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36화 탐정 사무소 첫 개시일이 밝았다. “첫 손님은 언제 오려나.” 시몬과 레테는 자리에 앉아 눈을 반짝이며 기다렸다. 그러나 오전 내내 손님은 한 명도 없었고,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도 사무소 유리벽에 써진 글귀를 읽다가 휙 지나치기 일쑤였다. 가끔 레테가 상냥하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보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시선을 돌리며 외면하듯 제 갈 길을 가버렸다. “이 도시 사람들, 정말 냉랭함다.” 레테가 입술이 삐쭉 튀어나온 채 중얼거렸다. 시몬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 “성녀로서 매일매일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아서 힘들었지? 이런 기회에 초심을 되새기는 것도 좋아.” “죽고 싶냐?” 그렇게 저녁이 되어도 손님은 0명. 첫 영업일은 별다른 수확 없이 보내야 했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어제보다 더 일찍 탐정 사무소 문을 열었고 손님을 기다렸다. 다행히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드문드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썩 이야기가 잘 통하지는 않았다. -탐정? 이렇게 젊은 친구들이? 대뜸 나이부터 물어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 -내가 옆옆 가게에서 빵을 만드는데, 영 허리가 아파서 말이야. 무료로 좀 도와줄 수 있니? 그런 의뢰도 받아주나? 탐정이 아니라 심부름센터로 착각한 사람. -빈트로드 탐정을 소개시켜 주십시오! -빈트로드의 조수 출신이라며? 그분께 의뢰를 맡기고 싶은데 예약이 너무 밀려서 힘들어. 어떻게 안 되겠나? 두 사람에게는 관심 없고 빈트로드와 이어질 연줄로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결국 오늘 아침도 아무런 성과도 없이 지나갔다. 이에 기도를 준비하며 경건히 눈을 감은 레테가 두 손을 곱게 모아쥔 채 중얼거렸다. “데바님, 저들의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대신 길 가다가 바나나 껍질에 미끄러져 딱 일주일만 입원하게 해주시옵소서.” 소파에 앉아 있던 시몬이 웃음을 흘리며 한마디 했다. “성녀가 저주학에 관심이 있을 줄 몰랐네.” 그 말을 들은 레테가 화가 난 표정으로 깃펜을 집어 던졌다. 시몬은 가볍게 손을 움직여 깃펜을 붙잡아 책상에 내려놓았다. “진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검까!” 레테가 소파에 축 늘어져 고개를 뒤로 쭉 뺐다. “이틀 내내 손님이 없어요!” “예상은 했잖아.” 시몬이 바스락 소리와 함께 책장을 넘기며 태연히 말했다. “다르블렝에서는 탐정의 권위가 높은 만큼, 탐정에 도전했다가 망하는 사람도 많아. 결국 살아남는 건 상위 5%뿐일 거야.” “뭘 그렇게 남 일처럼 태평하게 이야기하시는 검까!” 레테가 목소리를 높였다. “저 이런 장사나 사업 같은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 엄청 기대했다구요!” 그녀의 눈에는 분함과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런 레테를 바라보던 시몬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제대로 집중하고 있었네.’ 단순히 기분을 내려고 탐정 사무소를 차린 건 아닌 것 같았다. 시몬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 이제 겨우 이틀 차일 뿐이니까. 안 되면 다른 탐정 사무소 의뢰를 간청해 보거나, 광장에서 하양이랑 까망이랑 공연이라도 하면서 돈을 벌 테니 안심해.” “…….” 제 허벅지 위에 손을 얹은 레테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갑자기 낯이 뜨거워진 시몬이 슬쩍 시선을 피했다. “왜, 왜?” “뭔가 조금은 더 의젓해졌나 싶어서요.” 웬일로 칭찬을 해주는 레테였다. 시몬이 멋쩍게 웃으며 책장을 넘겼다. “우리도 이제 곧 3학년 2학기 학생이잖아. 어른스럽게 행동할 때도 됐지.” “그러네요.” 그렇게 답한 레테가 힐긋 시몬이 읽는 책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뭘 읽고 있는 거예요?” “다르블렝의 유명한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시몬이 책을 흔들어 표지를 보였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내용이야.” “……의젓해졌다는 말 취소임다. 그런 거 좀 본다고 현실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까요?” “엄청 도움이 돼!” 