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439화 검이 지나간 자리에 정화의 불꽃이 불타오르며 타락의 몸뚱이를 정화해 갔다. 종언을 휘두른 시몬이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소년! 아직이다!] ‘!’ 시몬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저 멀리 진현의 목이 날아가고 있었다. ‘자기 스스로 목을 잘라 던졌어?’ 시몬이 다시금 신성을 터뜨리며 그녀를 따라잡기 위해 하늘로 솟구쳤다. 이때 진현의 목 아래가 꿀렁이더니, 축 늘어진 문어 다리 같은 게 튀어나와 대기를 밀어냈다. 시몬이 이를 악물었다. ‘절대로 안 놓쳐!’ 진현의 문어 다리 중 하나가 사람의 팔처럼 변하더니 연달아 공간을 가르는 참격을 난사했다. 시몬이 공중에서 계속 방향을 바꾸어 피해내느라 추격 동력이 떨어졌다. [로레인! 세르네! 따라와 줘!] 시몬이 그렇게 외치며 신성의 힘을 갈무리했다. 몸에서 신성이 사라지고, 다시금 익숙한 칠흑의 힘이 샘솟았다. ‘죽음을!’ 시몬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결국 죽음이 필요해!’ 그의 손바닥에 마법진 하나가 펼쳐졌다. 그와 동시에 세르네가 날아와 깃털을 추가해 시몬의 날개를 보강했고, 로레인이 두 손에 붉은 힘을 발하며 시몬의 등을 밀어주었다. “계속 가! 시몬!” 터어어어어어어엉! 시몬의 몸이 가속하며 진현을 다시 따라잡기 시작했다. 회피는 날개를 조종하는 세르네에게 맡기고, 시몬은 마법진의 준비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허억! 헉!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두 눈은 진현을 향해 또렷이 고정되어 있다. ‘죽음을!’ 바힐과 의논할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죽음을 만들어야 했다. ‘죽음을 만들어내는 원리.’ 그래도 아까 진현의 타락에 당했을 때 힌트를 얻었다. ‘핵심은 불사일 거야. 내 힘으로 먼저 불사를 만들고, 불사의 요소 전체를 역전시킬 수 있다면……!’ 희망이 있다. 뇌가 들끓기 시작한다. 생각의 뼈대가 잡히니 여러 지식과 정보들이 머릿속에서 물밀듯이 쏟아져 나온다. 처음으로 창조한 각인의 룬, 불사를 두 번이나 만들었던 기억, 무엇보다 무의식의 잔재를 이용한 ‘부스러기 모으기’까지. 방법도, 답도 이미 나와 있다. 키이이이이이잉! 시몬이 빠르게 마법진을 그리고 수식과 룬어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불사’는 두 번이나 만들었기에 온몸이, 그리고 칠흑이 기억하고 있었다. -여전히 바힐 교수님조차도, 콤펠로 상태에서 가져온 그 수식이 왜 들어가는지 증명할 수 없는 건가요? -네, 그건 불가해의 지식입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지식. 바힐조차 그것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지금의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사고가 확장된다. 평생 쓴 적이 없었던 근육을 발견한 것처럼, 뇌가 근육통처럼 아릿해지다가 그 지평이 넓어진다. 이해하지 못했던 지식들의 흐름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조심해 시몬!” 정신이 없다. 옆에서 로레인이 하늘을 날아와 시몬 대신 진현의 공격을 받아내 주고, 세르네가 시몬을 잡아당겨 공간을 가르는 참격을 피하게 하고, 보다 못한 피어가 본 아머를 움직여 대신 시몬의 몸을 조종할 때도. 목만 남은 진현이 깔깔거리며 너희는 날 죽이지 못한다고 조소할 때도.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린다. 불가해를 만드는 원동력은 지식에 대한 탐구심도, 허무감도, 진리에 대한 욕구도 아니었다. ‘이긴다!’ 아주 원초적이고. 어쩌면 단순하기 짝이 없는 감정.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승부욕이었다. 눈앞의 증오스러운 대상을 이기기 위해 온몸과 마음으로 마법진을 그려 나간다. 무의식이 기억을, 냉정한 이성은 이론을. 그렇게 마침내. 촤아아아아아아! 마법진이 빛을 발했다. <시몬 오리지널 – 불사(不死)의 저주> 수많은 필멸자들과 인류의 소원을 손에 든 채 시몬은 계속해서 진현을 쫓아 올라갔다. [이만 포기해!] 진현이 발악하며 문어 다리를 직접 휘둘렀지만, 시몬은 여전히 모든 수비와 회피는 동료들에게 맡긴 채 집중력을 유지했다. 스으. 불사의 마법진이 새겨진 오른손을 펼치고, 그 앞에 왼손을 살짝 틀어서 손끝이 아래를 향하도록 한 채 가슴 앞에 두었다. 이내 두 손바닥을 맞대고. 