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461화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다!’ 삼왕자 헨릭 볼드윈은 완전히 연설에 몰입해 있었다. 말이 잘 나온다. 한 번의 버벅임도 없이 화려한 미사여구들이 술술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것을 토해내듯, 그는 암흑연합의 폐해와 볼드윈 왕국 독립의 정당성을 대중에게 격렬한 어조로 호소했다. “이어서 모두의 앞에서 공표할 게 있소!”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그동안 늘어놓았던 장황한 연설은, 오로지 이 이야기를 위한 전제에 불과했다. “내 아버지 사르도르 볼드윈 국왕 전하께서 기력이 쇠약하시어, 나 삼왕자 헨릭 볼드윈에게 왕국의 미래를 맡기셨소!” 모두에게 들리도록, 목에 힘을 주고 외쳤다. “지금부터는 나 헨릭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이 나라를 통치할 것이오! 암흑연합과의 그 어떤 타협도 없이, 오로지 볼드윈의 새 시대를 위해……!” 그러나. 자기 자신에게 푹 빠져 있던 헨릭은 뒤늦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모두가 시선을 돌려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광장의 우측 건물 옥상. 그 위로 날아다니는 네 대의 기계가 마나를 분사해 중앙에 옅은 마나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마나 스크린!’ 헨릭의 눈이 부릅떠졌다. 저토록 작은 기체들로 마나 스크린을 구현하다니. 저런 고도의 아티팩트 기술은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뒤이어 마나 스크린에서 출력되는 영상은 다름 아닌- ‘아, 안 돼!’ 사가루인 왕궁에서 벌어진 학살 장면이었다. 피범벅이 된 채 쓰러져 있는 귀족과 하인들의 시체, 그리고 그것을 끌고 가는 병사들의 모습까지. 영상 속 병사들은 암흑연합의 네크로맨서들이라기에는, 누가 봐도 명백한 왕국군 갑옷을 입고 있었다. “다, 다들 이쪽을 보시오! 저건 조작된 영상이오! 나 헨릭 볼드윈이 진실을 이야기하겠소!” 헨릭이 다급히 외쳤으나 사람들은 이쪽을 보지도 않았다. 그는 뒤늦게 자신의 목소리가 저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뭣들 하시오! 어떻게든 해보시오!” 헨릭이 뒤를 돌아보며 버럭 외치자, 왕실 네크로맨서들이 나섰다. 그들이 두 팔을 세워 들며 흑마법을 사용했으나, 그 힘 또한 보이지 않는 막에 부딪혀 튕겨 나갈 뿐이었다. “결계입니다! 누군가 연설 중에 결계를 펼쳤습니다!” “어느 틈에 이런걸……!” 왕실 네크로맨서들이 결계를 해체하려 애를 쓰고 있고, 얼굴이 벌게진 헨릭이 대체 뭘 하냐는 거냐며 분노해서 길길이 날뛰었다. 그러는 사이 메모리얼 수정구의 광경은 하이라이트로 넘어갔다. [아직도 형을 못 찾았어?] [염병,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당장 찾아가 죽여! 당장!] 바로 왕국군 병사들에게 이왕자를 죽이라며 지시하고 있는 헨릭 본인의 모습이었다. 충격에 빠진 관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헨릭의 얼굴은 더 이상 빨개질 수 없을 만큼 붉어졌다. “어서 막으란 말이다!” 그가 악을 지르고 있는 그때, 마나 스크린의 장면이 바뀌며 새로운 왕자의 얼굴을 비쳤다. 바로 왕국의 이왕자, 리어스 볼드윈이었다. 화면 속의 그는 다소 긴장한 듯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토, 통신? 저게 어떻게 가능한 거야? 모든 통신탑을 부쉈다고 했잖아!” “예, 헨릭 왕자님. 분명히 통신은 봉쇄됐을……!” “오드발 당신 일 똑바로 안 해? 어떻게 하는 일마다 족족……! 왜 내 밑엔 이딴 놈들밖에 없는 거야?” 한바탕 광장이 난리가 난 사이, 연단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브리만티아가 조용히 복면을 쓴 남자들에게 지시했다. [문제가 발생했구나. 말라디우스에게 연락해서, 지금 당장 계획을 시작하라고 말하거라.] * * * 위이잉- 위잉- 광장 위로 날아다니는 새 모양의 아티팩트들이 마나를 발산하여 스크린을 만들어내고, 그 화면을 이곳의 모두가 주목하고 있었다. 딕은 건물 옥상에 편하게 누운 채 그 모습을 흐뭇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난 진짜 발명의 천재가 아닐까?” 