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64화 시몬의 신기술 연습은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연습 둘째 날부터는 숙련도를 붙여서 친위대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집중했고. 셋째 날에는 마법진의 구성 요소를 변경하는 것으로 효율을 극대화했다. 그리고 오늘, 이어지는 넷째 날에는 드디어 스켈레톤이 아닌 스컬윙으로 신기술을 적용을 시도했다. “오늘 여섯 번째 시도예요 시몬!” 카미바레즈가 체크리스트를 들고 말했다. 학생회 서기이기도 한 그녀는 시몬의 훈련을 체계적으로 기록해 주고 있었다. “네 번째 시도에서는 폭발이 일찍 일어났으니 증강 수식에 신경 써 주세요! 다섯 번째 시도는 스컬윙이 두 마법진을 거의 동시에 통과했어요! 강하 속도에 주의해 주세요!” “고마워 카미.” 카미바레즈의 브리핑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높은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스컬윙이 보인다. 그 스컬윙의 앞에는 두 장의 에메랄드빛 마법진이 펼쳐진 채 대기하고 있었다. “좋아. 시작해!” 촤아아아아아! 시몬의 외침과 함께, 스컬윙이 날개를 펼치며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이내 두 마법진을 연달아 통과했고, 에메랄드빛을 휘감은 채 강하했다. ‘돼라! 돼라!’ 시몬은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고 있었다. 빠르게 낙하하는 스컬윙의 목표는 나무 그루터기에 놓여 있는 사과 하나. 스컬윙이 펼친 날개를 뒤로 보내며 몸의 균형을 앞으로 쭉 기울였고. 슈콰아아아악! 일순 스컬윙의 속도가 배 이상으로 빨라졌다. 에메랄드빛 칠흑을 도넛 모양으로 밀어내며 화살처럼 쏘아지는 스컬윙의 몸은 마치 이글거리는 불꽃과도 같았다. 덥썩! 이내 스컬윙이 사과를 낚아채며 다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시몬이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해냈다!” -끼이이이이이! 딱 좋은 타이밍에 친위대 상태가 풀린 스컬윙이 공중에서 빙빙 선회하며 기쁨의 퍼포먼스를 보였다. 제자리에서 총총 뛰며 환호한 카미바레즈가 시간을 체크했다. “기록 8초! 속도도 신기록이에요! 축하해요!” “고마워 카미. 전부 프레스턴 교수님과 카미가 도와준 덕분이야.” 시몬이 속 시원한 숨을 내뱉으며 하늘의 스컬윙을 바라보았다. 신기술이 완성되었다. ‘드디어 신기술이 적용된 스컬윙을 내장할 수 있게 됐네. 이게 없으면 베히모스도 그냥 공격당하기 쉬운 커다란 공중 표적일 뿐이니까.’ 시몬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뒤를 돌아보니 카미바레즈가 돗자리를 풀밭에 깔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친 카미바레즈가 방긋 웃었다. “축하 기념이에요!” 돗자리 위에 다소곳하게 앉은 그녀가 가져온 바구니에서 도시락통을 꺼내 보였다. “매번 훈련이 끝나면 시몬이 음식을 사주셨으니까, 오늘은 제가 준비해 봤어요!” “아.” 귀여운 보라색 보자기에 싼 작은 도시락이었다. 놀란 시몬이 휘청거리듯 자리에 앉아 그것을 떨리는 손으로 받아 들었다. “카미! 연습을 도와주는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까지…….” “제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오랜만에 요리에 도전해 보고 싶었거든요!” 시몬이 조심스레 도시락 뚜껑을 열어보았다. 전체적으로 작은 소시지를 비롯한 올망졸망한 재료들이 가득 들어찬 도시락 세트였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 붙은 반창고를 본 시몬이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 고마워, 카미. 이걸 어떻게 다 보답하지?” “그럴 필요는…… 아!” 카미바레즈가 손뼉을 짝 치며 에헤헤 웃었다. “그럼 저 프레스턴 교수님께 배운 거 써먹을래요!” “?” “나중에 제 부탁을 한 가지 들어주세요.” “무슨 소리야, 카미.” 시몬이 부드럽게 웃었다. “네 부탁이라면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들어줬을 거야. 언제든지 말만 해.” “!!” 