착! 그 상태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카가가가가가가각! 오른손은 안쪽으로. 왼쪽은 바깥쪽으로. 맞닿은 두 손이 서서히 돌아가며 두 손바닥 사이에 눈부신 빛이 일렁이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순간에도 수식과 회로가 계속 바뀌고 있었다. ‘필요한 건 불사의 역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고양감에 웃음이 나왔다. ‘모든 요소와 수식을 역으로 돌려 맞춘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눈이 아릿해지는 섬광이 시몬의 손안에서 살아났다. 마침내 시몬이 두 손을 떼어내자, 오른손의 마법진이 완전히 달라진 형태로 왼손으로 옮겨와 있었다. <역전(力田), 필사의 저주> 해냈다. 죽음이 지금 내 손안에 있다.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세르네!” 시몬이 왼손을 펼쳐 바로 아래에 뒤따라오고 있는 세르네에게 보였다. 세르네가 손바닥의 마법진을 보고는 흠칫하더니 이내 깃털로 마법진을 복사해 기록했다. “확인했어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몬은 등 뒤에 달린 세르네의 날개를 펼치고, 두 발로 칠흑을 뿜어내며 진현을 향해 돌진했다. [이게!] 진현이 구불거리는 열 개의 문어 다리를 내질렀지만, 시몬은 고개를 틀고 몸을 꺾고, 혹은 수복을 믿고 공격을 몸으로 맞으면서까지 돌파했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그녀의 눈앞에 도달한 시몬이 손바닥을 펼쳤다. [하! 백날 베어봐라! 나는……!] 그리고 비웃는 그녀를 향해, 왼손을 그녀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 키이이이이이이잉! 죽음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그녀의 이마에 거대한 마법진이 ‘낙인’처럼 새겨졌다. 동시에 문어 다리를 휘둘러 시몬을 쳐낸 그녀가 헹 하고 웃음을 흘렸다. [이까짓 저주쯤……!] 그런데 그녀의 인상을 구겨졌다. 뭔가를 시도하듯 몸을 움찔거리던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지워지지 않아.’ 타락의 권능은 모든 힘을 변질시켜 조각낸다. 구조가 복잡한 힘도 시간이 걸릴지언정 결국 조각낼 수 있었다. 코랄 섬광이나 마계의 힘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티끌만큼도 지워낼 수 없어!’ “그게 바로-” 진현이 혼란에 빠진 순간, 시몬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한마디 했다. “죽음이야.” [!] 그녀의 표정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나는 절대 죽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긴 세월을 살아왔지만 그녀는 시몬의 말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판단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이마에 각인처럼 새겨진 건 틀림없는 ‘죽음’이라는 것을. [아아아아아악!] 쿠쿠쿠쿠쿠쿵! 그녀가 문어 다리를 위로 뻗어 지하의 천장을 부수고 지상으로 솟아올랐다. 어느새 궁궐 지하에서 빠져나와 궁궐 내부로 진입한 그녀는 멈추지 않고 연달아 궁궐 천장까지 뚫으며 밖으로 나왔다. [나는 죽지 않아! 여기는 천년향이고! 나는 진현왕이다!] 그녀의 몸에 달린 열 개의 문어 다리가 구불거리며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정신과 권능을 10등분으로!’ 불룩 불룩! 그녀의 몸이 들끓더니 몸통이 열 갈래로 찢어져서 날아갔다. 흩어진 각 신체 조각마다 그녀의 얼굴이 불쑥불쑥 솟아 있었다. ‘이 위기만 넘기고 살아남기만 하면 돼! 결국 내가 이긴다!’ 그녀의 몸이 열 갈래로 찢어져 날아가는 그 순간이었다. 살랑- 새하얀 깃털 하나가 진현을 지나쳐 하늘 위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하늘 어딘가에 톡 하고 물결처럼 잔상을 일으키더니 쑤욱 저편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한 음성이 들렸다. [이해했습니다.] 진현의 얼굴이 충격으로 굳었다. 결사에서도 가장 경계하고 있는 대륙의 1급 위험인자 중 하나. ‘……바힐 아마가르!’ 천년향의 세계가 들썩이더니 이내 하늘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신이 말하는 것처럼 웅장한 소리가 들렸다. [녹시에타스의 구성을 변경. 