그가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건물 옥상에는 간이 통신탑 장비가 안테나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가 코밑을 쓱 훔치고는 다시 마나 스크린으로 시선을 되돌렸다. 화면에는 이왕자 리어스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판 다 깔아드렸고, 이 뒤는 저하께 달렸습니다.” 리어스의 영상이 시작된 지 벌써 1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말문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옆에 카르델 대영주로 보이는 남자가 손수건을 건넸고, 리어스는 그것으로 이마를 닦으며 연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했다. 왕국민들에게 불리는 별명인 ‘왜소한 리어스’. 하지만 이렇게 긴장하고 망설이는 소년의 모습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진실된 인상을 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고 조용히 그가 준비되길 기다렸다. 마침내 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 나는 이왕자 리어스 볼드윈이오. 목소리의 떨림이 그대로 광장에 전달되었다. 파워풀하고 강한 연설조를 구사하는 헨릭 삼왕자와는 다르게, 서툴고 처진 목소리였다. 그러나 듣는 사람들의 집중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여, 여러분이 방금 본 영상은 진실이오. 헨릭 왕자는 왕궁에서 일어난 일을 암흑연합의 소행이라고 말했겠지만, 아버지와 형을 해치고 귀족들을 몰살한 주, 주모자는 지금 독립을 발표하고 있는 헨릭 왕자 본인이요. “!!”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퍼져 나갔다. 몇몇 이들의 시선은 자연히 연단 위의 헨릭에게로 향했다. 벌게진 얼굴로 뭐라 마구 소리 지르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곧이어 사람들의 시선이 그 옆에 앉아 있던 국왕에게로 향했다. “전하를 해쳤다고? 국왕 전하는 저기 계시잖아?” “잠깐! 다시 보니 상태가 좀 이상한데…….” 의자에 앉혀진 국왕의 몸은 미동도 없이 힘이 빠져 축 늘어져 있었다. 마치 실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보였기에, 사람들은 뒤늦게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분노와 조급함에 눈이 먼 헨릭 왕자는 바로 뒤의 아버지가 축 늘어진 모습조차 보지 못하고 있었다. “저, 정말로 전하께서 이미 승하하셨어?” “그럼 리어스 왕자님의 말이 사실이야?”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 사이, 스크린 속 이왕자 리어스의 목소리가 또렷이 이어졌다. -나 리어스 볼드윈과 카르델 대영지의 백성들은 삼왕자를 인정하지 않으며, 그를 왕을 시해한 반역자로 규정하오. 따라서 그의 선언은 모두 무효이며, 볼드윈 왕국의 독립식 또한 인정하지 않겠소. 대광장의 관중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여러분이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광장에 모였다는 것은 알지만, 나는 듣기 좋은 말은 못 하오. 미안하오. 이왕자의 목소리에서 점차 떨림이 사라져 갔다. -우리의 독립은 실수요. 반발감을 느끼는 자들도 있겠지만, 역사를 기억하는 자들은 알 것이오. 우리는 제국에 수탈당했고, 자유는 제한당했으며, 충성을 강요받았소. 우리가 지금껏 누리던 평화는 타국과 동등한 권한을 가진 암흑연합을 이루었기에 가능한 일이오. 그가 호소력 있게 말한 뒤 눈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여러분이 모인 독립식은 1군단의 사악한 계획 아래 진행된 것이오. 여러분은 지금 목숨이 위험하오! 곳곳에서 놀란 숨소리와 말소리가 얽혔다. -속히 그 자리에서 벗어나길 바라오. 이를 위해 내 직권으로 키젠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소. 그들은 내 특명에 따라 움직이는 자들이니, 경비병들은 그들을 붙잡지 말고 협력하시오. 부디 그곳에서……! 터어어어어엉! 그때 연단에서 날아온 칠흑의 창이 마나 스크린을 펼치는 아티팩트 하나를 박살 냈다. 