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46화 천둥성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87위 리비 마블라! 갑니다!” 천둥성주 시몬은 왕좌에 앉은 채로 모든 2학년들을 상대했다. 수적 우위는 2학년들에게 있었지만 시몬은 경지에 오른 스켈레톤의 인력 컨트롤과 뛰어난 마투, 그리고 온갖 경험에 기반한 대처법을 갖고 있기에 공략하기 쉽지 않았다. 퍼어엉! 87위의 리비 마블라가 ‘자폭 저주’를 시도했다가 시몬에게 간파당해 나가떨어졌다. “15위 다루크 스칼! 인사드립니다!” <메타모포시스> 다음 도전자. 괴물 고릴라 형태로 변신한 다루크 스칼이 왕좌에 앉아 있는 시몬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부우웅! 그런데 시몬의 몸이 갑자기 사라졌다. 당황한 다루크가 고개를 들자 시몬이 왕좌째로 하늘로 붕 떠올라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왕좌에 무게를 낮추는 저주를 건 뒤, 본 아머로 왕좌를 떠받들어 들어 올린 것이다. 시몬이 손짓하자 왕좌에 걸린 무게 저주가 풀리고, 그대로 왕좌가 다루크 스칼을 깔아뭉갰다. 쿠우우웅! 다루크가 변신이 풀리는 것과 함께 탈락되어 시험장 밖으로 텔레포트되어 버렸다. 지켜보던 2학년들이 식은땀을 흘렸다. “크윽!” “그냥 앉아 있는 상대인데 뭔가 힘들어!” 발상의 자유로움. 2학년들은 흑마법 사출 시간의 1분 1초도 깎고 또 깎아서 치열하게 천둥성주인 시몬을 공략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성공하지 못했다. 이는 심리전에 기반했다. 시몬은 왕좌에 집착하지는 않았지만, 2학년들은 네크로맨서의 본능상 왕좌에 앉은 상대를 어떻게 공략할지 연구하게 되고, 그런 심리전을 이용하는 것에서 시몬은 늘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경험의 질에서 나오는 차이. 평생 한 번 맞닥뜨리기도 힘든 결사의 구원자를 다섯이나 쓰러뜨리고, 차원을 뛰어넘고 시간마저 넘나들었다. 시몬은 이제 19세 소년이라 하기에는 네크로맨서로서의 완숙미마저 엿보이고 있었다. [!] 그때 시몬의 눈이 확 커지더니, 처음으로 방어마법을 켜지 않고 왕좌 옆으로 몸을 날렸다. 터어어엉! 흐릿한 검녹색의 칠흑이 날아와 왕좌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간신히 피한 시몬이 고개를 들어 정면을 응시했다. <망령 소환 – 라시바르> 전체 3위, 몰리 공주가 드디어 나섰다. 그녀의 뒤에는 검은 연기가 일렁이고 있고, 그 연기 속에 스피릿으로 이루어진 거인 망령이 활을 든 채 서 있었다. 급히 사령마법을 시전하느라 지쳐 보이는 몰리가 숨을 헐떡였다. “드디어, 왕좌에서 벗어나게 해드렸네요. 선배님.” 그녀가 한 방 먹였다는 듯 말했다. 시몬은 웃는 얼굴로 손뼉을 짝 쳤다. 콰르르릉! 그것을 신호로, 창문을 뚫고 날아온 혼돈의 벼락이 망령 라시바르에 부딪혔다. 스피릿으로 이루어진 라시바르가 혼돈에 얻어맞아 괴로워하며 사라져 갔다. 당황한 몰리가 급히 라시바르 쪽으로 손을 내밀었으나. “!” 시몬에게 눈을 뗀 대가는 컸다. 어느새 두 다리에 칠흑을 폭발시켜 접근한 그가 그녀의 옆구리를 향해 손바닥을 내지르고 있었다. 몰리는 다급히 ‘혼령화’를 시전하여 물러서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한 번뿐인 혼령화를 이렇게 쉽게 소모하다니!’ 몰리는 난감한 표정으로 전면을 응시했다. 손바닥을 내지른 시몬이 서서히 자세를 풀고 멀어지는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늘 존경하고 선망하는 사람이었지만, 적으로서 만나니 너무나 두려웠다. 온몸에 한기가 치밀었다. ‘집중하자. 혼령화가 풀리는 즉시 반격하겠어!’ 그러나 혼령화로 흐릿해진 그녀의 몸이 물리력을 되찾는 순간. 딸칵! 딸칵! “꺅!” 처음부터 몰리가 물러나는 방향에 스켈레톤의 본 아머가 펼쳐진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두 팔에 뼈들이 달라붙더니 강제로 뒤로 당겨진 채 수갑처럼 바뀌어 등에 붙였다. 두 팔이 구속당한 그녀가 큭!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일부러 나를 이쪽 방향으로 보내신 거였어!’ 시몬에겐 무의미한 동작이 하나도 없었다. 뒤이어 시몬이 마무리를 위해 혼돈의 창을 만들어 그녀에게 날렸다. “뭐 해!” 그 즉시 전체 5위 루어스만이 달려들어 몰리를 끌어안고 몸을 날렸다. 바닥에 콰릉! 하고 자줏빛 벼락이 부딪혔다. “네가 여기서 당하면 이 시험 절대 못 이겨!” “아, 고마워! 루어스만!” 