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07화 “벨하이츠의 영웅, 제7군단장을 이 자리에 부를게.” 시몬은 천천히 피어의 투구를 눌러쓰고는 걸음을 옮겼다. 무형의 망토가 펄럭인다. 대기가 떨린다. 절그럭 절그럭. 오늘따라 본 아머의 발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렸다. 마침내, 시몬이 암흑연합 정상회담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 “…….”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대강당 전체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시몬은 그저 그 시선들을 감내하며 떳떳하게 고개를 들었다. 무수한 눈동자들이 일렁이고 있다. 이 정적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았다. “감히.” 그때 한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7년 만에 열리는 암흑연합의 정상회담에 흉악한 범죄자를 부르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요!” 흑광성의 주인. 베니로다. 그를 필두로 자리에서 하나둘 사람들이 일어났다. “배신의 죄를 지은 자는 이곳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나는 배신의 군단에 부모를 잃었소!” “내 동생을!” 배신의 군단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일어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시몬은 그저 응시했다. 사람들의 오가는 손끝이 보인다. 붉게 물든 목덜미가 보인다. 충혈된 눈동자, 목에 불거진 혈관, 튀어 오르는 침방울.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이 대륙에서 ‘내가 한 일이 아니다’라는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 연좌제. 암흑연합은 물론 대륙 전체에 오래전부터 뿌리내린 관습이자, 당연한 상식이다. 큰 은혜를 받은 일족은 대대손손 축복받고, 저주받은 자들은 대대손손 불행하다. 남편이 죄를 지으면 부모와 아내, 자식도 죽는다.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쿠웅-!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쇄도하는 비난이 멈췄다. 시몬은 소리가 난 방향으로 천천히 눈동자를 굴렸다. 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자. 온몸을 붕대로 두르고, 오른팔에 부목을 대고 있는 그가, 그나마 성한 왼팔로 팔걸이를 내려친 것이다. 의자의 팔걸이가 박살 나며 바닥에 투둑 툭 떨어지고 있다. “나는-” 그가 쉰 목소리로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신의 군단 사태로 형을 잃었소.” 대강당이 일순 시끄러운 소리가 멎어 들었다. “최악의 이별이었소. 그 전쟁에 참여했을 때, 내게 다가오는 칼날을 형이 두 팔 벌리고 대신 맞았지. 나는 평생, 그때 나를 봤던 형의 얼굴과 표정을 잊지 못하고 살고 있소. 지금까지도!” 콜록! 콜록! 흥분으로 한차례 기침했다. 제인이 다급히 부축하려고 다가왔으나, 팔을 뻗어 제지한 그가 지팡이를 짚고 제힘으로 저벅 저벅 걸어 나왔다. “벨하이츠 일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오. 우리 부부가 해마다 벨하이츠에 가는 이유는 고향에서 나약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가 아니오. 사실은 형의 기일이기 때문이오. 형에게 제사를 올리고 형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함이었소. 그러다 그곳에 갇혀 결사의 고문을 받게 됐지. 그런데 운명의 장난 같게도 우리를 구하러 온 건-” 샤헤드의 국왕이 시몬을 응시했다. “형을 죽인 바로 그 배신의 군단이었소.” 곳곳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때 처음 자리에서 일어선 흑광성의 주인 베니로다가 여전히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나라의 신하가 아닌 가맹국의 일원으로 말하겠습니다! 폐하께서는 명예가 없으십니까! 소신이었다면 차라리……!”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그에게 말했지.” 샤헤드의 왕이 말을 끊으며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베니로다가 움찔하며 말을 멈췄다. “나는 나 자신의 분노와 형에 대한 죄책감으로, 기껏 나라를 구하러 와준 은인의 도움을 모욕하고 벨하이츠에서 쫓으려 했소. 하지만 군단장은 결사의 의도대로 흘러가게 두지 않겠다며 그것을 거절하고 우리를 구해냈지.” 그가 눈을 감았다. “벨하이츠가 해방되고 회색벽에서 빠져나오는 길에, 나는 유품이자 형의 모습이 담긴 액자를 챙겨서 밖으로 나왔소. 그제야 눈에 보이더군! 내 백성들이 생존자들과 부둥켜안고 울고 기뻐하고 환호하는 모습이 말이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기분이었소!” -내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지? “나는 그때 형의 액자를 바닥에 버렸소. 나는 나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으로! 