 손을 올렸다. 이내 언데드의 군단화가 완료되었고, 거대한 거체가 몸을 일으켰다. 시몬이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스으- 외눈박이가 얼굴을 대어 시몬의 손바닥에 이마를 기댔다. "옳지." 시몬이 부들부들한 털을 쓸어주며 미소 지었다. -크르르! 질 수 없다는 듯, 군단의 고참격인 네임드인 '미식가'도 얼굴을 들이밀었다. 시몬은 미식가의 머리도 쓸어주었다. 벌써 두 기의 네임드. '전력 강화가 쏠쏠하네. 이대로만 가면 북부에서 네임드로 부대도 만들 수 있겠는데?' "대공!" 그때 북부의 전령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시몬은 대공인 척을 해야 했기에 잽싸게 투구를 뒤집어쓰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투구에 대공이 직접 걸어준 변조 마법을 발동한 뒤 말했다. [무슨 일이냐?] "회의가 있으니 지금 바로 빌케노스로 돌아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다. 회의 내용은?] 전령이 즉각 대답했다. "첩보원들이 삼형제의 위치를 발견했습니다." '드디어!' 생각보다 이르지만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 동시에. '프린스의 시체폭발을 실전에 쓸 순간이!' 프린스가 귀신같이 눈치채고는 펄쩍 뛰었다. [야! 자꾸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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