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52화 “허억! 헉!” “하아! 하아!” 시몬과 레테, 그리고 소르엘라는 숨이 턱밑까지 찰 만큼 달리고 있었다. 바로 그 뒤로. 쿠쿠쿠쿠쿵! 콰콰콰콰콰콰콰콰! 열 개의 다리로 바닥을 두드리고, 두 개의 집게팔을 휘두르는 거대한 크리쳐가 주위의 모든 것을 파괴하며 추격해오고 있었다. 징그러운 다리들로 사무실 벽을 깨뜨리며 좁은 통로를 파고드는 모습은 대단히 공포스러웠다. “뭐 저딴 게 다 있슴까!” 레테가 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소리쳤다. 양손에 차크람을 붙잡은 시몬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지간한 공격은 통하지 않아.’ 신성마법은 물론, 레테가 성녀의 힘까지 실어서 날린 공격까지 크리쳐를 둘러싼 네옴 결계에 막히고 말았다. 거기에 전장을 가리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기동력과 압도적인 완력의 집게발, 네옴 포대를 이용한 원거리 공격까지. ‘네옴 크리쳐 중에서도 유니크한 녀석이겠네.’ 저런 게 양산이 가능했다면 대륙에서의 힘의 판도가 바뀌었을 것이다. 물론 다르블렝을 벗어나면 무거운 고철덩이일 뿐이라는 게 안도할 일이지만, 지금 시몬 일행은 좁은 건물 안에 저 괴물과 함께 갇힌 상태였다. “레나!” “준비됐슴다!” 두 사람이 동시에 빙글 몸을 돌리며 팔을 뻗자, 한 쌍의 마법진이 눈부신 빛과 함께 일어났다. “라 에스크림!” “라 에스크림!” 축복의 띠를 두르고 쏘아져 나간 한 쌍의 드릴이 크리쳐의 결계에 부딪혔다. 카가각! 소리와 함께 방어를 뚫는 데 특화된 두 백마법이 결계를 빠르게 갈아내기 시작했으나. 텅! 크리쳐가 거대한 집게다리를 휘둘러 라 에스크림을 단번에 튕겨내 버렸다. 그러고는 가슴을 한껏 앞으로 내밀며 기계음을 내뱉었다. 철컥! 철컥! 서로 다른 크기의 무수한 포대들이 몸체에서 솟구쳐 나오더니 그대로 녹황색 탄환과 포탄, 빔을 난사했다. “피해!” 퍼어어엉! 콰아아아아아아앙! 세 사람이 즉시 몸을 날렸다. 방금 발을 디딘 곳에 총탄이 날아와 박히고, 섬광이 천장과 벽을 그으며 고온의 열기를 뿜어냈다. 워낙 좁은 통로라서 피하기도 힘들었다. 시몬이 소르엘라를 안아 들고 뛰었으며 레테는 두 주먹에 신성을 일으킨 채 투사체를 정신없이 튕겨내고 있었다. “커다란 거 하나 날아와!” 시몬이 외쳤다. 대형 네옴 미사일이 막 포대에서 발사되어 날아오고 있었다. “흐읍!” 이에 레테가 훌쩍 공중으로 뛰어올라 두 팔과 다리로 그 거대한 탄두를 붙잡았다. 이내 함성과 함께 몸을 한 바퀴 돌리고는, 다리에 힘을 주어 역으로 저쪽으로 받아치듯 날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크리쳐가 집게다리를 휘둘러 쾅! 소리와 함께 쳐냈다. 탄두가 벽면을 부수며 외벽에 처박혔다. 그 모습을 본 시몬이 빠르게 상황을 판단을 마치고 말했다. “넓은 곳으로 유인하자! 여기선 우리가 불리해!” “네!” 콰콰콰콰콰콰콰콰! 좁은 사무실 통로에서 쏟아내는 네옴 화력은 감당하기 힘들다. 세 사람은 정신없이 달려 비상구 계단으로 뛰어들었다. 이쪽 계단도 일부 무너져 있었지만, 틈이 있어서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 “놓치지 않게 꽉 잡아!” 시몬이 소르엘라를 안아 들고 좁은 틈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뒤따르는 레테를 향해 팔을 뻗었다. “레나!” “네!” 그녀가 즉시 팔을 뻗어 시몬의 손을 붙잡았으나. 콰아아아앙! 거의 동시에 아래의 바닥이 무너지며 크리쳐의 거대한 아가리가 벌어졌다. 그녀가 흠칫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눈에 힘을 주었다. “이게 진짜!” 그녀가 왼손에 별의 힘을 끌어모으며 한쪽 다리를 잡아당겼다. 이내 손의 힘을 발끝으로 전달한 뒤, 크리쳐가 다가오는 순간 강렬한 킥을 날렸다. 파아아아아앙! 다소 귀여운 별 모양 임팩트가 터져 나오며 레테를 집어삼키려던 크리쳐가 그녀의 발에 맞아 튕겨 나갔다. 크리쳐를 결계째로 날려 버린 것이다. “잘했어!” 시몬이 레테를 다시 자신의 층으로 끌어 올린 뒤 계단을 타고 뛰었다. 레테가 숨을 헐떡이며 소르엘라를 바라보았다. “소르엘라! 