내 가족과 백성들의 목숨과 나라의 운명을 저버리려고 했던 거요!” “폐하!”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소!” 쩌렁쩌렁한 샤헤드 국왕의 외침이 대강당에 울려 퍼졌다. 모두가 압도당한 듯 입을 다물었다. “네크로맨서의 시대에 사는 우리 모두가 뼈저리게 알고 있는 사실이지 않소? 우리는 죽은 자에 대한 미련보다! 살아 있는 자들의 앞날을 생각해야 하오! 배신의 군단을 이 자리에 부른 건 죽음의 마녀의 의도가 아니라 바로 내 ‘요청’이었소!” 그가 팔을 뻗어 시몬을 가리켰다. “지금은 대륙 역사상 최악의 위기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백성들을 위해!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소! 과거에 얽매여서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썩은 시대는 차라리 멸망하는 게 낫소.” 그의 눈이 싸늘해졌다. “샤헤드의 땅에서 나고 자란 자들은 그리 알고 내 체면을 세워주시길 바라오.”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베니로다는 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이내 굳은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국왕은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다시 지팡이를 짚고 자리로 돌아왔다. 시몬은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국왕 또한 손을 드는 것으로 인사를 받았다. 모두가 여운에 빠져 있는 그때. 짝- 짝- 짝- 냉소적인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샤헤드의 국왕과 동등한 연단 위 자리에 앉아 있는 제복 차림의 남자. “감동적인 이야기, 잘 들었소.” 회색 머리카락. 날렵한 턱과 매끄러운 피부. 칼로스 왕국의 국왕, 시드리안 2세였다. “결사의 모진 고문을 받고 다소 성격이 감성적으로 변했구려. 이해합니다. 오랜 친우여.” “…….” “하지만 짐은 그리 마음이 흔들리진 않소. 배신의 군단장에게 가족을 구해졌거나 하는 은혜를 입지 않아서 그런가? 어쨌거나 샤헤드 국왕 본인의 말대로, 국왕 개인의 가치관을 이 자리의 모든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 않겠소?” “네놈! 시드리안!” 샤헤드 국왕의 눈이 살벌하게 변했고, 칼로스 국왕은 미소로 시선을 받아넘겼다. “미래보다 과거가 더 중요한 사람도 분명히 있소. 그 사태로 아끼는 사람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미래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희생하라는 강요는 받아들이기 힘들 거요. 자, 배신의 군단장.” 능숙하게 대강당의 분위기를 전환시킨 그가 시몬을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건 당신뿐이오.” […….] “우리는 그대가 누군지 모르오. 그대가 우리의 뒤통수를 치려는 결사의 일원일지, 지옥에서 돌아온 요나 본인일지, 알 방도가 없지 않겠소.” 그가 비릿한 미소를 보였다. “우리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일단 그 투구를 벗고 얼굴을 보이는 게 옳지 않겠소?” 웅성 웅성 웅성! 얼굴을 보이라는 칼로스 국왕의 말을 긍정하는 주위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몇몇 사람들은 우려스러운 눈으로 시몬을 바라보았다. 시몬이 침묵을 지키자 칼로스의 국왕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렇지. 얼굴을 밝히지도 않는 자의 이야기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칼로스 국왕의 입이 다물어졌다. 정말로 긍정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 시몬이 천천히 피어의 투구에 손을 올리자, 주위는 쥐 죽은 듯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이내 시몬이 서서히 피어의 투구를 위로 밀어 올렸다. 샤락. 선명한 이목구비가 드러난다. 밀려 올라간 푸른 머리카락이 내려오며 이마를 가볍게 덮었다. 정체불명이자, 수많은 추측만 오가던 배신의 군단장이 마침내 얼굴을 공개하는 순간,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앳된 얼굴에 곳곳에서 놀란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은 경악하며 입을 벌렸다. “서, 설마…….” “제 이름은 시몬 폴렌티아.” 마침내 시몬이 정상회담의 모두의 앞에서 고했다. “키젠의 학생회장입니다.” * * * 대강당에 거대한 혼란이 일어났다. 주위는 반응은 파격적이었다. “키, 키젠의 학생회장이 배신의 군단장이었어?” “학생회장이라면 결국 학생이 아니오! 당연히 베테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럴 수가! 이건 대체……!”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져 있었다. 심지어 이 자리에는 키젠 재학생이지만 이곳에 들어온 정상들도 있었는데, 모두 혼이 나간 얼굴이었다. 모두가 충격에 빠진 사이, 칼로스 왕국의 국왕이 슬그머니 네프티스 쪽을 응시했다. “……처음부터 그대가 꾸민 짓이었나.” 네프티스는 헷 하고 웃으며 넘어갔다. 이내 그녀가 앞으로 나왔다. “배신의 군단장은 유명하지만, 시몬 폴렌티아는 다들 누군지 알려나? 굵직굵직한 대륙의 사태들을 해결해 낸 친구야. 