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70화 눈부신 광채가 서서히 희미해져 간다. 얼음이 녹아내리고 허연 냉기가 주위를 뒤덮는다. 사르르륵- 새하얀 깃털들은 주위를 눈처럼 채우며 나풀거렸다. 시몬의 어깨에도 한 장 살포시 내려앉았다. 눈가에도 툭 하고 깃털이 붙더니 그대로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바닥에 놓인 깃털을 응시하던 시몬은 흔들리는 동공으로 앞을 보았다. 상아탑을 멸망까지 이끌었던 던전주. '얼어붙은 시계'의 얼음이 녹아내리는 동시에, 세르네의 몸 또한 힘이 빠져가며 바닥에 쓰러지고 있다. 이내. 빛이 걷혔다. "......." 남은 것은 적막뿐. 나풀거리던 하얀 깃털들도 봄눈처럼 사라지고, 시몬의 팔을 고정하고 있던 결박 마법진도 풀리고, 사념의 통로가 복구되며 피어의 목소리도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시몬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안 돼." 시몬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안 돼! 안 돼! 안 돼!" 실성한 사람처럼 달려가 쓰러진 세르네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자랑하던 상아색 머리카락은 빛이 바랬고, 입술은 파랗게 변했으며, 피부는 미라처럼 마르고 푸석푸석해졌다. 스륵- 세르네의 손이 시몬의 뺨을 감쌌다. 그녀의 퍼레진 입술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부탁해요." 애달픈 미소를 마지막으로. 그녀의 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시몬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네가......!' 그렇게 자신밖에 모를 것 같던 그녀가. '왜 네가......!' 모든 것을 위해 희생했다. 그 모든 것에는 메이린의 목숨과 시몬 본인의 목숨도 있었다. 숨죽인 채 그녀를 받들고 있던 시몬의 충혈된 두 눈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시몬은 얼어붙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얼음은 거의 다 녹아서 몸체는 2/3 정도는 드러나 있었지만, 아직 완전히 봉인 효과가 풀린 건 아닌지 움직이진 않고 있었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서둘러야 하네!] 뒤늦게 시간의 유령의 목소리도 들렸다. [누군가 100층으로 오고 있네!] '!' 시몬은 얼른 '얼어붙은 시계' 뒤로 숨었다. 시간의 유령이 손을 휘저어 마법을 발현하더니, 허공을 떼어내어 이불처럼 시몬에게 덮어주었다. 저벅- 저벅- 느릿한 발걸음 소리가 100층을 울렸다. 지익- 지이이익- 그리고 뭔가가 질질 끌리는 소리 또한 들렸다. 시몬은 시간의 유령이 걸어준 마법 아래에 숨어 은밀하게 앞을 보았다. '......베르무드 아인다르크.' 상아탑주의 얼굴에는 아직 식지 않은 시뻘건 선혈이 튀어 있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붙잡아 바닥에 질질 끌고 오고 있는 건 다음 아닌 피투성이의 남자. 기르돈이었다. 베르무드는 걸음을 멈추고, 봉인이 풀리기 직전인 '얼어붙은 시계'와, 싸늘하게 식은 채 쓰러져 있는 세르네를 바라보았다. "......기다리라고 했건만, 마지막 순간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게냐." 그의 입에서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마지막까지 통제가 어렵구나. 그래도 네 뜻대로, 메이린만큼은 살려주겠다." 터엉! 베르무드는 피투성이가 된 기르돈을 얼어붙은 시계 앞에 던지고는, 통신 수정구를 들었다. "여기는 베르무드다. 키젠의 학생들은 어떻게 됐지?" 치직! -여, 여기는 경비대장입니다! 학생회장 시몬 폴렌티아는 41층에 몰아넣었습니다! 다리가 한 짝 날아갔는데도 도망치고 있는......! "한심하긴." 베르무드가 짜증스럽게 질책했다. "고작 학생 하나에 이게 무슨 꼴인가. 다리 하나를 더 날려도 숨만 붙여놓으면 된다. 10분 안에 반드시 붙잡아라." -예! 그리고 메리다 휴 이켈의 위치도 파악했습니다! 20층에서 도주 중입니다! "그 계집은 상처 없이 생포해라. 키젠이 없는 새 시대에 '판타서스 휴 이켈'을 적으로 돌리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그 계집이 판타서스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치직. 