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77화 요리사가 실종되었다. 시몬과 일행들 전원이 새벽에 마을 주변을 수색했지만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마을 주민들도 수색에 참여하기로 하고 마을 전체를 샅샅이 뒤졌지만, 날이 밝아오도록 성과는 없었다. “혹시 여기서 요리사님이 새벽에 일어나신 걸 보신 분 계신가요?” 시몬의 물음에, 일행들 중 비쩍 마른 체구의 인문학자가 손을 들었다. “아, 네. 제가 봤습니다만.” “설명해 주시겠어요?” “물론입니다. 평소에도 잠귀가 밝은 편이라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깼는데, 옆에 주무시던 요리사님이 현관 쪽으로 걸어가고 계시더군요. 볼일이라도 보러 가시는구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잤습니다.” “언제 일어났는지 시간을 기억하시나요?” “크흠, 바로 곯아떨어졌으니 잘 모르겠습니다. 창밖은 여전히 어두웠고 주위도 조용했으니 이른 새벽 시간대였던 것 같습니다.” 시몬이 턱을 짚고 생각에 잠겼다. -시중에서 먹던 것과 맛이 달라! 전부 다르다고! 우리에겐 이런 걸 먹이고 귀족들에게 유통되는 토마토소스는 다른 걸 보내다니!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요! 지금 생각했을 때 요리사가 새벽에 마을 회관에서 나간 가장 유력한 동기는, 마히할라 마을의 토마토의 비법을 찾아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 도둑놈. 뻔하지.” 주정뱅이가 낄낄대며 새벽부터 손에 든 럼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 또한 시몬과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이번엔 메이린이 마히할라 마을 주민에게 묻고 있었다. “마을에 실종자가 생겼는데, 짐작 가는 부분이 혹시 있을까요?” “짐작되는 거야 한두 개가 아니제.” 나이 든 주민이 산을 가리켰다. “주변 산은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곳이여. 대부분 야행성인디, 우리 마을 사람들도 밤에는 죽기 싫어서 집에만 처박혀 있다오. 괜히 나돌아 다녔다간 콱 물려 죽기 십상이여.” “……아.” “울타리 밖으로 넘어갔다면 몬스터에게 변을 당한 거야. 틀림없어.” 이야기를 듣던 시몬이 고개를 돌려 마을의 울타리를 바라보았다. 성인 남자 어깨 정도 높이의 그리 크지 않은 나무 울타리였다. “여기!” 그때 처음부터 울타리 근처만 집요하게 수색하던 부장이 손을 흔들었다. “찢어진 옷조각이 있다! 그 요리사 거야!” “오!” 사람들이 몰려가 그것을 보았다. 인문학자도 그 사람이 밖에 나갈 때 입은 옷 같다고 확인해 주었다. 울타리 끝의 뾰족한 부분에 옷이 잘린 흔적이었다. 메이린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요리사분이 이 마을의 토마토 비법을 찾는 건 알겠는데, 굳이 울타리 밖으로 나갈 필요가 있었을까요?” “나도 모르지. 근데 하루아침에 실종됐다면 몬스터 말고는 다른 게 없지 않겠어?” 이 마을은 산의 분지에 형성되어 있다. 또한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바깥은 야행성 몬스터가 우글거린다. 요리사가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어딘가로 몰래 나갔고, 그 와중에 몬스터에게 변을 당했다. 그것이 지금 당장은 제일 타당한 추정이었다. ‘동시에 너무 뻔하기도 하지만.’ 시몬은 그 말은 목으로 도로 삼키고 등을 돌렸다. 어쨌거나 아침이 됐고, 1년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토마토의 수확 철이기 때문에 오늘도 오늘 할당량의 일은 해야 했다. 사람들은 요리사가 분을 못 이기고 혼자 집에 돌아갔다거나, 무사히 살아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애써 안심하려 했다. 시몬과 메이린은 밭에서 토마토를 따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찜찜해.” 메이린이 목소리를 낮추며 시몬에게 다가왔다. “1군단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는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니까 의심부터 하게 돼. 혹시 토마토의 비법을 얻으려던 요리사를 마을 주민들이 어떻게 한 건 아니겠지?” “혹은.” 시몬이 똑 하고 토마토를 따서 바구니에 넣으며 말을 이었다. “뭔가 보면 안 되는 뭔가를 봐서 그렇게 됐다든가.” “야아! 하지 마아!” 얼굴이 창백해진 메이린이 숨죽인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시몬은 웃어 보인 뒤, 이내 표정을 진지하게 굳히고 말했다. “지금은 모든 일을 전제하고 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하하! 그럼! 나만 믿으십시오!” 