네옴의 엔지니어로서 뭔가 공략 방법이 없을까요?” “내 이능을 사용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자신의 손을 바라보던 소르엘라가 겁먹은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잠깐 아래층으로 튕겨 나간 크리쳐가 다시금 여러 개의 다리로 쿵쿵쿵 계단을 부수며 올라오고 있었다. “일단 손이 닿아야 한다.” ‘……손.’ 소르엘라의 말에 시몬은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다가 위쪽 천장이 막힌 것을 발견했다. 그 옆에 열린 문이 보였다. “다들 따라와! 이쪽으로 들어가자!” 시몬이 앞장서서 문을 열고 들어갔고 레테와 소르엘라가 뒤따랐다. “아!” 눈앞에 새로운 공간이 드러났다.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은 새하얗고 거대한 공간. 무언가의 실험실처럼 보이는 이곳은 5~6개 층을 합쳐놓은 듯한 규모에 한없이 높은 천장을 자랑했다. 시몬이 소매로 입가를 한 차례 훑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라면, 할 만하네.” 콰아아아아아앙! 뒤이어 문짝을 벽과 함께 박살 내며 거대 크리쳐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몬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가볍게 팔을 빙빙 돌리며 스트레칭했다. 레테 또한 두 손을 깍지 낀 채 앞으로 쭉 뒤집으며 몸을 푸는 모습이었다. “너희들…….” 소르엘라가 불안한 듯 말했다. “진짜 싸우려고? 저건 이 다르블렝에서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4명의 성녀와 로버트사의 기술력이 집약된 결정체란 말이다!” “어떻게든.” 레테가 샤락 하고 머리를 쓸어내리며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눈동자에 선명한 별 모양이 일어났다. “부딪혀 봐야 하지 않겠슴까.” 휘오오오! 그녀가 신성을 개방하자 거센 맞바람이 그녀를 중심으로 피어올랐다. 거대 크리쳐가 쿵쿵쿵 녹황색으로 빛나는 여러 발을 이끌며 달려왔다. “전심전력.” 그녀가 단단히 발을 디디며 오른손을 불끈 주먹 쥐었다. 그녀의 손이 십자가의 형태로 번쩍이며, 별의 신성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부우우우웅! 이내 그녀가 심플한 동작으로 주먹을 내지르자, 다가오는 크리쳐가 닿지도 않았는데 별빛과 함께 날아갔다. 터어어어어어어엉! 거체가 벽면에 부딪히며 신성으로 발생된 수증기 같은 연기가 휘몰아쳤다. 뒤이어 레테가 손가락으로 총을 겨누는 시늉을 하며 왼손으로 손목을 받쳤다. 동시에 그녀의 등 뒤로 밤하늘이 펼쳐졌다. 한쪽 눈을 감고 숨을 가다듬은 레테가, 이내 크리쳐가 다시 다가오려는 순간에 손가락을 튕겼다. <레테 오리지널 - 스파클> 레테의 권능 중에서도 가장 물리력에 특화된 기술. 밤하늘에서 튀어나온 별이 결계를 뚫고 크리쳐의 몸체를 관통하며 지나갔다. 지켜보던 시몬이 속으로 환호했지만. 꾸르르르륵! 바로 구멍 뚫린 네옴 신체가 녹황색으로 물들며 복구되기 시작했다. ‘결계에 이어 재생 능력까지 있다 이거지?’ 크리쳐는 재생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몸의 내장된 모든 포대를 앞으로 끄집어내 늘어놓았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이어지는 총화력 난발. 이 넓은 공간이 무색하게 사방이 네옴의 포격으로 일순간 가득 찼다. 레테가 신성 방어막을 펼쳐서 공격을 막아내고, 시몬이 곰 신수 아칼리온을 꺼내 소르엘라를 태워서 먼저 도망치도록 했다. ‘지금이 기회야!’ 넓은 장소에서 크리쳐가 공격할 때만을 기다렸다. 탓! 시몬이 앞으로 뛰어가면서 손바닥을 펼쳤고, 레테도 반대쪽 손을 들어 올렸다. 짝! 하고 두 사람의 손이 하이파이브하는 순간, 레테의 축복을 이어받은 시몬의 몸이 별빛처럼 쇄도했다. 촤아아아아! 포격을 뚫고 순식간에 크리쳐의 뒤로 돌아온 시몬이 신성 아공간을 열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무리시켜서 미안해!” 그가 꺼낸 건 아록에서 가져온 신수의 알이었다. “네 차례야!” 