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23화 금지된 숲. 나무 위를 날아다니며 누구보다 빠르게 ‘브라보 포인트’로 이동하고 있는 소환학과 학생이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피막과 같은 소환수 날개가 달려 있었다. “여기는 에이던.” 그가 통신 수정구를 들고 말했다. “일단 나 혼자 가서 브라보 포인트의 상황을 확인해 볼게.” 잠시 후 치직! 하고 통신 수정구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는 에슈, 혼자 가려고? 우리도 그냥 학교 방어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전부 방어에 몰리면 브라보 포인트의 돌연변이는 누가 잡는데? 다른 애들도 우리 소환학과가 잡아주길 기대하고 있을걸.” 그렇게 대답한 에이던이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금지된 숲 한복판에 꽤 넓은 개활지가 보였다. 지도에 나오는 브라보 포인트였다. ‘돌연변이 몬스터는 안 보이는데.’ 비행 소환수에서 훌쩍 뛰어내린 에이던이 바닥에 착지했다. 그러곤 한쪽 무릎을 꿇고 지면을 면밀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곳곳에 보이는 커다란 발자국, 떨어진 몬스터 배설물이 보인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집어서 쿡쿡 쑤셔보니 오래된 건 아니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이곳에 몬스터가 있었던 흔적이다. “아무래도 이번 미션은 탐색전 같네.” 에이던이 손바닥을 비비적거렸다. “그렇담 내가 전문인……!” 쏴아아아아아-! 등 뒤에서 부는 바람을 맞은 에이던이 움찔 놀라며 몸을 곤두세웠다. 불어오는 바람에 몬스터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묻어나 있었다. 그가 다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시뻘건 줄무늬가 가득한 대형 오우거가 쿵! 쿵! 발소리를 내며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손에는 뿌리 뽑은 나무 한 그루를 몽둥이처럼 움켜쥐고 있었다. ‘아차!’ 오히려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 에이던이 다급히 아공간을 열고 사각방패를 든 강화 스켈레톤들을 전면에 배치했으나. 투쾅! 방망이질 한 번에 스켈레톤들이 방패째로 날아갔다. 소환수 손상으로 사념이 흔들린 에이던이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고, 붉은 줄무늬의 오우거가 콧김을 뿜으며 방망이를 들어 올렸다. 에이던이 ‘어버버’ 소리를 내며 팔로 머리를 감싸는 순간. 스릉! 쩌어어어억! 두 개의 서로 다른 색상의 궤적이 쇄도하여 오우거를 지나쳤다. “다친 곳은 없어? 에이던.” <본 아머 - 자이언트 아머 타입> 오우거와 거의 동등한 크기의 거인 스켈레톤이 피 묻은 검을 한차례 허공에 휘둘렀다. 놀랍게도 대형 뼈를 사용한 게 아닌, 다수의 스켈레톤을 오밀조밀하게 조합해 만들어낸 형태였다. 스릉! 오우거의 상체가 어깨에서 허리까지 금이 생기더니, 절취선처럼 절단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쯧.] 그리고 뜯어낸 오우거의 머리통을 한 손에 통째로 붙잡은 채 뜨거운 열기를 뿜고 있는 드래곤. 헥토르 무어였다. 드래곤의 비늘이 화려하게 번쩍거렸다. 에이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건!’ 무어 가문이 보유한 최강의 시룡 파츠. 선 드래곤이었다. ‘헥토르의 아버지인 다르코스 무어가 가지고 있는 거 아니었어? 벌써 가주직을 물려받은 건가?’ 크르르! 주홍색으로 번쩍이는 드래곤이 시몬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서서히 모습이 줄어들더니 시룡 파츠를 주렁주렁 매단 헥토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먼저 목을 떨어뜨린 건 나다.] 헥토르의 말을 들은 거인 스켈레톤이 검을 어깨에 짊어졌다. 이내 가슴부가 덜컥 열리며 시몬이 앉아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내가 심장을 가른 게 더 빠른 것 같은데.” 둘의 신경전을 보며 에이던은 쓴웃음을 흘렸다. 역시 현역 두 군단장. 키젠이 준비한 보스 몬스터라지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평소에는 군단장으로 나서지만, 둘 다 지난 2년처럼 학교 수업에서만큼은 에이션트 언데드의 힘은 쓰지 않겠다고 했지. 그래도 이렇게나 강한 건가.’ 