베르무드가 통신 수정구를 종료하고는 새로운 통신 수정구를 들었다. "베르무드다. '이전 마법'의 상황을 보고해라." -이전 센터장 헤시온입니다! 10분 안에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 언제든지 시간의 탑을 로크섬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키젠의 좌표 방해 결계에 텔레포트가 틀어질 확률은?" -고대 마도 기술입니다. 현대의 결계 수식에 걸릴 확률은 0%입니다. "알겠다. 내 다음 지시가 떨어지면......." 쿨럭! 쿨럭! 베르무드가 동공을 움직였다. '얼어붙은 시계'에 몸을 기대고 있던 기르돈이 피거품을 토하는 모습이 보였다. 베르무드는 무정물 같은 시선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놀라울 정도로 질기군. 아직도 살아 있었나." 피거품을 토하며 몸을 떨던 그의 입가에서 쇠 긁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쿨럭! 쿨럭! 키젠......! 키젠 네놈......!] "기어코 정신이 나갔군. 아직도 그 소린가? 기르돈." 베르무드가 손을 뻗자, 눈 깜짝할 사이에 마법진이 펼쳐졌다. "자네의 악명은 대륙의 역사에 길이 남을 걸세. 내가 약속하지 않았나? 키젠을 무너뜨리겠다는 자네의 꿈을 실현하게 해주겠다고." [키젠......! 키젠......!] "잘 가게." 푸우우우욱! 마법진에서 뻗어 나온 용암의 창이 기르돈의 복부를 꿰뚫고 들어가 '얼어붙은 시계'까지 파고들었다. 단순한 기계처럼 보였던 시계에서 푸른 피가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탑을 이전하는 타이밍에 맞춰 폭주를 시키려면, 슬슬 예열해 놔야겠지." 베르무드의 눈이 번뜩였다. "깨어나라. 던전주." 그가 다음 공격 마법진을 연달아 펼치려는 그때. 똑딱똑딱똑딱똑딱! 얼어붙은 시계 중앙에 두 개의 눈이 떠졌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이 쫙 돋게 하는, 감정 없이 텅 비어버린 눈동자였다. 똑딱똑딱똑딱똑딱! 세 개의 시곗바늘이 정신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던전주의 봉인이 해제된 것이다. "고작 이 정도 상처로 활성화된 건가? 보기보다 엄살이 심하군." 베르무드가 의외라는 듯 중얼거리며 마법진을 거두고는 통신 수정구를 들었다. "여기는 베르무드, 계획대로 얼어붙은 시계를 깨웠다. 앞으로 세 시간 뒤에 완전 폭주에 들어간다. 상황을 보고해라." 치직! -여기는 10층 이전 마법 복원 센터! 시간의 탑 이전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치직! -여기는 20층! 메리다 휴 이켈을 붙잡았습니다! 치직! -여, 여기는 41층! 시몬 폴렌티아가......! 사, 사라졌습니다! 베르무드의 미간이 구겨졌다. "사라졌다고? 분명 몰았다고 했지 않나?" -분명 그랬습니다만! 갑자기 교복만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남은 건 움직이지 않는 좀비 한 구입니다! "멍청한 것들. 됐다. 어차피 곧 계획이 시작된다. 메리다 휴 이켈만 데리고 빠져나오......." 그때 베르무드의 눈이 부릅떠졌다. '무슨?' 똑딱똑딱똑딱똑딱! 똑딱똑딱똑딱똑딱똑딱똑딱똑딱! 시곗바늘이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었다. 완전 폭주까지 세 시간을 예상했는데, 약간의 타격만 가한 것치고는 벌써부터 폭주반응이 시작되고 있었다. 베르무드가 서둘러 봉쇄마법의 수식을 짜고 있는 그때. 스르르르륵- 폭주하던 '얼어붙은 시계'의 몸이 점점 흐려져 갔다. "제대로 인사하는 건 처음이네. 상아탑주." 베르무드의 동공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얼어붙은 시계'의 몸체가 녹색의 대검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계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푸른 머리의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는......!" "미안하지만." 얼어붙은 시계가 시몬의 대검 안으로 빨려 들어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의 눈동자에 금빛 광채가 맴돌았다. "이 던전은 이제 내 거야." 시몬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촤르르르르르륵! 갑자기 던전의 벽이 좌우에서 파도처럼 밀려들더니, 베르무드가 뭘 할 틈도 없이 집어삼켰다. "네놈......! 어떻...... 게!" 