그러나 제대로 피하지 못했는지, 루어스만도 우탕당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다리에 파직거리는 혼돈의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시몬이 그쪽으로 저벅저벅 다가가고 있는데. 콰아아아아아-! 거대한 나무가 채찍처럼 휘어져 다가왔다. 시몬이 급히 발을 옆으로 디뎌서 피했다. ‘왔나.’ 시몬이 속으로 웃었다. 2학년 최강, 사샤의 공격이었다. 쿠르르르르르르르! 콰아아아아! 시험 주최 측에서 내구성을 극도로 강화해서 만든 구조물이 견뎌내지 못할 정도로, 무수히 뻗어 나오는 나무줄기와 가지들. 그리고 그 중앙. 마치 번데기가 나비로 변하듯, 등 뒤에 프리즘 빛깔의 날개를 펼쳐낸 사샤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등 뒤에는 가장 거대한 나무가 솟아 있었는데, 시몬은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세계수!’ 사샤는 저 세계수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몇 번이고 있었을 터. 하지만 그녀는 더 강해지기 위해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것을 선택했다. “헤헤, 시몬 오빠.” 그녀가 번뜩이는 동공으로 시몬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같이 춤추자.” 촤아아아아아아! 그녀가 손짓하자 무수한 나무줄기들이 쏟아져 왔다. 처음에 사용했던 그 식인식물 따위와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도적인 속도와 압력을 가진 나무줄기가 뱀처럼 구불거리며 접근한다. ‘빨라!’ 시몬은 ‘칠흑 체내 분화’까지 사용하며 대응해야 했다. 심지어 이 나무에는 열매가 달려 있었고, 열매는 칠흑화염계처럼 폭발하기까지 했다. 잡으려는 나무 줄기와, 도망치는 시몬 사이로 맹렬한 자줏빛 스파크가 치민다. [!] 그때 도망치던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천장에 쭉 드리워진 나뭇잎들이 벌어지고, 가지에 두 발을 붙인 채 거꾸로 앉아 있는 사샤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몬 오빠!” 터엉! 그녀가 짐승 같은 몸놀림으로 달려들었다. 시몬이 즉각 발차기를 날렸고, 그녀도 나비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에서 살짝 방향을 전환한 뒤 발차기를 날렸다. 두 다리가 부딪히며 투콱! 하고 맹렬한 파장이 터져 나왔다. “헤헤!” [흠.] 그사이 시몬과 사샤가 눈을 마주한다. 사샤는 대담하게 시몬의 앞에 착지한 뒤, 근접전을 이어나갔다. 투콱! 투콱! 타아! 사샤는 마투도 수준급이었다. 그녀가 쏟아내는 공세를 손바닥으로 일일이 쳐낸 시몬이 몸을 회전시키며 강렬한 돌려차기를 가했다. 부아아앙! 이를 사샤가 위로 펄쩍 뛰어서 피했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 간에 벌어지는 틈. 두 사람의 사이에 마법진을 펼치기엔 위험하고, 마투를 쓰기엔 애매한 거리가 벌어졌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몬과 사샤가 서로를 향해 손가락을 튕기는 자세를 취했다. <시몬 오리지널 – 파풍> <사샤 리메이크 – 파풍> 투콰아아아앙! 두 사람이 손가락을 튕기자, 뻗어 나간 바람이 중앙에 부딪혔다. 시몬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내 오리지널을!’ “계속 메모리얼 수정구 기록 보면서 연구했지롱!” 타아! 뒤로 물러난 사샤가 나무줄기를 따라 달린다. 시몬도 그녀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서로의 다음 공격. 사샤가 나뭇잎이 달린 나뭇가지를 드리우고, 시몬은 근처의 스켈레톤들의 뼈를 가지고 왔다. <본 네일 응용기 - 난장> 촤아아아아아! 인력이 가해진 뼈들이 소용돌이치며 사샤에게 날아왔고. <사샤 리메이크 - 난장> 나무에서 수많은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나뭇잎들이 ‘난장’을 재현했다. 뼈와 강화된 나뭇잎들이 서로 맹렬히 부딪힌다. ‘사샤!’ 시몬은 조금 감동이었다. 하지만 이건 시험.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달려들며 사샤와의 거리를 좁힌다. <카오스 스피어> 콰릉! 콰르르르릉! 시몬도 이제는 반쯤 진심이었다. 최근에 기억을 잃은 뒤 도달하게 된 경지. 시몬이 초가속 혼돈마법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이에 나무줄기가 사샤를 보호하듯 빼곡하게 돋아나 벽을 세웠지만. 