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76화 브로데릭 요새의 깊은 지하실. 바로 이곳에 레테와 리사라가 내려와 있었다. 리사라는 자리에 앉은 채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었고, 레테는 땀을 뻘뻘 흘리며 주위에 마법진을 설치하고 있었다. “나도 성녀가 된 초창기에는 꽤 헤맸던 것 같슴다.” 그녀가 허공에 펼쳐 둔 마법진 하나를 손끝으로 톡톡 두들기고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다음 마법진으로 넘어갔다. “원치 않을 때 자꾸 권능이 새어 나오고, 잠결에 별을 떨어뜨려서 곳간을 홀라당 태워 버린 적도 있죠. 이 과정을 끝낸 뒤에는 제대로 제어할 수 있게 됐슴다.” 이스라필은 오랜 기간 성녀의 정수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물 중에 하나가 바로 폭주하는 성녀의 힘을 제어하기 위한 통제 마법. 현역 성녀인 레테가 녹초가 될 정도로, 상당히 복잡하고 견고한 마법진이 지하실에 빼곡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지켜보던 리사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걸 받으면 저도 나아질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있겠죠. 물론.” 레테가 생긋 웃었다. “그냥 포기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괴로울 거예요?” “……네.” 리사라는 덤덤했다. “그런 생각이야 지금도 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리사라의 눈에는 수많은 광경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떠오른 혐오와 분노, 그리고 공포심. 리사라는 강박적으로 두 뺨을 때리다가 얼굴을 덮었다. 레테가 넌지시 물었다. “할 수 있겠슴까?” “무, 물론이에요! 이젠 제 하나만의 목숨이 아니라 여러분의 목숨도 걸려 있으니까요!” “정신 무장을 단단히 해두는 게 좋을 검다.” 레테가 손끝을 튕기자, 허공에 뜬 마법진들이 피아노 건반처럼 팅-팅- 팅-소리를 내며 연달아 울려 퍼졌다. “이제 준비가 다 된 것 같으니 앉아요.” “네!” 우우웅— 그때 레테의 고개가 돌아갔다. 요새 전역을 감싸고 있던 결계의 색이 바뀌며 가볍게 진동했다. 그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침입자?” *** 쏴아아아아아아— 이제 곧 전투가 시작된다.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시몬과 브로데릭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네, 역시 선발생이 아니었군.”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테 성녀님의 부름을 받아 이번 사건을 조사하게 된 수사관입니다. 본의 아니게 교수님을 속이게 되어 죄송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브로데릭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자네의 정체가 뭔지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네. 형제는 수호학을 전공해야만 해. 반드시! “그렇게 타고난 능력을 가진 자네가 일개 선발생일 리가 없지 않은가!” “……하하.” “그래도 자네, 수사관은 임시로 하는 일 아닌가? 본직은 다른 쪽인 것 같은데.” 시몬은 찔끔했지만,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용병 특유의 비즈니스적인 분위기가 나질 않았지. 무엇보다 능동적으로 지식을 받아들이는 그 태도! 연구나 교육에 몸담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그가 손을 뻗어 시몬을 가리켰다. “그래서 나도 자네를 진짜 제자라고 생각했네. 내 수업을 한 번이라도 들은 이상, 자네는 나와 사제의 연이 맺어진 게야.” “무, 물론입니다.” “나는 내 제자라면 목숨을 걸고 지키네. 내가 제자인 리사라 성녀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 자네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입을 크게 벌렸다. “수호학을 전공하고 싶다면 얼마든 오게!” ‘……진짜 아직도 포기 안 하셨구나.’ 웅웅— 그때 결계에 진동이 느껴졌다. 브로데릭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군가 결계를 통과했군.” “벌써요?” 아직 들키기에는 너무 이른 타이밍이었다. “다행히 들어온 사람은 한 명일세. 나가보도록 하지.” 시몬과 브로데릭은 바로 저택 밖으로 나가보았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정원을 뚫고, 검은 우산을 쓴 남자가 차박차박 비에 젖은 풀밭을 걸어오고 있었다. 시몬은 바로 목에 매고 있던 목걸이를 붙잡고 전투준비를 했으나, 브로데릭이 제지했다. “걱정 말게! 아군이니까.” 시몬이 눈을 깜빡였다. ‘조력자가 또 있었다고?’ 브로데릭이 방긋 웃으며 두 팔을 벌렸다. “오셨습니까! 하하하하!” 이내 가까이 다가온 그 남자도 브로데릭과 가볍게 포옹했다. 