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41화 육체를 얻은 헤르세바가 득실거리던 모래 몬스터들을 전부 제거하는 것으로 옐로우랜드는 평화를 되찾았다. 하계의 쌍둥이, 구원자 시엘의 생포에도 성공했다. 시몬은 시엘을 까마귀 요원인 알레이스터에게 넘겼고, 알레이스터는 이중 삼중으로 구원자를 봉인한 뒤 키젠 본부로 압송을 준비했다. 신성연방 측인 레테도 구원자 체포에 공헌했기에 구원자를 어느 쪽으로 압송할 것인가에 대한 실랑이가 벌어질 수도 있었으나, 레테는 시몬과 세르네가 대부분 해낸 일이라며 순순히 양보했다. 대신 시엘의 취조 과정에서 나오는 정보 공유와, 취조 과정에 신성연방 측 인원을 배치할 것을 요구했고 알레이스터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럼, 돌아가죠. 그렇게 모든 임무를 마친 시몬과 레테, 세르네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다시금 화이트랜드의 더 시티로 돌아왔다. 한편 더 시티는 새로운 지휘부를 구성하고 있었다. 애초에 새로운 시장은 혁명군 부단장인 다비나가 맡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그녀는 ‘자신은 압제에 맞서는 것을 잘할 뿐, 도시를 이끄는 시장직은 더 능력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히며 한발 물러났다. 그렇게 시장이 된 사람은 로렌조라는 남자였다. 화이트블록 출신은 아니면서도, 사업 수완으로 도시에서 가장 큰 식당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한 수많은 자선 사업을 진행했던 요리사이자 사업가였다. 이야기를 듣던 레테가 손뼉을 쳤다. -잠깐! 로렌조라면 더 시티 첫날에 저한테 신수 달걀을 사 갔던 그 요리사잖슴까! 사람 인연 신기하네요! -난 기억은 안 나지만. 그렇게 시장 로렌조와 부시장 다비나가 힘을 합쳐 더 시티를 재건하기로 했다. 전에 했던 시몬의 연설이 더 시티 사람들의 가슴에 제대로 박혀서 그런 걸까, 주민들 모두가 의욕적으로 새로운 지휘부의 설립에 참여했다. 이제 히에로미르의 위협에서 벗어났지만, 언제 결사가 코랄 자원을 노리고 나타날지 모르니 최대한 빠르게 재건을 마무리해야 했다. 까마귀 요원 알레이스터의 말에 따르면, 결사와 적대하는 대륙에서도 결사의 손에 다시 코랄이 들어가면 좋을 게 없었기에, 사람을 보내 군사력을 지원하는 제휴를 맺을 것 같다고 했다. 이후에도 시몬은 바쁘게 움직였다. 우선 전이기를 사용해서 자이로스와 언데드 병력을 다시금 프로스트 필드의 해당 위치 그대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이곳에 둘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자이로스가 없으면 칼로스 북부의 야생 몬스터 개체 수 통제가 불가능하고 마정석 광산 사업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물론 다른 걸 다 떠나서 자이로스가 시몬이 있는 세계에서 활동하는 걸 강하게 원했다. 그리고 자이로스뿐만 아니라, 이곳 화이트랜드에서 벗어나 대륙으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함께 전이시키기로 했다. 시몬은 대다수가 넘어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전체 인구의 1/5 정도만 이전을 선택했고, 나머지는 더 시티에 남기로 했다. -미운 정도 정이니까. -여기가 새 고향입니다! 이제는 히에로미르도 없구요! 새로운 더 시티에 대한 기대감이 주민들 사이에서 큰 것 같았다. 그렇게 자이로스와 북부 언데드들, 이주를 선택해 먼저 출발하기로 한 주민들을 전이기를 통해 무사히 대륙으로 돌려보냈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 * * “돌아갈 준비는 됐나?” 더 시티, 광장 앞. 시몬 일행은 모두 작은 포탈 앞에 서 있었다. 암흑연합 룬 리그 멤버인 시몬과 카미바레즈, 쥴. 이번에 새롭게 넘어온 세르네. 신성연방 룬 리그 멤버인 레테와 워턴, 그리고 아렌디아와 시그문드까지. 그 뒤에는 배웅하러 나온 더 시티의 주민들이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이제 돌아가는구나, 시몬.” 부시장이 된 다비나가 시몬의 손을 꼭 잡았다. 시몬이 정복을 차려입은 그녀를 보며 히죽 웃었다. “옷 잘 어울리는데. 권력에 타락하진 마라.” “하하하! 절대 그럴 일은 없어.” 그렇게 말한 그녀가 눈에 힘을 주었다. “네가 한 연설은 마음 깊이 새길게. 제2의 히에로미르가 나타나지 않도록 막을 거야.” “그래.” 그렇게 시몬은 더 시티에서 만난 사람들과 차례차례 인사를 나누었다. 처음 만난 더 시티 밖에서 생활하던 방랑자들, 혁명군 대원들, 지하 투기장 사람들, 그 밖에 여러 주민들까지. 