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25화 비명의 정글. 피어가 처음으로 아케뮤스를 만난 곳이자, 아케뮤스와 스컬윙들이 활동하던 장소이다. 아케뮤스는 자신의 능력으로 이곳에 다수의 ‘둥지’를 건설하고 스컬윙들을 양산했으나, 아케뮤스가 5군단과의 전쟁으로 소멸하고 시몬이 잠시 신경을 못 쓴 사이, 둥지들은 대부분 파괴되어 버렸다. 아무래도 정글에 사는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은 것 같았다. 비록 아케뮤스가 소멸했다지만, 시몬은 스컬윙이라는 7군단의 얼마 안 되는 공중 전력을 잃을 수 없었다. 현재는 몇몇 멀쩡한 둥지들을 수습해서, 정글의 새로운 장소에 정착하여 스컬윙 둥지를 재건 중이다. “흥미롭구나. 이런 곳에 언데드 군락이 있단 말이더냐.” 우거진 정글의 수풀을 헤치며, 시몬과 진, 헥토르가 나아가고 있었다. 앞장선 시몬이 애써 웃음 지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거의 다 왔습니다.” “비명의 정글은 인간이 손을 뻗치기 힘든 자연과 몬스터들의 영역이라고 들었다만.” 진이 길쭉한 나뭇가지를 스르륵 만지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생각보다 어둡고 습하구나. 언데드가 생기기 좋은 환경이다.” “실제로 자연형 언데드도 많다고 하더라구요.” 비명의 정글은 먹이사슬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곳이다. 몬스터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먹고 먹히는 가운데, 자연히 방치된 시체나 뼈에 마나가 고여서 부패하고, 이내 언데드로서 움직이게 된다. 아마도 아케뮤스는 그런 자연형 언데드 중에서도 상당히 긴 세월을 존재해 오며 지성을 갖춘 에이션트 언데드가 됐으리라. 바스락! 이내 수풀을 걷고 들어서니 정글 한복판에 꽤 넓은 개활지가 보인다. 그곳에는 삐죽 삐쭉 솟은 나무들이 보였는데, 오염된 벌집을 연상케 하는 언데드 살점이 줄기를 타고 휘감겨 있었다. 이내 나무 꼭대기에는 커다란 장기 덩어리가 불끈 불끈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이 아케뮤스가 자신의 하위 개체, 즉 스컬윙을 양산하는 생체 시설인 ‘둥지’다. [알라제. 군단장의 연락을 받고 대기.] 그때 로브를 뒤집어쓴 작은 살덩이가 통통 튀어서 시몬에게 다가왔다. 심상치 않은 칠흑의 파장을 감지한 헥토르가 발톱을 일으켰으나, 시몬이 팔을 세워 말렸다. “내 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야. 분신이긴 하지만.” 그렇게 말한 시몬이 앞으로 나와 쪼그려 앉았다. “알라제, 실험은 어떻게 됐어?” [매우 성공적.] 알라제가 몸을 비비적거리며 시몬에게 들릴 정도로만 소리를 냈다. [비명의 정글에 남아 있던 아케뮤스 둥지의 생체 샘플 채취. 연구. 개조. 증강. 재현 성공. 피어의 유적에서 둥지 임시 제작 성공. 현재 본산인 비명의 정글에서 확장 준비. 하위 개체 양산. 실험 성공.] 까득! 뚜두둑! 마침 둥지 위에서 살점이 터지더니 ‘께에엑!’ 하고 괴성을 질러대는 흑색 털의 새 같은 것들이 두 마리 튀어나왔다. 그것은 하피의 성체만 한 덩치였지만, 막 태어난 새끼처럼 파들파들 떨더니 둥지에서 굴러떨어졌다. 쿠쿵! 쿵! 떨어지는 충격으로 목과 날개가 반대로 꺾여 버렸지만, 꾸드득 꾸득! 소리를 내며 꺾인 목을 금방 도로 복구하는 모습. 역시 언데드는 언데드였다. “아직은 털도 있고 생물처럼 보인다만.” 진의 말에 알라제가 설명했다. [겉은 그렇게 보이지만 실체는 언데드. 깃털 등은 시간이 지나면 빠르게 부패. 날개와 몸통이 뼈만 남게 되고 흔히 아는 스컬윙의 형태로 변모.] -끼이익! 스컬윙에겐 지금의 몸이 무거운 것 같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야 모두가 아는 스컬윙의 모습이 된다. “나는 언데드 생태 학습 따위를 보러 온 게 아니다.” 헥토르가 그렇게 대꾸하며 진을 바라보았다. “군단학 수업은 언제 시작합니까.” “성격이 급하구나, 좋다.” 진은 바로 여기서 군단학 수업의 시작을 선언했다. “자, 영역을 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영역을 지켜내는 것이니라. 