적대성이 느껴지지 않는 모습에 시몬도 목걸이에서 손을 뗐다. 그때 검은 우산이 들어 올려지며,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나이가 많아 보였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미형의 얼굴이었다. 주름살 하나하나가 이상적으로 자리 잡혀 있고, 중후하면서도 멋스러움이 넘쳤다. 그리고 우산 너머로 보이는 흘러내리는 상앗빛 머리카락. 틀림없이 처음 보는 얼굴인데, 시몬은 이상한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브로데릭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브로데릭과 인사를 나눈 그가 시몬에게 다가왔다. 그의 입이 열리며 살짝 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를 찾으셨다고요.” 이내 우산이 완전히 뒤로 젖혀지며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시몬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에프넬의 교수, 가휀 안도리아라고 합니다.” *** 브로데릭은 가휀의 은거지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시몬과 약속을 한 그는 가휀에게 편지를 보내 급히 도움을 구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 올라오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가휀이 올라왔지만, 리사라 문제로 브로데릭이 엮여 있는 상황. 브로데릭의 설명을 모두 들은 가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브로데릭 자네가 거짓을 고할 자는 아니지. 자네가 그 성녀분을 믿음으로 섬기기로 했다면 나 또한 그 성녀분을 믿겠네.” “역시 가휀 교수! 정말 고맙소! 허허허!” 나이 차이가 꽤 나지만, 두 사람은 에프넬 안에서도 친밀한 관계인 것 같았다. 브로데릭이 목숨을 걸었으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본인도 목숨을 걸겠다는 말에서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 차례 더 재회의 포옹을 마친 뒤, 브로데릭이 말했다. “흠흠! 그럼 나는 자리를 비켜주겠네!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결계의 보수도 하고 싶고!” 그렇게 브로데릭이 자리를 비켜주었고. 시몬과 가휀이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되었다. 상앗빛 머리카락에서 희끗희끗한 새치가 난 노인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구요?” “…….” 가휀. 눈앞에 가휀이 있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 그가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떻게 화두를 여는 게 좋을까. 아마 가휀은 세르네라는 이름도 모를 것이다. ‘아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단순하게 접근해.’ 시몬은 수첩을 한 장 뜯어서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쓱쓱 깃펜으로 뭔가를 그렸다. 그것은 세르네의 상징이자 이능의 부산물인 ‘하얀 깃털’이었다. “혹시.” 그러고는 깃털을 그린 빈 종이를 쓰윽 가휀의 앞에 내밀었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버려진 아기에 대해. 아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조금은 뜬구름 잡는 듯한 이야기. 그러나 가휀은 바로 반응했다. 그의 동공이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리더니, 시몬이 그린 깃털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 아기는.” 그의 입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살아 있습니까.” 시몬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가휀이 목이 막히는 듯 고개를 두어 번 젓다가, 이내 시몬에게 양해를 구한 뒤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조금 진정한 가휀이 입을 열었다. “이 나이가 되어 그 아기의 소식을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가 고개를 젖히며 말했다. “아무것도 묻지 않겠습니다. 살아 있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하지만 이쪽은 사정이 궁금했다. 시몬이 깍지를 끼고 말을 이었다. “실례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데요.” “네, 물론 말씀드려야지요.” 가휀은 갈라진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세르네는 가휀의 손녀인 셈이었다. 그리고 가휀의 아들과 며느리이자, 세르네의 부모 되는 젊은 부부는 세르네를 낳았다. 어린 세르네가 성장하는 모습은 가문의 자랑이자 행복이었다. 