베르무드가 뻗은 손끝조차 상아탑의 벽돌에 뒤덮여 보이지 않게 됐다. 시몬이 주먹을 쥔 팔을 거칠게 옆으로 잡아당겼다. 터어어어엉―! 베르무드의 몸이 강제로 상아탑 밖으로 배출되고, 눈 깜짝할 사이에 100층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시몬은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꽂은 파멸의 대검의 손잡이에 다시 한번 손을 갖다 댔다. '20층이랬지.' 시몬이 눈을 질끈 감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 * * "이거 놔요!" 흑마법 수갑에 두 팔이 결속 당한 메리다가 거칠게 몸부림쳤다. 그녀를 붙잡은 경비가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다치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걸어!" 경비들이 그녀의 팔을 붙잡은 채 데려가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뒤를 돌아보았다. '......경악스럽군.' 거의 20명 가까이 되는 시간의 탑 경비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쿨쿨 자고 있었다. 아무리 키젠이라도 애들은 애들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설마 이 정도로 뛰어날 줄이야. "놓으라니까!" 거칠게 몸부림치던 메리다가 뒤통수로 힘껏 경비의 콧잔등을 들이받았다. 그가 커헉! 소리를 내며 쓰러졌고 메리다가 달려 나갔다. "이 꼬맹이가!" 촤르륵! 그의 지팡이에서 뻗어 나간 마나의 밧줄이 그녀의 다리를 휘감았다. 메리다는 저항하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이 애새끼가 꼭지 돌게 하네. 오냐,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눈깔이 뒤집힌 경비가 코에 피를 줄줄 흘리면서 다가왔다. "어떻게 해야 얌전해지려나?" 그가 메리다의 머리카락을 붙잡아 일으켜 세우려는 그때. 터어어어엉! 갑자기 벽면이 기둥처럼 튀어나와 경비의 몸을 들이받았다. "?!" 터엉! 터어어엉! 연달아 벽면이 위아래에서 일어나며 자리에 서 있는 모든 경비들의 몸을 쳐냈다. 그들이 일제히 반대쪽 벽에 부딪히며 기절했다. "아?" 메리다는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시전자들이 의식을 잃으며, 그녀의 팔을 봉쇄하고 있던 흑마법 수갑과 밧줄도 모두 풀렸다. 스르르르- 솟아올랐던 벽면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무슨 상황인진 잘 모르겠지만, 도망칠 기회였다. 메리다는 다시 몸을 추스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 * * 털썩! 시몬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던전주의 힘을 쓰는 건 커다란 정신력이 소모되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급한 불을 끈 거겠지?' 시간의 유령이 다가왔다. [수고했네.] "네, 들키지 않게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렇게 말한 시몬이 금세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세르네가...... 어?" 말을 흐리던 시몬의 두 눈이 급격히 커졌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세르네의 시체가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분명히 여기 있어야 했는데, 남은 건 살해당한 기르돈의 시체뿐이다. 그렇다는 건- "누굴 찾아요?" 시몬은 등줄기에 소름이 쫘아악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곤 삐걱거리는 목각인형처럼 힘겹게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빛바랜 머리카락의 소녀가 태연하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 놀란 시몬은 바닥에 주저앉은 그대로 파바밧 뒤로 물러났다. "뭐예요? 그 유령이라도 본 것 같은 반응은." 그녀가 토라진 듯 입술을 삐쭉였다. 그녀를 가리키는 시몬의 손끝이 덜덜 떨렸다. "너, 너, 너. 어떻게 살아 있어?!" "새삼스럽네요." 그녀는 눈을 꾸욱 감은 채 옷 사이에 붙어 있던 깃털 하나를 떼어냈다. 