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97화 “하아, 후우.” 드높은 흑색 나무 위. 두 발바닥을 가파른 나무 끝에 붙인 시몬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워낙 고공이라 그런지 살짝 현기증이 왔다. 그리고 그 위로 하늘에 떠 있는 검은 코트 차림의 중년 남자. “왜 그렇게 발버둥 치는 거야? 배신의 군단장.” 구원자, 아락무라드. 그가 두 팔을 벌리며 악귀처럼 웃었다. “그 노력과 열정은 이해해. 아저씨도 네 모습을 보면 괜히 옛날 생각이 나. 피가 끓고 가슴 짠해지는 그런 게 있다고. 이 아저씨, 남자라니까? 그런데 말이야.” 그의 손짓에 따라 허공에 수십 개의 녹색 ‘못’들이 번쩍이며 생겨났다. 그것들이 질서 정연하게 끝을 세웠다. “노력은 정당한 선에서 시작됐을 때 의미가 있어.” 쐐액! 쐑! 쐑! 못들이 살벌한 속도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시몬은 피어의 본 아머에 출력을 일으키며 정신없이 못들을 피해 나갔다. 뺨 옆으로, 무릎 사이로, 초대형 못들이 시몬을 지나 연달아 나무에 쿵! 쿵! 처박힌다. 시몬은 덤블링을 하기도 하고 고개를 꺾기도 하면서 묘기를 부리듯 피하고 있었다. “노력은 다 같은 노력인가? 아니지, 아니야. 이미 검은 칠을 한 도화지에는 그 위에 어떤 색을 펴 발라도 악효과만 날 뿐이야. 땀은 누구에게나 평등한가? 아니지, 아니야. 구두닦이의 아들로 태어난 아이와 은행장의 아들로 태어난 아이는 똑같은 시간을 일해도 다른 임금을 받지.” 텅! 텅! 텅! 텅! 텅! 텅! 텅! 못이 생성되고 발사되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시몬의 머리에 진땀이 흘렀다. “모든 게 일그러졌어. 애초에 잘못 세팅되어 있어. 그래, 세상이 문제야. 망할 세상이지!” [그 나불거리는 헛소리!] 타아! 시몬이 나무에 강하게 오른발을 디디며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적당히 해!]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파멸의 대검이 허공에 긴 선을 그으며, 검격의 반경에 들어오는 못들을 모조리 갈라 버리거나 풍압으로 방향을 틀어버리게 했다. “토론에 그런 강압적인 태도는 좋지 않아.” 아락무라드가 두 손을 펼쳤다. “세상은 다양한 사고와 견해로 가득하다고. 느끼고 이해하도록 해.” 시몬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다면 너희 구원자들의 목적은 대체 뭐지?] “그건 조금 답하기 까다로운 문제인걸, 구원자들 생각이 전부 각각 달라서 말이야.” 아락무라드가 입맛을 다셨다. “우리는 능력도 성향도 가진 역량도 전부 다르지. 하지만 이 세상을 바꾸고 구원해야 한다는 점만큼은 모두가 동의해.” [그 목적을 위해 대륙을 공격하는 건가? 폭력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아.] “아니지, 아니야. 지금 우리가 하는 일들은 조금 더 큰 그림을 위해서야. 일종의 준비 단계지. 너희도 이쯤 되면 눈치챘잖아?”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가 이 세상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걸.” 이번에는 허공이 일렁이더니 열 개의 초대형 녹색 망치가 나타났다. 그 위로는 못들이 차자자작 머리 쪽을 보인 채 준비되었다. 까아앙! 이내 망치 하나가 스스로 휘둘러지며 못을 날려 보냈다. 시몬은 움찔하며 자리에 멈춰 섰다. 그의 발밑에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못이 틀어박혀 있었다. 땀 한 방울이 주르륵 뒷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건 좀 위험한데?’ “하나는 맛보기 써비스, 간다?” 까앙! 까아앙! 깡! 모든 망치들이 스스로 움직여 못을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속도가 너무 빨랐다. 몇 번 피해보려고 시도하던 시몬이 결국 반격을 포기하고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아락무라드도 싱글싱글 웃으며 망치들과 함께 방향을 전환했다. ‘이렇게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시몬이 제 몸을 바라보았다. 복잡한 흑마법을 준비 중이다. 집중력이 이쪽으로 쏠려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마법진을 취소할 수는 없어. 그렇다면……!’ 