하지만. -차후, 성녀가 될 아기가 태어났다.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녀는 교황청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권력을 거머쥘 것이다. 그 여인의 치세에서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의지를 가지지도 못할 것이다. 그 유명한 ‘계시의 수녀’가 계시를 내렸다. 그것도 반역에 대한 계시였다. 교황청과 에프넬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고, 그 아기를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휀도 당시 에프넬에 있었기에 계시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계시의 수녀는 한 지역을 지목했는데, 자신의 가문이 머물고 있는 고향이었다. 마침 고향에서도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은 터. 불길한 직감을 받은 가휀은 바로 서신을 써서 아들과 며느리에게 피하라고 일러두었다. 그렇게 잠시 뒤 가휀이 직접 내려가 시골에 숨어 있던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아기를 만났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정신을 차리면 이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있어요. 자꾸 단것을 달라기에 사탕을 선반에 올려놨는데,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자신이 그것을 가져와 아기에게 내밀고 있거나. 아기가 놀아달라고 농사일이 바쁜 마을 사람들에게 조르다가, 정신을 차리니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내팽개치고 아기를 둘러싸고 장난감을 흔들고 있었다고.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성녀의 정수가 아이를 노리고 있어요. 최근 성녀가 죽고, 몇 개월째 주인을 고르지 않고 돌아다니는 성녀의 정수가 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세르네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것.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심지어 타인을 조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능이 아기 시절부터 발현된 것까지. ‘이대로 성녀의 정수가 아기를 선택하면 모든 게 끝난다.’ 성녀 살해. 세상에 이미 숱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에프넬과 신성연방의 모든 군대가 쥐 잡듯이 아이를 찾고 있다. 아이를 평생 숨길 수는 없다. 그래서 결국 세르네의 부모는 선택했다. 아이를 살릴 방법은 하나, 중립지대에 보내는 것뿐이다. 세르네의 부모는 무수한 추적과 공세를 뚫고 달려서 중립지대 국경까지 갔다. 이제는 병사들이 쫓아오고 있었고, 부모는 아이를 바구니에 넣고 강에 떠내려 보냈다. 그것이 끝이었다. 이후 부모의 소식도, 아이의 소식도 끊기고 말았다. “성녀가 되는 건 축복이기도 하지만, 사형선고이기도 합니다.” 가휀이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후자는 인간의 사정에 따른 것이지요. 정수의 선택을 받은 뒤, 다음에는 민중과 권력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그 아이가 적인가 아군인가, 우리에게 위협은 되지 않는가.” 시몬도 고개를 끄덕였다. 레테가 성녀가 되던 시절이 떠올랐다. 이스라필은 레테를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연방을 돌아다니게 했다. 쉴 틈도 없이 각지의 주교들이나 높은 프리스트들에게 인사시켰고, 민중들에게 얼굴을 보이게끔 했다. 그런 과정에서 레테는 너무나 힘들어했고, 자신이 보기 좋은 인형이 된 것 같다고 하소연 했다. 하지만 이스라필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다. 성녀는 완전히 성장해 자리를 잡기 전에는 언제나 반대 파벌에 의해 살해당할 우려가 있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레테를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믿게 되는 것이, 레테를 살해하려는 세력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었으니까. 즉 모든 건 레테를 살리기 위한 일이었던 것이다. “브로데릭에게 리사라 성녀님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돕겠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가휀이 한숨을 푹 쉬었다. “더 이상 그 아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빛의 뜻을 인간의 입맛에 바꿔서 재단해서는 안 됩니다.” “저도 동의해요.” “만약 우리가 이곳에서 이겨서 살아 나간다면.” 가휀이 신성 아공간을 열고 시몬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가족의 사진이 들어 있는 사진. 