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47화 고오오오오오오! 거대한 베히모스의 시체 덩어리가 비브론이 있는 영주성의 옥상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가히 들끓는 역병과 맹독을 담은 거대한 그릇이 내려오는 격. 스으- 그 위에 올라탄 시몬이 해골 투구를 손끝으로 밀어 올린 채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켜보던 비브론 또한 입꼬리를 올렸다. “결사의 악몽이라 불리는 사내, 과연 제정신은 아닌가.” 이쪽 영지성에는 일반인 인질들이 잡혀있다. 베히모스를 충돌시킨다면 그들도 무사하지 못하겠지만, 애초에 인질은 신경 쓰지 않는 모양. 졸지에 영지성의 인질들을 지키는 꼴이지만 어쩔 수 없다. 비브론이 주먹을 등 뒤로 끌어당긴 뒤 하늘을 향해 힘껏 내질렀다. 투콰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주먹에서부터 거대한 충격파가 쏘아져 나가자, 시몬 또한 타이밍에 맞춰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쩌엉! 비브론의 충격파가 파멸의 대검이 일으킨 참격과 서로 부딪혀 공멸하고, 그 뒤로 베히모스의 몸뚱이가 내려온다. “시체(Corpse)-” 타악. 추락하는 베히모스에서 뛰어내린 시몬이 경건하게 눈을 감고 펼친 손바닥을 주먹 쥐었다. “맹독 폭발(Poison Explosion).” 일순. 세상이 초록색 물감으로 가득 차올랐다. 영지성 위로 녹색과 보라색의 물감이 끓어 넘쳐흐르듯 흩뿌려졌다. 그 놀라운 색감의 향연과 폭발의 규모에 사람들은 도망가는 것도 멈추고 그 모습을 지켜볼 정도였다. 시몬 또한 하늘에서 감속한 채 떨어지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멀쩡하잖아, 엄살 부리긴.” 뒤쪽의 저택에 착지한 그가 파멸의 대검을 다시 손안으로 불러들이며 태연히 말을 이었다. “모습을 드러내.” 후우우우우우우우웅! 일순 영주성의 옥상을 중심으로 광풍이 몰아치며, 비브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위는 온통 살점이나 액체 따위로 변색되어 녹아들고 있었지만, 그의 모습은 멀쩡했다. 흐트러진 옆머리를 밀어 올린 그가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위력을 약화시킨 액체 폭발이라.’ 쏟아진 독들이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고 방수복에 흐르는 것처럼 주르륵 떨어졌다. ‘화력이 아닌 독으로 나를 죽이려 했군. 벌써 정보가 들어간 건가.’ 그사이 영지성에 억류당한 인질들이 거미줄에 휘감긴 채 창문을 통해 빠져나오고 있었다. 에르제베트와 송장거미들이 침투해서 활약하고 있었다.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던 비브론이 주먹을 당기는 그때. 꿍! 비브론이 동작을 멈추고 동공을 움직여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그의 뒤에 서 있는 시몬이 새하얀 대검을 그의 목에 부딪히고 있었다. “반대쪽 목도 해보고 싶어서.” 시몬이 삐딱하게 웃었다. 분노로 살짝 머리가 뜨거워진 비브론이 즉시 허리를 돌리며 주먹을 휘둘렀고. 터엉! 피어가 방어 자세를 취하며 그 공격을 받아냈다. 그사이 피어의 본 아머에서 빠져나온 시몬이 섬광처럼 쇄도했다. 타악. 탁. 그의 손바닥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비브론의 무릎과 팔뚝을 스치고 지나갔고. 타닥. 탁! 탁! 반대쪽 손도 마찬가지로 그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이내 그를 지나친 시몬이 후욱 하고 숨을 내뱉으며 두 손을 모아 손뼉을 쳤다. <판타서스 오리지널 – 슬립> 짜악! 무려 5스택 최대치. 한 번 닿는 것으로도 상대를 재워 버리는 판타서스의 오리지널 슬립. 비브론의 몸이 일순 ‘비틀’ 하고 휘청였으나 정말로 찰나일 뿐, 그는 금방 자세를 잡았다. ‘역시 안 통하네.’ 