그때 시몬과 헥토르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 뭔가 이상하다 싶다 했더니, 베어낸 오우거의 몸에서 지독한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맹독학 수업으로 다양한 냄새를 접한 시몬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건 몬스터들을 불러 모으는 냄새였다. ‘그래, 이렇게 쉽게 끝날 리 없지.’ 두두두두두두! 예상대로, 주위의 숲 전역에서 몬스터의 발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무수한 숫자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대규모의 몬스터들이 이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게 다 몇 마리야 대체!” 그렇게 외친 에이던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 그러나 헥토르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팔을 들어 손짓했다. 즉각 아공간에서 시룡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몸통도 없이 움직이는 시룡의 머리가 스스로 눈을 번쩍이더니 입을 벌렸다. <드래곤 브레스> 화아아아아아아아악! 놀랍게도 머리만 남은 시룡이 시뻘건 브레스를 쏟아내며 주위를 불태웠다. 헥토르가 이번엔 손바닥을 뒤집어 원을 그리자, 그의 몸을 덮고 있던 비늘들이 떨어져 나가 비도처럼 날아갔다. 몰려드는 금지된 숲의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절단되고 있었다. 쿠쿵! 시몬도 움직이고 있었다. 거대한 거인 스켈레톤이 손바닥을 펼쳐서 시몬을 받은 다음, 천천히 지면에 무릎을 꿇었다. 스스스스스- 손바닥이 시몬을 내려주기 위해 지상으로 향하는 동시에, 대형 스켈레톤의 몸뚱이가 작은 스켈레톤 여러 개체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딸칵! 딸칵! 따카닥! 철컥! 딸칵! 분해되고 재조립된 작은 스켈레톤으로 숲의 사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이들 모두가 ‘친위대’ 효과를 받은 에메랄드빛 스켈레톤이었다. 스릉! 승! 친위대들이 검을 휘둘러대며 숲의 한쪽이 온통 청록의 형광빛으로 가득 찼다. 화르르르르륵! 반대편에는 헥토르의 불길이 쏟아지고 비늘들이 움직이고 있다. 물론 본체인 시몬과 헥토르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게 바로 군단장……!’ 에이던의 이마에 땀방울이 떨어졌다. “에이던!” 그때 에이던의 조원 하나가 금지된 숲의 나무를 밟고 헐레벌떡 이쪽 개활지로 달려오고 있었다. “큰일이야!” * * * 시몬과 헥토르의 활약과는 무관하게, 이번 미션의 전체적인 전황이 좋지 않았다. <알파 포인트에 이상현상 발생. 이상현상 원인 제거. (핵심 임무)> 3학년 학생들은 알파 포인트의 임무에 지나치게 몰입했다. 지리상으로도 알파 포인트가 대부분의 기숙사에서 가까웠고, 내가 핵심 임무부터 끝내면 다른 쪽은 누군가 어떻게든 해주겠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3학년이 된 만큼 다들 실력에 자신이 있었고, 많은 인원이 알파 포인트 임무로 몰렸다. 그러나. “…….” 선두였던 Top10의 쥴 빈체레, 클라우디아 멘지스, 그리고 거인혼혈 샤텔 마에르까지 이리로 왔지만 알파 포인트는 텅 비어 있었다. 던전은커녕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간혹 주위에 있던 잔챙이 몬스터들의 공격만 받을 뿐이다. 웅성 웅성 웅성! 뒤이어 가장 큰 공을 세우기 위해 다른 조들까지 속속 모여들었고, 알파 포인트에만 100여 명 가까이 되는 잉여 전력이 모이게 되었다. 전교생은 281명, 방어 쪽이 텅 비게 되는 게 당연했다. “이 바보들아!” 탕! 3학년들의 임시 본부. 방송실을 장악한 메이린이 손바닥을 연신 책상에 내려쳤다. “죄다 보스를 잡으러 가면 여긴 누가 막는데!” 전력이 특정 임무에 편중되었다. 죄다 보스전만 하러 가면, 다른 임무를 수행할 사람이 없다. 지금 당장 활약하고 있어야 할 에이스들이 알파 포인트에서 멀뚱거리는 가운데, 섬의 몬스터들은 끊임없이 키젠 캠퍼스에 몰려들고 있었다. 만약 캠퍼스에 펼쳐진 결계가 단 한 곳이라도 뚫리면 임무 실패다. 저학년들의 안전을 위해 키젠 본부에서 관여할 것이고, 단순 훈련 실패를 떠나서 학생들의 홈그라운드인 로크섬에서의 실패는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황금세대라 칭송받았던 329기의 무능함에 대한 나쁜 소문이 퍼져 나갈지도 모른다. ‘그것만큼은 안 돼!’ 부회장 메이린이 정신을 차리고 방송 장비를 통해 말했다. “누가 알파 포인트로 가서 전파해 줘! 당장 거기서 있어 봐야 할 거 없으니까 교내 방어를 위해 돌아오라고!” 우웅! 웅! 그때 그녀의 교복 재킷 주머니에서 뭔가가 파르르 떨렸다. 메이린이 인상을 구기며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원숭이 모양의 통신 장비를 꺼냈다. -헤이 헤이, 학생회 멤버들 다들 들려? 