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09화 더 시티의 길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안에는 천막이나 돗자리를 깐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시장이 형상되어 있었다. 시몬과 레테, 그리고 알라제는 이곳에서 쇼핑을 시작했다. 시몬과 레테는 달걀을 팔아 번 돈으로 비상식량과 깨끗한 물, 그리고 이쪽 세계에서 자주 쓰는 마스크와 두건을 구매했다. 알라제 또한 시몬과 비슷한 얼굴의 고블린으로 변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며 이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자원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어느 정도 재료를 구한 뒤에는 바로 연구를 시작하겠다며 알아서 아공간으로 들어갔다. 호재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구매할 건 옷. “사하크리! 호! 호! 파라테티!” 물고기 머리 상인의 외침을 뒤로한 채 시몬과 레테가 옷가게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레테가 너 지금 욕했냐며 한바탕하려 했지만, 식겁한 시몬이 레테의 끌어안다시피 해서 데리고 나왔다. “우리가 가격을 많이 깎아서 화났나 봐.” 시몬이 방금 구매한 긴 거적을 걸치며 말했다. 레테가 흥 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자업자득이죠. 저쪽에서 먼저 외부인인 거 눈치채고 바가지 씌우려고 했잖슴까.” 그녀가 주머니를 꺼내 이곳의 화폐인 새까만 석탄 덩어리의 남은 개수를 셌다. “이제 우리 생활비도 빠듯해요. 대륙에서는 찰나의 시간일지 몰라도, 우리는 여기에 며칠, 몇 달이나 있어야 할지 모름다. 안전한 은신처도 구해야 하고, 성벽 내부에 동료들을 소환할 장소도 마련해야 해요.” 시몬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뜰하네.’ 레테는 남부럽지 않은 현역 성녀지만, 어린 시절을 가난한 수도원에서 보내서 그런지 생활력이 강한 편이었다. 남은 돈을 꼼꼼히 주머니에 챙겨 넣은 그녀가 콧노래를 부르며 사뿐히 걸어갔다. 뭐라고 해야 할까. 어디서든 살아남을 녀석이란 생각이 들었다. “왜요?” 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레테가 뒤돌아서서 물었다. “아무것도 아냐.” “아, 뭐야 또. 무슨 이상한 생각 하셨슴까.” 레테가 입술을 비쭉이며 볼멘 목소리로 말했지만, 시몬은 얼른 웃어넘기며 화제를 돌렸다. “다음은 뭘 사러 가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었어.” “아! 다음은 지도부터 구해요!” 원하던 화제였는지 레테가 반색을 하며 눈을 반짝였다. “포탈로 지원 병력이 오기 전에 우리가 이곳의 지리를 완벽하게 꿰차고 있어야 함다! 히에로미르가 있는 위치, 그곳으로 향하는 최단 루트, 군사시설의 규모, 이 세계 병사들의 무기, 공격 수단 같은 정보도 필요해요. 그리고 또…….” 그녀가 손가락을 접어가며 재잘재잘 떠들고 있는데 시몬이 우뚝 걸음을 멈췄다. 혼자 성큼성큼 앞서가던 그녀가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돌아왔다. “집중하고 계시는 검까!” “레테.” 얼굴이 하얗게 질린 시몬이 떨리는 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시장 벽면에 커다란 게시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저길 봐.” 게시판의 한가운데에 붙어 있는 수배문을 본 레테의 눈도 경악으로 물들었다. 사진 대신 그림으로 그려진 여성의 모습. 앳된 얼굴, 앙증맞게 톡 튀어나온 송곳니, 어깨 너머로 흘러내리는 머리와 등 뒤의 박쥐 날개는 틀림없이 시몬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카, 카미 씨? 이분이 왜 여기에……!” “그 옆에도 봐.” 카미바레즈뿐만 아니었다. 그 옆에 이어지는 그림은 틀림없이 쥴 빈체레와 아렌디아의 수배문이었다. 상당히 고액의 수배금이 걸려 있었는데, 자그마치 레테가 달걀을 팔아 얻은 돈의 5배인 15만 피로나였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두 개의 수배문은 빨간색 도장이 찍힌 채 반으로 찢어져 있었다. 시몬은 바닥에 떨어진 찢어진 조각을 가져다 거기에 붙여보았다. 신성연방의 대표들, 성검 사용자 시그문드와 고통의 심문관 워턴의 얼굴이 나왔다. 