흥분한 시몬이 팔랑팔랑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 이 책에는 재미뿐만 아니라 추리를 전개하는 방식, 추론 과정, 그리고 다르블렝의 배경에 대해서도 심도 깊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추리도 결국은 공부야.” “누가 전교 1위 범생이 아니랄까 봐.” 그녀가 고개를 돌려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치이?” -냐옹! -냥! 찹찹 곡물 사료를 먹고 있던 하양이와 까망이가 울음소리를 냈다. 그 옆에는 아록에서 얻은 신수의 알이 네옴 가전 자리에 놓인 채 네옴의 신성을 흡수하고 있었다. 짤랑 짤랑! 바로 그때 문에 매달아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파에 아무렇게나 엎드려 있던 레테가 빛의 속도로 되돌아와 다소곳하게 무릎을 모으고 앉았고, 시몬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 오후 첫 손님이다. 시몬의 시선이 손님의 인상을 살폈다. 연령대는 40대에서 50대 정도의 여성으로 보인다. 눈꼬리가 아래로 내려가 있고, 이마와 입가 근처에 주름살이 자글자글하게 자라나 있으며, 특히 손 또한 잔뜩 불어 있었다.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은 사람. 입고 있는 옷은 무난한 것 같으면서도 저번에 갔던 양장점에서 본 고가의 브랜드 로고가 붙어 있었다. “탐정분들이시죠?” 그렇게 묻는 그녀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시몬은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웃음은 처음 본다고 생각했다. 주름이 일그러지고 입은 말아 올라간다. 평소에 잘 웃지 않는 타입. 시몬은 저 입가의 주름이 웃는 얼굴로 나타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몬은 그녀가 화를 내는 얼굴을 상상해 보았고, 그러자 주름이 펴지며 매우 자연스러운 그림이 떠올랐다.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차.’ 방금 추리소설을 보고 있었더니 진짜 탐정이 된 것처럼 너무 몰입하고 말았다. 시몬이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친절하게 손님을 응대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한 자리에 앉으시죠.” 여자가 소파에 앉았고, 시몬과 레테가 그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이내 그녀가 목소리를 냈다. “사람을 찾고 있답니다.” 시몬과 레테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탐정이 너무 젊어서 경험이 없을 것 같다며 무시하지 않고, 빈트로드 운운하지도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건 이 의뢰자가 처음이었다. “우선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그녀가 명함을 내밀었다. 파르노 고아원의 고아원장, 이름은 라벨라였다. 시몬이 부드럽게 물었다. “라벨라 부인, 누구를 찾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 아이예요.” 그녀가 구식 마력 촬영기로 찍은 듯한 사진을 내밀었다. 4세에서 6세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웃고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마빈’, 고아원에서 사라진 지 벌써 나흘째랍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다르블렝은 위험한 곳이에요. 고아원 밖으로 나간 아이가 어떻게 됐을지…….” 말을 멈춘 그녀가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훔쳤다. 레테가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손등을 토닥여 주었고, 그 틈에 시몬은 가만히 사진에 집중했다. ‘빨간 머리 덕분에 눈에 잘 띄겠네. 보통 정도의 체격에 홍조에 붉은 기, 앞니도 하나 빠져 있고. 특징이 꽤 뚜렷해.’ 실종자의 인상착의를 머릿속에 집어넣은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혹시 어떤 이유로 아이가 고아원에서 나갔는지, 짐작 가는 점이 있으신가요?” 라벨라가 코를 훌쩍였다. “워낙 호기심이 많고 장난기가 넘치는 아이라…… 짐작 가는 바가 너무 많아서 문제네요. 또 무슨 장난을 치다가 일에 휘말렸겠죠.” “알겠습니다.” 시몬과 레테가 눈을 마주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건, 저희가 맡겠습니다.” * * * 의뢰 계약서를 작성한 뒤, 시몬과 레테는 바로 움직였다. 아직 신입 탐정이라서 의뢰를 해결하지 못하면 보수도 없다. 그걸 감안하고도 지금은 의뢰자가 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우선 고아원으로 가보죠.” “네?” 시몬은 라벨라의 음성에서 살짝 당황한 기색을 느꼈다. 