그리고 금색의 아티팩트였다. “그 아이에게 전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 시몬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네, 반드시.” 똑똑똑똑! 그때 멀리서 벽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밖에서 우산을 든 브로데릭이 뭐라 말하고 있었다. 시몬이 달려가서 창문을 열었다. “브로데릭 교수님!” “두 사람 다 준비하십시오!” 브로데릭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들에게 발각당한 것 같으니까!” *** 다그닥 다그닥. 비 내리는 어둠 속에서, 호화로운 은빛 마차가 달리고 있었다. 그 안에 심판의 성녀 다나가 턱을 괸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휴가 중 유일한 취미 생활마저 이렇게 빼앗기는구나.” 다나의 말에, 맞은편에 앉은 총무주교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송구하옵니다. 부족한 신하의 목을 쳐주시옵소서.” “교황청은?” “악마 토벌전임에도 병력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들은 다나가 픽 웃음 지었다. “교황, 그 영악한 늙은이. 뒷짐 지고 관망하다가 이기는 쪽 손을 들어주겠단 거겠지.” “…….” “새 성녀의 행방은?” 다나의 물음에 총무주교가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하늘섬 밖으로 빠져나간 흔적은 없습니다. 중앙 지역의 탐색은 끝났고, 외곽 지역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습니다. 한 시간 이내로 찾아낼 겁니다.” “…….” 다나가 다리를 꼬며 고개를 기울였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총무주교는 땀을 줄줄 흘리며 입을 열었다. “현재 강경파와 온건파 성녀님들은 3:3의 균형을 갖추고 있습니다. 수확의 성녀님은 중립이라고 주장하지만, 최근 이스라필 님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마지막 성녀의 중요성은 두말할 이유가 없지요. 저울의 균형이 쏠릴 겁니다.” “그 새 성녀가 우리 편이 될 가능성은 고려해 보지 않았나?” “……고민할 여지도 없었습니다.” 총무주교가 더더욱 고개를 숙였다. “리사라는 소수민족 프리즈펠 출신. 과거 이단 의심으로 인한 ‘인종 청소 정책’으로, 우리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들었어. 애초에 리사라를 선발로 빼 온 것도, 사실은 프리즈펠과 그들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지?” 다나가 눈을 치켜떴다. “심지어 ‘인종 청소’는 그대가 현장에 있을 때 실적에 눈이 멀어 벌인 일일 터인데. 휴가 중인 내가 그대의 똥을 닦으러 친히 나서야 하나?” 총무주교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파들파들 떨더니 이내 머리를 마차 바닥에 처박았다. “무능한 신하의 목을 쳐주시옵소서!” 아무리 성녀가 교황 아래 모든 신도들의 위에 있다지만, 권력의 핵 중 하나인 총무주교가 이런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건 비정상적인 사태. 하지만 다나는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그대로 목이 떨어질 것을 각오하기로 한 듯, 총무주교는 바닥에 이마를 붙인 채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키워보고 싶은 아이가 있다.” “!” “내가 어린 시절에 하던 짓을 똑같이 하더군.” 그 말을 들은 총무주교가 고개를 팍! 소리가 나게 들었다. “보, 본부만 하시옵소서! 그게 누구든, 얼마나 귀한 자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녀님께……!” “올해 선발생으로 보인다. 선발 10번.” 립스틱을 붉게 칠한 다나의 입술이 열렸다. “유클리드라는 이름이었던가.” 총무주교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다 못해 하얗게 세어버렸다. “다, 다나 성녀님! 그자는……!” “왜, 이번에도.” 다나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를 실망시킬 생각인가?” 총무주교의 다리가 파들파들 떨렸다. 이내 그녀가 입가에서 쥐어짜 내는 듯한 목소리를 흘렸다. “모, 모든 일이 끝나면 성녀께 대령하겠나이다.” “그래야지.” 그때 창밖에서 말의 울음소리와 함게 마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다나 성녀님.” 창밖의 마차를 몰던 팔라딘이 입을 열었다.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래.” 그녀가 검을 들고 마차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무수한 신성연방의 군대가 검과 창, 횃불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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