아무래도 이 둘은 벌써 잡힌 모양이다. “……왜 이 사람들이 더 시티의 수배 전단에 올라가 있는 거죠?” “아무래도-” 시몬이 눈을 감았다. “우리처럼 배니쉬에 휘말려서 이 세계에 왔나 봐.” “그건 불가능해요.” 레테가 즉시 고개를 내저었다. “이번 임무는 우리 둘의 단독 작전이었잖슴까! 애초에 호수숲에는 우리 둘 외엔 아무도 없었고, 만약 배니쉬가 감지되면 나머지 인원은 즉시 대륙의 안전한 곳으로 자동 텔레포트될 텐데…….” 시몬은 한 가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레테, 너도 마지막에 텔레포트가 중단됐잖아. 기억나?” “아.” 레테는 룬 리그에서 탈락한 직후, 몸이 푸른색으로 물들며 텔레포트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이동 자체가 중단되어 버렸다. “내 생각에는 텔레포트 센터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나머지 다섯 명의 비상 텔레포트가 발동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혹은 발동하는 중에 배니쉬에 휘말렸을 수도 있어.” “후자가 그럴듯하네요. 그 다섯 명은 우리처럼 호수숲에 없었으니까요.” 그 밖에도 생각해 볼 만한 원인은 많았다. 시몬은 ‘소용돌이’를 사용했었고, 레테는 ‘디바인 빅뱅’을 사용했었다. 공간계와 공간계의 격돌. 두 힘이 부딪히며 서로를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공간이 뒤흔들렸고, 그 시점에 또 하나의 공간 전이기인 ‘배니쉬’가 사용됐다면 다소 시공간이 꼬여 버렸을 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 대륙에서 공간계는 미지의 영역이기에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었다. 레테가 아랫입술을 쯥 빨면서 입을 열었다. “새로운 변수가 생겼슴다. 어서 카미 씨랑 쥴 씨, 아렌디아 자매를 찾아내서 우리 전력으로 편입시켜야 해요. 붙잡힌 시그문드 형제랑 워턴 심문관도 구해야 하구요.” 시몬이 눈을 감았다. “이미 그 둘은 기억을 잃었거나 변절했을 가능성도 있어.” “……설마.” 레테는 ‘설마’라고 말했지만, 그 이상으로 부정하진 못했다. -패크레툴라! 호! 호! 파파로테요! 그런데 조금 뒤에서, 아까 그 물고기 상인 특유의 찢어질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 그래도 기분이 착잡했던 레테가 인상을 썼다. “그 물고기 대가리가 왜 또……!” 그런데 물고기 상인이 이야기를 나눈 건, 이곳 더 시티의 경찰이라고 할 수 있는 ‘수색꾼’들이었다. 전신 잠수복에 마스크를 쓴 그들에게 물고기 상인이 뭐라뭐라 설명하며 시몬과 레테를 가리키고 있었다. 수색꾼들도 물고기 상인이 가리킨 곳을 따라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망했다.’ 시몬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너무 수배서 앞에 오래 서 있어서 수상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결국 무장한 수색꾼들이 손에 무기를 들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페토. 아미니니 아틸라.” “거기 너희 둘. 시민증을 제시해.” 각기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며 두 수색꾼이 다가왔다. 시몬과 레테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함까? 싸울까요?” “주위에 보는 눈이 많아. 일단 내 생각에는-” 시몬이 즉시 등을 돌리며 말했다. “도망치는 게 최선이야!” 시몬과 레테가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수색꾼들도 호루라기 같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물건을 입에 물고 쫓아왔다. -삐이이익! -삐이이이이익! 분명히 처음에 수색꾼은 두 명뿐이었는데, 동료들이 주위에도 있었던 건지 곳곳에서 발소리가 울려 퍼진다.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레테! 속도를 높여서 따돌리자!” “알았어요!” 시몬과 레테가 동시에 칠흑과 신성을 다리에 모은 뒤, 지면을 박차며 하늘 높이 떠올랐다. 이내 건물의 지붕 위에 도달한 뒤 계속 달려갔다. -수상한 놈들이 도망친다! 쫓아오던 수색꾼들이 손에 든 창의 전원을 작동시켰다. 키이잉! 하는 심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창끝이 보라색으로 물들었고, 그대로 그것을 던졌다. 쐐애애애애액!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창들이 날아왔다. 