이대로 스컬윙 둥지를 늘려봐야, 정글의 토착 몬스터들에게 공격당해서 또 사라지게 되겠지. 그렇다고 할 일이 많은 에이션트 언데드 같은 중대 전력을 이곳에 상시 주둔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네요. 그럼 어떻게 하죠?” 피어의 유적에도 둥지는 몇 개 있긴 하지만, 공간이 협소하기도 했고 본산인 비명의 정글에서 생성하는 스컬윙의 성능이 더 뛰어났다. 시몬의 입장에서는 스컬윙 부대를 포기하는 게 아닌 이상, 비명의 정글을 계속 지켜내고 싶었다. “간단하다. 군단장인 우리가 군단의 객체들에게 ‘의지’를 심어주면 된다. 우선 스컬윙 하나를 이리로 불러와 보거라.” “네!” 시몬은 생성된 지 시간이 꽤 지난, 제대로 된 스컬윙 한 마리를 불러왔다. “이건 1학년 때 배우는 기초 중의 기초다만, 세 종류의 언데드의 차이는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시몬이 얼른 말했다. “네크로맨서가 흑마법을 이용해 부리는 게 소환형 언데드. 네크로맨서와는 관계없이 자연 생성된 언데드가 자연형 언데드입니다. 그리고…….” “군단형은 그 중간에 위치하며 코어가 있어 자립이 가능하면서도 상위 개체의 명령에 복종하는 언데드입니다.” 헥토르가 끼어들었다.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군단형은 소환형과 자연형 어느 쪽도 아니니, 방치해 두면 자연형 언데드에 비해 생물들과의 경쟁에서 오래 살아남기가 쉽지 않느니라.” 생물은 끊임없이 번식하고 잡아먹고 진화한다. 생존경쟁에서 잠시 밀려났다고 해도, 더 생존경쟁에 뛰어난 개체들이 퍼져 나가 기어이 천적을 물리치고 적응한다. 언데드에게는 그런 치열함과 적응력이 부족했다. 그냥 존재할 뿐이니까. 진이 손끝을 세웠다. “그런 이유에서 군단장이 직접 군단형 언데드에게 의지를 심어야 하는 것이니라.” 바로 실습이 시작되었다. 시몬은 흙바닥에 큼지막한 둥지의 잔해 덩어리 하나를 내려놓고, 스컬윙에게 보여준 다음 말했다. “자, 지금부터 여기를 기점으로 네 영역을 설정할 거야.” 이내 시몬이 거스를 수 없는 강력한 ‘절대명령’을 내렸다. [네 영역을 지켜.] -끼이이이이! 스컬윙이 즉시 하늘로 올라가더니 주위를 빙그르르 맴돌기 시작했다. 울음소리를 내뱉어서 주변의 작은 들짐승들을 쫓아내거나, 나무 곳곳에 몸으로 영역 표시를 하듯 냄새를 묻히기도 했다. 시몬이 그 모습을 손뼉을 치며 바라보았다. “된 거 맞죠?” “아직 어눌하지만 나쁘지 않구나.” 가끔 영역권이 겹친 날짐승 같은 비행 몬스터가 덤벼들긴 했으나, 스컬윙은 물러서지 않고 덤벼들었다. 결국 몬스터가 꼬리를 말고 도망쳤고 스컬윙은 계속 쫓아갔다. “보통의 언데드라면 생자에 대한 분노로 영역이고 뭐고 끝까지 쫓아갔겠지. 하지만.” 펄럭! 영역권 밖으로 몬스터가 벗어나자, 이내 스컬윙도 날개를 펼쳐 다시 본 영역으로 돌아와 시몬의 명령인 영역을 지키는 ‘방어 활동’을 재개했다. “군단형 언데드는 이런 식의 활용이 가능하느니라. 에이션트 언데드가 없어도 명령을 잘 설계한다면 충분히 영역권을 확보할 수 있지.” “대단한데요!” 바로 군단학 수업의 ‘실습’이 시작되었다. 시몬은 지금까지 살아남은 모든 스컬윙들을 밖으로 꺼내서 편대를 구성하고, 정글을 순찰하게 하며 군단의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당장에 비명의 정글 전체를 점령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 가진 영역이라도 확실히 안정화시키는 게 중요했다. 이곳의 유지는 군단의 비행전력 증원과 직결되어 있다. [언데드 필드를 펼치는 것을 제안.] 시몬이 군단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자 알라제도 다가와 설명을 거들었다. [언데드 필드는 언데드의 재생 능력에 도움. 식생을 차단. 먹을 것을 찾으러 오는 동식물을 사전에 막아서 확고한 군단의 영역으로 만들 수 있음.] “좋은데? 그렇게 할게.” 시몬이 하던 걸 가만히 지켜보던 헥토르가, 자신도 직접 실습을 해보고 싶다며 진에게 이야기했다. “그래, 이건 엄연히 군단학 수업이니까. 안 될 건 없느니라.” 진이 허가했고, 헥토르는 움직였다. 그는 근처의 절벽에 자리 잡고, 6군단 협곡에 사는 언데드인 데스 와이번의 군락을 세웠다. 