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74화 하늘섬 외곽 지역. 인적 없는 작은 시골 마을의 마구간. 텅 빈 이곳에 숨어 들어온 리사라는 짚더미 위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쏴아아아아아— 하늘이 흐려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낡고 구멍 뚫린 천장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떨어지는 물방울은 머리를 적시고, 바닥에 딸린 짚더미까지 축축하게 적셨다. 지면은 흙탕물이 되어 질척댔고, 하얗던 에프넬 교복은 곧바로 눈에 띄게 더러워졌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비를 피할 생각도 하지 않는 건지, 눈에는 초점이 반쯤 사라져 있었다. ‘나라고.’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나라고 그런 모습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야.’ 괴물의 모습이 되면 이성을 잃은 채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원래대로 돌아온 뒤에는 모든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도시를 부수었다. 사람들을 공격했다. -저건 악마다! 주민들은 겁에 질려 도망쳤고. 팔라딘들이 무기와 족쇄를 들고 덤벼들었다. 리사라는 생각을 끊어내고 무릎 사이에 얼굴을 깊게 묻었다. 쿠르릉-하는 천둥소리가 들리고, 비는 더더욱 세차게 내렸다. 스으. 그녀가 손을 움직였다. 주방에서 훔쳐 온 식칼 하나가 놓여 있었다. 사실 한 번 시도는 해봤다. 하지만 칼로 자신을 찌르려는 순간 감정이 격해지며 악마로 변했다. 악마는 자신을 조용히 죽게 놔두지도 않았다. 이것은 저주였다. -리사라는 대단해. 우리 일족의 보배야. -높으신 곳에 있는 성녀만 성녀요? 리사라는 우리의 자랑이자, 프리즈펠만의 성녀라오!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주었을 때. 사실은 시몬 앞에서 말한 대로 부정하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여러분이 그렇게 믿으신다면 저, 더 열심히 할게요! 사실은 그렇게 말했었다. 그러니 천벌을 받은 거다. 성녀의 권능은 전부 위대하고 거룩한 힘이라고 들었는데, 왜 하필 자신만 저주받은 몸뚱이로 변하게 된 걸까. 여신의 저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신성연방에서도 이런 성녀를 납득할 리가 없다. 모든 일은 자신이 처형당해야 끝나리라.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덜컹! 갑자기 마구간의 문이 크게 열렸다. 리사라는 화들짝 놀라며 제 입을 틀어막았다. 차박. 차박. 이내 흙탕물을 밟고 로브 차림의 남자가 걸어왔다. 리사라는 뒤로 물러나며 벽에 몸을 붙였다. “여기 있지? 리사라.”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내,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그녀는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이내 시몬이 리사라를 발견하고는 비를 막아주던 후드를 벗어서 얼굴을 드러냈다. 쿠르르르르릉! 내리치는 번개로 주위가 한번 하얗게 물들었다가 돌아온다. “유…… 클리드.” 그녀의 동공이 흔들린다. “……아니, 유클리드가 아니라 수사관님이었죠. 나를 죽이러 왔군요.” “그 반대야.” 시몬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하며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너를 구하러 왔어, 리사라.” 저 모습을 본 적 있다. 저 얼굴로, 저 손으로, 자신을 협박하고 죽이려 했다. 다른 사람인 건 알지만 위축된다. 시몬이 손을 내밀자 그녀의 몸은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스스스스스스스! 그녀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그리고 시몬은 이 순간, 주위가 하얗게 물들며 신성 성좌의 모습이 흐릿하게나마 보였다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 리사라가 성녀의 권능을 쓰려 하고 있다. “자. 잠깐만. 리사라! 여기서 변하면 안 돼!” 