멀리서 빙 돌아 시몬이 있는 곳을 재차 포착한 아락무라드가, 허공의 망치들로 못들을 날려 보내려는 그때. 파밧! 시몬의 앞으로 튀어나오는 장밋빛 섬광이 보인다. 촤아아아아앙! 재차 검광이 번쩍이자, 날아오던 못들에 모두 장미의 꽃잎이 터져 나오며 찢겨져 사라졌다. 촤아아아앙! 촤아아아아아아앙! 날아오는 못의 속도에 맞춰 검광이 연달아 긴 자국을 그어내고, 장미 꽃잎이 사방으로 피어났다. 아락무라드가 ‘오우’ 하고 놀란 소리를 냈고, 시몬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투구부터 부츠까지, 전신이 매끈한 은빛 갑주로 뒤덮인 여기사가 보인다. 손에 쥔 건 ‘데스오러’로 구축된 오러블레이드. [고마워, 데스나이트.] -키잉! 데스나이트가 시몬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러곤 제 이마를 툭 시몬의 이마에 부딪히며 애정을 표현했다. 시몬이 피식 웃은 뒤, 다시 아락무라드를 돌아보았다. “군단, 군단.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아락무라드가 손짓 한 번으로 못들을 조형하며 말했다. “네크로맨서 한 명이 강한 언데드를 그렇게 많이 들고 있는 건 반칙 아니야? 뭔가 리스크 같은 건 없어? 세상 참 불공평하네.” ‘남 말 하고 있네.’ 촤촤촤촤촤촤촤촥! 다시 한번 못들이 날아온다. 시몬과 데스나이트는 파멸의 대검과 오러블레이드를 양손에 쥐고 옆으로 기울이는 똑같은 베기 자세를 취했다. 이내 동시에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촤악! 촥! 촤아아아아앙! 하얀색 검광과 로즈색 검광이 연달아 허공에 그려지며, 날아오는 수백 개의 못들을 베어 넘기기 시작했다. 하얀색이 정면을 뒤덮었다가, 로즈색이 다시 뒤덮기를 반복했다. 두 사람이 서로 앞으로 나오고 또 나오기를 반복하며 체력과 템포를 조율한다. “못 수량 특대로 추가!” 아락무라드가 으하하 웃으며 못의 숫자를 계속 늘려갔다. 그때 데스나이트가 시몬의 앞으로 뛰어나오더니, 등에 붙이고 있던 깃발을 세워 들고 크게 한번 휘둘렀다. -키잉! “응?” 타다다닷! 타다다다다닷! 어느새 나무를 타고 올라오던 언데드들이 보인다. 군단의 언데드가 아니었다. 죽은 감염체들을 데스나이트가 ‘강제 언데드화’시킨 감염체 무리. 그들이 나무에서 크게 뛰어올라 공중에 떠 있는 아락무라드를 향해 돌진했다. “남의 ‘졸’도 조종해? 이건 좀 많이 반칙인데.” 아락무라드가 망치 하나를 손에 직접 쥐었다. 그러자 망치의 색이 더더욱 선명한 녹색이 되며 10배로 크기가 부풀어 올랐다. 그것을 휘둘러 데스나이트가 조종하는 감염체 언데드들을 날려 보냈다. 스윽. 차아악! 그사이 시몬과 데스나이트는 반격의 기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똑같은 동작으로 팔을 당기고, 똑같은 너비만큼 다리를 벌렸다. [가자, 데스나이트.] -키잉! 시몬의 다리가 천천히 바닥을 훑으며 내려오고 두 손이 말끔한 동작을 그어냈다. <제국 검술 – 우화(雨華)> 촤아아아아아아앙! 백색 검격이 빛의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망치를 휘둘러 감염체를 쫓아내던 아락무라드가 빙긋 웃으며 몸을 뒤로 젖혔다. “딱 지켜보고 있었어. 소용없…….” <제국 검술 – 우화(雨華)> 그의 말이 우뚝 멈췄다. 방금 옆에 그어진 백색 검격 옆으로, X자로 교차하듯 로즈색 검격이 그어져 있었다. “……이건 인정이네.” 쩌어어억! 그의 몸이 갈라지며 바닥에 추락했다. 주위의 못들과 망치들이 모두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비로소 시몬이 후우,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다. ‘한 명 한 명 잡는 게 이렇게 버거운 게 말이 돼?’ -키잉! 그러거나 말거나 데스나이트가 냅다 시몬에게 와락 안기더니 이마를 부딪쳐 댔다. 사념으로부터 강렬한 반가움이 느껴졌다. 시몬도 피어의 투구를 위로 밀어 올렸다. “아하하, 그렇게 좋아?” -키잉! 가만히 데스나이트의 어깨를 쓸어내리고 있던 시몬이 사뭇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 과거를 알게 됐어. 네 정체가 무엇이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키잉? “혹시 너를 부활시킨 나를 원망해?” 시몬이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만약 네가 원한다면…….” 스으. 그때 데스나이트가 스스로 투구를 벗었다. 마치 진주처럼, 티끌 하나 없이 매끈한 두개골의 안에서 둥글둥글한 안광이 웅웅 반짝였다. 이내 툭 하고 시몬의 머리에 이마를 맞댔다. “아.” 