지금부터 녹시에타스를 사용하면, 발동되는 건 ‘아니마 빈클리스’가 아니라-] 그의 음성이 내리꽂혔다. [‘죽음’입니다.] ‘!’ 후우우우우우웅! 그때 천장을 뚫고 하늘까지 날아와 따라잡은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마법진을 펼치는 모습이 보였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결사.” 바로 로레인이었다. 그녀가 손끝을 세워 마법진을 만들었다. <녹시에타스> 이미 세르네를 통해 상황을 들은 그녀가 녹시에타스를 완성해 저주를 사출했고, 열 개의 진현의 잔해 중 하나에 깃들었다. [자, 잠깐……!] 촤아아아아아악! 마계의 힘이 실린 로레인의 단검이 진현의 잔해를 베어냈다. 그것으로 로레인은 진현의 존재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걸 깨닫고 외쳤다. “성공이야 시몬!” 촤아아아아아악! 그 옆으로 피어를 입은 채 시몬이 대기를 가르며 날아가고 있었다. <녹시에타스> 시몬이 저주를 일으키고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검이 번쩍이는 듯하더니 또 하나의 진현의 파편이 죽음을 맞이했다. <녹시에타스> 반대쪽으로 도망치는 진현의 파편을 향해 손끝을 세우고 죽음을 쏘아보내 명중시킨 시몬이, 이번엔 파멸의 대검을 고쳐 잡았다. <투사(投射)> 퍼어어어어어억! 날아간 파멸의 대검이 멀리 도망치는 진현의 파편을 또 하나 박살 냈다. 남은 진현의 파편은 7개였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위기감을 느낀 진현의 파편이 해파리 같은 촉수를 휘적거리며 도망쳤다. 그때 살랑거리는 깃털이 주위로 날아드는 듯싶더니 세르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딜 가요? [!!] 갑자기 방향이 거꾸로 휘리릭 돌아간 채로 전환되며, 진현의 잔해는 하늘을 나는 게 아닌 바닥을 휘적거리고 있었다. [환상 마법……!] <녹시에타스> 세르네가 그녀에게 저주를 부여한 뒤, 그 위의 마법진에서 용암을 쏟아내 또 하나의 잔재를 파괴했다. 그녀가 통신 수정구를 들었다. [후후! 나도 하나 잡았어요, 시몬.] 남은 진현의 파편은 어느덧 6개였다. * * * 처절한 기동전이었다. 왕도를 벗어난 진현의 잔해들이 천년향 곳곳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당장 내 앞에 포탈을 열어!] 그녀가 촉수 같은 다리로 수정구를 든 채 소리쳤다. 수정구에서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예? 하,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포탈을 열지 마시라고……! [빨리!] 바로 이때. 검은 그늘이 그녀의 머리 위로 드리워졌다. 그녀가 겁에 질린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빌어먹을.] 무시무시한 악룡의 형태가 아닌, 다소 얼빠진 분홍색 프릴 같은 수염을 휘날리는 드래곤이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헥토르 무어였다. 그 위에는 눈이 말똥해진 채 올라타 있는 메리다가 보였다. ‘어떻게 아직도 움직일 수……!’ “나는 이미 몇 번이고 타락한 몸.” 헥토르가 손끝을 세웠다. “이딴 무미건조한 타락으로 변화를 논하지 마라.” <녹시에타스> 메리다가 쏘아보낸 저주에 걸리자마자 헥토르의 발톱이 번뜩이며 진현의 몸을 수천 조각으로 산산조각 냈다. 남은 진현의 파편은 5개였다. * * * -진현을 잡아야 한다. 후흥! 타락의 힘에 잠식당한 호란 장군은 메이린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진현이 열 갈래로 쪼개져 약해지자마자 제정신을 되찾고 움직였다. 이내 메이린과 카미바레즈, 딕을 등 뒤에 태운 채 성벽을 넘어 도망치려는 진현의 잔해를 쫓았다. 카미바레즈가 <녹시에타스>를 걸고, 메이린이 얼음을 쏘아보내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남은 진현의 파편 4개. “찾았다.” 뒤이어 보고를 들은 아론이, 키젠 교수답게 가장 멀리 도망치던 진현을 붉은 스켈레톤들을 타고 끝까지 추적해 따라잡아 녹시에타스를 걸고 베어 넘겼다. 남은 파편은 3개. “저쪽이야!” “우와아아아!” 키젠 학생들에게 쫓기던 진현의 파편이 덜덜 떨면서 집 안에 숨어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꼼지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음.” 혈류학 교수 아보도 이 집 구석에 숨어 있었다. 