임무 환경 조성을 위해, 키젠 본부에서는 처음에 학생들에게 제공한 통신 수정구 외에 모든 통신 수정구를 다운시켰지만 이 장비는 달랐다. 그 정체는 딕의 발명품이었다. 학생회 멤버들은 전원이 이것을 소지하고 있었다. 일종의 치트 아이템인 셈이다. 메이린이 그것을 붙들고 버럭 소리 질렀다. “밥팅아! 왜 이렇게 느려!” -하하! 방해전파를 우회하느라 개방이 늦었어! 아무튼 내가 알아낸 것들을 이야기해 줄게. 딕이 학생회 멤버들에게 이야기했다. 지금 329기가 수행하고 있는 건, 모두의 예상대로 ‘던전’과 ‘이상현상’을 재현한 임무가 맞다. 이상현상의 내용은 섬 몬스터들의 폭주. 로크섬 전역의 몬스터들이 이상현상의 효과를 받아 키젠 캠퍼스를 공격한다는 설정이고, 학생들은 학교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이상현상의 중심인 알파 포인트에 가도 던전에 바로 들어갈 수 없는 이유는, 선결 조건을 클리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딕은 설명했다. -다들 자다 일어났으니 상황 판단도 안 되고, 마음은 급하고, 딱 봐도 이상현상 원인 제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으니 그리로 쏠리는 건 당연해. 근데 우리가 아직 해결하지 않은 게 있잖아? <찰리 포인트 흩어져 있는 5개의 유적 열쇠 확보> -바로 보스를 잡을 수 있을 리 없지. 열쇠를 얻고 유적을 열어야 던전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거야. 딕이 찾아본 바로는 찰리 포인트의 열쇠에는 마법적 설계가 있었다. 이것을 확보하여 특정 장소에 가져다 놓으면 어딘가의 문이 열리는 식으로 보인다. -이건 제인 교수님이 임무 중요도가 무조건 우선이 아니라는 교훈을 주기 위한 장치라고 봐. 우리가 현장에서 판단해서 차근차근……. “이 밥팅아! 잘난 척 그만하고 어떻게 할지나 말해!” 메이린이 외치자 딕이 툴툴대며 말을 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5개의 열쇠 모두를 확보해야 알파 포인트의 던전이 열릴 확률이 높다는 거. Top10 한두 명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전부 캠퍼스 방어와 찰리 포인트의 유적 열쇠 확보에 주력해야 해. “수신 양호.” 시몬이 원숭이 모양의 통신기를 든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환학과가 브라보 프인트의 돌연변이는 제거했어. 우리는 방어에만 집중할게.” -잘했어 시몬!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헥토르도 방금 도착한 다른 동료로부터 상황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시몬이 통신기를 입 앞에 댔다. “그럼 제일 방어가 시급한 곳은 어디야?” 바로 딕의 답변이 들려왔다. -지금 가장 위험한 곳은 3학년 캠퍼스 동쪽! 창고동이 있는 위치야. 거기는 근처에 기숙사도 없어서 애들이 아무도 안 지키고 있거든! 최소 3개 조 이상, 혹은 강자들이 가줬으면 하는데. “내가 갈게.” 시몬의 대답에, 뒤이어 딕의 의문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네가? 거기 금지된 숲이면 거리상 가장 멀 텐데? “그건 방법이 있어. 혹시 에이젤 선배님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있어? * * * 시몬은 헥토르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조력을 요청했다. 헥토르도 6군단장인 자신이 포함된 329기의 첫 실패를 용인할 수 없었기에 협력했지만, 왜 에이젤을 찾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정작 시몬이 에이젤을 찾아낼 즈음에는. -늦었다. 시몬 폴렌티아. 팔짱을 낀 채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몬은 헛웃음을 흘리며 에이젤에게 인사했다. -에이젤 선배님! 그럼 부탁드립니다! -응, 이 위치로 보내달라 이거지? 여기서 에이젤이 3학년에 합류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냥 에이젤이 손으로 툭 건드렸을 뿐인데 두 사람의 전신이 광풍으로 휘감긴 채 로크섬에서 몇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초 단위 만에 비행했다. 시몬은 순식간에 금지된 숲 몬스터들이 바글거리는 창고동 끝에 도착했다. -끼리리리! -게게게게게겍! 몬스터들이 이빨과 발톱으로 결계에 손상을 입히고 있었다. 결계가 부서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주변에 착지한 시몬은 친위대를 보내 자신을 지키게 한 뒤 ‘묘소 생성’을 사용했다. 바닥에 비석이 올라오고 연기가 흩뿌려진다. “부탁해, 미르미즈.” 