시몬의 목소리가 떨렸다. “고맙다고 하는 거야?” -키잉! 이내 데스나이트가 시몬을 와락 끌어안고 마구 이마를 비비기 시작했다. 시몬이 아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데스나이트의 손길에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알았어, 알았어. 다신 그런 소리 하지 않을게.” -키이잉! 조금 쉬었으니 다시 움직일 때였다. 시몬은 데스나이트를 나무 아래로 내려보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다.’ 시몬이 몸에 붙인 마법진을 떼어내어 허공에 연달아 펼쳐놓았다. 우우우우우웅! 초대형 마법진. 이어서 시몬이 저 멀리 걸려 있는 에르제베트의 거미줄을 퉁퉁 두 번 튕겼다. 준비가 됐냐는 물음. 퉁퉁퉁. 잠시 후 세 번의 튕김이 화답했다. 준비가 끝난 모양. 근방의 사람들이 전부 대피한 것을 확인했다. 시몬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시체폭발.” 이어서. 거대한 폭발음이 터져 나오며 주위를 모조리 집어삼켰다. 다름 아닌 프린스의 시체폭발이다. 도시 서쪽에 가장 나무들이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을 시체폭발로 한 번에 날려 버린 것이다. “다음, 시작해.” 화르르륵! 화르르르르르르륵! 이번엔 도시 곳곳의 나무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대륙의 흔한 나무와는 달랐습니다. 이미 제가 가서 불이 붙는지 확인했지만, 불에 어느 정도 내성을 가지고 있는 재질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했던 좀비집사의 이야기와는 달리, 시몬의 지시가 떨어지자 흑색 나무가 활활 불타고 있었다. [알라제. 최고의 언데드 기술자.] 그 불이 붙는 나무 아래에는 로브를 뒤집어쓴 살점 덩어리, 알라제가 서 있었다. [나무의 겉면은 불에 강하지만, 내부는 일반 나무와 크게 다를 바 없음. 겉면을 녹이고 내부에 불이 쉽게 퍼지도록 구성한 특수 용액 조합 완료.] 곳곳에 애벌레 같은 언데드들이 액체를 내뱉고 있었다. 그 점성 있는 액체를 스켈레톤들이 포션병에 담아 옆으로 넘겼다. 이내 언데드들이 그것을 들고 흩어져 나무에 액체와 기름을 쏟아부었다. [불 한 방 더 간다!] 높은 고공에 떠오른 헤르세바가 황금으로 이루어진 상자를 나무를 향해 던졌다. 이내 황금화를 해제하자 상자가 모래로 변해 사라지고, 그 안에 있던 화약들이 기름에 젖은 나무에 쏟아진다. 화르르르륵! 나무가 거칠게 불타기 시작한다. 이것은 선전포고. 끝까지 아락무라드와 항전하겠다는 의미였다. 시몬은 불타는 도시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대단한걸.”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또 다른 아락무라드가 하늘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이 아저씨가 화가 난 게 몇 년 만일지 모르겠어.” […….] 시몬이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비릿하게 웃으며 파멸의 대검을 맞잡았다. ‘이 녀석이다.’ 아락무라드는 하나같이 공유한 힘을 펑펑 쓰긴 하지만, 경험해 보니 모두가 동등한 건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서도 미묘하게 강함의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이 녀석. 칭-칭— 프린스를 네 번 죽이고, 미라 부대를 동원한 헤르세바마저 패퇴시킨 아락무라드. 칭-칭- 칭-칭— 그가 손짓하자, 허공에 거대한 사슬이 일어났다. 그 사슬에는 시계추와 같은 것이 붙어서 흔들리기도 했고, 커다란 칼날이나 철퇴가 붙어 흔들리기도 했다. 아락무라드는 그중 하나에 앉아 있었다. “이 아저씨, 조금 오금이 저려서 말이야. 빨리 죽어줘야겠어, 군단장.” *** 키이잉-! 처음으로 회색벽 밖에서 보낸 옵저버가 내부를 날고 있다. 옵저버가 주위의 광경을 비추자 회색벽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환호했다. “저기 주민들이 보여!” “아버지가 아직 살아 계시오! 다행이오!” “우리 집도 무사해!” 벽 밖의 사람들 모두가 들뜬 얼굴로 옵저버가 보여주는 광경에 집중했다. “어, 언데드다! 위험한 거 아니야?” “아닙니다! 언데드들이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어요!” 