시몬이 소리를 높이자 더더욱 겁먹은 리사라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역효과다. 그녀의 몸에서 오히려 더 강하게 성녀의 권능이 일어나고 있었다. “어휴, 저리 비켜봐요.” 그때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마구간으로 들어온 건 눈처럼 하얀 머리칼을 휘날리는 여자였다. 리사라의 입이 벌어졌다. ‘레테…… 성녀님?’ “믿고 맡겨달라더니 이게 뭐 하는 짓임까. 자매님이 겁먹었잖아요.” “아, 아니. 나는 아직 제대로 말도 못 꺼냈는데…….” 시몬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레테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흘리더니 검지를 세워 시몬의 볼을 폭 하고 눌렀다. “이런 얼굴로 말하는데 될 리가 있겠슴까. 평소의 잘난 상판대기라고 생각하면 곤란함다.” 시몬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레테는 콧방귀를 뀐 채 리사라에게 다가갔다. “자매님.” 그녀의 표정이 어느새 진지하게 바뀌었다. “자매님이 가진 힘은 저주 같은 게 아님다. 당신은 틀림없이 성녀예요.” “…….” 리사라가 고개를 푹 숙였다. “하, 하지만 레테 성녀님도 제가 어떻게 변했는지 다 보셨잖아요. 팔라딘분들도 저를 악마라고…….” “그들은 그저 당신을 악마라고 믿고 싶어 할 뿐이에요. 애초에 당신을 제거하려는 게 그들의 목적이니까.” 레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시 리사라를 보았다. “거짓에 휘둘리지 말아요. 중요한 건 당신이 성녀라는 진실이죠. 누가 뭐래도 당신은 위대한 여신께 선택받았어요.” “…….” “사실 난 너무 좋은 거 있죠? 내가 성녀 중에서 제일 막내잖아요. 성녀들끼리 모이면 성격 까다로운 언니들 말 맞춰주느라 고생했는데, 이제 막내 탈출하는 건가?” “저, 저 같은 게 어떻게 감히…….” 레테가 한 걸음 다가왔다. 이내 교복 스커트를 살짝 붙잡더니 천천히 마구간의 흙탕물에 무릎을 꿇었다. 헉! 소리를 내며 식겁한 리사라가 헐레벌떡 다가와 마주 꿇어앉았다. “서, 서서서, 성녀님! 거기 더러운……!” “힘들고 괴로울 때, 선발생들은 도움을 구할 권리가 있잖아요?” 레테가 두 손바닥을 펼치며 미소 지었다. “우수성사. 다시 한번 나한테 요청해 줄래요?” 그 말에 리사라의 동공이 격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눈가에 크고 작은 눈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레테의 손을 맞잡더니, 그것으로도 모자라 와락 달려들어 레테를 힘껏 끌어안았다. “성녀니이이이이임!” 통곡과도 같은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레테는 부드럽게 웃으며 리사라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 주었다. 뒤에서 안도의 한숨을 쉰 시몬이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잘했어, 레테.” 레테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그런데 ‘다시 한번’ 우수성사를 요청해 달라는 건 무슨 말이야? 전에도 리사라의 우수성사를 받은 적 있었어? 왜 나한테는 말 안 해주…….” 째릿! 갑자기 레테가 살벌한 눈으로 시몬을 마구 쏘아보았다. 살기를 느낀 시몬이 멈칫했다. “묻지 마세요.” “으, 으응.” 왜 화를 내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레테가 리사라를 달래주고 있는 사이, 시몬은 옆으로 지나쳐 가서 허름한 마구간의 틈으로 바깥의 상황을 살폈다. ‘이런.’ 저 멀리서 랜턴 불빛이 여러 개 보였다. 총무주교가 보낸 추격자들이 뒤쫓아 온 것이다. 개 짖는 소리도 뒤이어 들린다. “레테, 추격자들이 왔어. 여긴 위험해.” “장소를 옮기죠.” 레테가 리사라를 껴안은 채 일으켰다. “믿을 만한 조력자가 있슴다.” *** 레테가 말한 조력자에게로 향하며, 시몬은 리사라의 입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상부의 지시를 받고 성녀를 제거하러 움직이던 암살자는 유클리드였다. 당시 리사라는 툭 하면 폭주하는 힘을 억제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폭주한 뒤에 나타나는 끔찍한 모습을 다른 동기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필사적으로 노력했었다. 