그때 어딘가에서 부장 기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몬과 메이린은 시선을 마주치더니 샥 하고 몸을 낮춘 뒤 귀를 기울였다. 저 멀리서 마을의 촌장과 부장이 대화하고 있었다. “한 해 마을 수입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수확일에 뒤숭숭한 일이 벌어지다니, 참담한 심정입니다.” 촌장이 돈이 든 주머니를 부장에게 슬쩍 넘기는 모습이 보였다. 딱 봐도 주머니가 튼실했다. “부디 이번 기사에는…….” “하하! 걱정 마십시오! 마을 주민들의 즐거운 나날과 땀 흘리는 농부들! 그리고 훌륭한 토마토의 품질에 대해서만 특집기사로 실을 테니까요!” 그렇게 촌장이 웃는 얼굴로 돌아가고, 어른들의 어두운 거래를 본 시몬과 메이린이 시선을 주고받고 있는 그때. “에몬! 린! 어디 있나!” 갑자기 부장이 버럭 소리 질렀다. 숨어 있던 시몬과 메이린이 퍼뜩 몸을 일으켰다. “네, 네! 부장님!” “부르셨나요?” 두 사람이 후다닥 달려가서 그의 앞에 섰다. 부장은 숨길 생각도 없는 듯 부스럭거리며 돈주머니를 열고 있었다. “니들 내가 하는 말 명심해라.” 그가 안에 든 주머니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 이빨로 질겅질겅 깨물고는 말을 이었다. “특종의 냄새가 난다.” “네?” “수십 년간 언론에 몸담은 내 코가 그렇게 말하고 있어.” 킁킁. 그가 제 코를 가리켰다. 코털이 삐져나온 콧구멍이 벌렁벌렁 움직였다. “암흑연합에서 가장 유명한 토마토를 재배하는 마히할라. 그 비법을 훔치러 관광객 신분으로 숨어들었던 요리사의 실종. 이보다 완벽한 특종이 어디 있겠냐?” 시몬이 쓰게 웃었다. ‘이 아저씨,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니들, 이 마을에 있는 동안 정신 바짝 차리고 눈 부릅뜨고 다녀라. 특종은 한순간에 일어날 테니까.” 그가 침이 흥건해진 금화를 옷에 문질러 닦은 뒤 주머니 안에 돌려놓고, 이내 주머니를 품에 소중히 숨긴 채 등을 돌렸다. “참, 니들 선배한텐 비밀이다. 시끄럽게 굴 게 뻔하거든.” ‘잘 아네.’ 딱히 불리한 지시는 아니었다. 시몬과 메이린도 이 마을의 비밀을 밝혀내야 했으니까. 두 사람은 흩어져서 취재를 핑계로 오늘 하루 내내 마을 사람들과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파면 팔수록 이상한 부분들이 많았고, 주민들이 숨기려 하는 것도 많아 보였다. 이상한 점 중 하나는 몬스터다. 이 대륙에서, 외딴 지역에 있는 홀로 뚝 떨어진 마을들은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적어도 사람들의 삶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농사는 농사대로 지어야 하고, 몬스터의 공격도 계속 막아야 하니까. 외진 영지들은 튼튼한 마을 외벽이 있다거나, 강력한 자경대를 보유했다거나, 혹은 시몬의 고향인 레스힐처럼 숨겨진 강자가 영지를 보호하는 것처럼 영지가 유지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게 없다. 근방의 산에 몬스터들이 득실거린다면서 제대로 된 방어 체계나 울타리를 갖추지 않았다. 밤이 오면 그냥 다 집 안에 들어가 쥐 죽은 듯이 숨어 있는 게 전부였다. 시몬은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그 점에 대해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마히할라는 상상하기도 힘들 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마을일세. 몬스터들이 학습되어 아는 게지. 저 인간의 영지는 내려와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글쎄, 확실히 궁금증이 풀리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리고 가장 큰 두 번째 의문이다. 이 마을은 방대한 토마토밭을 일구고 있고, 귀족들이 없어서 못 살 정도로 값비싼 토마토와 소스를 제조하여 판매한다. 마을 하나가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한 셈이다. 그 수익은 일개 마을이 소화하기에는 천문학적일 터, 부자 마을이 되어야 하는데 이 마을은 너무나 낡았다. 마을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음식도 그렇게 좋지는 않다. 그 많은 수익이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의문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시몬은 이 마을 사람들의 집에 한번 들어가 보기를 원했다. 집이란 건 그 사람의 다양한 생활환경의 흔적과 단서를 찾을 수 있는 정보의 보고였으니까. 그러나 외부인들은 철저한 통제하에서 움직여야 했고, 마을 회관에서 머무는 것 외에는 허용되지 않았다. 메이린이 최근에 부쩍 친해진 한 마을 주민에게 집에 놀러 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미안해. 