뒤로 물러난 시몬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판타서스의 슬립이 안 통하면 다른 어지간한 저주도 안 통한다고 봐야 했다. “네크로맨서들은 싸움도 학구적으로 하는군. 내게 타격을 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건 기특하지만.” 비브론이 주먹을 당기며 돌진했다. “내 몸은 그 무엇으로도 상처 입힐 수 없다.” 이에 시몬은 손바닥에 만들어낸 슬립 마법진을 제 이마에 댔다. <판타서스 오리지널 – 장주지몽(莊周之夢)> 시몬의 몸이 잠에 빠진 채 각성 단계로 강제 진입한다. 시몬이 비브론의 주먹을 고개를 틀어 피한 뒤, 자세를 낮추며 바닥을 짚었다. ‘개문.’ 오버로드가 솟구치며 비브론의 몸을 베며 지나갔고, 시몬이 태클을 걸듯 돌파해서 어깨로 비브론의 균형을 무너뜨린 뒤 두 주먹을 쥐었다. <홍펭 오리지널 – 맹사> 두두두두두두두! 시몬이 주먹이 쏟아졌다. 장주지몽과 마투의 연계. 얻어맞는 비브론의 고개가 정신없이 두들겨지는 사이 시몬이 몸을 빙글 돌리며 그의 복부에 손바닥을 올렸다. 내부를 부수는 관통기. <홍펭 오리지널 – 천흉원기> 터어어어어어어어엉! 비브론의 몸이 기역 자로 꺾인 채 날아가 벽면에 부딪혔다. 시몬은 그가 날아가는 모습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제 손바닥을 쥐었다 펼쳤다 했다. ‘방금은 피부 너머의 장기에 피해를 주는 기술이야. 심지어 천흉의 상위호환. 그런데…….’ 때리는 감각만 있을 뿐이지. 타격을 주었다는 감각은 손에 남아 있지 않다. “아직도.” 그리고 벽에 부딪혀 날아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돌진한 비브론이 주먹을 휘둘렀다. “한눈을 팔 여유도 있나.” 그 즉시 피어가 번개처럼 끼어들어 시몬 대신 대검으로 주먹을 받아냈다. 시몬은 여전히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무심한 눈동자로 비브론을 보았다. “얌전히 있어. 고민 중이잖아.” “!” 누굴 바보로 아는 건가. 비브론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다가 일순 다급히 안색을 바꾸며 뒤로 물러섰다. 시몬의 동공이 내려갔다. ‘걸렸네.’ ‘당했나.’ 두 사람의 희비가 교차했다. 그 어떤 공격에도 원래의 몸 상태를 유지하며 상처를 받지 않았던 비브론이지만. 짧은 순간 그의 피부 곳곳에 검은 얼룩이 생겨났다. 방금 좀비화한 베히모스를 꽂아서 주위를 맹독의 환경으로 만들어 버린 건 단순히 독으로 비브론을 녹이는 것만 노린 게 아니었다. 맹독폭발 이후 이 주변은 독소가 가득했다. 시몬이야 별야의 맹독학 수업을 통해 수백 가지의 독에 저항력을 가지고 있지만 비브론은 아니다. “시체 폭발을 맞아도 멀쩡하고, 파멸의 대검에 베이지도 않고, 슬립에 걸려도 피곤해하는 기색도 없는 네가.” 시몬이 미소를 지으며 손끝으로 그를 가리켰다. “단순히 공기 중에 떠도는 피부독에 감염됐지. 어떻게 된 건지 뻔해.” 찰나의 순간 비브론을 지키는 ‘방어의 힘’이 풀렸다. 그 열쇠는 감정에 있다. 100%는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정황상, 비브론이 진심으로 격분했을 때 방어력이 사라지며 피부독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흐흐흐. 비브론이 어깨를 들썩였다. 이내 손바닥으로 제 눈을 감싸고 끅끅거리며 웃기까지 했다. “과연, 그래. 아락무라드를 잡은 남자라면 그 정도는 돼야지. 배신의 군단장 이전에 키젠의 학생회장이라.” 적에게서 배우고 연구한다. 있지도 않은 공략법을 찾아낸다.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연출하고 접근한 것도 보통이 아니다. 이건 천박한 싸움이 아니라 무대 위의 예술에 가깝다. 결사에서 배신의 군단장에 대해 입이 아프도록 경고하던 이유가 있었다. “내 힘을 멈추게 하는 요소가 감정의 변동이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해결법 또한 간단하지. 