슈콰아아앙! 콰르르릉! 혼돈은 제대로 된 회피가 불가능하다. 괴이한 궤적을 그리며 움직이던 혼돈이 나무줄기의 아주 작은 틈 사이로 빠져나와 사샤의 몸에 직격했다. 사샤가 아윽! 소리를 내며 나무에서 떨어졌다. 촤아아아! 사샤가 힘겹게 천둥성 바닥에 내려왔고. 타아. 시몬이 가뿐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하윽! 하아! 하아!” 가슴을 붙잡고 힘들어하는 모습, 아마 ‘세계수’는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기술이리라. 시몬이 태연히 말했다. [나를 혼자 상대해 이기려는 건 오만이다.] “……아.” [동료를 써라.] 처억. 척.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서와 몰리가 양옆에서 숨을 헐떡이는 사샤의 어깨를 붙잡았다. 사샤가 픽 웃으며 아서를 보았다. “바보왕! 데스나이트는?” “……다른 동기들이 희생하면서 대신 상대하고 있어. 그사이 빠져나온 거야.” 사샤가 반대쪽 고개를 돌렸다. “공주. 혼령화만 빠지면 겁쟁이처럼 몸 사리는 게 특기잖아. 괜찮아?” “누, 누가 몸을 사린다고! 너야말로 시간 얼마나 남았어?” 사샤가 후욱 하고 숨을 내뱉으며 허리를 세웠다. “3분.” “그 정도면 충분해! 이번에 승부를 걸자!” 세 사람이 일제히 자세를 낮췄다. 이에 대응하는 시몬은 팔짱을 낀 채 후배들을 바라보며 흡족하게 미소 지었다. ‘내가 졸업한 뒤에도 키젠은 문제없겠네.’ 파직! 파지지직! 시몬도 슬슬 피가 끓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 자줏빛 스파크가 연신 튀어 올랐다. 가히 천둥성주라는 이름, 그 자체였다. [너희들의 모든 걸 보여라.] * * * 우와아아아아아아! 한편, 시험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학생들을 모니터링해야 할 조교들이고 스태프들이고 죄다 몰려와 시몬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수준 높네요!” “확실히 시몬 님의 전투에는 가슴 뜨거워지는 뭔가가 있어.” “하, 애들 헛짓거리를 하는 거 점수 매기다 이거 보니까 정화된다.” 마나 스크린 주위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찼다. 처음부터 쪼그려 앉아 마나 스크린을 지켜보던 메이린은 괜히 자신이 뿌듯해져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다들 뭣들 하는 겁니까!” 그때 버럭 하는 외침이 들리자, 조교들이나 스태프들이 슬슬 눈치를 보며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2학년 총괄교수인 필이 나타났다. “아직 시험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자리로 돌아가세요!” “예, 예!” 몰려와 있던 스태프들이 하나둘 물러나고, 메이린은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흥, 저 교수님은 시몬이 패배하기를 바라는 거겠지?’ 그녀의 예상대로. 마나 스크린을 응시하는 필 교수는 손톱을 깨물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메이린은 뭔가 고소하다고 생각하며 다시 마나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시몬은 당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진 않을걸.’ * * * 삼총사가 시선을 맞추었고, 사샤가 손바닥으로 바닥을 강하게 내려쳤다. <세계수 폭주> 쿠쿠쿠쿠쿠쿠쿠쿠! 움직임이 시작된다. 바닥이 뜨거운 냄비처럼 불룩불룩 들끓어 오르더니, 마침내 거목들이 치솟는다. 이대로는 천둥성이 버티질 못한다. 천장이 무너질 것을 예측한 시몬이 즉시 나무를 딛고 날아올랐고. 쿠쿠쿵! 콰쾅! 그 판단은 옳았다. 초월적인 생장(生長)속도를 가진 나무들이 이제는 천둥성의 천장마저 부수며 끊임없이 솟구치고 있다. 점점 커지는 나무에 올라타는 것으로 천둥성 밖으로 나온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시원한 바깥바람이 불어오는 게 느껴지는 동시에, 바로 위의 먹구름에서 천둥 번개가 내리치고 있다. 그리고 시몬을 쫓고 있는 건 전체 2위의 아서 블레만. “한 수 부탁드립니다!” 우월한 육체 능력으로 나무를 딛고 시몬을 향해 거리를 좁혀가고 있었다. 시몬도 아서와의 마투전은 상책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양손에 혼돈의 창을 소환해 연달아 날렸다. 콰르르릉! 