외부인들의 방문은 금지되어 있어서. 칼같은 거절이 돌아왔다. 하지만 보여주기 싫다면 더더욱 보고 싶은 게 사람 심리. 시몬과 메이린은 날이 저물고 마을 사람들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러 나가는 시점에, 홀로 사는 그 여성 주민이 집을 비운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찌르르르르- 그렇게 풀벌레 소리가 울려 퍼지는 저녁. 식사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시몬과 메이린은 살금살금 그 여성의 집에 도착했다. 철컹 철컹. 시몬이 문을 붙잡아 흔들어 보였지만 역시나 걸쇠로 잠겨 있다. 메이린이 조용히 말했다. ‘나한테 맡겨.’ 네크로맨서에게 불가능은 없다. 칠흑을 문틈으로 흘려보내 문밖에서 걸쇠를 푼 뒤 손쉽게 안으로 들어왔다. 시몬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전체적으로 집이 낡고 오래되긴 했지만 생활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별거 없네? 괜히 의심한 것 같은데…….” 메이린은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한 게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지만 시몬은 집요하게 집 내부를 살피는 데 집중했다. 그러다 작은 창고방에 들어오니, 커다란 검이 벽에 걸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의미심장하네.” 시몬이 팔짱을 끼며 입꼬리를 올렸다. 반면 메이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호신용으로 쓰는 거 아닐까? 요즘 세상 흉흉하잖아. 몬스터도 많구.” “아니.” 언데드나 마투를 다루는 네크로맨서들이 사용하는 요즘 검이 아니었다. 칼날이 불꽃처럼 튀어나와 있는 형태의 플랑베르쥬(Flamberge). 과거 기사들이 사용하는 ‘오러’를 담기 좋은 검이었다. 시몬은 천천히 벽을 따라 걸었다. ‘마력의 흔적.’ 시몬은 희미하게 남아 있는 마력의 잔재를 따라 벽을 짚고 걸어가다가 이내 방 한곳에 멈춰 섰다. 벽에 보이는 틈. 시몬은 그 틈으로 손을 넣더니 쑤욱 하고 튀어나온 부분을 잡아당겼다. 덜컹. 뭔가는 풀리는 소리와 함께 벽면이 열리며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놀란 메이린이 입을 틀어막았지만, 숱한 경험으로 이런 장치들이 익숙한 시몬은 자리에 쪼그려 앉아 턱을 괴었다. 이 새로운 공간에는 커다란 기사 갑주가 걸려 있었다. 심지어 투구 쪽에는 핏자국도 있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기사 놀이라도 하는 것 같네.” 그 외에도 여러 처음 보는 오래된 장식품들이 가득했다. 오래된 듯 새까맣게 때가 가득 껴 있었는데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천장에 보이는 한 글씨. 시몬이 로브에 달려 있는 피어의 배지를 툭툭 두들겼다. ‘피어! 피어!’ [음? 무슨 일이냐 소년!] ‘여기 이 글자 해석할 수 있겠어요?’ 피어가 잠시 글씨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크흐흐! 옛 탈헤른어로군! 어디 볼까.] 덜컹! 그 순간 문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열쇠를 꽂아 넣는 소리였다. 집주인이 돌아왔다. 소스라치게 놀란 시몬과 메이린은 얼른 열려 있는 수납장 안으로 대피한 채 문을 닫았다. 집주인 외에도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내가 붙잡아둔다니까요.” “잠시만.” 이 집주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발의 위치가 평소와 달라. 누군가 집에 있어.” 스릉! 스르릉! 갑자기 검과 날붙이가 뽑히는 소리가 들렸다. 시몬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메이린이 제 입을 꽈악 힘주어 틀어막았다. 시몬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여기서 들키는 건 안 좋은데.’ 저벅 저벅 저벅. 발소리가 점점 이쪽으로 가까워진다. 메이린의 덜덜 떨리는 떨림이 전해져 내려오며 시몬도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시몬은 천천히 흑마법을 준비하며 아공간을 열었다. “설마 외부인들이 몰래 들어온 건가?”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마을 주민들은 이내 시몬과 메이린이 숨어든 방으로 들어왔다. “여긴가 보네.” “다들 준비해.” 집주인이 같이 온 두 남자들에게 신호하며 시몬과 메이린이 있는 수납장을 붙잡았다. 남자들이 검을 세워 들었고. “나오……! 어?” 그녀가 버럭 소리 지르며 문을 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갑주가 있고 물건들도 그대로였다. 