시몬이 톡 하고 마정석 덩어리를 하나 공중으로 던지자, 연기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본 드래곤이 낼름 그것을 받아먹더니 말했다. [고작 이 정도 일에 내 낮잠을 깨우는 것이냐. 불쾌하군.] 방구석 최강의 드래곤, 미르미즈가 브레스도 아닌 콧바람을 뿜었다. 화아아아악! 그것만으로도 열기가 전면으로 쏘아져 나가며 바글거리던 몬스터가 고열에 의해 형체도 없이 타들어 가버렸다. 시몬이 뭐라 칭찬할 틈도 없이 미르미즈는 도도하게 자신의 ‘레어’로 들어가 버렸다. 시몬이 픽 웃었다. ‘중소 영지의 몇 달 치 운영비를 한입에 먹어놓고선.’ 동시에 선 드래곤의 시체로 무장한 헥토르도 하늘을 돌아다니며 브레스를 쏘아대며 몬스터를 줄이고 있었다. 헥토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내 더 높은 하늘로 올라가더니, 갑자기 몬스터들에게만 적용되는 ‘드래곤 피어’를 연속해서 사용했다. 이는 탁월한 방법이었다. 전역의 몬스터들이 드래곤 피어에 짓눌려 행동이 늦춰졌다. 그사이 학생들이 빠르게 흩어져 임무를 수행했다. -여기는 말콤 랜돌프, 찰리 포인트에서 물건 확보했다. -여기는 카미바레즈! 제가 다음 열쇠를 확보했어요! -엘리사 셀린이야! 여기도 하나 확보! 네임드 학생들이 하나둘 찰리 포인트의 유적 열쇠를 확보해 나가는 시점에. -여기는 북쪽 산맥 앞! 고위험도 몬스터 라이칸스로프를 포함한 수백 마리의 몬스터 접근 중! -진짜? 마지막 고비인 수백 마리의 몬스터의 공세. 학생들이 그쪽으로 다급히 향했지만 늦을 것 같았다. 그나마 늦지 않게 도착한 건 토토뿐이었다. “히, 힘내자. 데스나이트!” 토토가 모자를 꾸욱 눌러쓰며 말했다. “이제 곧 몬스터들이 올 거야!” -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 토토의 버서커 데스나이트가 두 팔을 벌린 채 기기기긱 소리를 냈다. 피를 원한다는 듯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런데. “……?” 아무리 기다려도 접근하고 있다는 그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여기는 토토, 아, 안 나오는데?” -뭐? 토토는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으으음, 음냐 음냐.” 그 산맥에는 전체 2위, 메리다 휴 이켈이 잠들어 있었다. 주위 수백 마리가 넘는 몬스터들이 모조리 슬립에 걸린 채 바닥에 널브러져 깊게 잠들어 버렸다. -자, 잘 모르겠지만 기회야! 부회장 메이린이 외쳤다. -알파 포인트 던전 공략조 준비됐지? 꾸욱 꾹. 알파 포인트에 남은 건 전형적인 329기 최고의 스트라이커들. 거인혼혈 샤텔 마에르와 마검사용자 쥴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내 찰리 포인트에서 모든 아티팩트를 확보해서 연결하자마자 알파 포인트의 바닥이 열리며 새로운 공간이 열렸다. 그곳에 던전의 입구가 있었다. “예상대로 보드빌이 만든 던전이군.” 샤텔의 말에 쥴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자.” “자, 잠깐만! 진짜 둘이서 괜찮겠어? 던전 공략이 제일 어려운 미션인데?” 한 동기의 외침에 샤텔이 돌아보며 말했다. “10분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던전 내 보스 몬스터를 정확히 5분 만에 클리어. 첫 훈련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 * * -임무 종료. 임무 종료. -3학년 전원은 광장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으어어.” “주, 죽겠다 진짜.” 새벽부터 미친 듯이 뛰어다닌 3학년들이 터덜터덜 집합 장소인 중앙 광장에 모여들고 있었다. 다들 피곤해 죽으려고 하는 표정이었다. 시몬도 피곤했지만 기지개를 쭉 켜며 애써 잠을 달아나게 했다. 그 옆에는 후드를 머리에 꾹 눌러쓴 채 태연한 얼굴로 걸어가는 에이젤이 있었다. ‘역시 에이젤 선배님, 피곤한 기색도 없으셔.’ 그렇게 생각하며 시몬이 말을 걸었다. “표정이 뭔가 홀가분하시네요.” “아니, 그. 이 훈련을 결국 나도 받게 됐네 하는 생각에 기분이 뒤숭숭해서.” 에이젤이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1학기 후반부에 돌아왔잖아. 애들이 말해주더라고. 학기 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네, 직접 경험해 보니 장난 아니네요.” “하하, 들은 말에 따르면-” 에이젤이 생글생글 웃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대. 앞으로도 매일 밤에 두세 번 깨야 할지도 몰라. 시몬의 입이 딱 벌어졌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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