첨언하자면-” 그녀가 시몬이 지난 2년간 키젠 학생과 군단장으로서 해결한 여러 사태들을 읊어나갔다. 성녀 사태, 타라도스 사태, 리버론 사태 등. 끊임없이 나오는 이야기에 모두의 눈이 커졌다. “다들 직간접적으로 이 아이가 한 활약의 영향을 받았을 거야. 키젠에서도 그를 미래의 핵심 인재라고 여기며 훈련시키고 있고.” 저 앞에서 키젠의 원로 몇몇이 울컥한 표정으로 네프티스에게 따지려다가 스르륵 잠드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바로 뒷자리에 앉은 한 본부 직원이 쩝 하고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 보였다. 저주를 건 것이다. “그럼, 이제 얼굴도 공개했으니 발언권을 얻은 거겠지? 시몬, 한마디 할래?” “……네.” 시몬이 확성 수정구를 받고 앞으로 나왔다. “제7군단장이자 키젠 학생회장 3학년,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모두가 얼빠진 얼굴로 시몬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자리까지 서는 데 많은 고민이 있습니다. 저는 제 군단의 죄를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속죄하라고 말씀하시면 힘이 닿는 데까지 속죄하겠습니다. 다만.” 시몬이 주위를 쭉 둘러보았다. “이 정상회담의 의제는 ‘결사’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는 사과보다는 비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아직!” 쿵! 흑광성의 주인, 베니로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과거의 이야기는 다 끝나지 않았소!” “…….” 곳곳에서 따가운 시선이 모아졌지만 베니로다는 서슴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대가 아직 학생이라는 사실을 직면하고는 조금 내 마음이 꺾인 것에 대해, 스스로 자괴감이 들었소! 배신의 군단이 활동하기 시작한 건 2년 전, 그대가 키젠에 들어온 것도 2년 전. 그대가 이상한 대타는 아니겠지! 흑광성과 주민들은 그대를 인정해야 할지도 모르겠소. 하지만!” 베니로다가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해주시오, 배신의 군단장! 그대가 배신의 군단을 이끌지언정, ‘요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누군가에는 중요한 이야기였다. 결국 배신의 군단에게 공격 명령을 내린 총책임자는 ‘요나’다. 이미 각종 언론에서도 현재 배신의 군단장과 요나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베니로다는 지금 그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몬-’ 네프티스가 지그시 시몬을 바라보았다. 정체를 밝힌 것까지가 최선. 지금은 그것만큼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시몬…….’ 로레인이 초조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조금 떨어진 아서도 입술을 덜덜 떨며 말을 기다렸다. “저는-” 이내 시몬의 입이 열렸다. “요나를 만나 그로부터 군단을 물려받았습니다. 요나와의 관계를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 시몬의 그 한마디를 기점으로 대강당은 쑥대밭이 되었다. 욕설을 내뱉는 자들, 말로 끔찍한 저주를 퍼붓는 자들, 진정시키는 자들, 시뻘게진 얼굴로 연단에 뛰어들려는 베니로다를 말리려는 자들까지. 시몬의 발언은 본인이 ‘연좌제’의 대상이고, 배신을 승계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네프티스가 골치 아프다는 듯 웃었고, 제인은 한숨을 쉬었다. 주위가 쑥대밭이 되어갔다. “빌어먹을 배신의 군단!” 원한 깊은 베니로다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대들은 끝내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고 누구의 감사도 받지 못할 것이오! 그대들이 결사의 전선에서 싸우는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내가 원하는 건 그대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일이오!” 몇몇 사람들도 격분하며 동의했다. 그때 시몬도 태연히 말했다. “말씀대로 저는 제 죄에서 눈을 돌리지 않겠습니다. 이 정상회담에서 여러분이 저와 제 군단이 나설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시몬이 눈을 감았다. “저는 군단을 포기하고 학생회장직을 내려놓은 뒤 사라지겠습니다.” 커흡. 곳곳에서 딸꾹질 소리가 들리고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몇몇 사람들이 이마를 짚기도 했다. “그거 좋군!” 정신을 반쯤 놓은 듯한 베니로다가 발악하듯 외쳤다. “이 정상회담을 네 재판장으로 만들 생각인가! 아주 환영할 만한 일이지! 네놈은 절대로!” “이 이상은 흘려들을 수 없네요.” 점점 분위기가 험악해지려는 순간, 갑자기 베니로다의 말이 멈췄다. 그가 ‘읍읍’ 소리를 내며 입 밖으로 목소리를 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지 않았다. “제가 한 말씀 드릴게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건 상앗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소녀, 세르네 아인다르크였다. 