쪼그려 앉은 채 몸을 숨기고 있던 그가 진현의 파편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이런 우연이…… 딱 여기로 왔네.” [크윽!] 진현의 파편이 급히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고, 아보가 발사한 <녹시에타스>와 함께, 푸른 피로 이루어진 유리 조각들이 그녀의 몸을 베며 지나갔다. [으으으! 으으으윽!] 그녀는 자신의 몸을 찢으며 날아가는 푸른 유리를 보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보가 낄낄거리며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나를 가지고 놀고 있어!’ 이런 굴욕. 반드시 되갚겠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며 도망치고 있는데. 퍼어어어억! 그녀의 몸이 푸른빛이 한 차례 번쩍하더니 반으로 쪼개졌다. 또 한 명의 아보가 반대편 집에서 문을 열고 나온 것이다. “네가 죽어도 네 피는 연구에 소중히 쓸게.” 아보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혹시 알아? 불치병을 하나 더 해결할지도.” 남은 파편은 이제 두 개였다. “오.” 그때 아보의 고개가 돌아갔다. 마침 남은 두 개의 파편 중 하나가 낮게 날아다니며 도망치고 있었다. 아보가 순식간에 마법진을 완성하여 녹시에타스를 걸었지만, 원거리 공격을 할 겨를은 없었다. [허억! 헉!] 바로 이 틈에 아홉 번째 진현의 파편이 미친 듯이 도시를 휘저으며 날아갔다. 마침내 그녀가 왕도에서 빠져나오려는 순간. 화아아아아악! 그녀의 정면으로 불길이 벽처럼 솟구쳤다. 다리가 닿아서 타고 만 그녀가 다급히 움직임을 멈췄다. 저벅 저벅. 이내 그 불길 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너는 내 인생을 망쳤다. 진현왕.” 덥석! 1,000년간 고통의 삶을 살았던 남자, 일명 ‘불타는 남자’가 진현의 잔해를 붙잡았다. 그녀가 발버둥 치며 문어 다리를 보내 몸을 꿰뚫었지만 불타는 남자는 눈을 감았다. [이, 이거 놔!] “같이 불타자.” 화아아아아아아아악! 거대한 불기둥이 솟구치는 것으로, 진현왕이 죽음에 걸린 채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남은 잔해는 이제 단 하나였다. * * * [허억! 허윽! 헉!] 마지막 하나의 잔해는, 시몬이 직접 사용한 오리지널 ‘필사’ 저주가 여전히 각인처럼 이마에 새겨진 채 날아가고 있었다. 마지막 진현의 잔해는 하늘을 뛰어넘어 대기권 위로 올라왔다. [……살아야 해. 살아야 해.] 그녀는 분리된 10개의 자신 중에 오로지 자신만 살아남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시몬 폴렌티아.’ 모든 게 그의 등장으로 일그러졌다. 이가 갈렸지만 그래도 좋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기회는 있다. 자신은 타락의 구원자였으니까. 산소마저 희박한 상공. 그녀는 그곳에서 계속 나아가고 있었고, 마침내 저 멀리 자신의 좌표 앞에. 우우우우웅-! 그녀를 위한 포탈이 열렸다. 그녀가 아하! 웃었다. [살았다! 나는 살았어! 아하하하하하하!] 그녀가 끅끅거리며 외치고 있는 그때. “진현!” 또렷한 음성이 귓가에 파고들었다. 당황한 그녀가 뒤를 돌아보았고. 촤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칠흑을 뿌리며 시몬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죽음을 이끌고 오는 사신처럼 보였다. [그만둬! 오지 마아아아!] 그녀가 흐느적거리며 포탈을 향해 필사적으로 나아갔다. 포탈 너머로 드높은 목각탑들이 세워진 장소가 보였다. 그들이 섬기는 ‘어르신’이 있는 결사의 본거지였다. [아아아아아아아!] 바로 그 순간. 잠시 열렸던 포탈이 닫히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이는 당연했다. 좌표가 알려져 키젠과 신성연방의 침입 시도도 잦은 이 상황에, 또 하나의 통로를 열어줄 수는 없었다. [나를 버리지 마아아아아아!!] 결국 포탈이 완전히 닫히며. 그녀의 시선은 허공을 우두커니 맴돌았다. “누구도 죽음에서.” 후우우우우웅! 시몬이 그녀의 앞을 따라잡아 파멸의 대검을 세워 들었다. 사신의 낫이, 죽음이- 하얀색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벗어날 수 없어.” 대검이 마침내 마지막 남은 머리를 쪼개는 것으로― 천년향의 오랜 저주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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