시몬이 말을 이었다. “실종자가 사라진 곳을 먼저 조사하고, 실종자의 생활환경과 습관을 파악하는 건 수사의 기본입니다.” 레테가 입 모양으로 ‘오오’ 하고 감탄하며 시몬을 올려다보았다. 시몬은 태연히 어깨를 으쓱했지만, 사실 뒷목에는 땀이 삐질 흘러나오고 있었다. ‘방금 추리소설에서 본 대사를 바로 써먹게 될 줄이야.’ 틈틈이 책을 읽어야 더더욱 탐정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몬이 전문가스러운 말투로 딱 잘라 말하자, 조금 망설이던 라벨라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고아원에 도착했다. 다르블렝의 중심부에서 살짝 벗어난 위치에 있는 이 건물은 그럭저럭 컸지만, 외관이 깨끗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뛰어놀아야 할 마당은 휑한 분위기가 풍겼고 유리창 곳곳이 깨져 있는 게 보였다. “잠시 먼저 실례할게요.” 라벨라가 문으로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두 분 탐정님은 밖에서 잠깐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네.” 라벨라가 고아원 안으로 들어가 달칵하고 문을 닫는 모습이 보인다. 이내 그녀가 ‘흐으읍’ 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시몬과 레테가 무슨 일일까 싶어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고 있는데. “$@%$^@!!” 거대한 고함이 고아원 건물을 뒤흔들었다. 시끌벅적하던 고아원이 순식간에 싸늘한 정적으로 휩싸였다. “$$$^@? &*$!!” 사람의 목소리가 어쩜 저렇게 윙윙 울리면서도 클 수가 있단 말인가. 경이로운 폐활량이었다. 시몬과 레테도 살짝 귀를 막은 채 기다렸다. 이내 라벨라가 쿵쿵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주위를 뒤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한참을 우당탕탕 무언가를 부수고 옮기고 뒤집어엎는 소리가 들린 뒤. 끼익- 라벨라가 ‘으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문을 열어주었다. “두 분 탐정님, 들어오세요.” “시, 실례하겠습니다.” 시몬과 레테는 고아원 안으로 들어왔다. 어린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부는 차가운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마빈의 방은 3층이랍니다.” “네.” 삐걱 삐걱 소리와 함께 계단을 걸어 올라가고 있는데, 방 곳곳에서 어린이들이 배꼼 고개만 내민 채 낯선 사람들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은 그 아이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지만, 라벨라의 살벌한 시선이 뒤따르자 즉시 얼굴을 다시 숨기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괜히 내가 긴장하면서 눈치 보게 되네.’ 시몬이 침을 꼴깍 삼키며 그런 생각을 했다. 손님으로 온 시몬 본인도 숨 막히는데, 이곳에 사는 아이들의 심정이 어떨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편 탐정수첩을 펼친 레테가 이런저런 질문을 그녀에게 던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총 몇 명이나 여기서 생활하고 있나요?” “400명이 조금 넘는답니다.” 그녀가 말했다. “모두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죠. 입양되기 전까지 계속 이곳에서 생활해요.” 이렇게 좁고 작은 건물에서 400명이라. 방 하나에 아이들이 얼마나 빽빽하게 몰려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마빈이 지내는 방은 여기예요.” 3층에 올라온 라벨라가 문을 열어주었고, 시몬이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열악한 환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구멍이 뚫려 찬바람이 쌩쌩 부는 벽면, 침대 대신 말라비틀어진 담요나 거적때기, 바닥 곳곳에 벌레의 분변까지 가득했다. “아마 봐도 별거 없을…….” 라벨라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그때. 와장창! 위층에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격렬하게 들렸다. 어색하게 웃던 라벨라의 주름이 갑자기 선명하게 퍼지며 살벌한 표정으로 버럭 외쳤다. “누구야!” 즉시 고아원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그녀가 아차 싶었는지 다시 억지 미소를 지으며 시몬과 레테를 돌아보았다. “또 아이들이 말썽을 피웠나 보네요. 여기 잠시 계시겠어요?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아, 네! 편하게 하세요.” 쿵 쿵 쿵! 