모두와 인사를 마친 시몬이 마침내 포탈 앞에 서자 알레이스터가 말했다. “포탈은 약 6시간 간격으로 작동할 걸세. 6시간 뒤에는 레테 성녀, 그 뒤에는 다른 멤버들이 차례차례 들어가도록 하지.” 시몬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생각보다 간격이 크네.” “아마 대륙으로 넘어가면 바로바로 슝슝 나오는 것처럼 보일 검다.” 레테가 빙글빙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대륙에서 보죠.” “그래.” 시몬이 성큼성큼 걸어가 포탈 앞에 섰다. 그가 잠시 포탈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데. “무서워요? 기억이 다 돌아오면 지금의 자기 자신은 사라질까 봐?” 살랑거리는 노랫말 같은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어느새 세르네가 능글맞은 눈웃음을 흘리며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시몬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나는 두려움 따윈 느끼지 않는다.” “그럼 다행이지만요.” 세르네가 속삭이듯 말했다.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시몬은 시몬이에요. 아, 나는 미래 쪽이 조금 더 좋지만.” 슬쩍 자기 취향을 밝히는 세르네의 이마를 툭 하고 밀어내며 나타난 레테가 차분히 말했다. “아마 기억이 돌아오면 당신도 스스로가 더 만족스러울 검다.” “…….” “제가 보장할게요.” 그 말에. 시몬이 서서히 포탈에 발을 디뎠다. “간다.” * * *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대단한 사람이에요. 기억이란 건 뭘까. 왜 동료들은 과거를 되찾아주고 싶어 했을까. 시몬 폴렌티아라는 인간은 어떤 인간이었나. 여러 생각들을 품은 채 어둠 속에서 유영하던 시몬은 마침내 빛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나아갔다. [소개합니다! 제17회 룬 리그의 최종 승리자이자 MVP!] 귓가에- [암흑연합의 시몬 폴렌티아 군단장 입니다!] 환호가 울려 퍼진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방대한 규모의 관중석과 수많은 사람들. 어두운 밤하늘에 내리쬐는 조명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고 손뼉을 치고 있었다. 시몬은 어안이 벙벙한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 기억이 빠르게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나의 이야기들. 나의 사람들. 나의 세계까지. 모든 것들이 빠르고 정상적으로 머릿속에 자리 잡히기 시작한다. “시몬!” “축하해!” 메이린을 비롯한 동료들이 꽃다발을 들고 시몬에게 달려왔다. 어안이 벙벙한 시몬에게 꽃다발이 안겨지고 화환 목걸이가 목에 걸린다. ‘룬 리그 폐막식이구나.’ 레테의 말이 맞았다. 비로소 기억을 되찾은 시몬이 활짝 웃으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다녀왔어.” 그 말을 들은 메이린이 울컥했는지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차오르더니 와락 시몬을 끌어안았다. 주위에서 ‘오오!’ 하는 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걱정시키기나 하구 바보야!” “미안해, 메이린.” 메이린의 등을 토닥여서 진정시켰다. 메이린이 눈꼬리를 닦으며 물러나고 시몬이 천천히 무대 위로 걸어 나왔다. “감상이 어떠심까.” 어느새 그 옆으로는 하얀 머리카락의 레테가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말한 대로 포탈 등장에 간격이 거의 없었다. 시몬이 씩 웃었다. “최고야.” 그녀가 불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한테 뭔가 할 말은?” “미안해. 그리고 기억을 되찾아주는 데 애써줘서 고마워.” 레테가 흥 하고 아주 살짝 뺨이 상기된 채 고개를 돌렸다. 시몬이 관중 앞에 서자 사회자가 말했다. -한 가지 추가적인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그가 목소리를 높였다. -폐막식이 뒤로 미뤄지고, 시몬 군단장과 레테 성녀를 비롯한 룬 리그 멤버 일부가 포탈로 넘어온 연유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사실 룬 리그 마지막 날에 이 7인은 구원자의 흉계에 휘말렸고! 그가 팔을 뻗었다. -반격에 성공! 대륙을 침공한 구원자 두 명을 추가로 물리치는 데 성공했음을 지금 룬 리그 폐막식에서 선언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룬 리그 우승. 그에 이어서 시몬의 커리어에 구원자 2인 추가. 