카미바레즈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내 휙 고개를 돌린 그녀가 손바닥으로 뺨을 가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내가 더 고맙지. 잘 먹을게!” 소스 한 점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다. 성공의 기쁨 때문이었을까, 정성이 들어간 덕분이었을까. 도시락은 기억에 남을 만큼 맛있었다. * * * 그날 저녁. 소환학과 기숙사 앞 공터에는 난데없는 녹색 혜성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그 정체는 시몬이 부리는 스컬윙들이었다. 저녁을 먹고 기숙사에 복귀한 2학년들이 그 모습을 보며 ‘예쁘다!’ 하고 감탄성을 터뜨렸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두 남자가 있었다. “이렇게 제 제자에게 도움을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소환학 교수 아론이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프레스턴 교수님.” “감사해할 필요는 없네.” 혈류학 교수 프레스턴이 손에 든 과일주를 홀짝이며 말했다. “군단장과 나 사이의 거래였으니 말일세. 간단한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지.” “그렇습니까. 간단한 부탁에 대한 대가치고는-” 아론이 다시 하늘을 보았다. 눈부신 에메랄드빛 섬광이 연신 밤하늘을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게도 원하시는 게 있을 것 같은데.” 흘흘흘. 프레스턴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자네는 눈치가 빨라서 좋아. 내 직속제자 중에 ‘일라이저’라는 학생이 있네. 그 친구가 피에 관련된 소환수를 제작하고 있는데, 자네가 도움을 줬으면 좋겠군.” “학생 간의 교차 수업이군요. 물론 돕겠습니다.” 쐐애애애애애애액! 두 사람이 다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동시 대규모 운용. 밤하늘이 온통 에메랄드빛 선으로 그어져 있었다. “내가 처음에 제시한 것보다 훨씬 마법의 성능이 좋아졌군.” 프레스턴이 미소 지었다. “인물은 인물이야.” * * * 신기술의 준비가 끝났다. 시몬은 랭거스틴으로 넘어와 벤야 바닐라를 만났다. 베히모스 전함의 작업 중간 단계를 보고받기 위해서였다. “이쪽으로 오시죠! 고객님!” 그렇게 벤야의 안내에 따라 작업장에 딱 도착하는 순간. “와.” 시몬은 전율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뼈가 덜렁 놓여 있던 베히모스 시체의 상태가, 확실히 ‘언데드 전함’으로 불릴 만큼 진전되어 있었다. 뼈는 눈부실 만큼 희고 깨끗해졌고, 외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곳은 금속과 언데드 살점으로 덮여 있었다. 고래 뼈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머리 쪽도 고정된 채 관절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느러미에는 특수 금속을 더해 비행과 공격에 조금 더 용이하도록 수정했고, 무엇보다 내부의 칠흑 코어. 고오오오오오오오! 코어의 크기가 더 늘어나 있었다. 이 정도 칠흑량이라면 어지간한 흑마법은 펑펑 쓸 수 있을 것이다. 신기술의 칠흑 부담이 너무 커서 걱정했는데, 한번에 수십 기의 스컬윙을 사출해도 문제가 없으리라. “어때? 제군아! 7군단의 알라제와 바닐라 장인들의 합작품이야!” “대단하단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시몬은 입꼬리가 자꾸 경박하게 올라가려는 것을 참아야 했다. “만져봐도 될까요?” “물론!” 시몬은 전함 내부로 들어와서 상태를 꼼꼼하게 살폈다. 여기서 작업을 도와주던 알라제도 통통 튀어 와서 온갖 지식들을 자랑하듯 늘어놓았다. [형체 개선 완료. 항행 시스템은 자신작.] “스컬윙 준비는 어때?” [순조로움.] 현재 7군단은 비명의 정글에서 스컬윙을 데리고 와 소형 개체와 연결하여 베히모스의 ‘휘하 개체’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모든 게 완벽하다. “참, 제군아! 신기술 쪽은 뭔가 진전이 있었니?” “네, 어제 막 완성했습니다!” 