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419화 시몬과 바스테리온. 강자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던가. 거리를 둔 채 시선을 주고받는 짧은 대치가 끝나고. 먼저 발을 움직인 건 시몬이었다. 타앗! 지면을 박차고 돌진했다. 이에 바스테리온은 사슬을 잡아당겼고, 저 멀리 공중을 떠돌던 사슬검이 급격히 방향을 틀어 시몬의 머리 위로 급강하했다.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건가?’ 사슬검이 구불거리는 궤적으로 다가왔고, 시몬은 타이밍에 맞춰 대검을 휘둘렀다. 까아아아앙-! 두 칼날이 맞닿는 순간, 사슬검으로부터 투명한 파장이 퍼져 나갔다. 시몬의 표정이 굳어졌다. ‘크윽!’ 파장이 몸에 닿자 체내의 칠흑과 마나가 요동쳤다. 일순간, 힘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후웅! 바스테리온이 이 틈을 타 시몬을 향해 파고들었다. 시몬도 파장이 흘러나오는 사슬검을 옆으로 걷어차내고는, 몸을 빙글 회전시켜 바스테리온과 대면했다. 까앙! 깡! 까강! 채애앵! 격렬한 검격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바스테리온의 사슬검과, 시몬의 대검이 연신 불꽃을 튕기며 충돌했다. ‘알 수 있어.’ 시몬이 이를 악물고 생각했다. ‘……보석일족의 코르비니스보다 훨씬 강해!’ 에이션트 언데드인 피어를 입은 상태여도 힘은 거의 대등했다. 거기에. ‘저 파장!’ 상대의 사슬검에서 계속해서 파장이 흘러나와 시몬의 칠흑을 흔들었다. 흐름이 끊기고, 칠흑의 흐름이 멈춘다. 원하는 시점에 시몬의 빈틈을 만들어낸 바스테리온이 몸을 띄워 강렬한 발차기를 날렸다. 파박! 가까스로 시몬이 손을 들어 받아냈고, 그 반동으로 두 사람의 몸이 다시 멀어졌다. “반응이 나쁘지 않아.” 바닥에 착지한 바스테리온이 비릿하게 웃었다. 그런데 갑자기 균형감각을 잃은 듯 그가 한 차례 크게 휘청했다. “호오, 그 틈에…….” <판타서스 오리지널 – 슬립> 저주의 효과가 듣기 시작하는지 바스테리온의 얼굴에 피로가 스며들었다. 그러나 그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양손의 사슬검을 회수해, 직접 칼날을 붙잡았다. 카아아앙! 사슬검을 맞부딪히자, 이번에도 투명한 파장이 터져 나왔다. 그의 몸에 일렁이던 검푸른 기운이 깨끗이 씻겨 나가듯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시몬이 긴 숨을 내뱉었다. ‘……뭐, 이제 알겠어. 마나 계열의 힘을 흩뜨리는 파장을 쓰는 거지?’ 투욱. 시몬은 파멸의 대검을 가볍게 지면에 꽂아두고 맨손을 펼쳐 들었다. ‘강하고 까다롭지만, 못 이길 상대는 아냐.’ <카오스 스피어> 쿠르르르릉! 쿠르르르르르릉! 양 허리춤에서 마법진이 펼쳐졌고, 시몬이 그 안에서 혼돈의 창을 뽑아 던지기 시작했다. 혼돈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궤적으로 쏘아지는 자줏빛 벼락이 주위를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이에 바스테리온은 양손의 사슬검을 멀리 보낸 뒤 붕붕 휘두르기 시작했다. 부우우우웅! 부아아앙! 사슬검이 회전운동을 하며 연달아 카오스 스피어를 쳐내고, 그 과정에 파장이 일어나 다음 카오스 스피어를 받아냈다. 파장 안에 들어온 카오스 스피어는 속도가 둔화되더니, 끝내 흩어져 사라졌다. 마치 파장으로 결계를 펼치는 듯한 느낌. 이에 대응하는 시몬의 방식은 심플했다. <카오스 스피어> <카오스 스팅어> 콰콰콰콰콰콰콰콰콰! 공중으로 뛰어오른 그가 혼돈을 그야말로 무차별 난사하기 시작했다. 자줏빛 벼락이 폭포수처럼 바스테리온에게 쏟아졌다. “안 풀리니까 물량전인가? 현명하지 못한걸.” 바스테리온이 조소했으나 곧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슬검은 원심력을 이용하는 특성상 속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일 수 없다. 칼날과 파장으로 방어하는 것보다 쏟아지는 혼돈의 창이 더 많았고. 콰릉! 콰르르릉! 