콰르르르르르릉! 혼돈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아서는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에 다섯 발의 혼돈을 동시에 맞았지만, 초월적인 육체와 정신력으로 견뎌내어 돌파에 성공했다. “크압!” 그가 검을 던져서 시몬의 방어 자세를 유도한 뒤, 두 발을 모아 시몬의 복부를 올려찼다. 터어어어어엉! 시몬이 가까스로 팔을 세워 발차기를 받아냈지만, 차는 힘에 의해 하늘 위로 떠오른다. 그리고 그 위에는 이미 몰리의 사령마법이 준비되고 있었다. <사령 소환 – 란드라르> 스스스스스스! 마치 서커스의 천막과도 같은 어둠의 장막이 지붕을 만들어낸다. 상대를 막 안에 가두는 동시에 감각을 약화시키는 사령마법이었다. “사샤! 아서!” 솟아오르는 나무줄기에 올라탄 몰리가 목이 터지도록 외쳤다. “지금이야!” 촤아아! 촤아아아아! 세계수의 나뭇가지가 뻗어 나가 어둠의 장막에 연결되어 벽을 만들고. <사복검 – 방어진> 촤르르르르르르! 아서가 보유한 여러 검 중 하나, 구불구불한 칼날의 사복검을 아서가 휘둘러 시몬의 주위로 넓게 펼쳐놓았다. 칼날 하나하나마다 차단 마법진이 펼쳐진다. 좌우, 후방. 어디도 피할 수 없다. 시몬이 움직일 수 있는 진행 방향은 그저 정면. 그리고. <사샤 오리지널 – 루미너스 블룸(Luminous Bloom)> 사샤가 그 정면에서 등장한다. 그녀의 복부가 마치 꽃봉오리처럼 피어오르며 그녀의 몸 자체가 일종의 커다란 꽃처럼 변한다. 그 위에 솟아오른 꽃의 중심부에서 눈부신 빛이 일렁인다. 오오오오오오! 대기의 모든 마나와 칠흑이 그녀에게 빨려드는 모습이 보인다. 시몬이 씩 웃는다. [훌륭한 협공이다.] 주위가 아득해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맹렬한 빛. 삼총사가 그 강력한 천둥성주를 몰아붙이고 있는 모습에, 아래에서 데스나이트에게 쓰러져 가던 2학년들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자, 그럼.] 시몬도 기특했는지 제대로 이에 응할 마음이 동했다. 시몬이 위쪽으로 팔을 보냈다. [제대로 놀아볼까.] <시몬 오리지널 - 서먼 카오스 리퍼> 찌이이이이익! 거대한 자줏빛 낫이 몰리의 서커스 천막을 찢으며 내부로 난입했다. 등장한 건 혼돈마법으로 만든 사령체, 카오스 리퍼. 시몬이 머리 위로 올린 팔을 내리그었다. 리퍼의 몸이 즉시 자줏빛으로 물드는 동시에, 지금까지의 모든 혼돈의 창들이 모조리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리퍼의 몸으로 빨려들어 갔다. 이내 사샤가 발사하려는 녹색의 빛이 최대치가 되려는 순간, 그보다 한발 빠르게 보라색 빛이 폭발한다. <시몬 오리지널 - 혼돈 난무> 콰르르르르르르르르릉!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 두 힘이 부딪히며 초대형 굉음이 터져 나온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앞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나 옵저버 아티팩트가 전해주는 화면으로 보는 사람들이나 모두 눈부심 때문에 파악할 수 없었다. 그저 빛이 있었고. 이후에는 세계수가 무너져 내리며 무수한 나뭇가지와 잎들이 박살 난 천둥성에 눈처럼 떨어져 내릴 뿐이었다. 압도적인 광경에 지켜보는 어느누구 하나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쿠웅! 시몬이 푸른 머리를 휘날리며 제일 먼저 두 발을 바닥에 착 붙인 채 내려왔다. 허리를 일으켜 세운 그가 두 손을 탁탁 터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좋아, 재미있어지는구나! 지금부터 시작이다!] 삐이이이이이익! 갑자기 귀청을 뒤흔드는 시끄러운 소리에, 시몬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뭐지?’ 설마. 시몬의 고개가 삐거덕거리며 불안하게 위쪽으로 향했다. 하늘에 마나로 일렁이는 새로운 글자가 적혀 있었다. [TEST END] [남은 시간 - 00 : 08 : 35] [생존자수 : 0/315] -330기 전체가 천둥성주에게 패배했습니다. -천둥성은 정복되지 않았습니다. ‘아…….’ 시몬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의 시선이 하늘에서 정신을 잃은 채 추락하는 사샤와 아서의 모습을 담았다. 이 룰에서 ‘기절’은 곧 ‘탈락’. ‘……사고 쳤다.’ 천둥성주가 도전자들을 전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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