마을 주민 한 명이 픽 웃었다. “아니잖아.” “분명 들어온 흔적이 있었는데…….” “요즘 부쩍 예민할 테니 그렇게 느낀 거겠지.” 사람들이 다시 문을 닫고 걸어갔다. “재료 다 챙겼지? 또 오게 하지 말아달라고.” “미안하다니까 글쎄.” 그녀가 주방에서 뭔가를 가지고 간 뒤 이내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발소리가 멀어진 뒤. 달칵. 시몬이 조심스럽게 발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자 스르륵 벽면이 거미줄로 변한 채 무너졌다. 그곳에 시몬과 메이린이 있었다. “여기서 안 들켜서 다행이다. 수사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 시몬이 안도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 메…….” 시몬은 말을 채 잊지 못했다. 시몬의 가슴에 콕 달라붙어서 밀착해 있는 메이린의 얼굴이 시뻘게져 있었다. 그녀가 색색 숨을 내쉬며 시몬을 올려다보더니 이내 혼비백산하며 물러나 주저앉았다. 시몬도 당황하며 말했다. “미안해, 메이린! 긴급한 상황이라서.” “아니이! 괜, 괜괜괜괜, 괜찮아!” 그녀가 쿵쿵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벌떡 일어났다. “빠, 빨리 나가자!” 앞서 걸어가던 그녀가 숨죽여 ‘아우!’ 하는 소리를 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마을에 온 뒤로 간신히 친해져서 잘 보게 된 얼굴을 다시 못 보게 된 셈이었다. 시몬과 메이린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저녁 식사에 참가했다. 마을 주민들이나 일행들도 의심하는 눈초리 없이 식사를 즐겼다. 늘 맛있는 식사였지만, 시몬은 유독 이번만큼은 입맛이 없었다. 토마토가 슬슬 물리기도 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다음 날 새벽. 드르렁! 드르렁! 소파에 누워 자던 시몬은 천천히 자리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여전히 부장이 요란하게 코를 골며 자는 모습이 보인다. 이내 잠귀가 밝은 인문학자가 깨지 않도록 숨죽인 채 몸을 일으켰으나. “으음.” 잠귀가 밝은 인문학자가 귀신같이 몸을 뒤척이며 눈을 비볐다. “누구…….” <판타서스 오리지널 - 슬립> 시몬이 즉각 그의 몸에 슬립을 걸었고, 인문학자는 입을 쩍 벌린 채 코를 골며 곯아떨어졌다. 그사이 시몬이 살금살금 밖으로 걸어 나왔고, 뒤이어 옷을 챙겨 입은 메이린도 함께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은 어둠을 틈타 달렸다. “진짜야?” 메이린이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울타리 밖에 정체불명의 가옥이 있다구?” “확실해. 송장거미들이 찾아냈어.” 시몬이 눈을 빛냈다. “어떤 용도의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을과 꽤 떨어진 거리에 있는 건 수상해. 우리한테 위치를 알려주지도 않았고 말야. 만약 요리사가 우연히 이 건물의 존재를 알게 된 거라면, 소스의 비법을 찾기 위해 어떻게든 가려 했을 거야.” 두 사람은 마을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어두운 숲을 달렸다. 밤에 울타리 밖에는 야행성 몬스터가 바글거린다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는 달리, 숲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기척이 없었다. 덕분에 두 사람은 오래 걸리지 않아 그 건물까지 도착했다. “지키는 사람은 없어 보여.” 메이린이 흑마법으로 주위를 꼼꼼하게 살펴본 뒤 말했다. 시몬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좋아. 가볼……!” 촤아아아아아아악! 일순 뭔가 서늘한 게 날아왔다. 시몬이 다급히 올라오려던 메이린을 붙잡고 엎드렸다. 날카로운 바람 같은 것이 나뭇가지를 자르며 지나갔다. ‘이 기술은!’ 저벅저벅. 어둠 속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누군가가 이리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꼼짝 마시오.” 음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메이린은 당황한 듯했지만, 시몬은 태연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야.” 그쪽에서도 이쪽의 정체를 눈치챈 건지 걸음을 멈췄다. “그대들은……!”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어, 쥴.” 키젠 Top10 멤버. 마검사용자 쥴 빈체레가 이 마을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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