화면이 치직거리더니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곧이어 결계를 깨뜨린 헨릭이 연단에서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보였다. “거짓! 왜소한 리어스의 말은 전부 거짓이오! 그는 암흑연합에 매수되어, 그들이 원하는 말을 하고 있는 것뿐이오!” 헨릭이 시뻘게진 얼굴로 자기 가슴을 쿵쿵 때리며 답답하다는 듯 외쳤다. “암흑연합의 술수에 흔들리지 마시오! 그들은 우리를 속여서 집어삼킬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오! 우리는 그들을 단호히 몰아내고 진정한 평화를 되찾아야 하오! 그것만이 우리 볼드윈의 살길이란 말이오!” 군중들이 혼란에 빠진 채 웅성거렸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 거지?” “미치겠네, 정말.”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져서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게다가 애초에 노바렌의 백성들은 암흑연합에 대해 반감을 품은 사람들이었다. 꿈에 그리던 볼드윈의 독립이 찾아왔으니, 사실 마음속으로는 삼왕자 헨릭의 말을 믿고 싶었다. 그러나 리어스 이왕자가 제시한 증거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의미심장했다. “헨릭 삼왕자님의 말을 믿어야 하오! 암흑연합의 술수에 넘어가지 맙시다!” “하지만 정말로 헨릭 왕자가 국왕 전하와 왕태자 저하를 시해한 범인이라면 어쩌려고? 증거를 봤지 않소!” 상반되는 의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대중들끼리 서로 싸우고 있는 가운데,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이미 진작에 리어스의 충고에 따라 광장에서 벗어나 달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흩어지는 건 좋지 않구나.] 브리만티아가 연단 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헨릭 삼왕자에게 말했다. [아이야, 사람들이 광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그 말을 들은 헨릭이 얼굴을 확 찌푸렸다. “아니, 지금 그런 게 중요하오? 일에는 순서가 있잖소! 내 왕위 계승식이 진행된 뒤에 댁들의 계획을 진행하든 말든 해야 할 게……!” 그렇게 이어지던 헨릭의 말이, 브리만티아 뒤에 서 있는 갑주 차림의 언데드 기사가 검을 잡는 순간 멈췄다. 헨릭이 ‘큭!’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치더니, 결국 오드발에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경비 책임자인 네크로맨서 오드발이 확성 수정구를 들었다. “아직 독립식은 끝나지 않았소! 모두 그 자리에 멈추시오!” 그러나 한번 물꼬가 터진 사람들의 이탈은 걷잡을 수 없었다. 이를 지켜보던 브리만티아가 마법진을 펼치고 말했다. [……아쉽구나. 배신자들의 비열한 본성은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시작해라.] 처억! 척! 대광장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목 곳곳에 갑옷 입은 1군단의 언데드들이 나타났다. 방패와 무기를 치켜세운 그들이 으르렁거리며 무기를 앞세우자, 도망치려던 사람들이 흠칫하며 걸음을 멈췄다. 길목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철조망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당황해하는 그때. 촤아아아아아악! 길목 한쪽에 붉은 선이 그어지며 철조망을 일격에 찢어냈다. 착 하고 하늘에서 내려온 로브 차림의 소녀가 옷깃을 붙잡은 채 펄럭! 하고 내던졌다. 분홍색 머리핀을 착용한 머리카락이 드러나고, 뒤이어 검은색 키젠 교복이 보였다. “저는 리어스 전하가 말씀하신 키젠 학생이에요!” 그녀가 연달아 단검을 휘둘러 1군단의 언데드를 베어낸 뒤 탈출로를 확보했다. “모두 도망치세요!” “고, 고맙습니다!” 사람들이 로레인이 만든 길목으로 쏟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자, 여기도 길 하나 열립니다!” 이번엔 건물 옥상에 있던 딕 헤이워드가, 두 팔로 자기 몸보다 거대한 포션병을 안아 든 채 나타났다. “웃차아아!” 