가히 눈부신 전적이었다. 시몬이 손을 흔들자, 뜨겁다 못해 폭발할 것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자, 잠깐!” 뒤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포탈에서 빠져나온 워턴이 이단심문관들에게 붙잡혀 가고 있었다. “잠깐만요!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그녀가 절규하듯 외치며 레테를 바라보았다. “레테 성녀님! 뭐라고 좀 말씀을……!” 그녀가 나긋나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제가 부른 거예요.” “예, 예?” “전에 발라 모르티페르를 쓸 때 사실 카르보스 장군이 아니라 시몬을 해치려고 한 거 맞죠?” 워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레테는 마치 그녀의 머릿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한 투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거기서 공을 세운 게 있으니 배교죄로 인한 처형은 면하게 하겠지만, 다소의 벌은 받아주십쇼.” “성녀니이이임!” 그렇게 워턴이 무대 밖으로 끌려갔다. 시몬이 난감한 미소를 흘렸다. “애초에 속아준 척한 거야?” “그럼요. 제가 저렇게 티 나는 거짓말에 속았을 것 같슴까.” 레테가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새침하게 말을 이었다. “전쟁 중에는 가용한 모든 자원을 써야 하니까 믿어준 척한 검다.” “……연기력 대단하네.” 시몬이 무섭다는 듯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그때 레테 곁으로 한 프리스트가 다가와 귓속말을 했고 레테가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며칠 정도는 쉴 줄 알았는데, 바로 연방으로 돌아가서 일주일짜리 귀환식을 치러야 한다네요.” “고생이네.” 다시금 작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 많았지만, 이곳 룬 리그의 무대 위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피차 곧 기말고사고, 그게 끝나면 다시 방학이니까요.” 레테가 뒷짐을 지고 생글생글 웃었다. “그때 다시 보는 걸로?” “좋아.” 차악! 시몬과 레테가 두 손을 다시 한번 맞잡았다.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사람들 앞에서 허용되는 건 이 정도. 다시 한번 관중들이 커다란 환호로 축하해 주었다. “……성녀님.” “알았어요, 알았어.” 레테가 눈을 찡긋하고는 시몬에게 손을 흔들어준 뒤 프리스트를 따라 떠났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몬.” 그때 두 명의 프리스트가 시몬에게 다가왔다. 룬 리그 2번의 신의 손 모제 델 베아투스와, 10번 성체의 성녀 리사라였다. “아, 모제.” “언제든지 약속은 유효해.” 모제가 조용히 말하며 쪽지 하나를 던져주었다. 시몬은 그것을 받아 들었고, 모제가 숨죽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말 명심해. 나는 네가 암흑연합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제 형제님!” 모제 또한 다른 프리스트들의 독촉에 어깨를 으쓱한 뒤 걸어 나갔다. 마지막으로 다가온 건 리사라. 그녀는 여러 감정이 복잡한 얼굴로 시몬을 보았다. “역시 당신이…….” “?” “아, 그.” 어느새 발개진 얼굴의 그녀가 주위의 눈치를 한 차례 보더니, 고개를 푸욱 숙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시몬이 씩 웃었다. “그렇게 될 거야, 리사라.” 이제 무대는 룬 리그 승자인 암흑연합의 멤버들만 남았다. 모두 악수하고 환호했다. “시몬! 좋은 소식이야!” 언제 올라왔는지 딕이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달려왔다. “룬 리그 우승 기념 이틀 휴가래!” “좋은데!” 시몬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너무 숨 가쁘게 달려와서 휴식이 간절했다. 딕이 실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네프티스 님이 찾고 계시는 것 같더라. 여기 직접 찾아오셨어.” 시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있었다. “어디 계시는…… 아.” 저기 무대 아래에서 쪼그만 팔이 휙휙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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