이때 리사라는 ‘성녀의 정수’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것은 자신이 성녀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지만, 리사라 본인은 처음에 부정했다. 본인이 그럴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성녀 일곱 명 모두 살아 있었으니까. 그렇게 하늘섬에 들어온 둘째 날. 숙소 매원에서 선발생들끼리 모여 처음으로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유클리드는 대화 화제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를 툭툭 꺼냈다. -만에 하나 성녀가 갑자기 죽는다면, 다음 성녀는 누가 될까? 내 생각엔 여기 우리 중에 한 명일 것 같은데. -아, 그거 알아? 처음에 성녀의 권능을 받으면 힘이 통제가 안 돼서 물건을 막 부수거나, 유리창을 박살 내거나 한다고 해. 유클리드는 집요하게 화제를 성녀 이야기로 돌렸다. 메릴이 ‘사내자식이 성녀 승급에 뭐 그리 관심이 많냐’며 핀잔을 주긴 했지만 리사라는 뜨끔뜨끔했다. 식은땀이 흘러나오고, 가끔은 불안감에 흔들려서 괴물의 모습으로 변할 뻔한 위기도 있었다. 그렇게 위태로운 식사가 모두 끝나고, 선발생들은 흩어져서 하나둘 숙소 방에 돌아갔다. 방으로 돌아가는 길, 리사라는 시야가 빙글빙글 도는 것을 느꼈다. 속이 매스껍고, 몸에 힘이 빠져갔다. 상한 음식을 잘못 먹었나? 딱 한 모금 마신 포도주가 문제일까? 어쨌거나 이대로는 가장 꼭대기 층에 있는 자신의 방에 다 가지도 못할 것 같았다. 복도에서 쓰러져 병실로 실려가는 꼴만큼은 피하고 싶었기에, 그녀는 대충 근처의 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어차피 매원은 선발생이 통째로 쓰고 있었으니 상관없었다. 그런데. -일어났어? 눈을 뜨니 한 남자가 방 안에 있었다. 히죽 웃어 보인 그는 10번 유클리드였다. 집중하듯 손을 휘저으며 방 안에 뭔가를 하고 있었다. -방음 결계를 펼치는 데 두 시간이나 걸렸네, 애를 좀 먹었지만 뭐 상관없어. 결계 작업을 마친 그가 리사라에게 다가왔다. 리사라가 식겁하며 움직이려 했지만, 침대에 누운 자세 그대로 몸이 굳어져 있었다. 몸이 쇳덩이처럼 무거웠고 팔다리가 저렸다. 말하거나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다. -못 움직이겠지? 네가 마신 물에 약을 탔거든. 그가 의자를 드르륵 끌고 와 자리에 걸터앉았다. -나한테 왜 이러냐는 표정이네. 그거 알아? 신모의 성녀가 죽었어. 리사라의 심장이 뛰었다. 성녀가 죽었다고? 그렇다면 정말로 그 목소리가 말한 대로 내가 다음 성녀라고? -그리고 난 위의 지시로 다음 성녀를 찾고 있어. 정보에 따르면 선발생 중 한 명이 성녀라는 것 같아. 성녀가 될 가능성이 없는 남자 멤버 중에서, 그나마 궂은일 경험이 있는 내게 일이 들어온 거지. 그는 여유로운 듯 콧노래를 흘리며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그러다 고개를 불쑥 내밀며 말했다. -네가 성녀지? 리사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녀는 잘 움직여지지 않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움직여 좌우로 저었다. 짤랑 짤랑— 그때 벽면에 달린 처음 보는 장식 같은 게 흔들리고 있었다. 10개의 작은 고리 중에 하나가 유독 강하게 흔들렸다. 유클리드는 입가를 찢으며 웃고는 손뼉을 짝 쳤다. -고마워, 리사라. 너 같은 머리 텅 빈 멍청이가 성녀라 정말 다행이야. -……! -위에서는 1번 메릴이나 4번 베르시가 성녀인 것 같으니까, 그 둘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라고 했거든. 그가 아홉 번째 고리를 붙잡더니, 주먹을 꽈악 쥐었다. -허용 가능한 건 1번, 4번. 그 외에 다른 애들이 성녀인 게 확정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선제적으로 죽이라고 하더라. 모든 건 위에서 책임지고 덮어준다고 하네. 보상금도 10배로 더 주고. 유클리드가 턱에 손을 짚었다. -나는 계속 생각했어. 어떻게 하면 성녀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러다 이렇게도 생각해 봤어. 내가 성녀의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두렵고 초조했을 거야. ‘성녀 살해’만큼은 피하고 싶을 테니까. 너 같은 머리가 텅 빈 녀석도 성녀 살해에 대해선 들어봤지? 그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처음부터 메릴이나 베르시나 떳떳하게 나오니까 아닌 것 같았어. 