네놈이 힘들게 알아낸 보람도 없이-” 스윽. 그가 어깨에 짊어진 새까만 염소의 가죽털을 붙잡았다. 방금의 독 공격에도 조금도 손상되지 않은 물건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가질 감정은 하나.” 터업! 그가 머리와 몸에 털을 뒤집어썼다. “분노뿐이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바로 변화가 나타났다. 가죽이 얼굴에 들러붙더니, 단순히 가죽을 쓴 게 아니라 정말로 얼굴의 형태가 짐승의 형태처럼 일그러지며 바뀌었다. 주둥이가 튀어나오고 이빨이 길어졌다. “하. 하!” 터엉! 그가 지면을 짓밟고 돌진했다. 시몬은 뒤로 물러나며 피어의 품에 안기듯 본 아머를 입었다. 동시에 몸을 빙글 돌리며 강화된 힘으로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쩌어어어어어어어엉! 손톱과 대검이 부딪히며 굉음을 토해냈다. 저릿저릿한 칠흑이 여러 갈래로 튀기는 모습을 본 시몬의 눈이 커졌다. ‘칠흑!’ 마력이나 바람을 휘감고 공격하던 비브론이 네크로맨서처럼 칠흑을 사용하게 됐다. 전신에 칠흑을 두르고 입에서 검은 연기와 침방울을 토해내며 비브론이 광전사처럼 돌진했다. 정신없이 휘둘러지는 손톱을 막아내던 시몬이 일순 몸을 낮추자, 뒤쪽의 벽면에 커다란 손톱 자국이 그어졌다. ‘흐읍!’ 자세를 낮춘 시몬이 몸을 내뻗듯 발차기를 날렸다. 데미지는 없겠지만 충격을 줄 수는 있다. 복부를 걷어차인 비브론이 날아가고, 시몬이 검지를 세웠다. “올라와!” 콰콰콰콰쾅! 아래층 천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군단의 좀비들이 벽을 뚫고 우르르르 솟구쳐 비브론을 집어삼켰다. 터엉! 그러나 발 구르기의 풍압만으로 좀비 무리에서 빠져나온 비브론이 무릎을 굽히고 도약했다. 단번에 까마득한 높이까지 솟구친 그가 손에 칠흑을 모아 잡아당겼다. 이번에는 단순한 주먹질이 아니라 그의 두 팔에 검은 칠흑이 휘감긴 화살로 변했다. <전살(轉殺)> 이내 화살을 하늘로 날려 보냈고. 촤아아아아아아아아! 비브론의 힘이 담긴 수백 발의 검은 화살이 하늘을 까맣게 뒤덮었다. 이내 그것이 일정 높이의 상공에서 머리를 돌리더니, 영지성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단순한 칠흑 화살은 아냐.’ 시몬의 옆으로 화살 한 발이 떨어졌고, 그것이 천장을 과자처럼 가볍게 박살 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위력이었다. ‘화살 한 발 한 발에 주먹의 위력이 나뉘어 담긴 건가!’ 시몬이 잽싸게 뛰어다니며 내려오는 화살을 피하는 사이, 주위의 지면이 점점 내려온 화살에 맞아 발 디딜 곳이 없을 만큼 무너지고 있었다. 시몬도 지지 않고 마정석을 공중으로 던졌다. “미르미즈!” 미리 설치해 둔 묘소로부터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 안에서 거대한 본 드래곤이 마정석을 꿀꺽 삼키며 나타났다. 시몬이 손끝으로 하늘의 비브론을 가리켰다. “저 남자를 떨어뜨려!” [잘 보던 소설을 끊고 나오게 하다니.] 한 차례 투덜거린 미르미즈가 입을 쩍 벌리고 푸른 브레스를 쏘아 보냈다. 후콰아아아아아악! 비브론의 몸이 브레스의 화력에 뒤덮여 보이지 않게 됐으나, 곧 멀쩡한 모습으로 하늘에서 내려왔다. 미르미즈의 브레스도 통하지 않았다. 이내 비브론이 주먹을 휘둘렀고,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들어 비브론의 펀치를 받아냈다. 콰아아아앙! 펀지의 충격이 대검을 타고 시몬의 다리를 지나 아래로 이어졌다. 너덜너덜해진 바닥이 완전히 박살 나고, 두 사람의 몸이 영지성의 아래층으로 떨어졌다. 발이 아래층의 바닥에 닿기도 전에, 두 사람이 떨어지는 잔해를 밟고 서로에게 돌진했다. 까앙! 채앵! 챙! 까득! 카앙! 서로의 공세가 미친 듯이 쏟아지며 주위가 가득 참격으로 메워졌다. 벽이 갈라지고 주변이 숭숭 구멍이 뚫렸다. 하하하하하하! 차악! 착! 두 사람이 다음 층의 바닥에 내려왔다. 