결국 바스테리온의 몸에 벼락이 적중하기 시작한다. 바스테리온이 한 차례 혀를 차곤, 두 사슬낫을 다시 손안으로 불러들이더니 힘껏 중앙에 맞부딪혔다. 카아아아아아앙! 광범위한 파장이 일어나 사방에서 쏟아지는 혼돈 마법을 모조리 소멸시켰다. “안 풀리니까 하는 광범위 공격은-” 그리고 파장이 걷히는 즉시, 시몬이 등 뒤에서 나타났다. “현명하지 않은데!” 파멸의 대검이 질풍처럼 내리꽂혔다. 쩌어어어어어엉! 두 무기가 부딪히며 엄청난 충격음이 발생했다. 주위의 겨울나무들이 우수수 흔들리고, 몇몇은 뿌리째 뽑혀 날아갔다. 카가가가각! 서로의 무기를 맞댄 채 두 사내가 살벌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 일순 시몬의 눈빛이 예리하게 변했다. ‘진지하게 할 생각이 없어. 내 시선을 끄는 데 집중하고 있는 거야. 이유가 뭐지?’ 시몬의 시선이 잠시 바스테리온 너머, 거대한 사당으로 향했다. “한눈을 팔다니.” 대치하던 바스테리온이 갑자기 돌발 행동을 했다. 입을 쩍 벌리더니 자신의 사슬검을 콰악 깨문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파장이 터져 나와 시몬의 몸에 파고들었다. “!” 시몬의 마나가 들끓는 사이, 바스테리온이 시몬의 다리를 걷어차 균형을 무너뜨리고는 그의 품속으로 돌진해 왔다. “죽어라.” 그가 입을 쩍 벌리며 시몬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는 순간. 쩌어어어어어어엉! 뒤에서 나타난 누군가가 바스테리온을 걷어차 날려 버렸다. 시몬의 눈이 커졌다. “카쟌!” 난입한 건 마지막까지 우물 밖에서 싸우고 있던 카쟌이었다. 바스테리온의 몸이 겨울숲 저편으로 날아갔다. 촤르르르르르륵! 그러나 바스테리온은 공중에서 균형을 잡으며 양팔을 뻗었다. 좌우로 사슬낫이 섬광처럼 날아갔고, 이내 그가 두 팔을 앞으로 탁 붙이자- 촤아아아아아악! 좌우로 뻗어 있던 사슬이 중앙으로 수축되며 시몬과 카쟌을 동시에 덮쳤다. 시몬과 카쟌이 동시에 대검과 손톱을 휘둘러 막아냈으나. 쩌저정! 사슬의 범위에 들어왔던 겨울숲의 나무들이 일제히 하늘로 치솟았다. 순식간에 앞의 숲이 휑하게 변했고, 수백 개의 그루터기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바스테리온이 사슬검을 회수하며 비릿하게 웃었다. 시몬이 카쟌을 보았다. “괜찮아요 카쟌?” “괜…… 찮다!” 후욱! 후욱! 그가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자세를 낮추었다. “사당으로 먼저 가라, 시몬.” “네?” “저 안에서 힘의 파장이 느껴진다. 결사의 일원들이 뭔가를 꾸미고 있는 모양이군.” “…….” 바스테리온이 자신의 발목을 잡으려 하는 건 시몬도 이미 간파한 바였다. 하지만 상대는 구원자급 강자였다. 카쟌의 안위가 걱정이었기에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키젠에 들어온 건 임무 때문이었다.” 카쟌이 천천히 왼손을 바닥에 짚으며 자세를 낮추었다. “학생으로서 잠입해 여러 일들을 해결하기 위함이었지. 하지만, 나도 이 학교에서 아무것도 배운 게 없는 건 아니다.” <흑의> 그의 몸 곳곳에 칠흑이 일렁이며 의복처럼 퍼져 나갔다. <칠흑 체내 격화> 이어서 맹렬한 칠흑이 치솟기 시작했다. 마투기가 흑의와 합쳐지며 이내 카쟌의 몸은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카쟌 오리지널 – 그레이븐 클록(Graven Cloak)> 고오오오오오오! 압도적인 양의 칠흑이 카쟌으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가라, 어서!” “네! 부탁드립니다!” 시몬이 결심을 굳히고 사당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터업! 그때 사슬검이 날아와 시몬의 앞에 박혔다. 이내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바스테리온의 등이 시몬의 눈앞으로 나타났다. “한눈팔지 말라니까.” 그가 몸을 돌리며 시몬에게 다른 한 손의 사슬검을 휘둘렀으나. 터어어어엉! 카쟌이 득달같이 뛰어들어 바스테리온의 손목을 걷어찼다. 