그가 특대 포션병을 아래로 던졌고, 1군단의 언데드가 반응할 틈도 없이 포션병이 터지며 젤리처럼 생긴 거대한 슬라임이 그들을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그들이 내부로 빨아들여지고, 슬라임은 언데드들을 삼킨 채 옆으로 물러섰다. “가요! 계속 가요!” 키젠 학생들이 길을 열어주고 사람들이 신속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기민하게 움직이는 인원은 여전히 일부였고, 여전히 광장엔 많은 사람들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서 있었다. “…….” 그리고 그 관중들 사이에 들어가 있는 한 명. 로브를 뒤집어쓴 헥토르 무어가 눈을 감고 흑마법을 사용했다. ‘이왕자의 연설만으로 모두가 정신을 차릴 거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등을 떠미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대갈빡에 화살 맞은 멍청이들은 엉덩이를 걷어차서라도 내보내야 한다. 키이이이이이이이잉! 그의 몸 앞에 거대한 용의 마법진이 펼쳐진다. 그가 한 차례 숨을 고른 뒤 눈을 떴다. ‘계속해서 힘을 갈고닦아 왔다. 군단의 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한계까지, 내가 낼 수 있는 극한에 집중.’ 그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헥토르 오리지널 – 레드 펄스> 일순. 헥토르를 중심으로 주위가 시뻘겋게 물들었다. 그것이 빠르게 퍼져 나가 사람들의 심장에 불을 지폈다. 단순한 공포는 다리를 멈추게 만들고, 몸을 떨게 만든다. 하지만 그보다 상위의 힘. 지금 헥토르가 자극하는 것은 생물로서의 ‘위기감’이었다. “아!” “음!” 사람들이 무언가를 깨우친 것처럼 고개를 퍼뜩 들더니 하나둘 등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패닉이나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진이 오는 것을 예감한 쥐처럼, 폭우를 알고 낮게 나는 제비처럼. 사람들은 신속하고 냉정히 광장에서 대피하기 시작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소! 돌아오시오!” 삼왕자 헨릭의 울림은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바로 이때. 스스스- 스스스스스스스스스- 1군단의 계획이 시작됐다. 시몬 일행이 피를 이어서 마법진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한 것 그 이상의 사태. 바닥 위에서 직접 피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꿀렁꿀렁-! 지면과 타일을 비집고 올라온 핏물이 도망치는 사람들의 발밑에서 선을 긋고 마법진의 형상을 이루었다. 혼란 속에서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도 마법진의 형체는 계속 유지되었다. [아아.] 브리만티아가 눈물을 흘렸다. [그대의 힘은 정말 놀랍구나. 말라디우스.] * * * 광장 지하 하수도. 우우우우웅! 그곳에서는 인간형의 에이션트 하나가 두 손을 세워 들고 힘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번 노바렌 계획의 중심이자, 피의 주인. 1군단의 핵심 에이션트 언데드 중 하나인 ‘말라디우스’였다. [계획을 완성한다.] 말라디우스가 지상에 펼진 피의 마법진을 완전히 발현했다. 이제 그는 가만히 기다렸다. 지상에서 비명과 슬픔이 지하까지 들려오기를. […….] 그러나. 지상에서는 어떤 비극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벅 저벅. 그리고 동시에 하수도의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아니? 나는 대상의 피를 카피하면, 정말로 그 대상이 된 것처럼 생각한단다.” 차분한 목소리가 지하를 울렸다. 말라디우스의 시선이 돌아갔다. “이자는 이 피를 어떻게 다룰까, 어디에 숨어서 흑마법을 사용하는 게 최적일까. 그런 생각 말이야.” 한 인영의 발소리가 지척까지 가까워졌다. 말라디우스가 말했다. [이름을 대라, 비틀린 인간.] 마침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남자가, 시뻘겋게 물든 오른손으로 안경을 추켜올렸다. “아보 벨스만, 네 피에 손을 좀 본 사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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