푸석푸석했던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왔고, 빛바랜 회색 머리카락도 다시 풍성한 밀밭을 연상케 하는 상앗빛으로 돌아와 휘날렸다. "나 세르네예요. 내가 그렇게 쉽게 죽을 여자로 보여요?" 시몬은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간의 유령도 웃고 있는 걸 보니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절대봉인을 해제하려면 자기 목숨을.......' "절대봉인. 네크로맨서도 아닌 그냥 마법사가 쓴 300년 전의 낡아빠진 옛날기술." 그녀가 손가락을 휘휘 흔들었다. "시대가 이렇게 발전했는데, 굳이 똑같은 절대봉인을 다시 걸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제 독자적인 칠흑 빙결마법으로 수식을 역산해서 절대봉인을 해제했어요. 저기 시간의 유령 씨도 협력해 줬구요." [음, 그렇지!] 시간의 유령이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절대봉인을 역산해서 해제했다고? 아니, 그런게 가능...... 해?" 걸음을 멈춘 세르네가 뒷짐을 지며 시몬을 돌아보며 웃었다. "내 실력이 300년 전의 낡은 마법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하, 하." 시몬은 헛웃음을 흘리며 바닥에 벌러덩 누워 버렸다. 아마도 메이린을 구하기 위해, 절대봉인의 존재를 알았을 때부터 이 마법의 연구를 해왔으리라. 아주 끝까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그래도 감동이에요." 세르네가 눈꼬리에 눈물을 닦는 시늉을 말했다. "설마 시몬이 날 위해 울어줄 줄은......." "안 울었어!!" 시몬이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세르네가 그 반응을 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 "역시 놀리는 재미가 있다니까요." "......왜 날 속인 거야?"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란 말이 있잖아요? 베르무드도 속이는 김에 겸사겸사. 그래도 동기 부여는 확실히 됐죠?" 시몬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넌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가장 이상한 사람이...... 어?" 그때 세르네가 코에서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시몬이 놀라서 그녀에게 뛰어왔다. "왜, 왜 그래?" "대가 없이 풀었다고는 안 했는데요?" 그녀가 헤헤 웃었다. 세르네의 몸에는 거짓말처럼 힘이 없었다. "마법이 실패해서 칠흑역류로 내가 죽을 확률도 50%. 시몬에게 말했던 건 진심이에요. 혹시나 죽었을 때를 대비해 작별인사를 한 것도 있었죠." "......너." 그녀가 휘청이며 시몬 쪽으로 몸을 기댔다. "후후. 이렇게 약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건 처음인데."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시몬이 세르네를 앉혔다. 그녀도 저항하지 않고 시몬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좋아, 이제 어떻게 하지?" "베르무드의 계획은 막았지만, 이제 베르무드가 어떻게든 우릴 죽여서 입을 막으려고 할 거예요." 세르네가 한쪽 눈을 윙크했다. "나란히 대륙 최강의 강자 중 하나에게 쫓기게 됐네요? 지금쯤 다시 1층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을 거예요." "......!" "살고 싶으면 네프티스가 있는 곳으로 도망쳐야 해요." 갑자기 압박감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아까는 기습이라 먹힌 것뿐. 베르무드는 이제 전력을 내서 이곳으로 올 테고, 다음번에 만나면 그리 쉽게 당해주지 않으리라. 잠시 고민하던 시몬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상아탑주의 계획을 그대로 채용하자." "어떻게요?" "내가 던전주의 힘을 가졌으니 이제 '얼어붙은 시계'의 위협은 없어. 탑의 이전 마법을 발동해서 시간의 탑을 통째로 로크섬의 빈 공터로 옮기는 거야."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이쪽이 로크섬으로 탑을 옮겨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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