이내 본인의 데스 와이번들을 꺼냈고, 배운 대로 자신도 주위 정글의 몬스터들을 몰아내며 6군단의 영역을 확보해 나갔다. 7군단과 6군단의 세력이 단번에 커지기 시작하며 그 세력권의 중간에 낀 정글의 몬스터들이 점점 더 궁지에 몰렸다. 결국 생활권이 좁아진 몬스터들은 분노하며 언데드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중에서는 덩치가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강력한 육체능력을 보유한 몬스터들도 있었다. 스컬윙으로는 잡을 수 없는 개체들이었다. 이에 시몬과 헥토르가 직접 나서려고 했지만, 진이 막아섰다. 이 영역 수업의 기본 조건은 군단장이 나서지 않는 것. 군단형 언데드들만으로 ‘영역’을 구축하는 게 수업의 핵심이었다. “자, 여기서 전술의 개념이 들어가는 것이니라. 본래는 잡을 수 없는 체급 차라도 전술이 들어가면 달라진다.” 진은 바로 두 후배 군단장들에게 언데드들의 군단 전술에 대해 알려주었다. 편대 비행, 공습 진형, 방어 진형, 유도 전술까지. 시몬은 예전에 칼로스 북부에서 진에게 조금 배웠던 경험이 있었기에 군단 전술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고, 바로 진형을 짜서 대형 몬스터에게 돌진시켰다. 처음에는 강력한 돌연변이 몬스터를 이기지 못했지만, 포위해서 공격하면서 피부에 상처를 내고 언데드의 피나 저주로 상처 부위를 오염시키자 결국 몬스터가 먼저 등을 돌려 도망쳤다. 마치 과거 거대한 코끼리를 무리 지어 사냥한 인간들처럼, 전술의 개념이 더해지니 이기지 못하는 적수도 이겨냈다. 7군단의 영역은 더더욱 확대되었다. 동시에 반대편에서 시작한 6군단의 영역도 확장되었고, 두 군단의 영역이 맞닿게 됐다. 군단학 수업을 들은 지 시간이 며칠이 지나자, 헥토르는 6군단의 데스 와이번들을 보내 7군단의 스컬윙들을 견제하도록 시켰다. “일단 돌아와!” 시몬이 스컬윙들을 되돌렸다. 상황을 지켜보던 진이 입꼬리를 올렸다. “실습 중에 군단 간의 교전을 유도한 건가, 호전적인 녀석이다.” “으음, 어쩌죠?” “사실 이 또한 필요한 과정이니라.” 이게 바로 군단 간의 영역전. 군단장이 많았던 과거엔 빈번한 일이었고, 암흑연합의 다른 세력은 끼어들지 못하는 군단과 군단 간의 전쟁이 바로 이것이었다. 시몬이 스컬윙들을 뒤로 물린 사이, 6군단은 보란 듯이 자신들의 영역을 조금 더 확장했다. 그 모습을 본 시몬도 승부욕이 불타는 것을 느꼈다. 온몸이 근질근질해졌다. “저쪽에서 먼저 공격했으니 저도 반격해도 되는 거겠죠?” “물론이니라.” 진이 시원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수업이 끝나면 헥토르를 네 영역에서 물릴 생각이었지만, 그러면 재미없지 않겠느냐. 결국 영토는 힘으로 쟁취하는 것이다.” 말려야 할 교수가 판을 깔아주다니. 수업이 상당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시몬은 피가 끓는 것을 느꼈다. 쭉쭉 팔을 스트레칭을 하며 앞으로 나온 그가 입을 열었다. [전원 출격.]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본진의 둥지에서부터 모든 스컬윙 편대가 일어나 하늘을 까맣게 덮었다. 순식간에 고공에서 내려와 데스 와이번들을 공격했다. 처음에는 대등한 전투가 진행됐지만, 역시 지난 2년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시몬의 7군단을 6군단이 이길 수는 없었다. “좋아! 3부대는 좌측으로 우회!” 시몬이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이대로 와이번의 본진까지 가서 헥토르의 항복을 받아내자!” -끼이이이이이! 시몬이 공세로 전환하며 파죽지세로 밀고 나갔다. 군단장이 많던 과거나, 여섯 명만 남은 현재나, 결국 바뀌지 않는 건 하나. 한 영역에 주둔하는 군단은 하나로 충분하다는 사실이었다. * * * 7군단의 스컬윙, 6군단의 데스 와이번. 그리고 비명의 정글의 몬스터들이 뒤엉켜 치열하게 싸우는 난전 속에서. […….] 고개를 삐걱인 채 지켜보는 정체불명의 언데드가 서 있었다. [……군단장.] 그것이 입을 열었다. [배신의 군단장의 세력을 찾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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