시몬이 당당히 밝히자 벤야가 ‘역시!’ 하고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럼 새로운 친위대가 베히모스에 적용될 수 있도록 구상해 볼까? 문제가 없도록 내부 기능은 거의 비워놨어.” “네! 이제 펜타모니엄 언데드 퍼레이드까지 일주일하고도 며칠 안 남았으니까 서두르죠.” 시몬이 팔을 걷어붙이며 나섰고, 그 뒤를 벤야와 장인들, 알라제가 뒤따랐다. * * * 물론 정신없이 베히모스 작업을 하는 건 시몬뿐만이 아니었다. 소환학과 40명 전원이 대륙 각지에 흩어져 언데드 전함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대단한데 헥토르!” 6군단의 영역. 벨른과 다섯 군도에 놀러 온 헥토트의 파벌 학생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협곡 위에 올라간 거대한 베히모스 전함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피에르 버클러가 쓰게 웃으며 지적했다. “……근데 꼭 베히모스가 브레스를 쏴야 해?” “당연한 말을 또 말하게 하지 마라.” 헥토르가 인상을 확 구기며 피에르를 노려보았다. 언데드들이 움직여 전함의 전면에 거대한 용의 머리를 싣는 모습, 베히모스의 머리를 없애고 저걸로 대체한 상태였다. 헥토르가 팔짱을 꼈다. “시몬 폴렌티아를 이기기 위해선 단순한 칠흑 코어 주포로는 모자라다.” 그리고 같은 시각. 상아탑. “세, 세르네 아가씨. 정말 이런 무거운 마법을 전부 다 실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상아탑 중층에 베히모스가 건조되고 있었다. 늘 수업에 시큰둥한 반응이던 세르네도 오랜만에 상아탑까지 와서 개조를 직접 지휘하고 있었다. “베히모스 전함이 운용할 수 있는 칠흑의 양은 방대해요. 전 방향에서 마법을 발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해 보죠.” 그녀가 생글생글 웃었다. 물론 그녀에게는 열심히 하는 이유가 있었다. “내친김에 펜타모니엄에 상아탑의 이름을 알려 인재들을 쓸어오면 더 좋고?” 그리고 로크섬. “완벽해!” 에슈가 두 팔을 번쩍 들었다. 퍼어어엉! 근방의 바닷속에서 베히모스 전함이 올라왔다. 그녀가 손을 비볐다. “수륙양용 베히모스 전함! 이건 아무도 생각 못 했을걸?” 그리고 바로 옆. “흐흐. 흐흐흐…….” 뿔 달린 모자를 눌러쓴 토토가 해적기를 꽂아 넣고, 체인을 비롯한 온갖 장식들을 주렁주렁 베히모스 전함에 매달고 있었다. 상당히 다크한 느낌의 함선이 제작되고 있었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무안한 웃음을 흘렸다. “음…… 힙하네.” “계속 지나가자.” 로크섬에서는 20명의 학생들이 공통 제작을 진행하고 있었다. 모두 전함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조교들도 돌아다니며 부족한 부분을 체크해 주었다. 어느 정도 작업이 끝난 에슈가 입맛을 다시며 구경하고 있는 그때. “아, 로레인 님!” 저 멀리 로레인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양손에 뭔가를 든 로레인이 뜨끔한 동작으로 걸음을 멈췄다가, 에슈의 눈치를 보았다. “아, 안녕. 에슈.” “로레인 님! 무슨 재료를 더하시려는…… 아!” 에슈의 표정이 굳어졌다. 로레인은 든 건 분홍색 천연도료가 들어 있는 통이었다. “안 돼요.” “응?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된다면 안 돼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나이에 핑크색 언데드 전함은 센스 아웃이었다. 에슈가 조금 더 성능으로 어필하자며 잔소리를 하는 사이. “오!” “이건 뭐야?” 학생들이 작업을 멈추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에슈와 로레인도 말을 멈추고 그쪽으로 가보았다. “와……!” 화이트의 베히모스 전함. 그것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에슈가 ‘후후’ 웃으며 턱에 손을 올렸다. “우리 조장, 긴장해야겠는데.”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언데드 퍼레이드 하루 전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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