그녀에게는 묘한 위엄이 있었다. 순식간에 분위기를 장악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어낸 그녀가 베니로다를 바라보았다. “좋아요. 여기서 확실해졌네요. 우리 연합의 구성원들이 완전히 화합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 반7군단 파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는 반대쪽인 나도 발언할 수 있는 거겠죠?” “으읍! 으으으읍!” “우선 이 이야기부터 하고 시작할까요?” 그녀가 생긋 웃었다. “우리 상아탑은 7군단을 긍정하며, 7군단에 대한 모든 적대 행위는 상아탑에 대한 적대 행위로 받아들이겠음을 선언합니다.” “!!”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아까 7군단의 필요 이유, 근거, 의의에 대해서는 샤헤드의 국왕 폐하께서 모두 설명하셨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바리만 남아서 짖어대고 7군단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역으로 무한히 긍정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세르네가 시몬을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저희 상아탑은, 결사의 꼬드김에 넘어간 전대 상아탑주에 의해 조직 전체가 무너질 뻔한 위기가 있었어요. 7군단장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저희를 도와주었죠. 저희 상아탑은 7군단을 긍정합니다. 저렇게 입만 살아서 나불대는 사람들과 비할 수가 없어요. 요나와의 관계가 있든 없든 7군단은 이제 달라졌으며, 인류와 연합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행동으로 증명했어요.” 그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배신의 군단 사태도 감정을 내려놓고 봤을 때, 기나긴 100년 전쟁을 끝냈다는 순기능을 이야기하는 학자들도 많아요. 그때 전쟁의 원인이었던 ‘봉서’가 파괴되지 않았다면? 당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요나 군단장이나 기적의 성녀, 둘 중 하나가 다른 세력에 의해 살해당했다면? 100년 전쟁이 아니라 200년 전쟁, 300년 전쟁이 됐었을 거예요. 그때의 희생자와는 비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죽었겠죠.” 몇몇 귀족들이 벌떡 일어났다. “그건 비약이오!” “그 시절을 겪어보지도 않은 자가 어딜!” “그럼 그 시절을 겪은 이 몸에겐 발언권이 있는 게요?” 모두의 입이 다물어졌다. 거대한 몸집에 수염이 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선두에서 연합을 위해 싸웠던 인물 중 한 명. “그랜드포지와 모든 드워프들은 7군단장을 긍정하오.” “그랜드포지까지……!” 그랜드포지의 국왕이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배신의 군단장에 대해서는 인식이 좋지는 않았다만, 그 정체가 시몬 폴렌티아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저, 저도!” 그때 이번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린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블루하버를 통치하는 ‘슌 올드원’이었다. “블루하버는 7군단장을 긍정합니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은 저희들이 어려울 때 외면하지 않고 도움을 주셨어요!” 이번에는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타라도스의 아민 장군, 현재는 영주가 된 인물이었다. “타라도스는 7군단장을 긍정합니다. 타라도스에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사이 모두가 외면했지만, 오로지 7군단장만이 도움을 주었소.” 한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펜타모니엄은 7군단장을 긍정합니다.” 중년의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로나 반도는 7군단장을 긍정합니다.”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며 7군단에 대한 지지를 밝히기 시작했다. 베니로다와 반대하던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 대륙의 모든 용병들은 7군단장을 지지합니다! 당연하죠!” “도둑길드도 7군단장에 힘을 실어주고 싶소.” “칼로스 북부와 빌케노스도 마찬가지요! 북부인에게 7군단장은 피를 나눈 형제나 다름없지! 우리의 형제요!” “리버론은 7군단장을 지지합니다.” “프리고드 자치구 또한 7군단장을 지지한다!” 지금까지 2년간 임무와 파견 등으로 시몬과 만난 사람들, 시몬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 시몬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 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 시몬은 새로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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