계속 떠보면서 성녀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불안한 반응을 보이는 녀석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지. 정답이었어! 유독 너만 움찔거리고, 눈이 마구 돌아가고, 표정 관리 못 하고, 불안해하는 게 훤히 보였다고. 그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런 기본적인 연기도 못하니까 이렇게 들켜서 죽는 거야. 다음에는 조금 더 조심해라? 아, 다음은 없겠지 참. 절그럭. 그가 침대 밑에서 석궁 하나를 들어 올렸다. 리사라가 읍읍 소리를 내며 몸을 흔들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피가 튀지 않도록 몇 걸음 물러난 유클리드가 석궁을 리사라의 이마를 향해 겨누었다. -고마워. 너 덕분에 나는 영원한 돈과 권세를 누리게 될 거야. -읍! 으으읍! -잘 가. 다음 생이 있다면 들키지 말고. 터엉. 석궁이 풀리며 화살이 날아오는 모습. 리사라에게는 그것이 무척이나 느리게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이마를 꿰뚫으려는 직후에 모든 기억이 끊겼고. “……눈을 뜨니 피바다였어요.” 리사라가 고개를 푹 숙였다. “유클리드는 갈기갈기 찢어져 죽어 있고, 제 손에는 살점이 마구 묻어 있었어요. 피에 흠뻑 젖은 제 모습이 거울에 비쳤죠.” 시몬과 레테는 할 말을 잊고 가만히 이야기를 들었다. “범행 현장을 수습하고 도망쳐서 방에 들어왔어요. 다음 날에는 강압적인 수사가 시작되었고, 저는 더더욱 꽁꽁 숨었죠. 아 들키면 죽는 거구나. 나 성녀인 거 들키면 살해당하는 거구나.” 그녀가 두 손을 모았다. “그래서 죽은 유클리드의 조언을 마음에 새겼어요.” -유독 너만 움찔거리고, 눈이 마구 돌아가고, 표정 관리 못 하고, 불안해하는 게 훤히 보였다고. -다음에는 조금 더 조심해라? 아, 다음은 없겠지 참. “필사적으로 마음을 죽였어요. 최대한 평정심을 찾으려고 하니, 괴물로 변하는 빈도도 줄어들었죠. 제 감정이 흔들릴 때 성녀의 힘이 나오고 괴물이 된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그러다 신인 예배회 첫날에.” 그녀가 시몬을 바라보았다. “유클리드가 다시 나타난 순간 저는 숨이 멎는 공포를 느꼈어요. 하지만 더더욱 저 자신을 지우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죠. 살아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된 거구나.’ 이제야 여러 수수께끼들이 풀렸다. 얼굴을 공개한 첫 임팩트 순간에 반응이 없었던 것도 이해가 되었다. 리사라는 이미 마음을 독하게 먹고 있던 시점이었다. “힘들었겠네.” 시몬이 복잡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내가 괜히 널 위협한 것 같아서 미안해.” “수, 수사관 님……!” 리사라가 감격한 표정을 짓는 사이, 레테가 시몬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당신, 리사라가 성녀인 걸 알고도 계속 그렇게 반말할 검까?” “아!” 시몬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실례했습니다, 리사라 성녀님.” “그, 그러지 마세요옷!” 리사라가 갑자기 빽 소리 질렀다. 시몬과 레테가 움찔하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냥 평소대로 편하게 리사라라고 불러주시는 게 좋아요. 그, 그리고…….” “?” 그녀가 벌게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레, 레테 성녀님이랑 수사관님도 사적으로는 친하게 말하시는 것 같고.” “그래, 알았어.” 시몬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레테가 시몬 쪽을 한번 째릿 노려본 뒤,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아무튼 잡담은 여기까지. 할 이야기는 잠깐 미뤄두죠, 도착했슴다.” 레테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정원을 낀 저택이 보였다. 그리고 레테가 말했던 조력자가 우산을 쓴 채 마중 나와 있었다. “그라툴라 미 키빌리스. 어서 오십시오, 성녀님.” 조력자를 본 모두의 눈동자가 커졌다.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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