그녀가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시몬과 레테가 얼른 시선을 교환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방은 내가 볼 테니까, 레테는 다른 방을 체크해 줘.” “알겠슴다. 조심하세요.” 레테가 옆방으로 이동했고, 시몬은 마빈의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서랍은 낡다 못해 부서져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있었고, 담요는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빠르게 가구들과 서랍을 뒤져보던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이건…….” 커다란 옷장 하나가 벽에 붙어 있지 않고, 약간 어색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시몬이 저벅 저벅 걸어가서 그 옷장을 힘주어 옆으로 밀어내 보았다. “아…….” 순간 머리가 싸늘하게 식었다. 벽면에 붙어 있는 것은 구속구였다. 딱 작은 아이의 양팔과 다리를 구속할 만한 크기의 금속 구속구들. 그 외에도 다양한 장치들이 아이의 몸에 맞춰 고정할 수 있도록 벽에 설치되어 있었다. ‘이건 또 뭐야?’ 그 옆의 벽에는 무언가를 급하게 덧댄 듯 울룩불룩 튀어나온 벽지가 보였다. 시몬이 손끝으로 벽지를 더듬거리다가, 이내 작게 찢어내고 내부를 살폈다. ‘채찍…….’ 심지어 피가 채 말라붙지도 않은 채찍이었다. 시몬이 딱딱하게 얼어붙어 있는 그때. “보면 안 되는 걸 보셨군요.” 싸늘한 음성에 시몬이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계단을 내려온 라벨라 부인이 살벌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머리를 한 차례 차갑게 식힌 시몬이 한숨을 푹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마빈이 이곳에서 탈출하려 했는지 알겠습니다.” 탁. 그가 채찍을 발밑에 떨어뜨렸다.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계셨던 겁니까?” “그게 수사에 필요한 질문인가요?” 그녀가 처음 탐정 사무소에 왔을 때와는 다른, 날카로워진 음성이었다. 시몬이 무거운 침묵을 지키자 결국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어른 몇 명이서 400명이 넘는 혈기왕성한 고아들을 전부 관리하는 건 불가능해요. 다소 거친 방법을 사용해야 규율이 생기는 거죠.” “당신……!” 저벅 저벅! 그때 레테도 옆방에서 발견한 채찍과 고문 도구를 들고 다가왔다. 그녀 또한 부모를 어린 나이에 잃고, 안나가 지어준 시설에서 자랐기에 고아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당신이 그러고도……!” “그럼, 의뢰를 거절할 건가요?” 그녀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당신들 코가 석 자 아닌가요? 솔직히, 비싼 탐정들을 쓸 수도 있었지만 괜히 이런 일로 시끄러울까 봐 당신들 같은 외부인 출신들을 쓴 거예요. 나는 요금을 지불하고, 당신들은 사건을 해결한다. 서로 이해관계만 맞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우리라도 이깟 일은……!” 레테가 채찍을 강하게 내팽개치려는 그때, 시몬이 팔을 들어 그녀를 막았다. “괜찮습니다. 마빈을 찾아보도록 하죠.” “시온!” 레테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표정으로 시몬을 바라보자, 시몬이 레테를 돌아보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레테도 뭔가를 느꼈는지, 감정을 가라앉히고 두 팔을 늘어뜨렸다. “아주 좋아요.” 라벨라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손뼉을 쳤다. “정말로 마빈을 데려온다면 보상은 후하게 쳐줄게요. 곧 있을 올레스티아 부인의 파티에 많은 탐정들이 올 텐데, 제가 여러분의 무용담을 퍼뜨릴 수도 있겠군요. 실력 좋은 신입 탐정이 있다고요.” 시몬은 냉정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부인의 배려에 감사합니다. 그럼, 마빈이 도망친 곳으로 짐작 가는 장소가 있을까요?” 그 말에 라벨라가 팔짱을 낀 채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것도 너무 많아서 문제죠. 워낙 아이를 노리고 있는 녀석들은 많을 테니.” “?” “최근 다르블렝의 섬유 공업 단지에 인력이 부족하니 남자아이들을 납치해서 푼돈으로 일을 시킨다고 하더군요. 그 밖에도 인신매매를 하는 슬래그본 길드,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뒷골목의 성녀도 수상한…….” 그 말을 들은 시몬과 레테가 그녀에게 달려들어 동시에 외쳤다. “지금 성녀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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