몰려드는 감염체 무리들을 군단의 언데드들이 상대하며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안내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로레인은 두 손을 깍지 낀 채 쪼그려 앉아 초조한 눈으로 주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몬, 시몬. 어디 있어? 아직 괜찮은 거지?’ 이내 옵저버가 비행하며 생존자들의 광경을 자세히 비추었다. 벽 밖의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저마다 상황을 분석하거나 견해를 내놓았다. “그런데 생존자들, 뭔가를 흔들고 있소!” “깃발이잖아. 저 깃발은 뭐지?” 사람들이 깃발을 힘차게 휘두르며 뭐라고 울먹이고,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지켜보던 네크로맨서 한 명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힘내라. 라고 하는 것 같은데.” “뭐? 언데드를 응원하는 거야?” 그때 옵저버가 크게 한 차례 흔들린다. 뭔가 파장이나 강한 맞바람 같은 것에 부딪힌 것 같았다. 화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깜짝 놀란 소리를 냈다. “위로 화면을 돌려주세요.” 로레인의 지시에 아티팩트를 조종하고 있던 네크로맨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옵저버의 광경이 하늘을 비쳤다. 하늘이 번쩍이고, 대기가 뒤흔들린다. 벨하이츠의 높은 고공. 누군가가 싸우고 있었다. ‘시몬!’ 로레인이 옵저버를 위로 향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옵저버 아티팩트가 점점 더 고공으로 올라간다. 고도가 높아지며 주위의 경관도 넓게 보였다. “도시 전체에 생존자들이 있소!” 수많은 생존자들이 7군단의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저들이 모두 샤헤드인이라는 건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하지만 옥상에서, 자신의 집 지붕 위에서 하나같이 외치고 있다. -이겨라. -이겨라! 옵저버가 다시 하늘을 비추었다. 이내 허공에서 부딪히는 두 사람. 검은 코트를 입고, 허공에 흔들리는 무수한 사슬낫과 시계추를 움직이는 중년 남자가 보인다. -이제 그만하지 않겠어? 이 아저씨, 진심으로 제안할게. 지직거리며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배신의 군단장. 한번 일그러진 세상은 회복이 불가능해. 너를 배신자로 만든 세상이잖아? 우리는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이에 맞대응하는 건 흰 대검을 들고, 스켈레톤의 본 아머를 입은 남자. 배신의 군단장. 꽤 힘들어 보였다. 나무에 부딪혀 쿨럭거리며 피를 토하고 있었으나 입가를 쓱 닦으며 일어나고 있었다. 뭐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조금 더 앞으로!” 옵저버가 시몬을 향해 다가간다. 목소리가 점점 들리기 시작한다. -너희는. 거의 처음으로, 배신의 군단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긴다. 기자들이 앞다투어 메모리얼 수정구를 들이밀었다. -존중이 없어. 결사의 일원과 배신의 군단장의 대화. 벽 너머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물고 소리에 집중했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한다는 자들이, 기존 세상에 대한 존중을 보이지 않아. 죽이고, 희롱하고, 파괴하지. 그런 태도를 가진 너희가 만든다는 새 세상이 어떨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배신의 군단장이 대검을 붙잡고 전투 자세를 취했다. -네놈들과 협력할 바에 계속 이쪽의 배신자로 사는 게 나아. 모두가 놀라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가운데. “하, 하하하!” 왕국 최고의 기자 엔비스토는 전율을 느꼈다. 팔에 닭살이 돋고 소름이 끼쳤다. ‘완벽해! 이자야말로 시대의 아이콘이다! 그리고 이자의 스토리야말로 영웅담이다!’ 그가 메모리얼 수정구를 닥치는 대로 꺼낸 뒤 메모장을 휘갈기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부터 이자의 세상을 만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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