비브론이 재차 발을 구르자, 바닥이 무너져 내리며 두 사람의 몸이 더 아래층으로 떨어졌다. <전살> 떨어지던 비브론은 주먹을 당기는 시늉을 한 채 다시 한번 하늘로 시꺼먼 화살들을 쏘아 보냈다. <카오스 스피어> 시몬 또한 혼돈기로 응수했다. 하늘로 쏘아져 날아간 수십 갈래의 자줏빛 벼락들이 이내 머리를 돌렸다. 공중에 뜬 검은 화살과 자줏빛 벼락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영지성으로 내려왔다. 두두두두두두! 콰르르릉! 콰르르르릉! 비처럼 쏟아지는 투사체 속에서 두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움직였다. 몸이 얽히고설키며 굉음이 쏟아진다. 화살이 시몬의 몸에 파고들고, 벼락이 등을 비브론의 후려쳤지만 조금 더 멈추지 않는다. 서로의 동작이 더 빨라지며 검과 손톱을 휘두르는 속도가 가속한다. “네 차례야! 칼!” 시몬이 손아귀가 찢어지도록 파멸의 대검을 움켜쥐었다. 새하얀 대검이 녹색으로 물들었다. <칼 오리지널 - 맹독야차> 커엉! 컹! 컹! 극독으로 이루어진 수백 마리의 개들이 쏘아져 나갔다. 비브론은 신경도 쓰지 않고 몸으로 얻어맞으며 돌진했다. “벨제불!” <벨제불 오리지널 – 타락베기> 이번에는 검이 불그스름하게 물들더니 독을 돌파하며 돌진해 오는 비르론의 어깨를 베고 지나갔다. 하지만 비브론은 참격의 힘에 움츠릴 뿐 몸은 여전히 멀쩡했다. “과연 대단하구나! 기술의 가짓수가 이토록 다채로운가!” 네크로맨서는 하나의 강한 주력기를 보유한 것도 높이 평가받지만, 수많은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다수의 기술을 보유하는 것 또한 강함으로 평가받는다. 시몬의 다양한 공격들이 비브론의 몸을 공략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무적이다!” 다시 바닥이 무너져 내리며 두 사람이 가장 아래층까지 내려왔다. 비브론이 무너지는 천장의 잔해를 밟고 달리며, 떨어지는 시몬의 몸을 향해 쇄도했다. 촤아아아악! 비브론의 몸이 그를 스치며 지나가고, 이내 시몬의 몸에 거대한 발톱 자국이 남겨지며 베였다. ‘끝이다.’ 비브론이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으나. 사아아아악! 어느새 시몬의 몸이 모래로 바뀌고, 그가 등지고 있던 벽이 모래로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모래폭풍이 들이닥쳤다. 미라부대의 대장, 헤르세바였다. [완벽한 타이밍이었어! 꼬맹아!] <헤르세바 오리지널 – 모래의 세계> 모래가 비브론을 집어삼키며, 헤르세바가 비브론을 모래의 세계로 데리고 갔다. “후우!” 저 멀리 잔해 속에서 시몬이 끙 소리를 내며 파멸의 대검을 지팡이처럼 짚고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군단장니임!] “에르제.” 에르제베트가 시몬을 부축해 주었다. 시몬이 말했다. “비브론이 돌아오기 전까지 10분 정도 남았어. 준비하자.” [준비요?] 시몬이 초대형 아공간을 열었다. “응, 모래의 세계가 끝난 뒤가 핵심이야.”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아공간으로부터 7군단의 언데드들이 모조리 쏟아져 나왔다. 에르제베트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다치지도 않고, 그나마 약점이었던 감정이 흔들리지도 않게 된 상대를 어떻게 잡으실 건가요?] “지켜봐.” 시몬이 손뼉을 탁탁 털었다. 그러고는 쏟아진 언데드들 뒤로 돌아와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군단 모두와 함께 싸우는 새로운 전투법을 만들어냈으니까.” <군단 전술 – 복마전(伏魔殿)> 최근 군단학 수업과 비명의 정글에서 있었던 일들이 힌트가 된 신기술. 시커멓게 몰려든 군단의 언데드들이 흩어지며 거대한 칠흑의 요새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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