시몬은 몸을 틀어 피해냈고, 레테는 고개를 숙여 피했다. 두 사람을 지나친 창들이 공장 벽에 틀어박히자, 튼튼했던 벽이 마치 녹은 초콜릿처럼 물렁거리며 녹아내렸다. “마침 잘됐네요. 이 세계의 전력 조사.” 레테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방어마법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맨살에 닿으면 아프겠네요.” “레테! 옆에서 또 와!” 위잉 위잉! 비행 기능이 있는 ‘보드’ 같은 것을 탄 수색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넓적한 보드에는 방금 창끝의 색상과 같은 보라색 불꽃이 부스터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후우우우웅! 수색꾼들이 공세를 시작했다. 창을 던지거나, 보라색 스파크가 튀는 그물 따위를 투척하기도 했지만 시몬과 레테는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어지럽게 얽혀 있는 도시의 파이프를 타고 도망쳤다. 그러다. “아!” 너무 높은 곳까지 와버렸다. 어느새 전면은 낭떠러지고 도시의 건물들이 작게 내려다보였다. 뒤에는 수색꾼들이 포위하듯 이쪽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레테가 근질거리는 듯 주먹을 쥐었다 폈다. “저 정도야 쓰러뜨리는 건 일도 아닌데.” “우리가 힘을 드러내면 곤란해, 레테.” 시몬이 후욱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아직 저들은 우릴 수상한 사람이라 생각할 뿐, 우리 정체를 몰라. 우리가 수색꾼들을 직접 쓰러뜨리면 상부에 보고가 들어갈 거야. 벌써 히에로미르에게 우리가 더 시티에 와 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는 않아.” “그럼 어쩌죠?” 시몬이 불현듯 팔로 레테의 허리를 휘감았다. 그녀가 흠칫하며 놀란 얼굴로 시몬을 바라보았다. “꽉 잡아!” <클라우드> 시몬이 청록색 섬광을 뻗어 근처의 파이프 끝을 휘감았다. 레테는 긴말하지 않고 시몬에게 꼭 달라붙어서 두 팔로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고, 시몬은 그대로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리며 두 다리를 앞으로 쭉 세웠다. 휘이이이이이잉! 두 사람의 몸이 순식간에 낭떠러지 옆을 지나쳐 날아간다. 클라우드를 이용한 이동기. 최근에는 사용이 드물었지만 저학년 시절에는 자주 써먹었던 이동기다. 시몬은 높은 상공의 벽이나 파이프 등에 클라우드를 연결했다가 떼어내기를 반복하며 공중을 그네 타듯 이동했다. 가공할 만한 속도에 놀란 수색꾼들이 보라색 창을 던져댔지만 시몬과 레테는 아슬아슬하게 피해내고 있었다. “레테! 허공에 발판을 만들 수 있을까?” “해볼게요!” 시몬은 손에서 클라우드를 놓으며 두 발로 파이프를 박찬 뒤, 굽힌 무릎을 펴고 힘껏 날아올랐다. 그 뒤로 보라색 창들이 쇄도하며 벽에 퍽! 퍽! 부딪힌다. 레테가 즉시 마나를 응집해 허공에 발판을 펼쳤고, 시몬이 그것을 딛고 날아올라 한 번 더 도약했다. 이내 손끝에서 클라우드를 쏘아 보내 다음 건물 벽에 붙여두고 그쪽으로 날아가려는데. 쐐애애애애액! 번개 같은 속도로 보라색 창이 두 사람의 사이로 날아왔다. 시몬과 레테가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인 뒤, 서로를 힘껏 옆으로 밀어냈다. 보라색 창이 물러난 두 사람 사이의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고 시몬은 클라우드를, 레테는 발판을 펼치고 뛰어올라 다시 빽빽한 빌딩 숲으로 들어왔다. 시몬이 속도를 높이자 주위의 경관이 쌩쌩 멀어진다. “저쪽이다!” “잡아라!” 파수꾼 지원 병력이 이미 여기도 대기하고 있었는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곳곳에서 위윙위잉 경보음 소리와 함께 하늘 비행 중인 보드에 올라탄 수색꾼들이 추격해 왔다. 경보음을 들은 더 시티의 주민들은 이런 광경이 익숙한지, 그러려니 하며 도망치는 시몬을 구경하고 있었다. ‘지금은 괜찮지만 사태가 더 커지면 곤란한데.’ 시몬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기동성이 빠르고 지리에 대한 이해도가 우월한 수색꾼들을 뿌리치기 쉽지 않았다. “잡았다!” 촤아아아아! 보드를 탄 한 수색꾼이 시몬의 뒤를 바짝 쫓으며 박격포 같은 것을 어깨에 짊어졌다. 거친 발포음과 함께, 보라색 에너지가 일렁이는 조잡한 미사일 같은 게 연기를 뿌리며 날아왔다. 투콰아악! 투콰악! 그런데 마침 뒤가 아니라 앞에서도 비슷한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었다. ‘응?’ 