시몬이 신수의 알을 붙잡고 크리쳐를 향해 내려쳤다. 퉁! 이것도 공격으로 판단한 듯, 크리쳐의 몸에 자동으로 네옴 결계가 번쩍이며 나타났다. 이때 신수의 알이 신비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늘 탐정 사무소에서 네옴 가전 대신 신성을 빨아들이고, 지하세계에서도 네옴을 먹어치워 왔다. 이제 이 신수의 알에게 있어 네옴은― 촤아아아아아아아아! 가장 맛있는 먹이나 다름없었다. 네옴 결계의 에너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알 속으로 빨려들었다. 신수의 알도 행복한 듯 좌우로 떨리고 있었다. “육아 대신 해줘서 고맙네!” 네옴 결계가 흡수되어 사라졌다. 시몬이 알을 허리에 낀 채 자세를 고쳤다. 크리쳐가 즉시 몸을 돌리며 거대한 집게 팔을 휘둘렀으나. 쩡! 팔의 관절이 잘려 나가며 네옴이 피처럼 흩뿌려졌다. 잘려 나간 집게 팔이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나뒹굴고, 그 사이로 차크람을 손에 든 시몬이 베기 자세를 취한 모습이 보였다. “결계가 없으면 그런 동작이 큰 공격은 안 통해.” 처억! 척! 그 순간 크리쳐의 몸체에서 총구들이 빠르게 치솟아 시몬의 턱과 가슴을 겨누었다. 시몬이 흠칫하며 벽에 밀어붙여졌고, 목을 겨눈 총구에서 네옴의 빛이 일렁이는 그때. 터업. 크리쳐의 움직임이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지했다. 어느새 아칼리온을 타고 다가온 소르엘라가 두 손으로 크리쳐의 몸통을 짚고 있었던 것이다. “사라져.” 꾸르르르르륵! 거대한 크리쳐의 몸이 그대로 끈적이는 녹황색 크림처럼 변하더니, 네옴의 구조가 완전히 해체되며 무너져 내렸다. 시몬을 겨누던 포대도 마찬가지였다. 스르륵 벽에 등을 댄 채로 미끄러진 시몬이 엉덩이를 털썩 붙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잘했어, 소르엘라.” “다들 고생하셨슴다!” 뒤에서 레테가 결계를 해제하며 외쳤다. 크리쳐의 형태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그 안에 로버트사의 기술로 만들어진 뼈대가 된 금속 구조물이 드러난다. 그리고 더 내부에는 엔진 대신 커다란 모니터와 사각형의 기기 아티팩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시몬이 그것을 끄집어내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소르엘라. 이거 혹시 작동시킬 수 있을까?” “해보겠다.” 그녀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네옴 아티팩트를 연결하며 신속하게 조작을 시작했다. 레테도 시몬의 곁으로 다가와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거…….” “본 적 있어?” “네, 슬래그본 본사에 잠입했을 때 본 적 있슴다. 이거 분명…….” 그때 기계가 팟 하고 작동하며 소리를 냈다. [데우스 인 마키나 온라인. 접속자를 환영합니다.] 레테가 짝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바로 저검다!” 타닥. 타다닥. 소르엘라는 연결한 자신의 네옴 아티팩트로 기기를 조작하며 입을 열었다. “관리자 권한을 원한다. 지금 당장.” <최고 권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증이 필요합니다. 패널에 손을 올려주십시오.> 위잉- 본체의 중간 부분이 반짝반짝 빛났다. 레테가 한숨을 푹 쉬었다. “잘 풀린다 싶더니 여기서 막히네요.” “……지금까지 말하지 않아서 미안하다.” 갑자기 소르엘라가 확 바뀐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시몬을 바라보았다. “뭐, 너는 어렴풋이 눈치는 챈 것 같지만.” 그녀가 손바닥을 패널에 올리자, 뭔가가 작동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2급 보안권자 난류의 성녀 이렌 확인. 관리자 권한을 획득합니다.>
Please login to track prog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