파장이 발현되지 않은 채 바스테리온이 사슬검을 놓쳤고, 카쟌이 달려들어 어깨로 그를 들이받았다. 다시 뒤로 밀려난 바스테리온이 쯧 하고 혀를 차더니, 오른손을 들어 사슬검을 회수했다. 칼날에는 카쟌의 피가 묻어 있었다. “네놈도 알 텐데, 시몬 폴렌티아. 지금 네놈이 가면 이 녀석은 죽는다.” “계속 가라 시몬!” 카쟌이 바스테리온에게 달려들며 외쳤다. 시몬도 각오를 다지고 사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 * * 타닥. 그렇게 도착한 사당 내부는 방대할 정도로 넓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위치한 것. ‘저게 바로……!’ 세르네의 기억에서 봤던 거대한 심장이었다. 거의 작은 성만 한 크기의 심장이 두근두근 박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싼 열 명 남짓의 남자들. ‘뭘 하는 거지?’ 로브를 뒤집어쓴 그들은 마법진을 펼치고 심장에 마법적 조작을 하고 있었다. 이들 전원이 천년향 궁궐에서 봤던 바스테리온의 부하들이었다. “시몬 폴렌티아가 왔다!” “진행률 70%, 세 명만 나가!” 그중 세 명이 주문을 멈추고 무기를 꺼내 들더니, 시몬을 향해 돌진했다. “…….” 시몬은 심장의 색깔이 노란색에서 검은색으로 물들어가는 걸 보았다. 그사이, 세 명의 남자가 시몬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무기를 휘둘렀고. 츠팟! 시몬 또한 지면을 박차고 나아갔다. 잔상과 함께 돌진하며 검을 크게 휘두르자, 순식간에 남자 셋이 피분수를 뿌리며 쓰러졌다. “놈이 왔다!” “전부 붙어!” 나머지 결사의 일원들도 마법을 멈추고 달려들었다. 시몬은 파멸의 대검을 어깨에 짊어진 채 왼팔을 가볍게 내질렀다. 쩌어어어어엉! 아무렇게 내지른 듯한 펀치였지만, 빈틈을 노리고 달려든 일원의 얼굴에 명중했다. 그의 얼굴뼈가 함몰된 채 날아가고, 시몬은 반대쪽 손을 펼쳐 또 다른 단검을 받아낸 뒤, 또 다른 일원의 몸통을 걷어차 날려 버렸다. 카앙! 깡! 등 뒤에서 찔러온 남자들의 단검은 피어의 본 아머가 모두 튕겨냈다. 시몬이 어깨에 짊어진 대검을 크게 한 바퀴 휘둘렀고. 촤아아아아악! 순식간에 네 명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바스테리온만이 특출나게 강할 뿐이지, 일개 결사의 일원들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시몬을 감당할 수 없었다. 남은 인원은 이제 여섯. “목숨을 바쳐라.” “몰락에 영광을!” 몇몇 이들이 체내에 부착된 마법진을 작동시켰다. 전신에 마나가 뿜어져 나오며 그들의 눈빛이 비정상적으로 바뀌었다. ‘자폭기술인가.’ 시몬도 목숨을 바치는 이런 종류의 공격은 경계하는 수밖에 없었다. 파멸의 대검을 고쳐 쥐며 주시하고 있는 그때. 퍼어억! 예상치 못한 지원군이 나타났다. 전투에 끼어든 건 사자탈을 쓴 경비병들, 다름 아닌 천년향의 ‘금군’들이었다. 결사의 일원들을 창으로 찌른 뒤, 폭발하기 직전에 걷어차 날려 버렸다. 쿠쿠쿠쿠쿠쿠쿵! 사당 밖으로 튕겨 나간 결사의 일원들이 허무하게 폭발했다. 시몬이 그 모습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금군이 여긴 어떻게?’ “도착하는 게 늦었소.” 저벅 저벅. 금군 세 명을 대동하고 나타난 인물. 바닥에 닿을 듯한 긴 금발과 중성적인 아름다운 얼굴. 다름 아닌 천년향의 왕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대는 대륙에서 온 시몬 폴렌티아로군.” 왕이 말하는 사이 금군들은 순식간에 결사의 일원들이 정리하고 있었다. 피 분수가 몇 번 솟구치는 듯하더니, 일원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돌려 말하지 않겠소.” 왕이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대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이오? 혹시 바스테리온과 손을 잡았소?” 스릉! 스릉! 그 말에, 금군들이 일제히 무기를 시몬 쪽으로 겨누었다. 시몬은 싸울 의지가 없다는 걸 보여주듯 가볍게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오해입니다. 