방어마법을 펼치려던 시몬은 앞에서 날아오는 미사일 궤도가 이상하다는 점을 눈치챘다. 앞쪽의 미사일은 자신을 노리고 발사한 게 아니었다. 시몬은 과감하게 칠흑을 거둔 채 그대로 앞으로 전진했고. 퍼어어엉! 퍼어어어어어엉! 앞에서 날아온 미사일이 뒤에서 날아오던 수색꾼들의 미사일을 격추해 버렸다. ‘설마 날 도와준 건가?’ “이쪽이야!” 촤아아아아아! 파수꾼들과 마찬가지로, 하늘을 나는 보드에 탄 여성이 양갈래 머리를 휘날리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녀도 박격포를 어깨에 짊어지고 정확한 각도로 미사일을 발사해 수색꾼들을 연이어 격추시켰다. 상당히 솜씨가 좋았다. “혁명군이다!” “역시 저 놈들 일행이었나!” 시몬에게 눈을 찡긋해 보인 여성이 탄환을 다 쓴 박격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타고 있던 금속 보드를 다리 힘으로 날려서 수색꾼의 안면에 꽂아버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도 있다!” 추격전이 벌어지는 집 좌우 곳곳의 창문이 벌컥 벌컥 열리더니 그녀의 동료로 보이는 사람들이 그물을 던지거나, 창문 밖으로 상체를 내민 채 프라이팬으로 냅다 수색꾼의 머리를 가격하기도 했다. 예이이! 휘이익! 구경하던 주민들이 즐거운 환호성을 흘렸다. 파이프를 따라 달리던 시몬은 얼떨떨한 얼굴로 주위를 살폈다. 그녀가 시몬의 앞으로 훌쩍 점프해 달리며 입에서 풍선을 크게 불었다가 펑 소리를 내며 터뜨렸다. “히히! 나는 혁명군의 다비나야. 당신이 시몬 폴렌티아지?” 시몬이 눈이 놀란 얼굴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를 알아?” “물론! 당신이랑 같이 도망치던 여자도 우리 일행이 에스코트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시고.” 드르륵! 그때 또 하나의 창문이 열리더니, 혁명군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보드 두 개를 던졌다. 다비나가 그중 하나를 시몬에게 내밀며 말했다. “탈 수 있겠어?” 그녀가 시범을 보여주듯 보드에 올라타며 말했다. 시몬도 이를 드러내며 보드 위에 올라탔다. “물론.” 사실 엄청 타보고 싶었다. “뒤에 엔진을 켜는 작동 레버가 있어! 균형 똑바로 잡고!” 차악! 보드에 두 발을 붙이고 올라탄 그녀가 레버를 당긴 뒤 앞으로 나아가는 시범을 보였다. “이렇게!” 시몬도 바로 보드에 발을 붙이고 레버를 당겼다. 화아아악!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보드가 쌩! 소리와 함께 쏘아져 나가며 균형을 잃은 시몬이 한 차례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금방 적응해서 보드 위에 다시 올라와 몸을 세웠다. “나이스! 잘하는데!” 그녀가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 * * 쌔애애앵! 보드를 탄 두 사람이 빠르게 날아갔다. 바로 그 뒤를 보드를 탄 수색꾼 여섯 명이 끈질기게 쫓아오고 있었다. 다비나가 공장 매연이 뿜어져 나오는 곳을 가리켰고, 시몬도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이 매연 지대로 간다!” “그 전에 잡아!” 파수꾼들이 보라색 빛을 뿜는 창들을 던져댔지만 시몬과 다비나가 맞을 리 없었다. 이내 두 사람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장 굴뚝 위 매연 속으로 들어갔다. “쫓아라!” 쌔애애앵! 쌔애애애애앵! 수색꾼들도 모조리 그 보드를 쫓아서 날아갔다. 그리고. “하아!” “후욱!” 시몬과 다비나는 진작에 보드에서 뛰어내려 매연 속 파이프 뒤에 딱 붙어 있었다. 수색꾼들의 경보음이 점점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따라와. 안전한 곳으로 안내할게.” 그녀가 웃는 얼굴로 제안했다. 시몬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도와준 건 고맙지만 왜 너희들이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지?” “응? 그야 들었으니까. ‘대륙’에서 먼저 온 너희 동료가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어.” 그 말을 들은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륙에 대해 알고 있다. 그리고 먼저 온 동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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