동료의 연락을 받고 결사의 흉계를 막으러 온 겁니다.” 그렇게 말한 시몬이 뒤를 돌아보았다. “제 동료가 지금 바스테리온과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 왕은 시몬의 몸에 묻은 피를 보며 잠시 고민에 잠긴 듯했다. 그러다 왕이 손을 내리자, 금군들도 무기를 거두었다. “놈들이 이곳에 더 있을 것이오. 전부 제거하고 바스테리온의 목을 가져오시오.” 팟! 팟! 금군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시몬은 그제야 팽팽한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것을 느꼈다. “바스테리온도 그렇고, 그대들까지.” 왕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 신성한 곳에 어떻게 들어온 것이오?” “궁 지하에서 우물을 타고 들어왔습니다.” 그 말을 들은 왕이 한숨을 쉬었다. “여긴 천년향의 가장 은밀한 장소요. 왕만이 신성한 통로를 통해 들어올 수 있거늘.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일만 년 형이나, 비상사태니 넘어가겠소.” “감사합니다.” 잠시 뒤 저 멀리서 격렬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군들이 카쟌과 합류한 모양이었다. 조금은 마음을 놓은 시몬이 입을 열었다. “어떤 상황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바스테리온이 우리를 배신했소.” 왕이 말했다. “그대의 말이 옳았소. 바스테리온 무리가 준 ‘약물’에는 훨씬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소. 세월에 잠식된 자들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게 다가 아니었지. 하는 행동이 짐승처럼 저급해지고 사악한 욕망이 일어나는 걸 확인했소.” “이제라도 사실이 밝혀져서 다행이네요.” 시몬의 시선이 이제 이곳의 거대한 심장으로 향했다. “죄송하지만 한 가지 더 묻고 싶습니다. 이 심장은 뭐죠?” “천년향의 핵.” 왕이 결사에 의해 반쯤 검게 물든 심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세계의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지.” 왕이 손을 올리자, 검게 물든 심장의 색이 다시 본래의 노란색으로 서서히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놈들은 아마도 이 근원을 악으로 물들여 천년향을 자기의 뜻대로 조종하려는 것 같소.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겠소.” 그러나 이 순간. 후콰아아아아아아아악! 시몬이 전력을 다해 파멸의 대검을 왕에게 휘둘렀다. 터업. 결정적인 순간, 순백의 대검이 왕의 목전 앞에서 멈췄다. “이게 무슨 짓이오?” 놀랍게도. 왕은 단 하나의 손끝만으로 시몬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네놈들의 기만에는 늘 지독한 썩은 내가 나.” 시몬이 눈에 힘을 주며 이를 갈았다. “정체를 드러내, 타락. 진짜 왕은 어디 숨긴 거지?” 그 말을 하기 무섭게. 아름답고 찬연했던 왕의 고개가 90도로 주우욱 꺾이더니 입이 썩은 치즈처럼 주욱 찢어졌다. [엥, 어떻게 알았어?] 화아아아아아아아악! 거친 광풍이 뿜어져 나오며 시몬이 뒤로 물러섰다. 어느새 찬란하던 금발이 펄럭이며, 얼굴의 반이 시몬이 알던 여성의 형태로 일그러졌다. 동시에 몰아치는 광풍 때문에 옷이 일어나며 곳곳에 반창고 자국이 보였다. [역시 유명하신 결사 킬러는 달라도 뭔가가 다르네. 그치?] 시몬이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대면할 순간을 고대했어, 타락의 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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